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9화. 장경루와의 거래
“여긴 목부이고 넌 이곳의 유일한 주인이야. 네가 원하면 목부는 너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눈치챘다.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목부의 주인이긴 하나 목부는 만다라가 그를 위해 세운 세력이고 여태껏 만다라가 다스려왔다. 하여 목진은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있는 이곳을 이용해 대량의 지존영액을 벌어들이려는 것이 왠지 미안해졌다.
“참, 여긴 영계 누이, 용상과 강룡이야.”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계 등을 소개했다.
영계 등도 상냥하게 웃으며 만다라를 바라봤다. 그들은 오는 길에 목진한테서 만다라에 관한 일을 전해 들었기에 그녀한테 고마움이 컸다.
만다라도 상대방의 뜻을 알아채고 바로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들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만다라는 목진 등을 데리고 목부의 본부, 옛 대라천역의 대라천으로 갔다. 그곳은 상고의 천궁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목진도 북계와 연결한 상고의 천궁이 궁금해 만다라와 함께 다시 상고의 천궁에 들어갔다.
이곳은 여전히 오래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더는 폐허가 아니었다. 새로운 전각들이 형성돼 한때, 천라대륙을 지배하던 엄청난 세력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상고 천궁의 대부분 구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야. 그곳에 파손된 영진이 있는데 위력이 엄청나 아무리 나라도 강제로 없애지 못해서 일단 접근 금지령을 내렸어.”
만다라는 생기를 되찾은 상고의 천궁을 보며 생긋 웃었다. 이곳은 그녀의 고향이나 다름없는데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쉽게도 완전히 불에 타서 없어졌다.
“파손된 영진은 영계 누이한테 맡기면 돼. 누이는 고급 영진 종사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목진이 생기를 되찾은 천궁 공간에 만족한듯 웃으며 말하자 영계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영진에 관심이 많아 상고의 영진을 연구할 기회가 생긴 것에 더없이 기뻤다.
이에 만다라도 기분이 좋았다. 고급 영진 종사의 도움이 있으면 천궁 공간의 개척도 더 빨라질 것이다.
목진 등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잠시 후 커다랗고 은하수처럼 눈부신 하천을 발견했다.
“참으로 순수한 천지의 영력이군!”
영계, 용상 등은 하늘에서 천천히 흐르는 지극히 웅장한 영력 하천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이곳의 영력은 외부 세계의 수십 배라 여기서 수련하면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이다.
“수련 성지가 따로 없군!”
목진도 이내 감탄하며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천지의 주위에 백옥 수련대가 새로 생긴 것이 보였다.
그곳은 웅장한 영력으로 감싼 채 천지 밖에 떠 있었고 그 위에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슉!
그때 멀리서 두 갈래 빛줄기가 날아와 목진 등의 앞쪽에 내려앉았는데 한 사람은 냉미녀, 한 사람은 수려한 여인이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당빙과 당유 자매였다.
“부주님, 만다라 대인을 뵙습니다!”
당빙과 당유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그들이 허리를 굽히려고 하자 목진이 힘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빙 누이, 우리끼리는 그럴 필요 없어요.”
과거 목진은 구유궁의 통령일 뿐이었고 당빙, 당유와 서로 돕고 협력해 구유궁을 점차 강대하게 만들었다.
목진의 훤칠한 얼굴에 걸린 익숙하고 부드러운 미소에 두 여인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목진은 비록 신분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전과 다르지 않았다.
“당빙과 당유는 목부의 집사로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어. 천지의 수련령만 봐도 북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물건이야.”
만다라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천하수련령(天河修煉令)?”
“천지는 외부에서 보기 드문 수련 성지라 목부의 강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한을 걸어뒀지. 목부 휘하 도성에서는 해마다 성적에 따라 일정한 수량의 천하수련령을 나눠주는데 수련령 하나로 천지에서 1년 동안 수련할 수 있도록 했어. 다들 천하수련령을 많이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있어.”
만다라의 해명에 목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는 천지의 장점을 아주 잘 살린 방식으로 앞으로 목부에 더 많은 강자를 영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대단해.”
목진이 당빙, 당유를 향해 엄지를 척 내밀자 무뚝뚝한 당빙도 생긋 웃었고 당유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괜히 옷자락만 만지작거렸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천지 주위에 모여 수련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활기차고 생기 가득한 목부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기회만 되면 목부는 분명 대천세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이리 생각하던 목진은 멈칫하더니 만다라 등한테 말을 건넸다.
“영계 누이 등을 잘 부탁해.”
목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사라졌다. 그 모습에 만다라는 순간 사색에 잠겼다.
그녀는 일전에 소환의 파동을 느꼈는데 이는 상고의 천궁에 숨은 장경루일 것이다.
* * *
목진은 앞이 아른거리더니 순식간에 별이 반짝이는 드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그는 반짝이는 별들이 전부 공법이나 지존신통이란 걸 잘 알았다.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앞쪽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는 장경루의 소환에 다시 이곳에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장경루는 보통 상고의 천궁에 숨어있어 인연이 닿아야만 소환을 받고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목진은 이미 장경루에 들어온 적 있었기에 이번에는 왜 자신을 소환했는지 궁금했다.
