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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45화 (844/1,000)

845화. 불후금련(不朽金蓮)

“성부도탑!”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버럭 소리를 지르자 눈에서 성광이 폭발하며 수정같이 영롱한 부도탑이 나타났다.

잇따라 그가 혀끝을 깨물어 정혈을 몇 번 내뱉자 안색이 확 창백해졌다. 이는 원기에 큰 무리가 될 수 있는 수법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회색빛에 괴이한 힘이 깃들어 일단 닿으면 누구든 바로 정신을 잃을 텐데 그리되면 그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그러니 봉인의 힘이 있는 성부도탑으로 반드시 회색빛을 제압해야 했다!

목진의 정혈이 묻은 성부도탑은 무한의 빛을 발하며 신성한 파동을 내뿜더니 회색빛과 한데 부딪쳤다.

쾅!

순간,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고 파죽지세로 날아오던 회색빛이 드디어 멈춰 서더니 파르르 떨며 부서졌다.

성부도탑도 큰 타격을 입은 듯 바로 목진의 눈에 들어갔고 그의 눈에서는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또 받아냈어…….”

염마족 통령 등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시신삼고에서 절을 한 번 하면 상대방의 생기를 빼앗고 두 번 하면 신백마저 집어삼키는데 여태껏 마제가 아닌 존재가 이 두 차례 공격을 받아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목진이 오늘, 이를 해냈다.

제단에 서 있는 목진은 눈가의 피를 닦더니 이내 숙연해졌다.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은 제법 많이 치렀는데 이번처럼 위험했던 적은 없었다.

시신삼고는 너무 괴이하고 강력했다.

“이건 대천세계의 진정한 절세의 신통이나 다름없어!”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그한테도 32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인 일기화삼청이 있긴 하지만 흑백 목진은 마제의 유골을 상대하고 있어 그한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시신기를 수련한 뒤로 내가 한 절을 두 번 이상 받아낸 사람은 없었네!”

멀리서 창백한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던 시천유가 입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지금 생겼군.”

목진이 입에 머금은 피를 뱉으며 한 말에 시천유는 그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는 해골처럼 몸이 삐쩍 말랐는데 창백한 눈은 그보다 훨씬 괴이해 보였다.

“난 자네에게 마음을 담아 세 번째 절도 올릴 것이네.”

시천유의 말에 다들 심장이 철렁했다. 목진은 전력을 다해서야 시천유의 두 차례 공격을 막아냈는데 더 무서운 세 번째 공격은 또 어찌 막아낸단 말인가?

목진이 실패하면 또 누가 시천유를 막아 나선단 말인가?

묵심과 현라마저 시천유의 두 차례 공격을 목격하더니 침묵을 지켰다.

시천유는 녀석들을 무시한 채 목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는데 순식간에 피와 살이 전부 녹아 뒤쪽에 있는 녀석한테 스며들었다.

시천유는 현재 해골이나 다름없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을 힐끗 보고는 눈을 감고 다시 절을 했다.

“시신삼고, 멸세!”

녀석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신삼고, 멸세!”

시천유의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천지마저 잠시 움직임을 멈춘 것 같았다. 휘몰아치는 광풍이 사그라들자 천지의 영력이 흐름을 멈추며 그 구역에 정적이 흘렀다.

시천유 뒤에 서 있던 사망의 그림자가 이미 고개를 숙이고 절을 했기 때문이었다.

순간, 앞쪽 십수만 리 정도의 방대한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수많은 공간 파편이 휘날렸고 아래쪽 대지에 균열이 잔뜩 생겨났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미친 듯이 사방으로 도망갔는데 그들은 시천유의 세 번째 공격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청상과 청령도 멀리 도망가 창백해진 얼굴로 제단 위에 외롭게 서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다들 도망가고 있을 때, 목진만 끄떡없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서운 공격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목진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대결에 개입해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심지어 묵심과 현라마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목진과 시천유의 대결은 천지존 이하의 최정예급 강자들 사이의 대결이었다!

비록 묵심과 현라는 지지존 대원만 정예급 강자고 준절세신통을 수련했지만 시천유의 시신삼고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가 난다.

녀석의 공격을 상대하려면 진정한 절세의 신통이 필요했다!

그러나 진정한 절세의 신통은 천지존이 되어야 부릴 수 있는 수단으로 제아무리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들 이를 수련해낼 수 없었다.

한편, 빠르게 전장에서 벗어난 묵심과 현라는 서로를 바라봤는데 상대방한테서 엄청난 살기와 경계의 뜻을 읽어냈다.

그들은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녀석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고 시천유도 시신삼고를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거야. 그러니 우리는 적당한 기회에 녀석들을 때려잡으면 되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의견을 통일했다.

목진의 진정한 실력을 확인한 그들은 혼자서는 절대 그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작 목진은 한껏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서 도천의 압박감을 견뎌내며 서 있었다. 천지의 영력마저 흐름을 멈춰 그가 아무리 움직여도 끄떡없었다.

공간이 무너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며 영력이 흐름을 멈춘 것이 꼭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았다.

휘익!

그때 시체 썩은 냄새를 풍기며 검은색 광풍이 휘몰아쳤는데 주위의 모든 생기를 앗아갔고 제아무리 생명력이 강해도 일단 닿기만 하면 즉사할 것 같았다.

불후금신에 서 있는 목진은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검은색 돌풍에 깃든 파멸의 기운을 느끼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역시 시천유의 세 번째 공격에 엄청난 위협감을 느낀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이리되었으니 목숨을 거는 수밖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그는 절망스러운 상황에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져 서서히 눈을 감으며 두 팔을 벌렸는데 불후금신은 불후의 기운이 깃든 억만 갈래의 자금색 빛을 발했다.

