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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49화 (848/1,000)

849화. 부도의 계승!

“그럼 보상으로 저한테 뭘 주실 건가요, 선배님?”

목진의 질문에 부도노조는 순간 멈칫하더니 껄껄 웃었다.

“네 이놈, 욕심이 참 많구나!”

“전 누구처럼 엄청난 뒷배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제 몫을 챙겨야죠.”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부도노조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목진과 부도족 사이의 원한이 제법 깊은 듯했다.

슈슉!

그때 저 멀리 떨어져 있던 현라와 묵심이 달려왔다.

“후손 현라와 묵심이 노조를 뵙습니다!”

두 사람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부도노조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노조, 우리는 노조께서 만드신 팔부부도를 부도신족으로 가져갈 중대한 임무를 안고 상고의 성연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종족의 계승을 위해 저희한테 넘기세요. 부도신족의 후손들은 절대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현라가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고 옆에 서 있던 묵심도 말을 덧붙였다.

“네, 노조. 선배님의 계승이 사라진 지 만 년도 넘게 지났습니다. 이에 부도신족이 엄청난 손해를 입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저희 종족 사람이 책임지고 이를 후대에 물려주려 합니다.”

목진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들을 바라봤다. 현라와 묵심이 대놓고 그의 전리품을 가져가려 하자 무척 화가 났다.

일전에 시천유와 싸우고 혈강 천마제를 상대할 때에는 누구보다 빨리 도망가 위기를 모면하더니 감히 목진이 받아 마땅한 계승을 빼앗으려 했다.

“난 일전에 나를 도와 혈강 천마제를 없앤 사람한테 큰 보상을 주겠다고 했었고 이를 해낸 사람은 목진 뿐이구나.”

부도노조가 현라와 묵심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 말에 그들은 다급해졌다.

“노조, 목진은 부도신족의 죄인으로 우리와 사이가 나쁩니다. 그한테 팔부부도의 계승을 넘기면 이것으로 우리 종족 사람들을 죽일지도 몰라요!”

녀석들의 말에 부도노조도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사색에 잠겼다.

반면, 자신의 말에 효과가 있는 듯 보이자 현라와 묵심은 기분이 좋아졌다.

“목진아, 한 가지만 물어보자꾸나.”

부도노조는 무덤덤하게 목진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요?”

부도노조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언젠가 부도족과 충돌이 생기면 어떡할 것이냐?”

목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어머니 때문에라도 부도신족과 충돌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강제로 부인한들 부도노조가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면…… 목진은 고개를 들고 부도노조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답했다.

“전 끝까지 마음이 가는 대로 할 겁니다.”

그때 가서 목진과 부도신족의 관계가 어떻든 그는 절대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목진의 대답에 현라와 묵심은 몰래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고개를 들었고 부도노조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들은 목진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목진 역시 끄떡없이 부도노조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현라와 묵심은 부도노조가 갑자기 흐뭇하게 웃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겠다라…… 좋구나, 좋아. 난 위급한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서서 악마를 상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믿는단다!”

“오늘부터 팔부부도의 계승자는 바로 너다!”

부도노조가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옆에 서 있던 현라와 묵심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제단에 서 있던 현라와 묵심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들은 부도노조께서 목진을 이렇게까지 높이 살 줄 몰랐다. 심지어 목진이 부도족과 관계가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팔부부도를 그한테 전수한다고 말했다.

“노조!”

“난 이미 결정을 마쳤단다.”

부도노조는 두 사람이 뭐라 하자 손을 휘익 저으며 결연하게 말했다.

“너희는 돌아가 부도신족의 장로들한테 알리거라. 부도족이 상고 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족에 인재가 많아서였단다. 그런데 너희가 계속 이대로 우매한 관점을 지닌 채 살아간다면 부도족은 더는 상고 때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노조의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무거워졌다. 그는 부도신족이 목진의 어머니 때문에 그를 죄인 취급한 것에 화가 난 듯했다.

한편, 현라와 묵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지만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질투와 불만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미천하게 여겼던 죄인이 상고의 성연에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줄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마땅할 이들이 목진의 들러리가 될 줄도 생각지 못했다.

“목진아, 나를 따라 계승을 받으러 가자꾸나.”

부도노조는 현라와 묵심을 무시한 채 목진을 바라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영광이 번쩍이더니 제단에서 사라졌다.

현라와 묵심은 그제야 안색이 한껏 어두워져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 녀석한테 계승을 빼앗길 것인가?”

묵심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으며 답했다.

“죄인 따위가 팔부부도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노조께서 굳이 녀석한테 계승을 전수해주시겠다고 하니 그 뜻을 따르는 수밖에…….”

“대신 녀석이 팔부부도를 갖고 성연대륙을 떠날 수 있을지는 노조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겠나?”

말을 마친 현라는 이내 정색했다.

“설마…….”

묵심이 흠칫 놀라 물었다.

“흑광 장로와 묵은 장로가 팔부부도를 빼앗길 것 같나? 그들이 일단 이 소식을 알게 되면 대장로의 명령을 거역해서라도 반드시 계승을 빼앗고 말 것이네.”

묵심은 그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절대 천지존인 흑광과 묵은 장로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럼 최후의 만찬을 즐기게 놔둡시다.”

* * *

목진 눈앞의 영광이 사라지자 주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곳은 탑 안으로 탑 벽에 오래된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창망하고 오래된 기운이 맴돌았다.

“여기는 어딘가요?”

목진은 익숙한 파동이 느껴져 앞쪽에 서 있는 부도노조한테 물었다.

“이곳은 내 부도탑 안이란다.”

부도노조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내 본체가 사망해 부도탑도 빛을 잃고 날이 갈수록 허름해지는구나.”

