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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54화 (853/1,000)

854화. 주마점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녀석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고 부도신족 사람들이 대천루 대문을 나설 무렵에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젠가 제가 직접 부도신족에 가서 어머니를 구해낼 거예요.”

그 말에 9 장로는 순간 멈춰 서더니 고개를 가볍게 돌리고 씨익 웃으며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렇단 말이냐? 그럼 난 미리 감옥을 깨끗이 청소해놓고 네가 오기만 기다려야겠구나.”

그의 말에 경멸의 뜻이 가득 찼다.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밖에 안 되는 녀석이 아무리 팔부부도를 얻었다고 해도 부도신족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에 목진도 예리한 눈빛으로 9 장로를 노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가 되면 제가 직접 9 장로를 상대할 겁니다.”

“겁도 없는 녀석, 내 너를 기다리마.”

9 장로는 언짢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더니 휙 돌아섰다.

한편,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9 장로 등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부도신족에 갈 때는 이미 천지존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때 노인네한테 제대로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부도신족 사건이 끝나자 대천루의 긴장됐던 분위기는 바로 사라졌고 주마사들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천지존들이 정말 대천루에서 싸우기라도 했다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적염노선은 주위를 맴돌던 영력 암장을 서서히 거두더니 돌아서서 특이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다가 히쭉 웃으며 옆에 서 있는 육 루주한테 눈길을 돌렸다.

“대천궁에서 이 아이의 신분을 인정할 줄은 몰랐네. 그럼 목진은 대천궁 역사상 가장 약한 주마왕이 된단 말인가?”

보통 주마왕이 되려면 천마제를 상대할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목진은 턱없이 부족했다.

“나를 따라오세요.”

육 루주는 적염노선을 흘겨보더니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그에게 따로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을 도와주려고 나섰던 하파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잽싸게 육 루주를 따라나섰다.

육 루주는 대천루 내부에 있는 거실에 들어가서야 뒤돌아서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 대천궁 본부에서 당신을 주마왕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당신의 실력 때문에 주마왕의 권한을 줄 수는 없다는군요.”

목진은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대천궁 같은 최정예급 세력의 고위층 지도자가 되어 대천궁 강자들을 다스리는 권리까지 얻게 될 거라 여기지 않았다.

그는 역사가 유구한 대천궁의 권력 구조를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목진이 성급 천지존이었다면 당연히 주마왕으로서의 권리를 줬을 텐데 그는 겨우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뿐이었다.

이는 대천궁에서 주마왕의 권리를 누릴 정도의 실력이 안 되어 강제로 집행했다가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도 있었다.

아무도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밖에 안 되는 주마왕의 명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요?”

육 루주는 목진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대천궁에서 왜 그랬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아요. 제가 기필코 주마왕의 권리를 요구하면 오히려 나한테 해가 되겠죠.”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육 루주는 흐뭇하게 웃었다. 목진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전혀 오만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잘 가릴 줄 알았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비록 주마왕의 권리를 누릴 수는 없지만 어딜 가든 주마왕의 신분이라면 다들 감히 자네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차후에 실력을 충분히 키운 뒤, 다시 대천궁으로 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주마왕의 권리를 줄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육 루주님.”

목진은 대천궁의 결정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고 일전에 자신을 위해 나선 것이 고맙기만 했다.

“그리고 당신이 획득한 주마점은 온전히 당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은 아니지만 신분을 인정하였으니 인제 당신의 것입니다.”

육 루주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멈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럼 제가 주마점을 사용해도 된단 말씀이신가요?”

주마점으로는 대천궁에서 많은 걸 바꿀 수 있었다. 부동한 등급의 성물, 지존법신, 영단, 심지어 절세의 신통까지 말이다. 주마점은 영락없는 보배였다.

목진의 표정에 육 루주도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방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나를 따라오세요.”

목진은 활짝 웃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방 몇 개를 지나 문이 꼭 닫힌 창고 앞에 도착했다. 육 루주가 옷깃을 휘날리자 청동 대문에서 눈부신 영광을 발하더니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순간, 내부에서 스며져 나온 눈부신 빛에 목진은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대문이 완전히 열리자 목진은 내부를 쓰윽 훑고는 소름이 쫙 끼쳤다. 커다란 창고에 눈부신 빛을 발하는 수정구들이 떠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 중 평범한 물건은 없어 보였다.

“역시 대천궁은 대단하군요.”

목진은 창고에 가득 찬 보물을 보더니 이내 감탄했다. 대천궁은 역시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답게 지부의 창고만 해도 보물이 정말 많았다. 이는 일반 세력과는 절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수정구에 가격이 적혀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주마점으로 바꾸면 됩니다.”

육 루주는 목진을 데리고 창고에 들어가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얼른 다가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영롱한 수정구를 살폈다.

“고급 성물, 천염창(天炎槍), 800주마점.”

“대원만신통, 소광명지(小光明指), 1,100주마점.”

“만목회춘체(萬木回春體),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39위, 1,300주마점.”

* * *

목진은 수정구에 들어 있는 보물들을 보더니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급 성물과 대원만급 신통은 썩 내키지 않았다.