휘익!

검은색 돌풍이 휘몰아치는 구역에서 자금색 불후금신만 꼼짝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검은색 돌풍이 곧 닿기 직전, 목진의 나지막한 외침와 함께 억만 갈래의 자금색 빛이 폭발해 거대한 자금색 연꽃을 이뤘는데 꽃잎에 새겨진 오래된 부적이 마치 천지가 자연스레 만들어 놓은 부적 같았다.

“불후신통, 불후금련!”

위잉!

자금색 연꽃은 회전하더니 빠르게 움츠렸다가 검은색 돌풍이 닿을 무렵, 불후금신을 꽁꽁 감쌌다.

치익!

잇따라 파멸의 기운으로 가득 찬 검은색 돌풍은 자금색 연꽃을 집어삼켰고 그 구역은 온전히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

멀리서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더는 돌풍 속에서 아무런 생기도 느끼지 못했다.

꿀꺽.

대천세계 강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강대한 시천유를 상대할 용기가 없었다.

“녀석이 드디어 죽었네!”

염마족 통령과 도마족의 강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상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상대하기 어렵다니. 시천유도 시신삼고의 세 번째 공격까지 사용해야 했다.

시천유가 세 번째 공격을 퍼붓자 그들은 목진이 분명 죽을 거라고 여겼다. 여태껏 시신삼고의 세 번째 공격을 받아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청상 언니, 목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청령이 청상의 손을 꼭 쥐며 묻자 청상은 묵묵히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시천유의 파멸의 기운으로 가득 찬 세 번째 공격에 그녀도 목진이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철수 준비나 하자.”

청상은 작은 목소리로 청령한테 말을 건넸다. 목진이 정말 죽기라도 했다면 그들은 기회를 잃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사성탑에서 벗어나 장로님께서 주신 부적으로 상고의 성연을 떠나야 했다.

청령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저쪽에 금광이 나타났네!”

슉!

이에 다들 고개를 번쩍 들고 암흑의 세계를 바라봤는데 어둠 속에 한 줄기 자금색 빛이 나타나더니 어느새 미친 듯이 금광을 번쩍이는 자금색 연꽃 꽃봉오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꽃봉오리의 표면에는 비록 상처가 가득했지만 부서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위잉!

자금색 꽃봉오리가 어둠의 세계에서 무한의 자금색 빛을 발하며 활짝 피어나자 자금색 거인이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고, 거인의 어깨 위에 늘씬한 청년이 뒷짐을 쥐고 조용히 서 있었다.

“저건…… 목진이잖아!”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고 염마족 통령과 도마족 강자, 기타 역외사족 강자들도 화들짝 놀란 채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묵심과 현라도 순간 넋이 나갔다.

“이럴 수가!”

제단에 서 있던 해골 같은 시천유도 멍하니 목진을 바라봤다.

그때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던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세상을 쓰윽 훑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후금련…… 불후금신의 최강 방어술.”

목진은 고개를 숙여 불후금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도 불후금신의 두 번째 지존신통이 이토록 강대한 수호력이 있을 줄 몰랐다.

잇따라 그는 다시 고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시천유를 바라봤다.

퍽!

시천유의 뒤쪽에 서 있던 거대한 그림자는 힘이 다 닳은 듯 결국 폭발했다.

풉.

그리고 그때, 시천유는 사망의 기운이 잔뜩 깃든 시꺼먼 피를 토했다. 녀석은 시신삼고를 사용해 곧 죽을 목숨이 되었다.

“자네가 졌네.”

목진은 시천유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시천유는 지금 싸울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자네가 정녕 승리했다고 여기는 건가? 꿈 깨게!”

드디어 정신을 차린 시천유가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제의 유골이여, 폭발하라!”

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먼 곳에 있던 한 갈래 흑광이 전의의 바다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제단 위쪽 하늘에 나타나더니 메마른 몸에서 무한의 마의 빛을 발하며 폭발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미친놈, 마제의 유골을 폭발시키다니.

도대체 뭘 하려는 거란 말인가!

쿵!

마제의 유골이 폭발하자 도천의 마의 기운이 검은색 구름처럼 제단의 하늘을 덮었다.

그 광경에 다들 화들짝 놀라 시천유를 바라봤다. 아무도 녀석이 마제의 유골을 폭발시킬 줄 몰랐다.

심지어 염마족 통령과 역외사족의 강자들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외사족 사람들은 마제의 유골이 얼마나 소중한 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제의 유골은 시마족한테는 귀중한 존재였다.

“미친놈!”

묵심, 현라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시천유 수중의 마제의 유골 때문에 망설였던 것이었는데 녀석은 크게 다쳤고 마제의 유골도 폭발했으니 더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반면, 기뻐하는 대천세계의 강자들과 달리 목진은 위쪽에 떠 있는 두꺼운 마운을 보자 왠지 불안했다.

마제의 유골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시천유가 서슴없이 이를 폭발시켰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좋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제의 유골보다 더 좋은 것은 무엇일까?

목진은 자연스레 제단 중심의 여러 개 석비로 봉인된 검은색 석관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 안에는 천마제의 잔혼이 봉인되어 있었다.

“허허, 이제야 눈치챈 건가?”

시천유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하더니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허공에 떠 있던 마운이 회전하며 검은색 석관에 손가락만 한 검은색 액체 십수 방울을 떨궜다.

“저건…… 마제의 정혈이 아닌가!”

목진은 검은색 액체에서 난폭하기 그지없는 파동을 느끼고 불안해졌다.

그것은 마제의 정혈이었다. 일전에 시천유는 마제의 유골을 폭발시켜 그 힘으로 마제의 정혈 십수 방울을 이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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