이에 목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노조의 부도탑은 많이 손상됐지만, 그는 여전히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놀라웠다.

“팔부부도의 출처를 아느냐?”

부도노조의 의식이 자리를 잡고 앉아 미소를 지으며 묻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팔부부도가 대천세계의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라 위력이 상당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것은 내가 전성기 때 만든 절세의 신통이란다. 바로 역외사족이 대천세계를 침범했을 때였단다.”

부도노조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난 지금까지 역외사족을 수도 없이 죽였고 내 부도탑으로 수십 명의 마제를 봉인했는데 그 중, 선급 천지존 마제도 제법 있었단다.”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수십 명의 마제를 봉인했다니, 이는 천지존 수십 명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절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양의 마제를 봉인한 탓에 봉마탑이 불안정해져 마제들을 부도탑의 수호신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목진은 흠칫 놀랐다. 마제를 수호신으로 만들다니!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해내려면 꼭두각시를 제련하듯 마제의 의식을 완전히 없애야 했는데 꼭두각시의 실력은 생전의 실력보다 훨씬 뒤처져 그것만으로는 팔부부도는 절대 36가지 절세의 신통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수호신을 내 부도탑에 묶어 본체와 연결함으로써 밤낮없이 제련했단다. 그래야 녀석들의 힘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부도노조가 으쓱하여 한 말에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부도노조는 역시 상고 시기,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다웠다. 그의 생각과 수단은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수호신을 제련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았단다. 수십 명의 마제를 놓고 실험한 결과, 세 명밖에 성공하지 못했단다. 하여 난 전쟁을 통해 마제를 대량으로 봉인하고 제련해 죽기 1년 전에 마침내 팔부부도를 제련해냈단다.”

부도노조가 이내 감탄하며 한 말에 목진은 자연스레 식은땀이 났다. 마제 수십 명을 제련했는데 성공한 건 세 명뿐이라니, 실패 확률이 어지간히 높은 것이 아니었다. 마제는 천지존급 강자라 벌레 잡듯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목진은 부도노조가 얼마나 미친 듯이 마제를 잡으러 다녔을지 상상이 되었고 여태껏 팔부부도를 수련해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수련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대천세계의 천지존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없었다. 그러다 그 일이 알려지면 아무도 그를 더는 대천세계 사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팔부부도의 수련법을 안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팔부부도는 수련법보다 팔부부도 자체가 가장 진귀하단다.”

목진의 표정을 읽은 부도노조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는데 파손된 부도탑이 파르르 떨리더니 탑 벽에 균열이 일었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적광 여덟 갈래가 날아왔다.

이는 부도노조한테 날아가더니 그 주위를 맴돌았는데 자세히 보니 빨간색 구슬 8개로 표면에 험악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목진은 빨간색 구슬 8개를 힐끗 본 것만으로도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며 살기가 이는 것이 느껴졌다.

위잉.

그때 체내의 성부도탑이 신성한 빛을 발하며 살기를 정화해 목진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후우.

정신을 차린 목진은 뒤로 물러나 잔뜩 경계하며 빨간색 구슬 8개를 쳐다봤다. 이 물건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다면 녀석은 바로 살인밖에 모르는 괴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팔부부도의 핵심인 부도주(浮屠珠)란다.”

부도노조는 빨간색 구슬 8개를 가리키며 미소를 짓더니 옷깃을 휘날렸다. 녀석들은 빨간빛을 발하며 8개의 그림자를 이뤘다.

각각 백 장 정도 되는 녀석들은 표독스럽게 생겼는데 누군가는 눈빛이 유난히 사나웠고 누군가는 표정이 상당히 진지했다. 생김새가 다른 녀석들은 전부 지극히 무서운 압박감을 내뿜었다.

“이들이 팔부부도란 말인가요?”

목진이 녀석들을 바라보며 묻자 부도노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그는 그제야 부도노조의 말을 깨달았다. 팔부부도는 절세의 신통이라기보다는 절세의 성물에 가까웠다. 이는 따로 수련할 필요가 없이 부도주 8개를 건네받으면 팔부부도를 수련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팔부부도는 수련법보다 여러 명의 마제로 제련한 8개의 부도주가 중요했다.

“그해, 내가 8개의 부도주를 만들어낸 것도 천운이 따랐던 것 같구나. 아마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고 해도 더는 만들어내지 못할 거란다.”

부도노조가 감탄하며 한 말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제들을 수호신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로 천운이 따랐다는 부도노조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부도주의 재료는 결국 마제라 사악한 기운이 깃들어 있단다. 하여 일반 천지존이라도 오래 사용하면 체내에 살기가 깃들어 본심을 잃기 십상이란다.”

부도노조는 흐뭇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다행히 너한테는 성부도탑이 있어 살기가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할 것이다.”

“네 실력이 강해질수록 팔부부도의 힘도 강해지는데 수련할 수 없어 싸울 때마다 대량의 지존영액을 소모해야 한단다. 그러니 지존영액을 미리 준비해두거라.”

“또 지존영액인가요?”

부도노조의 말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가 일전에 획득한 현룡군도 지존영액을 대량 축낼 예정인데 부도주도 마찬가지라니…….

아마 팔부부도를 사용하려면 지존영액을 적어도 천만 방울은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도노조는 멈칫하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실력이 부족하면 절대 강제로 팔부부도의 힘을 사용하지 말거라. 이는 마제로 만들어낸 물건이라 제련되었다고 한들 살기가 깃들어 있어 네가 장악하지 못할 힘을 다스리려 했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단다!”

이에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부부도도 영락없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렇다면…….”

부도노조가 목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손을 가볍게 들자 8개의 빨간색 구슬이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팔부부도의 계승을 받을 준비가 되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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