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8화. 북역 패주 쟁탈전
만다라도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도 목진이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천세계에서 실력을 능가할 건 없었다.
“너도 잘 알다시피 북계는 방대한 북역 중 아주 작은 한 구역일 뿐이야. 우리는 비록 북계를 통일했지만 북역에서 놓고 보면 중급 세력일 뿐이야.”
만다라가 한 말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천라대륙은 대천세계의 엄청난 대륙으로 이 정도 규모의 대륙은 워낙 흔하지 않은지라 세력이 수도 없이 많기 마련이며 실력이 뛰어난 세력도 제법 있었다.
“현재, 북역의 최강 세력은 자운종, 뇌음산(雷音山)과 금조부(金雕府)야. 이들이야말로 북역의 진정한 거장으로 북역의 7할 정도의 땅을 차지했어.”
“자운종, 뇌음산, 금조부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그 세력들을 처음 들어보았다. 북계가 지금껏 너무 혼잡하고 나약해 그들은 이곳에 손을 뻗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목부가 북계를 통일하고 실력이 점차 강대해질 뿐만 아니라 만다라 같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있어 자연스레 눈에 띄기 시작한 듯했다. 그래서 자운종에서도 사람을 파견했던 것이었다.
“자운종의 실력은 어때?”
자운종은 절대 이대로 그만둘 것 같지 않아 목진은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
“자운종의 장로 여섯 명은 전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데 자천비 등이 그중 세 명이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여섯 명이나 확보했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하황조, 성마궁도 천라대륙에서 제법 유명했지만 자운종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목진은 지금까지 천라대륙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운종의 최강자는 이들이 아니라 종주인 자운진군(紫雲真君)이야. 그는 오래전에 이미 지지존 대원만 정상에 이르렀고 지금은 곧 천지존경에 이를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의 실력은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보다 훨씬 강해.”
자운진군이란 말에 만다라마저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천세계에서 지지존 대원만에 머무른 강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천지존경에 이를 가망이 보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들은 언젠가 경지를 돌파하고 진정한 천지존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곧 천지존경에 이를 거라…….”
목진도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북역에는 천지존이 없어?”
목진은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들이 천라대륙 같은 엄청난 대륙을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어야 정상이라고 여겼다. 이곳에 여태껏 주인이 없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천세계의 천지존들이 무궁무진한 자원이 깃든 천라대륙을 포기할 리 없었다.
“천라대륙에 천지존이 한 명도 없을 수 있어.”
만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천라대륙을 눈여겨보고 있는 천지존은 생각보다 많을걸?”
목진은 흠칫하더니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천라대륙을 눈여겨보고 있던 거였군.”
천라대륙은 상당히 좋은 땅이라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 중, 이를 탐내지 않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 다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 이를 수중에 넣을 확신이 없어 천라대륙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천라대륙을 눈여겨보고 있는 정예급 세력들은 천지존을 파견하지 못하게 했고 천라대륙의 싸움에 간섭하지 못하며 진정한 패주 세력이 나타날 때까지 자연스럽게 발전하도록 놔두자고 약속했어.”
만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천지존을 파견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따로 방법을 생각해냈지. 바로 천지존보다 실력이 조금 못한 강자를 파견해 새로 세력을 만들거나 실력이 막강한 기존의 세력을 더 크게 키워 천라대륙의 진정한 패주가 되는 거야.”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럼 천라대륙의 일부 정예 세력의 뒷배가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란 말인가?
이에 만다라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운종, 뇌음산, 금조부의 뒷배는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들이야. 저들은 몰래 숨어 북역의 패주가 되려고 여태껏 애를 썼고 다음 달에 있을 북역 패주 쟁탈전에서 결론을 내려고 해. 규정상, 이번 대결에서 누가 승리하든 나머지 패주 세력들은 전부 북역을 떠나야 한대.”
“그래서 저렇게 막무가내인 거였군.”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자운종 사람들은 등에 엄청난 뒷배를 업고 있어 저렇게 우쭐거렸던 것이었다.
목진은 천라대륙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그는 천라대륙에 정예급 세력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이곳은 이미 저들의 싸움터가 되었고 그와 대라천역은 싸움터에 오를 자격이 없었을 뿐이었다.
아마 일전에 상고의 천궁이 열렸을 때도 저들이 이를 차지하려 했을 텐데 염제와 무조가 나타나 생각을 접었던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천라대륙의 형세가 복잡하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천지존이 아니고서는 두려울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상대방이 곧 천지존경에 이를 사람이라도 말이다.
더구나 목진은 대천궁의 주마왕이 되어 정예급 세력들은 그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비록 그한테 주마왕의 권리는 없지만 대천궁은 그의 신분만은 인정해 줄 것이다.
이것보다 좋은 방패는 없었다. 정예급 세력과 천지존들은 대천궁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밖에 목진한테는 아직 무조가 준 부적이 남아 있었다.
실력 향상과 여러 가지 강력한 수단들로 인해 목진은 예전에 생각조차 못 했던 일들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부의 한 해 수입이 어느 정도야?”
