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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56화 (855/1,000)

856화. 목부의 주인

한편, 그들이 대전에 발을 들이자 웅장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쳤는데 근처에 서 있던 목부의 강자들은 힘없이 튕겨 나갔다.

“지지존 대원만?”

유천도 등은 자운종에서 파견한 세 사람이 전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줄 몰랐다. 자운종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무례하네!”

만다라는 녀석들의 무례한 행동을 더는 참을 수 없어 이내 정색하며 장풍을 쐈다. 어두운 빛이 요동치며 기의 회오리를 이뤄 공간을 가르며 백발노인에게 향했다.

백발노인도 피식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는데 주먹에 보라색 달을 방불케 하는 보랏빛이 번쩍이며 자신에게 향하는 기의 회오리에 맞섰다.

쿵!

난폭한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대전 전체가 파르르 떨렸고 백발노인은 뒤로 몇 보 물러났고 만다라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손잡이를 꽉 잡았는데 의자에 금세 균열이 일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막상막하였다.

“허허, 역시 상고의 만다라라 그런지 범상치 않군요. 자운종의 자천비(紫天碑)가 목부의 주인을 뵙습니다.”

백발노인은 괴상한 눈빛으로 만다라를 쓰윽 훑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난 목부의 주인이 아니라 대신 관리해주고 있는 것뿐이네. 자운종에서는 왜 자그마한 북계에 온 건가?”

만다라가 무덤덤하게 묻자 백발노인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만다라 부주께서도 아시다시피 북역 패주 쟁탈전이 곧 시작될 거라 종주의 명령을 받들어 목부를 영입하러 온 겁니다. 언젠가 자운종이 북역의 패주가 되면 목부는 영락없는 대공신이라 우리는 선물로 북계의 땅을 몇 군데 선물할 생각입니다.”

말을 마친 백발노인은 영광을 발하며 은은한 위압감을 내뿜는 보라색 족자를 꺼내더니 손가락을 튕겨 만다라한테 건넸다.

그러나 만다라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둘러 보라색 족자를 거절했다.

“우리 목부는 실력이 형편없어 자운종에 가입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다른 세력을 알아보게.”

“만다라 부주, 자운종에서 건넨 초청장을 마다할 사람은 없습니다. 부디 심사숙고하고 결정하길 바라지요.”

백발노인은 껄껄 웃으며 말했지만 협박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에 만다라는 화가 나 씩씩거렸는데 백발노인은 보는 척도 안 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기분이 상해 목부를 어떻게 만들어 놓을지 모르겠군요.”

그들은 비록 세 명뿐이었지만 전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만다라만 잡아두면 나머지 두 사람만으로도 목부의 강자를 전부 없앨 수 있었다.

백발노인의 말에 대전에 모인 목부의 강자들은 화가 났지만 두렵기도 했다. 자운종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만다라도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주먹을 꽉 쥔 채 상대방을 바라봤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세 명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허허, 좋네요. 자운종에서는 절대 목부 사람들을 섭섭지 않게 할 거예요.”

백발노인은 방긋 웃으며 다시 보라색 족자를 만다라한테 건넸다.

목부 강자들은 서서히 만다라를 향하는 족자를 보더니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자운종은 목부의 체면을 처참하게 짓밟아버렸다.

만다라도 주먹을 꽉 쥔 채 한숨을 쉬고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족자를 낚아챘다.

“누군가?”

백발노인이 흠칫 놀라 묻자 대전 어딘가의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늘씬한 청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운종? 목부를 앞잡이로 쓰고 싶다 이건가? 당신들이 감히?”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에 힘을 주자 보라색 족자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가루가 되었다.

만다라와 유천도 등은 눈을 뜨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낯익은 청년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주님?”

“목진아?”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만다라, 유천도 등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대부분은 목진이 찢어버린 보라색 족자에 눈길을 돌렸다.

그것은 자운종을 대표하는 징표로 아무도 감히 거절한 적이 없었고 사람들 앞에서 부수는 경우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족자를 파괴하는 사람은 자운종을 무시하는 것으로 여기고 큰 재앙을 내리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 사람이 우리 목부의 부주란 말인가?”

“아이고, 나이가 너무 어려 홧김에 족자를 찢어버린 것 같은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런단 말인가!”

목부의 강자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성급했네!”

강자들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서 있었다. 보라색 족자를 찢어버리면 마음은 후련해지겠지만 자운종에서 내릴 엄벌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곧 큰 화가 닥칠 것 같군. 목부는 이제 위험하니 따로 살길을 마련해야겠네.”

목부의 강자들은 목진의 담대한 행동에 깜짝 놀랐다. 상대방이 자운종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무려 세 명이나 되는지라 그들만으로도 목부를 발칵 뒤집을 수 있었다.

유천도, 유명궁 궁주 등 목부에 가장 빨리 가입한 사람들도 안색이 어두워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들마저 오늘 일은 수습하기 어렵다고 여겼다.

자운종의 세 명의 노인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데 백발노인은 족자가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발견하고 표정이 굳었고 눈에는 한기가 맴돌았다.

“허허, 제법이군. 여태껏 살면서 자운종의 족자를 찢는 사람은 처음 봤네!”

백발노인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나타났군.”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니 손에 묻은 가루를 툭 털어냈다.

“내가 열 번 호흡할 동안 목부에서 물러나게.”

이와 동시에, 목진은 겁에 질린 채 서 있는 목부의 강자들을 쓰윽 훑었다. 일전의 위급한 상황에서 그는 도망가려는 사람을 일부 발견했다. 중요한 시기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목부에 남겨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목진의 말에 상대방은 흠칫하더니 껄껄 웃었는데 대전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유천도 등도 인상을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들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몰랐다.

