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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41화 (840/1,000)

841화. 묵심과 현라의 실력

“언젠가 내가 천지존경에 이르면 부도신족에 가서 어머니를 구해낼 거야.”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결연하게 말하자 청상과 청령은 흠칫 놀랐다. 천지존경에 이르다니! 그들은 목진의 흘러넘치는 자신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천지존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존재였다. 청상도 이미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러 그다음 단계가 바로 천지존경인 걸 알지만 해당 경지가 얼마나 돌파하기 어려운지 너무 잘 알았다.

드넓은 대천세계에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한 구역의 패주가 될 수 있을 뿐이고 천지존경에 이르러야 비로소 최정예급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지존은 왕으로 한 구역을 장악할 수 있고 천지존은 제왕으로 왕들을 거느릴 수 있는 지고지상의 존재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텐데 목진만큼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부도신족의 수련 자원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여기까지 걸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상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염마족의 통령도 물리칠 정도의 실력자였고 현라, 묵심에게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목진이 현라 등처럼 어릴 때부터 부도신족의 도움을 받았다면 훨씬 뛰어난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청상과 청령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목진은 역시 정 이모의 아들다웠다.

“네가 천지존경에 이르러도 부도신족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청령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으려면 영급 천지존 한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기만 했다.

반면, 청상은 잠시 사색에 잠겼다. 정 이모는 목진을 지키기 위해 부도신족에 갇혀있는 것뿐이었다.

정 이모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목진이었다.

그런데 목진이 일단 천지존경에 이르면 더는 그녀의 약점이 되지 않을 것이고 목진이 부도신족에 나타나면 정 이모는 더는 조용히 갇혀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가서 부도신족의 노인네들이 강대한 목진과 청연정을 제압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잊고 살아왔던 목진이 어느새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너희도 팔부부도가 목표야? 그렇다고 해도 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야.”

목진은 청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기화삼청을 수련한 그가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인 팔부부도까지 장악하면 지지존 대원만급의 실력으로 영급 천지존도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보다는 현라, 묵심을 어떻게 상대할 지부터 생각해. 저들 역시 절대 너한테 팔부부도를 빼앗기지 않으려 할 거야.”

청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목진은 호탕하게 웃었다.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니까.”

청령은 저도 모르게 자꾸 목진한테 눈길이 갔다. 현라와 묵심은 부도신족에서 상당히 유명했고 청맥의 최정예급 강자인 청상도 저들보다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목진은 현라와 묵심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청령은 그의 넘치는 자신감과 대범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너무 방심하지는 마. 현라와 묵심은 준절세신통을 수련해 동일한 등급의 강자 중에서 무적이야.”

“준절세신통이라…….”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지만 그리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 현라와 묵심은 부도신족 젊은이 중 최정예급 강자라 필살기가 있는 것이 당연했다.

“묵심과 현라를 무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저들도 날 무시하지 말아야 할 거야. 안 그럼 녀석들은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를 테니까.”

목진이 먼 곳을 바라보며 한 말에 청상은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겸손하지만 결단력이 있는 청년을 유심히 바라봤다.

청상은 목진, 현라, 묵심 중에서 누가 부도신족의 최강자가 될지 궁금했다.

슉!

황량한 숲에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누군가가 황급히 도망가고 있었다. 그는 꼭 사신한테 쫓기고 있는 것 같았다.

쿵!

그런데 녀석이 곧 숲을 벗어날 무렵, 거대한 영력 주먹이 묵직한 산맥처럼 내려앉았다.

대지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고 주위에는 균열이 생겨 빠르게 퍼져나갔다. 거대한 주먹이 사라지자 커다랗게 난 구멍에 잔뜩 으깨어진 시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위쪽에 나타났는데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목진은 무덤덤하게 아래쪽을 쓰윽 훑고는 바로 눈길을 거뒀는데 곧장 두 여인이 달려왔다.

그들은 청상과 청령이었다.

“상고의 성연에 들어온 역외사족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청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은 반나절 동안, 역외사족의 강자들을 적잖게 마주쳤지만 염마족의 통령 정도 등급의 강자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곧 핵심 구역에 이를 것 같아.”

목진도 고개를 들고 멀리 내다봤는데 어디선가 예사롭지 않은 파동이 느껴졌다.

그곳이 바로 그들의 목적지일 것이다.

청상과 청령도 이내 정색했다. 목적지에 이르면 상당히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얼른 떠납시다.”

말을 마친 목진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목적지로 향했다. 그는 곧 일어날 대전보다는 다른 사람이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

청상과 청령은 그런 목진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은 더는 역외사족과 마주치지 않았고 대천세계의 다른 소조와 마주쳤다. 대부분 역외사족과 치열하게 싸워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무시한 채 전력을 다해 목적지로 향했다.

또 두 시진이 지나 목진은 드디어 속도를 줄이며 저 멀리 앞쪽을 바라봤다.

청상과 청령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 앞쪽을 바라봤는데 시선의 끝에 황원 대지가 펼쳐졌고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커다란 검은색 제단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싸우고 있어.”

