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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63화 (862/1,000)

863화. 3대 패주

세 사람이 내뿜는 강력한 영력 파동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고 요동치던 천지의 영력은 그들을 가까이하자 온순한 양처럼 조용해졌다.

그들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천지와 어우러지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고, 누구든 그들을 공격하면 이 구역의 하늘과 땅을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목진은 특이한 느낌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은 역시나 곧 천지존경에 이를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아직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불러야 하지만 일반 대원만급 강자들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그들도 일전에 목진이 지지존 대원급 강자들을 손쉽게 쓰러뜨린 것처럼 녀석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만다라, 영계 등도 어느새 다가와 목진의 옆에 멈춰 서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역시 북역의 패주답군. 저 정도면 상고 천궁의 4대 전주와 실력이 비슷할 거야.”

만다라가 나지막하게 말하며 정색하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상고의 천궁의 4대 전주들도 천지존경에 이를 정도의 강자들이었어?”

목진은 상고의 천궁의 4대 전주들은 그저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줄 알았다.

“천제께서 직접 배양한 사람들이 평범할 리 있을까? 상고의 천궁을 세운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역외사족을 상대하지만 않았어도 저들은 분명 천지존경에 이르렀을 거야.”

만다라가 흘겨보며 말했고 목진은 그제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손쉽게 죽일 수 있게 된 그는 사실, 상고의 천궁의 실력에 의심이 갔다. 상고의 천궁의 주인의 실력은 무려 성급 천지존경에 이른 천제인데 나머지 사람들은 천지존경에도 이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 4대 전주가 일반 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면 지금은 북역을 지킬 자격도 없을 것이다.

곧 천지존경에 이를 실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천제와 비교하면 역시나 그 차이가 너무 컸다.

“천지존은 상고 시절이든 지금이든 아무나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서천전전의 서천전황은 비록 선품 천지존 정상급 강자지만 휘하에 두 번째 천지존이 한 명도 없잖아?”

만다라는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현재 대천세계에는 정예급 세력이 수두룩 하지만 대부분은 천지존이 한, 두 명밖에 없었다. 반면, 부도신족처럼 존재한 지 오래된 종족에는 천지존이 제법 많았는데 이것이 바로 고족의 실력이었다.

“그러니 저들도 충분히 대단한 상대야. 상고의 천궁으로 놓고 보면 전주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야.”

말을 마친 만다라는 왠지 목진이 걱정되었다. 목진은 비록 거침없이 적들의 숨통을 끊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목부가 북역의 패주가 되려면 3대 패주들과 싸워야 했고 일단 실패하면 목부 전체가 곧장 사라질 것이다.

목진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상대방한테서 위협감을 느꼈다. 목진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치열한 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자운진군, 뇌음존자와 금조황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일전에 목진이 쓰러뜨린 아홉 명의 지지존 대원만 강자들은 이들 휘하의 최강의 실력을 지닌 부하들이었다. 그런데 절반이나 죽었으니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들은 확실히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그의 손이 이렇게까지 매서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허허, 우리 자운종에서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참으로 오랜만이군. 자네 참 대단하네.”

차가운 눈빛의 자운진군이 목진을 쏘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운종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여섯 명 중, 세 명은 일전에 목진 때문에 영력이 봉인되어 하위 지지존이 되었고 두 명은 죽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크게 다쳤다.

목진은 자운종의 고위층을 거의 다 쓰러 눕혔다.

“자운종 사람들이 감히 목부에 와서 행패를 부리니 어쩌겠나? 그건 결국 저들이 자초한 일이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자운진군이 피식 웃었다.

“자운종이 목부 따위를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네. 그러니 내 앞에서 우쭐거리지 말게.”

“아쉽게도 지금 엄청나게 손해를 본 건 자운종이군.”

목진은 자운진군의 살기에 전혀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물러나면 상대방은 더 무섭게 달려들어 그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다들 손에 땀을 쥐고 대치하고 있는 목진과 자운진군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목진과 자운진군이 만났으니 오늘, 필경 크게 한 판 싸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하!”

자운진군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호탕하게 웃으며 짙은 살기를 방출했는데 주위의 온도가 확 떨어졌다.

“걱정하지 말게. 오늘이 지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목부를 깔끔하게 처리해주겠네.”

자운진군은 보라색 눈동자로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북계도 결국 피바다가 되겠군. 자네는 북계의 죄인이 될 것이네. 이건 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자네 때문에 벌어질 일들이니까 말이야.”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사악하게 웃으며 음산한 살기를 내뿜는 자운진군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말만으로 모든 게 가능하다면 자넨 이미 천라대륙을 통일했을 것이네.”

사람들은 순간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부의 젊은 부주는 손이 매서울 뿐만 아니라 입도 독했다.

이에 다들 자운진군을 몰래 힐끗거렸는데 그는 역시나 잔뜩 화가 나 씩씩거렸고 주위의 공간은 파르르 떨리다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후우.

자운진군의 분노와 살기가 한계치에 이르자 그는 오히려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는 폭풍전야일 뿐이었다.

그는 돌아서서 뇌음존자와 금조황한테 말을 건넸다.

“지금 바로 저 녀석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네. 당신들은 어떡할 텐가?”

자운종, 뇌음산, 금조부도 서로의 적이지만 지금은 일단 목진을 죽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럼 자운진군이 먼저 겁도 없이 함부로 덤비는 녀석을 제대로 혼내주게.”

뇌음존자는 금조황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자운진군이 내뿜는 살기는 한계치에 이르렀고 목부의 부주는 젊은데도 수단이 제법 많아 일단 자운진군을 내세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 목진이 열세에 처하면 적당한 기회를 봐서 그를 죽이고 목부의 재산을 나눠 가지면 될 것이다.