목진은 갑자기 만다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목부의 한 해 수입은 아마 지존영액 3억 방울 정도는 될 거야.”
목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만다라는 멈칫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3억이라…….”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해마다 지존영액을 8억 방울이나 사용하는 현룡군을 먹여 살려야 했다.
그리고 일기화삼청 못지않은 절세의 신통인 팔부부도는 위력이 대단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역시나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했다.
아마 목진은 1년에 지존영액을 적어도 10억 방울 정도는 사용해야 자신의 수련과 팔부부도, 현룡군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 목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운종의 한 해 수입은 어느 정도야?”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다시 묻자 만다라는 천취황한테 눈길을 돌렸다. 천취황이 외부의 정보 수집을 책임지고 있었다.
“부주님, 자운종의 한 해 수입은 지존영액 15억 정도 됩니다.”
“15억이라…….”
천취황의 말에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그의 개인적인 수요와 목부의 지출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만다라는 갑자기 피식거리는 목진을 보더니 투덜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단 자운종을 어떻게 상대할 지부터 생각해. 저들은 절대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그토록 강대한 실력을 선보였으니 목부도 북역의 3대 패주 세력의 눈에 들 거야. 그럼 앞으로 훨씬 번거로워질 거야.”
이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운종은 북역의 패주 세력 중 하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압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지금은 목진이 돌아왔지만 말이다.
“뭘 더 생각해…… 한 달 뒤에 북역 패주 쟁탈전을 개최한다고 했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만다라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녀는 목진이 왜 이걸 물어보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럼 결정했어. 우리 목부도 북역 패주 쟁탈전에 참가해 북역 패주가 될 거야!”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다들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역 패주 쟁탈전에 참가한다고?”
목진의 말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은 목진의 엄청난 포부에 깜짝 놀랐다.
북계의 실력은 방대한 북역에서 중급 정도일 뿐이라 북역의 패주가 되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
아무리 목진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목부의 정예급 역량이 너무 뒤처졌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만다라 한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문 쪽에 서 있는 영계와 용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상과 영계도 목부에 가입할 거야. 용상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이고 영계는 고급 영진 종사야.”
용상의 실력은 일전에 봐서 다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얀색 치마를 입은 수려한 여인이 보기 드문 고급 영진 종사란 말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한 갈래 영광이 번쩍이더니 튼실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현룡군의 통령, 강룡이었다.
“주인님.”
강룡이 나타나자마자 목진한테 인사를 올리고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살폈다.
“강룡 통령도 앞으로 목부 사람이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강룡의 어깨를 다독였다. 강룡도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실력이 막강했다.
한편, 강룡은 목진이 뭘 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유천도 등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은 자신의 실력을 확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조력자들도 확보하고 있었다.
이는 무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들로 실력만 보면 이미 목부를 능가했다.
이에 목부의 강자들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들은 여태껏 실력 때문에 감히 북역의 패주 자리를 감히 넘보지 못했는데 목진의 귀환으로 목부의 실력이 대폭 증가했으니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역 패주가 되지는 못해도 자운종과 동일한 지위에 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들의 신분, 지위와 수련 조건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부의 강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목진은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부가 북역의 패주가 되려면 부하들의 마음도 중요했다. 그들이 싸울 마음이 없다면 목진의 포부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어떤 것 같아?”
목진은 다시 돌아서서 만다라를 보며 물었다.
“네가 부주니까 네가 알아서 해.”
정작 만다라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
그녀도 목진이 데려온 강한 조력자들을 보고 놀랐다. 그들만 있으면 목부의 실력은 북역의 정예급 세력과 얼추 비슷해질 것이다.
다만, 목부가 북역의 패주가 되는 것은 결국 목진한테 달렸다. 이들한테는 아직 자운진군처럼 곧 천지존경에 이를 최정예급 강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부주가 북역 패주에 뜻이 있다고 하니 너희는 지금부터 수련에 열중하거라. 한 달 뒤, 목부는 북역 대회에 참가해 다른 세력들과 대결할 것이다!”
“네!”
만다라의 말에 목부의 강자들은 힘차게 소리를 지르더니 목진한테 인사를 올리고 하나둘씩 대전에서 물러났다.
“갑자기 북역 패주는 왜 되려고 하는 거야?”
만다라는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나서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만다라는 목진이 야심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는 절대 목부를 버리고 혼자 1년도 넘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답했다.
“난 해마다 지존영액이 적어도 10억 방울은 필요한데 나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어.”
만다라의 생각대로 목진은 북역의 패주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현룡군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는 전성기 시절, 선급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었던 군대라 목진은 절대 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대량의 지존영액을 벌어들이는 데 낭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목부를 지금보다 훨씬 강대한 세력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만다라는 그제야 깨달았다. 목진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지존영액이 그한테 상당히 중요한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목진은 절대 번거로움을 마다하면서까지 북역의 패주 쟁탈전에 참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