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화. 황금 화살의 위력
“어디 한 번만 계속 서 있어 보시게.”
목진은 황금색 화살로 자운진군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위잉!
목진이 말을 마치는 순간 손을 풀자 은은한 금광과 함께 궁현이 파르르 떨렸고 화살은 상대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순간, 자운진군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예리한 기운에 피부가 찌릿해져 깜짝 놀랐다.
목진이 한 공격은 생각보다 강력했고 천인합일의 경지를 어느 정도 터득한 그도 받아내기 힘들 정도였다.
“녀석, 제법이군.”
자운진군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금광을 지켜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발을 힘껏 구르자 보랏빛을 발하는 거대한 보라색 그림자가 뒤쪽에 나타났다.
이는 그가 수련한 지존법신이었다.
“자제적성지(紫帝摘星指)!”
자운진군이 나지막하게 외치며 두 손가락을 굽혀 인법을 바꾸자 거대한 보라색 그림자도 손을 내밀었는데 두 손 사이에 보랏빛이 맴도는 것이 꼭 별이 빛나는 보라색 공간을 이룬 것 같았다. 손끝이 닿으면 꼭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운진군의 공격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자운진군은 살수 중 한 가지인 자제적성지를 바로 사용했다.
목진의 공격에 치명적인 위협감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슉!
바로 그때, 은은한 금광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거대한 보라색 손가락과 힘껏 부딪쳤다.
위잉!
궁현이 진동하는 소리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은은한 금광은 거대한 보라색 손가락과 힘껏 부딪쳤다.
퍽!
먼저 부서진 것은 그 주위의 공간으로 수많은 공간 파편이 사방에 튕기더니 주위 만 리의 하늘이 찢어져 만신창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상황을 살폈다. 다들 목진과 자운진군이 더는 간을 보지 않고 상당히 매서운 공격을 날렸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결로 실력의 우열을 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쿠쿵!
거대한 보라색 손가락에서 내뿜는 무서운 보라색 돌풍은 상당히 기세등등했고 금광은 여전히 은은하게 빛났지만 끝까지 꿈쩍하지 않았다.
자운진군은 허공에 서서 은은한 금광을 지켜보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금광에 깃든 위험한 기운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참 괴이한 녀석이군!”
자운진군은 몰래 중얼거렸다.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목진이 선보인 전투력은 상당히 놀라웠고 곧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자운진군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쿵!
거대한 보라색 손가락에 보라색 기운이 미친 듯이 모이더니 별이 빛나는 보라색 공간이 점차 커졌는데 멀리서 보면 진정한 공간을 이룬 듯 보라색 별이 부단히 번쩍이며 놀라운 힘을 방출했다.
은은한 금광은 드디어 억제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천도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이번 대결이 목부에 얼마나 중요한 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목진이 대결에서 이기면 자운진군 정도의 강자를 상대할 실력을 갖췄다는 게 자연스럽게 증명된다.
하지만 목진이 열세에 처하면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뇌음존자와 금조황이 바로 나서서 목진과 목부를 없앨 것이다.
목진도 점차 거세지는 보라색 돌풍을 바라봤는데 돌풍이 방출하는 힘은 확실히 상당히 무서웠다.
그가 아직 상위 지지존이었다면 이 정도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손가락을 들어 은은한 금광을 향해 가볍게 찍더니 나지막하게 외쳤다.
“부수거라!”
쿵!
순간, 은은한 금광이 황금색 태양처럼 눈부신 황금빛을 발했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리한 기운이 하늘 높이 떠올랐는데 이는 천지를 꿰뚫을 것처럼 날카로웠다!
위잉!
금광에 깃든 황금색 화살이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표면에 지극히 오래되고 복잡한 무늬가 자라났고 화살촉에는 황금색 나선형 무늬가 나타났다.
금광은 순식간에 거대한 보라색 손가락에 구멍을 뚫었는데, 무시무시한 보라색 돌풍은 황금색 화살에 꼼짝도 못 했다.
사람들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뭐지!”
자운진군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도 목진의 공격이 갑자기 이렇게 강해질 줄 몰랐다.
슉!
은은한 금광은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자운진군의 본체로 향했다.
한편, 자운진군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금광에 깃든 위험한 기운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하여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 서 있던 실체 같은 거대한 보라색 거인은 커다란 주먹을 휘둘러 보라색 권광을 날렸고 자운진군은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
퍽!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이 깃든 보라색 권광은 역시나 빠르게 사라졌고 휘청이며 뒤로 물러난 거대한 보라색 거인의 주먹과 팔도 와장창 부서졌다. 황금색 화살에 깃든 힘이 드디어 다 닳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황금색 화살 표면을 감쌌던 황금색 액체는 목진한테 날아가더니 다시 말랑하게 변했다.
“역시 절세의 성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보물은 남다르군.”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수중의 금강파령장을 바라봤다. 일전의 공격이 그 정도 효과를 낸 것은 금강파령장 덕분이었다.
금강파령장이 영력의 예리함을 뚫는 효과가 없었다면 목진의 공격은 자운진군한테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지존법신의 한쪽 팔을 부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내가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가?”
목진은 살아 숨 쉬듯 손끝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황금색 액체를 쥐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채 여전히 음산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운진군을 보며 말했다.
자운진군은 목진의 말에 잔뜩 화가 났지만 할 말이 없었다. 누가 봐도 일전에 목진이 한 공격에 그의 꼴이 말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직 썩 내키지 않나 보군.”