목진은 검은색 제단에서 눈길을 거두며 말했다. 비록 제단은 그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제단 주위에 강력한 파동들이 폭발해 공간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군.”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갔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는 검은색 제단의 근처에 도착했는데 가까워져서야 제단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났다.

제단 꼭대기에 오래된 돌기둥 네 개가 놓여 있었고 기둥에 영력 액체처럼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네 개의 기둥은 세 개의 기둥이 한 기둥을 둘러싼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중심에 있는 기둥의 앞쪽에 회색 석관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회색 석관은 화염 사슬로 꽉 묶여 있었다.

목진은 석관이 주위의 모든 기운을 흡입하는 느낌을 받았다. 석관에 가까이하면 누구든 바로 먹힐 것만 같았다.

“석관 안에 천마제의 잔혼이 있단 말인가?”

목진은 잔뜩 경계한 채 석관을 노려봤다.

“현라, 묵심 무리야!”

옆에 서 있던 청령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으로 제단의 다른 쪽을 가리켰는데 그곳에서 강력한 영력 파동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러자 제단 주위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대전 쌍방은 사방에서 모여 치열한 대결을 펼쳤는데 전장의 중심에서 강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현라와 묵심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다만, 그들이 상대하는 건 엄청난 강적들이었다.

묵심의 상대는 목진 등과 싸운 적 있던 염마족의 통령이었고 현라의 상대는 삐쩍 마른 사내로 두 팔이 예리한 검은색 장도인 것이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칼날에서 느껴지는 한광에 주위의 공간마저 찢어졌는데 상당히 날카로웠다.

“저들은 역외사족 32대족 중 하나인 도마족(刀魔族)일 거야!”

옆에 서 있던 청상이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그녀는 부도신족이라 역외사족에 관한 정보를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32대족이라…….”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녀석들을 쳐다봤다. 그가 상대한 적 있던 시마족의 황자 시천유도 32대족 중 하나에 속하는 것 같았다.

“도마족 강자의 실력도 엄청나군.”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현라와의 대결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만 봐도 도마족 강자의 실력이 염마족 통령 못지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분명 최정예급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것이다.

“우리도 나서볼까?”

그들의 임무는 역외사족의 강자들로부터 제단을 지켜내는 거라 나서야만 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흑백 목진도 금세 모습을 드러내 청상과 청령은 함께 도망가려는 역외사족을 공격했다.

목진이 전장에 뛰어들자마자 역외사족 강자들을 사정없이 죽여 다들 자연스레 그한테 눈길이 갔다.

“흥, 저 녀석이 드디어 왔군!”

묵심은 목진 쪽을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저 녀석이군!”

염마족 통령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나를 상대하면서 감히 다른 곳에 정신을 파는 건가?”

그런데 그때,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묵심이 검은색 한기가 가득 깃든 장풍을 쏘자 주위의 공간마저 순간 얼어붙었다.

쿵!

묵심의 검은색 한기가 깃든 장풍에 가슴팍을 맞은 염마족 통령은 맥없이 튕겨 나가더니 육신이 어느새 검은색 한빙으로 뒤덮였다.

퍽!

그러나 염마족 통령의 체내에서 검은색 화염이 미친 듯이 폭발하자 한빙은 모조리 녹아 없어졌다.

“염마상(炎魔像)!”

염마족 통령의 포효에 검은색 화염이 모여 빠르게 뒤쪽에 거대한 악마의 형태를 이뤘는데 멀리서 보면 꼭 멸세의 불의 악마처럼 놀라운 위압감을 내뿜었다.

묵심은 상대방의 엄청난 위압감에 이내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대유명법신(大幽明法身)!”

검은색 한기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더니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녀석이 내뿜는 세상 만물을 얼릴 것 같은 무서운 한기가 체내에 깃들면 영력마저 신속하게 얼어붙을 것 같았다.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25위인 대유명법신이라…….”

멀리서 묵심의 지존법신을 본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녀석은 역시 부도신족의 소주답게 상당히 좋은 지존법신을 수련했다.

쿵!

이와 동시에, 다른 쪽에서도 지극히 무서운 파동이 휘몰아쳤다.

위잉.

현라의 상대인 도마족 강자의 뒤쪽에 도천의 마의 기운이 요동치더니 천 장 정도의 검은색 마도를 형성했는데 전장의 살육의 기운을 미친 듯이 흡입하더니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 종족의 천마도(天魔刀)에 죽는 것도 영광이네!”

도마족 강자는 예리한 눈빛으로 현라를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허허, 그렇단 말인가?”

현라는 기세등등한 도마족 강자를 보며 가볍게 웃더니 눈부신 태양처럼 만 장의 빛을 발했다. 이는 그의 뒤쪽에 만 장 정도의 거대한 허상을 이뤘다.

거대한 허상은 눈부시게 빛났고 손에 신성한 빛을 발하는 수정 부도탑을 들고 있었다.

현라의 지존법신을 본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99등급 지존법신 중 무려 17위에 오른 대부도법신(大浮屠法身)이 아닌가?”

대부도법신은 5대 원시법신 중 하나인 무한광명체(無盡光明體)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한광명체의 수련법이 마침 부도신족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현라는 역시 야심만만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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