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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66화 (865/1,000)

866화. 경지 돌파

“내가 당신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군.”

목진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지존경과 가까운 강자들은 확실히 지지존 대원만 정상급 강자보다 상대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그는 지지존 대원만 중 최강자라 자부할 수 있지만, 그들을 상대하려면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북역원에 모인 강자들은 이러한 광경에 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아하니 목진은 3대 패주의 합동 공격에 결국 패할 듯했다.

다만, 그가 오늘의 대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다들 그의 실력만은 인정해줄 것이다.

“목 부주, 천부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들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야 하는 법이네. 오늘 일이 자네한테 교훈이 되었으면 하네. 앞으로는 부디 겸손하게 살길 바라네.”

뇌음존자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말은 고맙네만…….”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뭘 좀 가르쳐주겠네.”

“그게 뭔가?”

뇌음존자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목진은 눈동자에서 수정의 빛을 방출하더니 부도탑을 소환해 손에 들었다.

그는 수정 부도탑을 든 채 고개를 들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뇌음존자 등을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괜히 설레발을 쳤다가 꼴만 우스워진다는 걸 부디 명심하게.”

살기가 깃든 그의 말에 자운진군, 뇌음존자, 금조황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예리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들은 목진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줄 몰랐다.

“목 부주는 끝까지 한 번 가보려는 것 같군.”

뇌음존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타까운 듯이 말하자 금조황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더는 녀석과 말을 섞지 말게. 녀석은 시간을 끌려는 것이네.”

“바로 나섭시다!”

자운진군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뇌음존자는 제법 큰 대가를 치러서야 잠시나마 흑백 목진을 가뒀는데 그들이 빠져나오면 3대 패주 쪽 우세는 확 줄어들 것이다.

“그럼 이만 나서볼까?”

뇌음존자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또 다른 변고가 생기기를 원치 않았다.

쿵!

협상을 마친 뇌음존자 등이 바로 발을 힘껏 구르자 영력 돌풍이 휘몰아쳤고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불후금신에서 억만 갈래의 금광을 발하며 황금색 광막을 이뤄 불후금신과 목진을 감쌌다.

“화신들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운진군 등이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그들이 날린 공격이 엄청난 양의 영력을 실은 채 사정없이 황금색 광막을 공격했다.

쿠쿵!

불후금신이 이룬 황금색 광막은 곧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 세 사람의 난폭한 공격에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곧 부서질 것 같았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3대 패주다웠다. 그렇게 강하던 목진도 이제는 철저히 약세에 처했으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방어막이 뚫려 3대 패주의 합동 공격에 꼼짝도 하지 못 할 것이다.

목부의 비참한 운명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러한 생각에 다들 목부 강자들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들도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목부 사람들은 오늘, 북역원을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한편, 사방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시선에 목부의 강자들은 이내 정색하며 한곳에 뭉쳐 영력을 끌어올리고 앞쪽에 서 있는 만다라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녀는 태연하게 서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목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사람들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지금은 목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북역원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목진과 함께 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이는 목부의 앞날과 목부 사람들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가야만 했다.

쿠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날아온 매서운 공격에 황금색 광막이 격렬하게 떨렸고 광막 속에 서 있는 목진은 기세등등한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수중의 수정탑에 눈길을 돌렸다.

“반보 지지존 대원만의 실력으로 팔부부도를 사용하기에는 영력 소모가 너무 커.”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웃었다. 드디어 경지를 돌파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 녀석들을 철저히 쓰러뜨려 더는 목부를 상대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는 용안처럼 동그랗고 특이한 향을 내뿜는 단약을 꺼냈다.

이는 바로 성령단이었다.

자운진군 등도 목진의 이상한 움직임에 흠칫 놀랐다. 그들은 비록 녀석이 뭘 하려는 지는 몰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잇따라 목진은 단약을 입에 넣고 두 눈을 감았는데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을 넘어가 폭발하자 뜨거운 기운이 돌풍처럼 순식간에 육신 곳곳에 퍼졌다.

목진 체내의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피와 살은 보석처럼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와 동시에, 자운진군, 뇌음존자, 금조황은 목진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이 놀라운 속도로 폭등하는 것을 발견했다.

목진의 주위에서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웅장한 영력이 광풍을 이뤄 부단히 휘몰아쳤다.

“녀석이 경지를 돌파하고 있네!”

자운진군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말했다.

담대한 녀석, 감히 북역의 3대 패주가 보는 앞에서 경지를 돌파하려 하다니!

“당장 저지합시다!”

자운진군 등이 이구동성으로 나지막하게 외쳤다.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일 때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일단 경지를 돌파하면 또 얼마나 강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들의 뒤쪽에 영광이 모이더니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내뿜는 거대한 그림자가 빠르게 나타났다. 자운진군 등이 곧바로 지존법상을 소환한 것이다.

이렇게 북역원에 나타난 세 지존법상은 호흡할 때마다 영풍과 영무를 형성했다.

쿵!

잇따라 세 지존법상이 파멸의 힘이 깃든 커다란 주먹을 휘둘러 황금색 광막을 공격했다.

쿠쿵!

황금색 광막은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결국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만 죽게!”

황금색 광막이 부서진 순간, 만 장 정도의 주먹 세 개가 내려앉아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목진을 힘껏 때렸는데 그 주위의 공간이 계속해서 무너졌다.