말을 마친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결인하자 수백 갈래의 불후신문이 형성되어 커다란 황금색 궁을 이뤘다.
위잉!
잇따라 목진이 궁현을 당기자 또 한 갈래 금광이 날아갔고 일정한 양의 금강파령장도 바로 날아가 그 표면을 감쌌다.
“조금만 더.”
화살을 하나 날린 목진은 또 수백 갈래의 불후신문으로 거대한 황금색 궁을 이뤘다.
위잉!
궁현이 진동하더니 두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위잉! 위잉!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주위에 금광이 번쩍이더니 열 갈래 금광이 형성되어 사정없이 자운진군에게 향했다.
자신에게 향하는 열 개의 화살을 보자 자운진군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황금색 화살의 위력을 확인한 바 있는 그는 동시에 날아온 열 개의 화살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입으로 보라색 노을을 내뿜어 주위를 꽁꽁 감쌌다.
“자신하(紫神霞)!”
자신하의 등장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북역 사람들은 자운진군에게 자신하라 불리는 준절세의 성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는 지극히 강대한 수호물로 같은 등급의 강자도 부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보통은 웬만해선 이를 사용하지 않는데 자운진군이 지금 자신하를 꺼냈다는 것은 목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말해주는 것과 같았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뇌음존자와 금조황도 흠칫 놀랐다. 그들의 실력도 자운진군과 막상막하라 상대방마저 이 정도라면 목진은 그들한테도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우리가 녀석을 너무 쉽게 생각했군!”
그들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쿵! 쿵! 쿵!
열 갈래 금광은 보라색 노을을 힘껏 때려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간이 부단히 무너졌으며 보라색 노을도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런데 보라색 노을의 방어력도 상당해 자운진군이 애를 먹었던 화살 열 개를 다 맞고도 보랏빛이 겨우 조금 어두워졌을 뿐이었다.
“자네 공격이 아무리 강해 봐야 언제까지 할 수 있겠나?”
보라색 노을의 깊숙한 곳에 숨어든 자운진군은 격렬하게 요동치는 노을을 보고는 고개를 들고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운진군은 곧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였기에 목진은 이 정도 위력의 공격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여 그는 자신하에 숨어 있다가 목진이 힘이 다 닳았을 때 다시 나와 그를 죽이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비록 비겁하긴 하지만 이길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확실히 소모가 크긴 하네.”
목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불후금궁을 연속으로 열 개 정도 쏘는 것이 한계였다. 이에 자운진군은 입꼬리를 씰룩거렸고, 목진이 일단 빈틈을 보이면 그때 바로 반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목진이 갑자기 괴이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하더니 옆쪽 공간에서 검은색과 하얀색 도포를 입은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흑백 목진이 동시에 손을 들자 불후금신은 수많은 불후신문을 형성하더니 커다란 황금색 활을 만들었다.
잇따라 흑백 목진이 활을 당기고 자운진군을 바라보자 목진의 본체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자네의 껍데기가 언제까지 자네를 보호할 수 있을지 보겠네.”
자운진군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
허공에 나타난 검은색과 하얀색 도포를 입은 존재는 목진과 똑같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도 본체와 똑같았다.
“저것이 정녕 영력 화신이란 말인가? 어찌 본체와 실력이 똑같단 말인가?”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이제까지 본체와 실력이 같은 영력 화신은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자운진군도 표정이 확 굳어져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흑백 목진한테서 본체 못지않은 위협감이 느껴졌다.
“이럴 수가? 저 녀석의 영력 화신은 어찌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자운진군은 속이 발칵 뒤집혔다. 그럼 이제 실력이 똑같은 목진을 세 명이나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목진 한 명만으로도 버거운데 두 명이 더 나타났으니 아무리 자운진군이라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정작 목진은 자운진군의 반응은 무시한 채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수많은 지존영액이 나타났고 이를 꿀꺽 삼켜 소모한 영력을 신속하게 보충했다.
이와 동시에, 흑백 목진이 나서서 수중의 커다란 황금색 활로 자운진군을 조준하고 궁현을 놨다.
위잉!
궁현이 진동하며 두 갈래 금광이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기운을 싣고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두꺼운 보라색 노을을 힘껏 때렸다.
쿠쿵!
보라색 노을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어느덧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흑백 목진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또 활을 당겨 두 번째 공격을 개시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빠르게 무너지는 보라색 노을을 보자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목진은 완전히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자운진군은 자신하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보호막도 놀라운 속도로 와해되어 곧 뚫릴 것 같았다.
자운진군의 압도적인 승리는 물건너갔고 다들 분명 패배할 거라 여겼던 목진에게 오히려 그게 놀랐다.
목진은 실력으로 당당히 북역의 3대 패주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니 그의 목부도 북역의 패주 세력이 될 자격이 있었다.
이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늘만 지나면 북역은 3대 패주였던 것이 4대 패주가 될 것이다.
반면, 목부의 강자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그들은 목진처럼 대단한 사람을 부주로 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부주님은 정말 대단하군.”
유천도가 격동된 마음을 간신히 다스리며 말하자 다들 동의하듯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목부의 강자들이 생각하는 목진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대단했다.
만다라도 그 광경에 가볍게 웃더니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미묘해졌다.
목진은 천라대륙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까지만 해도 막 지지존경에 이른 새내기였는데 겨우 몇 해 만에 만다라보다 더 강해졌다.
“나도 열심히 수련해야겠군. 안 그럼 저 녀석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날 거야.”
만다라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목진의 보호만 받고 살아가고 싶지 않았고 유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천지존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