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화. 새로운 패주
“당신들의 뒷배가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인 것처럼 우리 목부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자운진군 등은 피식 웃기만 했다. 그들은 목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을 등에 업었단 말은 없었다. 안 그럼 그들은 절대 이렇게까지 도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목진이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한 갈래 금광이 날아올랐다가 사라졌다.
금광이 사라지자 황금색 영패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영패에 ‘주마령’ 석 자가 적혀 있었고 아래쪽에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시뻘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주마왕.
자운진군 등은 황금색 영패에 새겨진 ‘주마왕’이란 석 자에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은 드디어 목진의 뒷배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이는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 중 하나인 대천궁이었다!
“대천궁이라니!”
자운진군 등은 허공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황금색 영패를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영패가 무엇인지 알았고 대천궁이 뭘 대표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대천궁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 중 하나로 상고 시기, 대천세계를 대표하여 역외사족을 상대한 최강 전력이었다.
비록 대천세계가 안정을 되찾아 대천궁에 관한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이대로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천궁은 맹수처럼 대천세계의 어딘가에 숨어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감히 대천궁을 의심하지 않았고 대천세계의 가장 오래된 종족인 5대 종족이라도 대천궁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자운진군 등의 뒷배는 확실히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지만 대천궁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목진이 그들을 무시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천궁의 주마왕인 그를 이제 감히 건드릴 세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평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천세계의 세력 싸움에도 개입하지 않는 대천궁이 어찌하여 목진에게 대천궁의 영패를 주었단 말인가?
게다가 해당 영패에는 주마왕이란 석 자가 적혀 있다니.
현재 대천궁의 주마왕은 한 사람뿐이고 그는 영패를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목진은 어디서 주마왕의 영패를 얻었단 말인가?
자운진군 등은 서로 마주 봤는데 상대방한테서 의문의 뜻을 읽었다.
“우리는 대천궁에 두 번째 주마왕이 있단 소리는 처음 듣네.”
자운진군 등의 말에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그들을 쳐다봤다.
“그럼 지금 알았으니 됐군.”
목진은 히쭉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설마 이 영패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럼 당장 당신들 주인한테 알리게. 그럼 되겠군.”
자운진군 등은 목진의 반응에 흠칫 놀랐다. 목진도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가 대천궁에서 알아채기라도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을 잘 알텐데도 여전히 주마왕을 꺼냈으니, 이는 상대방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설마 목진은 정말 대천궁의 두 번째 주마왕이 되었단 말인가? 정말 그런 거라면 그들한테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들 뒷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대천궁의 위엄에 감히 도전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러한 생각에 자운진군 등은 벌레라도 집어삼킨 듯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반면, 목진은 녀석들의 반응에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운진군 등의 배후 세력에게 겁주려고 대천궁을 내세웠는데 제대로 효과를 봤다. 제아무리 주마왕의 권한이 없다고 해도 주마왕의 신분과 지위는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제아무리 천지존이라 해도 대천궁을 봐서라도 감히 목진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제야 북역원에 모인 세력들도 정신을 차리고 황금색 영패가 뭘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다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부 사람들을 쳐다봤다.
대천궁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목부의 뒷배가 대천궁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자운진군이 뭐라 하든 감히 목부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목부의 부주도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 해당 세력의 미래는 더없이 밝았다.
목부 사람들은 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의 시선에 어쩔 바를 몰랐다. 그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부주님께 어찌 대천궁의 주마왕 영패가 있단 말인가?”
유천도 등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를 파르르 떨며 물었다.
그들도 대천궁의 주마왕인 척했다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잘 알고 있기에 목진이 홧김에 저지른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목부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만다라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도 잔뜩 놀란 눈치였는데 유천도 등처럼 자초지종을 몰랐다.
“이건 사실이야. 목진은 대천궁의 두 번째 주마왕이 확실해.”
옆에 서 있던 영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천도 등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고 이내 화색이 되었다.
대천궁이란 뒷배가 있으면 목부는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북역은 물론 천라대륙에서도 감히 그들을 건드릴 존재는 없을 것이다.
정작 목진은 자운진군 등을 노려보더니 허공에 펼쳐진 영력 지도를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아직도 내 결정에 불만이 있는 건가?”
목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의 배후 세력에 의견이 있으면 말해도 좋네.”
자운진군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부가 북역 절반을 차지한 것은 그들한테는 제법 큰 타격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자운진군 등이 힘을 합쳐도 목진의 상대가 안 되었고 뒷배도 대천궁보다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불쾌해도 참아야 했다.
그 광경에 다들 흠칫 놀랐다. 인제 북역의 판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북역의 3대 패주는 점차 물러나기 시작했고 신흥 강자 목부가 곧 북역의 진정한 패주가 될 것이다.
“그럼 오늘부터 이 땅들은 우리 목부의 것이니 그리 알아두게.”
