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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44화 (843/1,000)

844화. 시신삼고(屍神三叩)수

일전의 대결에서 사망의 기운이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지 깨달은 목진은 성부도탑으로 영력을 증폭시키지 않았다. 영력에 봉인의 힘이 없었더라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사망의 기운은 부식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기까지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천유의 사망의 기운은 화령풍에 꼼짝도 못 하고 있었고 녀석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괴이한 화령풍 때문에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주위를 휘감은 두꺼운 사망의 기운은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빨리 사라졌고 녀석이 아무리 보충해도 걷잡을 수 없었다.

하여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시천유의 주위를 맴돌던 사망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졌고 드디어 본체가 드러났다.

“공격하라.”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손을 휘두르자 화령풍은 사정없이 시천유에게 향했다. 일전에는 시천유의 방어벽을 뚫은 것뿐이었고 지금은 본체를 공격할 차례였다.

노란색 돌풍이 도망가려는 시천유를 감싸자 녀석이 입고 있던 검은색 도포가 쭉 찢어져 창백하고 뼈만 남은 듯 메마른 육신이 훤히 드러났는데 흑광을 발하는 것이 상당히 든든해 보였다.

그러나 화령풍한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노란색 바람이 지나가자 시천유의 창백한 피부가 순식간에 찢어지더니 피와 살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시천유는 도망가려 했지만 화령풍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주위를 휘감은 사망의 기운마저 희박해졌다.

그는 화령풍에 속수무책이 되었다.

“젠장!”

시천유는 이내 포효했다. 그는 목진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괴이한 노란색 바람을 상대할 방법은 없어 답답했다.

“이럴 수는 없어!”

시천유는 속으로 부단히 울부짖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사망의 기운도 다 닳을 것이고 그러면 꼼짝없이 목진에게 잡힐 것이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시천유는 무언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그러자 짙은 사망의 기운이 방출돼 그를 꽁꽁 감쌌다.

“본명시둔(本命屍遁)!”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때마침 화령풍이 닿아 녀석의 몸을 휘감은 사망의 기운을 없앴는데 내부에는 메마른 해골만 있을 뿐, 시천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성부도탑에서 빠져나왔단 말인가?”

상황을 살피던 목진은 흠칫 놀랐다.

시천유의 파동이 성부도탑 밖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죽어주는 수법이라…… 괴이하군.”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해골이 그를 대신해 한 번 죽었고 그는 무사히 빠져나온 것이다. 목진은 그의 수단이 놀라운 동시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령풍 덕분에 시천유의 해당 수법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녀석이 중요한 순간에 이를 사용해 몰래 치명적인 공격을 개시하면 큰일이었다.

“이 수법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 엄청난 제한이 있을 거야. 아마 시천유는 더 이상 똑같은 수법을 사용할 수 없을 거야.”

목진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고개를 들고 성부도탑에서 휘몰아치는 화령풍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시천유는 사실 화령풍이 너무 무서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도망가려 했던 것인데 자세히 관찰하면 이는 언젠가 사라질 바람이었다.

화령풍은 이미 처음보다 훨씬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목진은 목적을 달성했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성부도탑이 빠르게 작아지다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눈에 스며들었고 그는 다시 제단에 나타나 히쭉거리며 시천유를 바라봤다.

녀석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창백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피와 살은 부단히 꿈틀거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다들 시천유가 목진과 함께 성부도탑에 들어간 지 1각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가 저런 꼴이 됐을 줄 몰랐다.

성부도탑에서 무슨 수단을 사용했기에 녀석이 저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사람들은 목진의 실력에 깜짝 놀랐고 혈전 중이던 묵심과 현라도 흠칫 놀랐다. 그들은 목진이 참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시천유는 창백한 육신을 드러낸 채 목진을 쏘아보고 있었는데 눈빛이 점차 사악해졌다. 그의 모습은 마치 상처를 치유하며 복수를 노리는 짐승 같았다.

“나 시천유한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시천유의 목소리는 살기로 가득 차 듣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녀석의 눈빛에 목진도 이내 정색했다. 시천유는 곧 미쳐 날뛸 것 같은 야수 같았다.

잠시 후, 녀석의 두 눈에서 창백한 기운이 맴돌더니 눈동자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이는 저승사자의 눈처럼 상당히 무서운 기운을 내뿜었다.

목진은 녀석의 하얀색 동공에서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바로 불후금신을 소환했다.

그때 시천유는 서서히 날아오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는데 창백하고 메마른 육신이 점차 말라비틀어졌다. 마치 육신의 모든 생기를 쥐어짜는 것 같았다.

녀석의 육신에서 창백한 기류가 흘러나와 사망의 기운과 아우러지더니 뒤쪽에 천 장 정도의 창백한 그림자를 이뤘다.

검은색 왕관을 쓴 채 하얀색 낫을 쥔 녀석은 도천의 사망의 기운을 방출했다. 순간 진정한 저승사자가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한의 사망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제단 주위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녀석을 바라봤다.

“저건 뭐지?”

묵심과 현라는 화들짝 놀라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들도 상대방한테서 엄청난 위협감을 느꼈다.

염마족 통령과 도마족 강자도 흠칫 놀란 채 서로 마주 보며 중얼거렸다.

