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2화. 다시 나타난 시천유
쿵!
검은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마상과 함께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자 공간마저 부서졌고 이는 파멸의 힘과 뜨거운 열기를 싣고 묵심의 대유명법신에게 향했다.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면 해당 공격에 적중하자마자 죽었을 것이다.
한편, 대유명법신 위에 서 있던 묵심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는 권풍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쉿!”
방대한 대유명법신은 파르르 떨리더니 실체 같았던 검은 육신이 허상이 되어 마상의 권풍을 흘려보냈다.
“유명장(幽明掌)!”
순간, 묵심이 발을 힘껏 구르자 대유명법신은 다시 실체가 되어 염마상을 향해 극한의 기운이 깃든 장풍을 쐈다.
쿵!
염마상은 엄청난 타격에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뒤로 튕겨 나갔는데 난폭한 한기가 체내에 깃들었다가 짙은 검은색 화염 덕분에 점차 사라졌다.
“죽어!”
공격에 실패한 염마족 통령이 화가 난 듯 버럭 소리를 지르자 염마상은 다시 불을 지피며 묵심에게 향했다.
묵심도 피식 웃으며 대유명법신과 함께 상대방의 매서운 공격에 맞섰다.
쿠쿵!
두 거물이 발동한 공격에 천지마저 뒤흔들려 다들 불똥이라도 튈까 봐 감히 가까이하지조차 못했다.
이와 동시에, 현라와 도마족 강자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녀석이 마도를 휘두르자 사악하기 그지없는 칼의 기운이 휘몰아쳤는데 제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일단 공격에 맞으면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하여 주위의 대지는 칼의 기운에 깊숙한 흔적이 수도 없이 생겨났다.
그러나 현라는 상대방의 공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눈부신 빛을 발하는 대부도법신은 자연스레 단단한 빛의 방어벽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탕! 탕!
상대방의 칼의 기운은 계속 공격했지만 대부도법신의 빛의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무한광명체는 이 세상에서 방어력이 가장 강한 지존법신이란 말이 있는데 나의 지존법신인 대부도법신이 그 장점을 물려받았네. 그러니 자네 공격은 절대 내 방어벽을 뚫지 못할 것이네.”
현라는 대부도법신의 어깨 위에 서서 가볍게 웃으며 뒤쪽에서 마도가 휘몰아치는 도마족의 강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공격할 차례네!”
현라가 씨익 웃으며 말을 마치자 대부도법신이 밝은 빛을 발하는 수중의 성부도탑을 들어 올렸다.
“광명 봉인!”
현라의 외침과 함께 무한의 광명이 도마족 강자와 거대한 마도를 감쌌는데 돌풍처럼 휘몰아치던 예리한 칼의 기운이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발견한 도마족 강자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도 상대방이 발한 빛에 천마도의 마의 기운이 봉인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현라의 봉인의 힘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쿵!
그러나 현라는 상대방한테 고민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대부도법신은 성큼성큼 다가가 성부도탑에서 발하는 빛으로 광명 장창을 이뤄 마의 기운이 봉인된 도마족 강자를 공격했다.
크으으으!
도마족 강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음을 움직이자 거대한 마도는 마의 기운을 내뿜은 채 움직이며 현라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냈지만 점점 더 열세에 처했다.
* * *
거대한 제단의 주위는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묵심과 현라가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하기 시작해 대천세계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역외사족 쪽은 점점 시들시들해졌다.
“제법이군.”
목진은 흠칫 놀라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묵심과 현라를 바라봤다. 염마족 통령과 도마족 강자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데 여전히 그들 둘한테 발목을 잡힌 것을 보면 녀석들의 실력도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목진은 오늘의 대결이 이토록 쉽게 끝날 거라 여기지 않았다.
쿵!
그때 저 멀리 전장에서 묵심이 먼저 대유명법신으로 염마족 통령을 수천 장 정도 튕겨냈다.
염마족 통령은 검은 피를 토하더니 두 눈을 부릅뜬 채 묵심을 노려보다가 사기가 확 떨어진 역외사족 강자들을 쓰윽 훑으며 외쳤다.
“시천유, 도대체 언제 나설 건가?”
그의 뇌명 같은 고함에 현장이 금세 조용해졌다.
“시천유?”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녀석도 여기 있단 말인가?
“허허, 염륙(炎戮), 염마족 통령이 이렇게 부실하다니. 대천세계 녀석 따위에 치여 모양새가 말이 아니군.”
염마족 통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귀청을 찢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제단의 꼭대기에 언젠가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나 히쭉거리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마족 강자를 상대하던 현라는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상대방을 보더니 이내 정색했다. 상대방한테서 지극히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센 척인가? 당장 제단에서 물러나게!”
묵심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녀석을 노려보더니 고함을 지르며 대유명법신을 이끌고 녀석한테 다가가 파멸의 힘이 깃든 장풍을 쐈다.
반면, 시천유는 팔짱을 낀 채 사망의 기운을 내뿜으며 입꼬리를 씰룩거리기만 했다. 그는 상대방의 강력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막아낼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휘익.
그때 녀석이 휘파람을 불자 앞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해골이 괴이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빨라 도대체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기 없는 유골의 출현에 목진은 물론이고 현라와 묵심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유골에서 엄청난 위협감이 느껴졌다.