이에 그들은 자연스레 만다라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목진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목부의 부주가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녀석일 줄이야.”

백발노인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목부는 계속 존재할 필요가 없겠군.”

쿵!

백발노인이 말을 마치자 옷깃이 미친 듯이 펄럭였고 체내에서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내뿜어 대전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자네부터 손봐주겠네!”

백발노인은 씨익 웃으며 말하더니 귀신처럼 순간 목진의 앞쪽에 나타나 장풍을 쐈다. 주위의 공간에 금세 균열이 일었는데 그것만 봐도 그의 공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목부 강자들은 자천비가 목진을 죽이려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목진은 목부의 주인인데 이대로 죽으면 목부는 정말 멸망할 것이다.

유천도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이를 악물고 목진을 구하러 가려 했는데 만다라가 갑자기 막아 나섰다.

“만다라 대인!”

유천도 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목진은 물론이고 그들이라도 즉사할 정도였다.

한편, 만다라는 여전히 정색하며 목진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는 목진한테서 은은한 압박감을 느꼈다.

목진은 더 이상 목부를 떠났을 때의 하위 지지존이 아니었다.

쿵!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는데 백발노인의 손이 곧 목진의 가슴팍에 닿을 무렵, 목진이 손을 가볍게 들어 날벌레 때리듯 가볍게 손을 내밀자 ‘쿵!’ 하고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부 강자들은 목진이 죽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지면에 긴 흔적을 남기며 멀리 튕겨 나간 것을 발견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맥없이 튕겨 나간 사람은 목진이 아니라 자운종의 자천비였다.

슉!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목진이 서 있는 쪽을 바라봤는데 그는 여전히 손을 내민 자세를 유지하며 제자리에 꼼짝않고 서 있었다.

백발노인의 강력한 공격에도 목진은 끄떡없었고 되려 상대방이 멀리 내쳐졌다.

풉.

자천비는 간신히 멈춰 서서 피를 토하더니 사색이 되어 목진을 바라봤다. 일전에 손바닥을 맞댔을 때, 그는 상대방한테서 지극히 무서운 힘을 느꼈는데 상위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그마저 놀랄 정도였다.

그는 그제야 목진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반보 지지존 대원만이라니!”

자천비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일전의 대결에서 목진은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자천비는 목진이 어찌 반보 지지존 대원만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자신을 물리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목부의 강자들도 적잖게 놀랐고 유천도 등은 입이 떡 벌어졌다. 목진이 목부를 떠났을 때까지만 해도 하위 지지존일 뿐이었고 한 해 조금 넘는 사이, 벌써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되었다니!

더구나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완전히 제압했다.

“녀석이 수상하니 함께 나섭시다!”

자천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목진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알아챈 것이다. 자천비 혼자서는 절대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에 옆에 서 있던 자운종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두 명도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기를 품은 채 목진을 바라봤다.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더니 공간이 일그러졌다가 순식간에 자천비 무리 앞쪽에 나타났다.

“지존법신을 소환하게!”

자천비 등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영력을 끌어올리자 뒤쪽에 웅장한 영광이 모였다. 그들은 목진한테서 지극히 강렬한 위협감을 느꼈다.

그때 수정의 빛을 발하는 손바닥이 날아오더니 파죽지세로 그들의 영력 방어막을 뚫고 가슴팍을 가볍게 때렸다.

퍽!

묵직한 소리와 함께 자천비 등은 다시 멀리 튕겨 나가 대전의 돌기둥에 힘껏 부딪혔다.

풉.

그들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더니 체내의 영력이 신속하게 사그라드는 것을 느껴 황급히 고개를 숙였는데 가슴팍에 난 수정 같은 장인을 따라 수정 영력이 체내에 스며들어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억제했다.

마치 영력이 봉인된 것처럼 말이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들이 내뿜던 강력한 영력 파동이 전부 사라졌다.

체내의 영력이 완전히 봉인된 것을 확인한 세 사람은 그제야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의 수단이 너무 무서웠다. 그들은 목진 앞에서 지존법신을 소환할 기회조차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는 대원만급 강자가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아마 천지존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 같았다.

자운종의 종주처럼 말이다.

설마 목부의 주인도 해당 등급에 이르렀단 말인가!

“얼른 떠납시다!”

녀석들은 얼굴이 잿빛이 된 채 얼마 남지 않은 영력을 끌어올려 미친 듯이 도망갔다. 그들은 목진이 선보인 실력에 진정한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목진은 상갓집 개 보듯 조용히 서서 녀석들을 보기만 했다.

퍽!

대전 밖에서 갑자기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더니 자천비 등이 다시 튕겨 나가 대전으로 돌아왔다.

“소주께서 물러나라고 하명하지 않으셨는데 어찌 감히 도망간단 말인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대전으로 들어왔는데 그중 한 사람은 하얀색 치마를 입은 미녀였고 다른 한 사람은 튼실한 사내로 두 주먹을 꽉 쥔 채 자천비 등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강대한 영력 파동은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

일전에 자천비 등을 날린 사람은 바로 튼실한 사내였다.

목진은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잔뜩 겁에 질린 자천비 등을 노려보며 물었다.

“목부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 여긴 건가?”

사람들은 목진 앞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자천비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오만방자하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세 명의 처참한 몰골에 다들 속이 후련해졌고 목부 사람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제 더는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에 의심 따위는 없었고 경외의 빛으로 가득 찼다.

이 엄청난 기백과 수단이라…….

이 사람이 정녕 목부의 진정한 주인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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