사람들은 파멸의 힘이 깃든 3대 패주의 공격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과연 이러한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때,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던 목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윽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눈동자에 예사롭지 않은 힘이 깃든 듯했다.

사람들은 목진이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이 놀라운 정도로 폭등한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벌써 경지를 돌파했단 말인가? 어찌 이렇게 빠르단 말인가!”

자운진군 등은 깜짝 놀랐다. 보통 경지를 돌파하려면 제법 긴 시간 뜸을 들이다가 적당한 때가 와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데 목진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그 과정을 마쳤다!

사실,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를 자격이 충분했지만 자연스레 경지를 돌파하고 싶어 여태껏 참아왔다. 그런데 성령단 덕분에 그 과정이 더 수월했던 것뿐이다.

“흥, 제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는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네!”

자운진군 등은 바로 마음을 다스리며 말했다. 그들의 공격은 강력하기 그지없어 목진이 지지존 대원만급이 아니라 곧 천지존경에 이를 정도의 실력을 갖춰도 전혀 승산이 없었다.

쿠쿵!

어느새 녀석들의 공격이 닥치자 목진은 고개를 들고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했고 불후금신이 고함을 지르며 자금색 빛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러 자금색 방패를 이뤘다.

쿵!

양자가 부딪친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수십만 장의 방대한 영력 충격파가 폭발해 주위 만 리 범위의 구름이 모조리 사라졌다.

사람들은 양자가 부딪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돌풍이 휘몰아치더니 거대한 자금색 그림자가 뒤로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갔고 거대한 세 개의 주먹도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흥.”

허공에 떠 있는 자운진군 등은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 그들은 합동 공격을 펼쳐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했지만 목진을 바로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그들의 합동 공격에 적중하면 지존경에 이른 강자도 크게 다쳐야 마땅했다.

그런데 목진은 멀리 튕겨 나갔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 광경에 다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은 목진이 3대 패주의 합동 공격을 받아낼 줄 몰랐다.

“대단하군. 혼자서 3대 종주를 상대했는데도 조금 열세에 처한 것뿐이라니. 목부의 주인은 역시 엄청나군!”

3대 패주 휘하의 강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목진이 비록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혼자서 세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네. 그러니 곧 패배할 것이네.”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 있는 자운진군과 뇌음존자, 금조황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들은 일전의 공격으로 목진을 쓰러트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목진은 손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제법이군.”

그는 히쭉 웃으며 고개를 들고 자운진군 등을 바라봤다.

“인제 내가 공격할 차례겠지?”

말을 마친 목진이 손을 들자 수중의 수정탑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커다란 음영이 내려앉아 자운진군 등과 그들의 지존법상을 감쌌다.

쿠쿵!

사람들은 거대한 수정탑을 바라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파동에 깜짝 놀랐다.

자운진군 등과 그들의 지존법상은 어느새 탑에 들어가고 없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

“목진은 지금 뭘 하는 거지? 수정탑은 절세의 성물 같지 않은데 말이야.”

“뭘 하든 혼자서 3대 패주를 이기는 건 어림도 없네!”

“그럴 리가.”

“최후의 발악이 분명하네.”

* * *

사람들은 다들 목진이 패배할 거라 확신했다. 혼자서 곧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 세 명을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전부 쓰러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만다라 등 목부 사람들은 이를 무시한 채 수정탑을 유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목진이 부도탑을 내세웠으니 대결은 곧 끝을 맺을 것이다.

* * *

웅장한 수정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거대한 수정탑에 거대한 세 존재가 나타났고 그 위에 서 있는 자운진군, 뇌음존자와 금조황이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흥, 아직도 꼼수를 부리려는 건가?”

자운진군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자 뇌음존자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 부주, 그만 포기하게. 자네가 목부의 강자들을 거느리고 북역을 떠나면 우리도 이쯤에서 그만두겠네.”

“왜? 두려워진 건가?”

허공에 서 있는 목진은 팔짱을 낀 채 자운진군 등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웃기고 있네.”

자운진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금조황도 히쭉거리며 말했다.

“우리 함께 이 탑을 무너뜨립시다!”

뇌음존자는 왠지 불안해져 수정탑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자운진군과 금조황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비록 아닌 척했지만 수정탑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목진이 수정탑으로 그들을 가뒀다는 건 분명 무언가 있다는 뜻이었다.

쿵!

세 사람이 마음을 움직이자 그들의 지존법상이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는데 이는 수만 장 정도의 방대한 기의 회오리를 이뤄 부도탑 내벽을 공격했다.

이에 목진이 한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자 수정탑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수정 광막을 이뤄 상대방의 맹렬한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고개를 들고 탑 벽을 힐끗 보더니 정색하며 두 손을 모아 인법을 바꿨다.

잇따라 수정탑의 사방에 오래된 무늬가 나타나더니 그림 여덟 폭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뭐지?”

그림 여덟 폭이 나타나자 수정탑 내부는 무서운 파동으로 휩싸였고 자운진군 등은 이를 눈치채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덟 폭의 그림은 지극히 오래돼 보였는데 살아있는 듯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으며 부릅뜬 두 눈에서 파멸의 힘을 방출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한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자운진군 등의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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