유골은 고개를 들고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을 대충 휘둘러 묵심의 공격에 맞섰다. 이에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간이 부서진 유리처럼 와장창 깨지더니 수만 장 정도나 되는 대유명법신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맥없이 튕겨 나갔다.
쿠쿵!
대유명법신은 바닥에 수만 장 정도의 흔적을 남겨서야 겨우 멈춰 섰고 어깨 위에 서 있던 묵심은 화들짝 놀란 채 피를 토했다.
그는 시천유 앞쪽에 나타난 유골이 대유명법신을 이토록 쉽게 물리칠 줄 몰랐다.
그 광경에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유골을 바라봤다. 저건 도대체 어느 정도 등급의 힘이기에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던 묵심을 단번에 날려버렸단 말인가?
묵진 뒤에 서 있던 청상과 청령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유골을 바라봤는데 청령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멀리 서 있던 현라도 잠시 공격을 멈추고 정색한 채 유골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마제의 유골이 아닌가?”
이 정도로 무서운 힘을 지녔다면 마제의 유골이 분명했다. 유골에서 마제의 기운이 느껴졌다.
비록 그 기운은 아주 미약해졌지만 지지존 대원만 정상에 이른 강자한테 천지존을 상대할 정도의 마제는 여전히 엄청난 존재였다.
현라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전부 정예급 강자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이에 아무도 마제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네.”
시천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해당 층은 내가 점령했으니 당장 제단에서 물러나게.”
녀석의 말에 현라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지만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 마제의 유골은 너무 위험한 존재라 아무리 그라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고 대천세계 사람들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누군가 천천히 시천유한테 다가가자 사람들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목진아…….”
청상과 청령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은 제단의 꼭대기에 서 있는 시천유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자네가 그 유골을 내가 보는 앞에서 가져갔으니 내가 직접 회수해야지 않겠나?”
목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시천유를 상대하려는 사람이 겨우 상위 지지존의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
묵심은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일전에 그는 마제의 유골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확인했는데,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력을 다해도 승산이 얼마 없었다.
마제의 유골은 너무 강대했다.
그는 목진이 자신도 해내지 못하는 일에 나서자 상당히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와 멀리 떨어져 서 있던 현라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도 목진에게 승산이 없을 거라 여겼다.
“청상 언니, 목진이 해낼 수 있을까요?”
청령도 불안한 듯 청상의 옷자락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비록 목진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고 목진이 묵심, 현라 못지않은 실력자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에 그가 상대할 녀석은 훨씬 무서웠다. 시천유가 제대로 나서지도 않았는데 묵심은 벌써 한 주먹에 튕겨 나갔으니 말이다.
청상도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목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분명 승산이 있어서 나섰을 거야.”
청상은 목진이 냉정한 사람이라 안 되는 일에 무턱대고 나서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에 청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싶었다.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한 채 예리한 눈빛으로 시천유를 노려봤다.
“자네였군.”
시천유도 조금 놀란 듯 목진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참 담대한 녀석이군. 자네가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나다니 말이야.”
녀석은 앞쪽에 떠 있는 마제의 유골을 가리키며 히쭉 웃었다.
“녀석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내가 이를 제련한 덕분에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강대해졌네.”
“그래 봐야 마제의 유골이지 진정한 마제는 아니지 않나?”
목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입만 살아서는…….”
시천유는 목진이 마제의 유골에도 전혀 개의치 않자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건 직접 싸워 봐야 알 수 있지 않겠나?”
목진이 콧방귀를 뀌며 한 말에 시천유는 살기가 깃든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슉!
그때 마제의 유골이 갑자기 메마른 손을 뻗어 목진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순간, 공간이 부서지더니 녀석의 손바닥에 수많은 공간 파편이 모이며 지극히 무서운 힘을 방출했다.
그러나 미리 경계 태세를 취했던 목진은 바로 뒤로 물러나며 길쭉한 손으로 검은색 반지를 가볍게 만졌다.
위잉.
눈부신 영광이 폭발하더니 목진이 서 있던 곳에 수천 명의 전사가 나타났고 웅장한 전의의 돌풍이 휘몰아쳤다.
묵심과 현라는 그 광경에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갑자기 나타난 수천 명 전사가 이룬 웅장한 전의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전의라니, 저들이 군대란 말인가?”
이토록 강대한 전의를 지닌 군대라면 분명 최정예급일 것이다.
청령과 청상도 두 눈을 부릅뜬 채 하늘을 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목진한테 이토록 강대한 군대가 있었다니!”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청상마저 목진이 소환한 군대가 내뿜은 웅장한 전의에 위협감을 느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현룡군이었다. 강룡이 최전방에 나타나 목진한테 인사를 올렸다.
“목왕.”
“목왕!”
수천의 현룡군 전사들의 뇌명 같은 외침에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강룡 통령, 저 녀석이 또 나타났습니다.”
목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현룡군을 바라보고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마제의 유골을 가리키며 말했다.
“목왕, 얼마든지 하명하십시오. 우리가 책임지고 저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습니다.”
강룡은 한이 맺힌 듯한 눈빛으로 마제의 유골을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시천유는 씨익 웃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전부 죽이거라!”
크으으으!
마제의 유골이 나지막하게 고함을 지르자 마의 기운이 요동치며 만 장 정도의 안개를 이뤘다.
일반 군대였다면 마제의 유골의 공격에 바로 전의를 잃었겠지만 현룡군은 전성기 시절, 무려 살아있는 마제도 제압한 적 있어 상대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