“육 루주님, 이보다 더 좋은 보물은 없나요?”

목진의 질문에 육 루주는 피식 웃더니 왼쪽 구역을 가리키며 답했다.

“저쪽 보물은 대부분 준절세의 성물로 당신에게 어울릴 것 같군요.”

절세의 성물은 보통 천지존경에 이르러야 사용할 수 있는지라 준절세의 성물은 자연스레 천지존경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 성물이었다.

이에 목진은 신속하게 왼쪽 구역으로 향했다. 그는 확실히 준절세의 성물에 관심이 갔다. 천제검의 힘이 다 닳아 높은 등급의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는 사람 머리 정도 크기의 수정구 옆에 멈춰 섰는데 그 속에 검은색 채찍이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가시가 잔뜩 박힌 채찍은 은은한 한광을 내뿜었고 표면에 오래된 부적이 새겨진 것이 특이한 기운을 방출했다.

“뭐지?”

목진은 검은색 채찍에서 익숙한 파동을 느꼈다.

“이는 박신편(縛神鞭)으로 상고의 만다라 꽃의 가지로 만든 준절세의 성물입니다. 이 정도 등급에 이르려면 만다라 꽃의 등급도 필경 천지존경에 이르렀을 거예요.”

옆에 서 있던 육 루주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자 목진은 왜 익숙한 파동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만다라 꽃의 가지로 만든 물건이었군요.”

이걸 만다라가 사용하면 강대한 위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성연성을 떠나면 일단 천라대륙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목부를 세운 지 얼마 안 됐는데 목부의 주인인 그가 오래도록 자리를 비우면 아무리 만다라가 있다고 한들 인심이 흔들릴 것이다.

여태껏 목부를 관리하느라 수고가 많았을 테니 박신편은 만다라에게 주면 제격일 것 같았다.

목진은 가격을 쓰윽 보더니 2,000주마점이면 괜찮은 것 같아 바로 주마령을 꺼내 거래를 진행했다.

박신편을 수중에 넣은 목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는데 바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이는 정교한 귀걸이로 파란 비취 같은 액체가 깃들었는데 특이한 액체 때문에 귀걸이가 유난히 돋보였다.

“안목이 남다르군요. 이건 천령옥수(天靈玉髓)로 천지의 영력이 지하에 오랜 시간 압축되어 형성한 산물이에요. 이를 지니고 다니면 수련 속도가 빨라져 다들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보물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 물건은 천지존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어 준절세의 성물이 되었답니다.”

육 루주는 목진의 눈빛을 발견하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잠시 고민했다. 천령옥수는 아직 하위 지지존일 뿐인 낙리한테 잘 어울렸다. 이 물건은 낙리의 수련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가격을 확인한 목진은 흠칫 놀랐는데 귀걸이는 무려 3,000주마점이었다. 수련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라 그런지 첫 번째 보물보다 더 비쌌지만 낙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허허,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큰 결정을 내리셨네요.”

육 루주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여인이 사용하는 귀걸이를 산 걸 보면 정인한테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육 루주의 말에 목진도 가볍게 웃더니 주마령에 남은 주마점을 확인했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주마점의 소모가 참 빠르단 생각에 몰래 혀를 내둘렀다. 주마사들이 성연대륙에 남아 주마점 벌이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럼 나한테 어울리는 준절세의 성물이나 볼까?”

목진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계속 걷다가 한참 지나서야 멈춰 섰다.

그는 조금은 이상한 눈빛으로 옆에 떠 있는 수정구를 쳐다봤다.

그 속에는 절세의 성물 대신 탱글탱글한 황금색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천천히 흐르는 액체에서 특이한 파동이 느껴졌다.

“이건…….”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황금색 액체를 바라봤다.

“금강파령장(金剛破靈漿)인가요?”

금강파령장은 금강파령석(金剛破靈石)으로 만든 특이한 천재지보로 물처럼 부드러운 것 같지만 더없이 견고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또한, 영력에 대하여 독특한 투과력이 있어 대부분 절세의 성물을 만들 때 보통 금강파령장을 곁들이곤 한다.

“이걸 원하나요? 설마 직접 절세의 성물을 만들 건가요?”

육 루주가 흠칫 놀라 묻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직접 절세의 성물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금강파령장이 그한테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했다.

불후금신은 변화무쌍한 불후신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표면에 금강파령장을 씌우면 위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 심지어 진정한 절세의 성물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닐 가능성도 있었다.

그한테 이보다 적합한 보물은 또 없을 것이다.

목진은 가격을 보더니 3,000주마점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거래했다.

금강파령장과 불후신문을 함께 사용하면 진정한 절세의 성물 못지않은 위력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후신문의 변화무쌍의 특성상 공격과 수비가 다 되어 여러 가지 절세의 성물을 획득한 거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남은 2,000주마점으로 중급 성물과 9급 지존 및 하위 지지존들한테 좋은 영단을 구매했다.

이건 그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목부 사람들한테는 상당히 진귀한 보물들이었다.

그는 주마점을 전부 사용한 뒤에야 아쉬운 듯 가볍게 손뼉을 치며 육 루주와 함께 창고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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