아무튼 오늘부터 북역에 목부란 더는 없을 것이다.

자운진군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목진이 괴상한 놈이라고만 생각했지 두려울 정도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숙적인 뇌음존자와 금조황이 갑자기 나설까 봐 더 두려웠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저들도 목부를 없애려는 듯했다.

자운진군은 다시 돌아서서 괴이한 보랏빛을 발하는 보라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자네 죽을 준비가 됐나?”

자운진군의 말에 다들 감히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했다.

북역에서 자운진군이 이 말을 했다면 나머지 두 패주가 아닌 이상 다들 죽기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부터 이 말을 듣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세 명이 될 것이다. 하여 목진은 자운진군의 말을 무시한 채 뇌음존자와 금조황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당신들은 함께 나서지 않는 건가?”

목진은 뇌음존자와 금조황이 살기를 품고도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이에 사람들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걸까? 자신감 하나 믿고 저러는 걸까? 어찌 자운진군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뇌음존자와 금조황까지 무려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3대 패주가 동시에 나서면 목진이 분명 죽을 거라 확신했다.

뇌음존자와 금조황은 목진의 도발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들도 목진이 왜 이렇게까지 우쭐거리는지 알지 못했다.

정작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고는 들끓는 전의를 내뿜었다.

그 광경에 뇌음존자와 금조황은 목진이 진정한 미친놈이 아니라면 정말 믿는 구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북역의 패주인 그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클 거라 여겼다.

“자넨 지금 자운진군의 사냥감이니 우리가 대결에 끼어드는 건 적합하지 않네.”

뇌음존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이 정말 미친놈이든 믿는 구석이 있든 자운진군과의 대결을 통해 알아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의 진정한 실력과 수단을 모르는지라 함부로 나섰다가 목진이 함께 죽자고 덤비면 아무리 그들이라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일단 옆에서 살펴보면 분명 목진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거참 아쉽군.”

목진은 꼼짝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곧 죽을 텐데 헛수작은 그만하게.”

자운진군의 말에 목진은 히쭉 웃었다.

“그럼 곧 천지존에 이를 정도의 실력이 과연 천지존경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봅시다.”

목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눈동자에 깃든 성부도탑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고 체내의 영력이 홍수처럼 휘몰아치며 부도탑의 전환을 거쳐 다시 체내로 돌아갔다.

쿵!

목진 체내에서 수정의 빛을 발하자 옷깃이 격렬하게 펄럭이며 영력 파동이 갈수록 강해졌다.

잠시 후, 목진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은 일부 지지존 대원만 정상급 강자를 능가했다.

그 광경에 다들 흠칫 놀랐다. 목진은 분명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자인데 체내에서 내뿜은 영력은 어찌 지지존 대원만 정상급 강자보다 강력하단 말인가?

그리고 그의 수정 영력도 매우 신기하고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목진은 체내에서 휘몰아치는 무한의 영력을 느끼며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퍽!

거대한 수정 권인은 강력한 힘을 실은 채 공간을 부수며 자운진군에게 향했다.

그런데 자운진군은 씨익 웃더니 팔짱을 낀 채 서 있기만 했다.

쿵!

권광이 자운진군의 몸을 힘껏 때리자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곧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러다 권광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운진군이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서 조용히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목진의 강력한 공격은 그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여태껏 승승장구했던 목진의 공격이 처음으로 무산되었다.

“벌레만도 못한 녀석.”

자운진군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뇌음존자와 금조황도 흠칫 놀랐다. 설마 목진이 여태껏 허세를 부렸단 말인가? 어찌 자운진군의 방어마저 뚫지 못한단 말인가?

목진도 조금 놀란 듯 자운진군을 힐끗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역시 천지존의 오묘한 경지를 미세하게나마 터득했군.”

천지존경은 자신과 주위의 천지를 결합해 강대한 방어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상대방의 공격이 아무리 강력해도 대부분 힘은 주위의 천지에 분산되어 육신에는 큰 타격이 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것이 바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일전에 자운진군도 목진의 공격 중 일부를 주위의 천지에 분산시켰고 본체는 나머지 부분만 감당해 당연히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는 곧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를 상대한 적 없는 목진이 간을 보기 위해 한 공격일 뿐이었다.

“보는 눈은 있군. 그러나 이미 늦었네.”

자운진군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살기를 품었다.

“그 말은 진정한 천지존경이 되어 천인합일을 이루면 다시 하게. 지금의 가짜 천인합일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대단하지 않네.”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자운진군은 이내 정색했다.

“겁도 없는 녀석,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한 채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뒤쪽에서 자금색 빛이 폭발하더니 거대한 그림자가 형성되었다.

목진은 불후금신을 소환했다.

위잉!

불후금신에서 형성된 자금색 무늬는 거대한 용처럼 그 주위를 맴돌았다.

“불후신문, 불후금궁(不朽金弓)!”

목진이 손을 내밀자 수백 갈래의 불후신문이 날아와 커다란 황금색 활을 만들었다.

잇따라 목진이 커다란 황금색 활을 든 채 자운진군을 막연하게 쳐다보며 활을 당기자 궁현에서 자금색 빛이 미친 듯이 모이더니 한 척 정도 되는 황금색 화살이 형성되었다.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화살의 표면에는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말랑한 황금색 액체가 날아올라 황금색 화살의 표면을 완벽히 감쌌는데 눈부시게 빛나던 화살이 순식간에 평범해 보였다.

황금색 액체는 바로 목진이 대천루에서 주마점으로 바꾼 보물, 금강파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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