그때 목진의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오래된 문자가 나타났다.
“네 몸에 나한테는 없는 신통이 있구나.”
목진은 순간 멈칫했다. 장경루는 목진이 지닌 신통이 탐이 난 모양이었다. 목진한테는 있고 장경루에는 없는 신통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팔부부도를 말하는 건가?”
목진은 바로 눈치를 채고 피식 웃으며 물었다.
“뭘 하려는 건가?”
장경루는 영성이 있어 강대한 신통을 수집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듯했다.
“수집.”
오래된 문자가 다시 변하자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수집하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팔부부도는 대천세계의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로 위력이 일기화삼청 못지않으니 그 가치는 잘 알 것이네.”
목진은 장경루의 요구에 전혀 언짢아하지 않았다. 팔부부도의 핵심은 수련법이 아니라 부도노조가 제련한 부도주로 그 재료는 바로 마제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대천세계에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마제가 그렇게 많지 않아 어렵게 재료를 구했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부도주를 한 알도 만들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여 목진은 팔부부도의 수련법을 장경루에 두는 것을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고의 천궁의 주인이고 장경루도 이곳에 있으니 보관하는 곳을 바꿀 뿐이었다.
또한, 장경루는 목진이 상고의 천궁의 주인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었다.
하여 팔부부도의 수련법으로 이곳에서 가치가 상당한 물건을 바꿀 수 있으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장경루가 조용해지자 목진은 미소를 지은 채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그한테서 팔부부도의 수련법을 그냥 가져가기란 불가능했다!
아무리 장경루라도 말이다.
잠시 후, 목진 앞쪽의 오래된 문자가 다시 일그러지더니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졌다.
“두 가지 선택이 있네. 첫째, 이곳에서 절세의 신통의 수련법을 가져가는 것이네.”
“절세의 신통?”
목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경루에는 역시나 절세의 신통 수련법이 존재했다. 그런데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한 가지인지, 일반 절세의 신통인지는 아직 몰랐다. 만약 전자라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질문을 던졌는데 장경루는 일반이라고 답했다.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장경루가 이렇게 인색할 줄이야! 일반 절세의 신통으로 무려 팔부부도의 수련법을 바꾸려 하다니, 설마 팔부부도의 핵심이 수련법이 아닌 걸 안단 말인가?
“두 번째 선택은 뭔가?”
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비록 일반 절세의 신통도 나쁘지만 않았지만 팔부부도를 획득한 지 얼마 안 된 그한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이곳에서 일기화삼청 두 번째 경지의 수련법을 가져가는 것이네.”
무려 일기화삼청 두 번째 경지의 수련법이라니!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일기화삼청에 삼분경, 삼합경, 삼신경 등 세 가지 경지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제아무리 열심히 수련해도 여전히 첫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고 두 번째 단계인 삼합경은 갈피도 못 잡고 있었다.
일기화삼청은 지금 목진한테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실력이 향상될 때마다 위력이 배로 늘어났다.
하여 일기화삼청의 경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목진한테 더도 없는 좋은 일이었다.
그도 일기화삼청의 삼합경의 위력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들어 앞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로 하겠네!”
그는 다른 절세의 신통을 수련하는 것보다 일기화삼청을 끝까지 수련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때 목진 주위의 공간이 다시 움직이며 별이 빛나는 공간이 물러나고 황금색 나뭇잎이 수북한 지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올랐는데 표면에 잔뜩 새겨진 신기한 부적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꼭 지혜의 상징 같았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갑자기 영광이 모이더니 튼실한 사내의 모양을 이뤘다.
“천제 선배님?”
목진은 낯익은 사내를 보더니 흠칫 놀라 외쳤다. 그는 바로 천제였다.
완전히 사라져야 마땅할 천제가 왜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이와 동시에, 천제도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불러 앞에 세우더니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주위 공간에 파동이 일다가 검은색 및 하얀색 도포를 입은 천제가 나타났다.
일기화삼청이었다.
보아하니 그는 천제가 아니라 일기화삼청을 수련했을 때, 천제가 장경루에 남긴 낙인인 듯했다.
흑백 천제도 자리에 앉아 손을 뻗으며 두 눈을 감자 천제의 본체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목진도 한 손으로 결인하여 흑백 목진을 소환한 뒤, 흑백 천제의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혔다.
황금색 나무 아래에 앉은 세 명의 목진도 손을 뻗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세 명의 천제의 손과 맞댔다.
쿵!
순간, 목진의 뇌리에 범음이 울려 퍼지더니 대량의 정보가 홍수 쏟아지듯 몰려왔다.
그 속에 수많은 장면이 들어있었는데 전부 천제가 생전에 수련하던 장면들로 그의 수련 경험이었다.
목진은 바로 수련 상태에 푹 빠졌는데 일기화삼청을 수련하면서 겪었던 문제점들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상태는 상당히 진귀했기에 목진은 곧바로 일기화삼청의 두 번째 경지의 수련을 시작했다. 밖에서 보면 목진과 흑백 목진의 몸에서도 은은한 영광을 발했는데 세 사람의 영광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