“시천유가 시마족의 시신기(屍神技)마저 수련해냈단 말인가?”

잇따라 그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시천유가 무려 시신기를 소환했다는 건 목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존재란 것을 의미했다.

그 모습에 염마족 통령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목진이 진정한 수단을 선보였더라면 그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시천유도 시신기를 사용할 정도라니 목진이 상대하기 얼마나 어려운 존재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목진도 시천유가 형성한 거대한 그림자를 보더니 이내 정색했다. 그는 상대방한테서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에 심장마저 과격하게 뛰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수십 갈래의 불후의 신문으로 거대한 장창을 만들어 공격을 개시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퍽!

거대한 장창은 시천유와 수십 장 정도 떨어졌을 때,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시천유는 목진의 간섭 따위는 무시한 채 창백한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고 뒤쪽에 형성된 거대한 그림자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시신삼고수!”

시천유의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사망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목진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유심히 상황을 살폈다. 그는 시천유의 공격에서 사망의 기운을 느껴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외사족은 역시 괴이한 종족이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불후금신의 방대한 육신에 자금색 빛이 모이며 오래된 신문이 신속하게 나타났고 이는 자금색 신룡처럼 불후금신의 주위를 맴돌며 불후의 위력을 발했다.

사람들은 모두 제단 쪽을 바라봤다. 다들 목진과 시천유의 대결 결과에 따라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전쟁의 승패가 갈릴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한편, 시천유는 괴이하고 사악한 기운이 깃든 창백한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씨익 웃더니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시신삼고수, 일고탈생(一叩奪生)!”

녀석 뒤에 형성된 저승사자 같은 거대한 그림자도 목진을 향해 무릎을 꿇었는데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망의 기운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생기를 사정없이 집어삼켰다.

이에 하늘마저 회흑색으로 변했고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겁에 질린 듯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의 기운이 몸에 닿은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육신이 메말라 해골이 되었다.

청상과 청령도 화들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시천유의 공격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 몰랐다.

이는 대천세계의 진정한 신통이나 다름없었다!

청상과 청령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사망의 기운에 닿기만 해도 즉사하는데 그 중심에 서 있는 목진은 얼마나 무서울까?

“목진아, 힘내!”

그들은 속으로 목진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사망의 기운이 목진한테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피부가 빠르게 하얘졌고 육신도 점점 메마르며 체내의 생기도 빠르게 사라졌다.

제아무리 영력을 끌어올려 육신을 보호하려 해도 사망의 기운을 막아내기가 힘들었다.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대로라면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의 육신은 생기를 전부 잃고 해골이 될 것이다.

시천유의 공격은 정말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 소리를 지르자 불후금신에서 만 장의 자금색 빛이 발했다.

“자네한테 시신탈생이 있듯 나한테도 불후의 수호가 있네!”

불후금신 주위를 맴돌던 불후신문은 전부 목진한테 날아가 자금빛 보호막을 형성해 목진을 둘러쌌다.

불후의 힘은 천지가 부서져도 영생불멸하리라!

불후의 생기를 어찌 박탈할 수 있을까?

회백색 사망의 기운은 부단히 자금빛 광막을 공격했는데 불후의 빛은 끄떡없었다.

“녀석이 사망의 기운을 막아내다니!”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염마족 통령과 역외사족의 강자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시천유의 공격은 마제가 아닌 이상, 체내의 생기가 순식간에 빼앗겨 해골이 될 만큼 강력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죽을 것인데 목진이 사망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천유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대결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목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귀찮은 녀석, 오늘 반드시 자넬 죽이겠네!”

시천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았는데 육신은 점점 더 말라비틀어졌고 머리카락마저 하얗게 변했다. 체내의 생기를 부단히 뒤쪽에 있는 사망의 기운을 방출하는 그림자한테 주입했다.

“이고서신(二叩噬神)!”

시천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목진한테 절을 올리자 그 뒤쪽에 있던 거대한 그림자도 머리를 조아렸는데 순간, 눈에서 한 장 정도의 회색빛이 솟구치더니 공간을 가르며 목진한테 날아갔다.

목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주위를 맴돌던 불후신문이 미친 듯이 솟구치며 한데 융합해 두꺼운 방어막을 형성했다.

회색빛은 일전의 공격보다 약해 보였지만 사망의 기운은 훨씬 그윽해 조금이라도 닿으면 즉사할 것이다.

불후신문은 회색빛에 닿는 순간 사정없이 무너졌다. 그는 강력한 방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빠르게 물러났고 불후신문을 부단히 만들어내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회색빛을 공격했다. 하지만 회색빛은 목진의 미친 듯한 방어에도 똑같은 속도로 다가왔다.

“염황진!”

목진이 미리 준비해둔 영진을 가동시키자 염황이 다시 나타났는데 회색빛에 주먹이 닿자마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목진이 무슨 수단을 사용하든 회색빛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목진아!”

청상과 청령은 손에 땀을 쥔 채 그를 지켜보았다.

철수하라!

목진은 미친 듯이 물러났지만 회색빛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뿐만 아니라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그 모습에 목진은 소름이 끼쳤다.

목진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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