목진은 자운진군 등이 의견을 받아들이자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 북역원에 모인 사람들을 쓰윽 훑었는데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도 감히 북역의 새로운 패주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목부에 종속된 세력들은 일단 이동을 금지하겠네. 목부에서 정리를 마치면 전부 목부 휘하의 세력이 될 것이네.”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재차 입이 떡 벌어졌고 자운진군 등은 안색이 훨씬 더 어두워졌다. 목진은 땅만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 휘하였던 세력들도 함께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정작 목부에 종속될 세력들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누구의 휘하든 윗전을 모시는 건 똑같았고 3대 패주 세력보다는 신흥 강자인 목부를 모시는 것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목부가 더 크게 발전하면 그들의 지위도 함께 따라 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천궁을 등에 업은 목부는 자운종, 뇌운산, 금조부보다 훨씬 나았다!
반면, 목부의 휘하에 들어가지 못한 세력들은 애써 그들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려 했다.
“오늘 일은 이만 끝냅시다.”
목진은 자운진군 등을 무시한 채 주위를 쓰윽 훑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바로 북역을 통일하고 진정한 패주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닌 듯했다. 어차피 북역의 절반의 땅을 소화하는 데도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목진이 북역 전체를 집어삼키려다가 자운진군 등의 배후 세력들이 강제로 나서기라도 하면 아무리 대천궁을 등에 업고 있어도 목부의 처지는 위험해질 것이다.
천지존의 성화는 쉽게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목진은 언젠가 천지존경에 이르러 더는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때 북역 전체를 집어삼킬 예정이었다.
자운진군 등은 패기 넘치는 목진을 바라보노라니 너무 화가 났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목 부주가 대결에서 승리하였으니 우리 몸에 깃든 검은색 액체나 제거해주게.”
가슴팍에 묻은 검은색 액체의 무서운 부식성 때문에 그들 체내의 영력은 여전히 무질서한 상태였다. 게다가 없애고 싶어도 상당히 어려웠다.
“마독액은 치명적이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게. 당신들의 실력으로 반년 정도면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네.”
목진은 녀석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마독액을 없애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녀석들의 뒷배만 아니었어도 그는 눈에 거슬리는 이들을 당장이라도 제거했을 거라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었다.
자운진군 등은 히쭉거리는 목진을 보자 잔뜩 화가 났지만 감히 내색하지 못하고 북역원을 떠났다.
“이만 갑시다!”
녀석들이 빠르게 북역원에서 사라지자 그 휘하의 세력들도 시무룩해진 채 그 뒤를 따라갔다. 처음의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목진은 고개를 숙여 북역원을 쓰윽 훑었는데 그곳에는 목부 사람들 외에 곧 목부의 부속 세력이 될 기타 세력 사람들만 모여 있었다.
그중, 목진 등의 앞길을 막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들 목진이 혼내기라도 할까 봐 잔뜩 겁에 질렸다.
“과거는 과거일 뿐, 더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공을 세우면 목부 사람들과 같이 동등한 보상을 내릴 것이다. 대신, 딴마음을 품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목진의 말에 다들 이내 화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부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유천도 등은 그제야 완전히 시름을 놓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목부의 이름은 천라대륙에 널리 퍼질 것이고 목진도 천라대륙의 최정예급 강자로 알려질 것이다.
“녀석, 정말 해냈군.”
만다라는 고개를 들고 허공에 떠 있는 늘씬한 청년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북역원의 패주 쟁탈전은 목부의 승리로 끝났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북역은 발칵 뒤집어졌다.
3대 패주 세력이 필경 손을 잡고 신예급 세력을 제압하고 없앨 거라 생각해 다들 목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에 북역원 패주 쟁탈전의 결과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아무도 젊은 목진이 이토록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 몰랐다. 목진은 무려 천지존경에 이를 강자를 세 명이나 쓰러뜨렸으니 말이다.
목부 부주는 기껏해야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밖에 안 되는 실력자였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목부가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3대 패주 세력은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들이 북역에 둔 꼭두각시일 뿐이라 그 뒷배를 건드리면 큰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대천궁에 관한 일을 듣더니 아무도 더는 감히 목부를 함부로 질투하거나 이상한 마음을 품지 않았다.
대천궁과 비교하면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목부가 별 볼 일 없는 세력이 아니란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목부의 주인은 실력이 막강한 젊은이로 그 뒷배는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이었다.
목부는 실력과 뒷배로 자운종 등 3대 패주 세력에 압승했다!
역시 자운종, 뇌음산, 금조부가 힘을 합쳐도 목부를 이기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제 북역의 세력들은 북역의 진정한 패주가 더는 3대 패주가 아니라 세워진 지 2년밖에 안 되는 목부라는 걸 깨달았다.
“북역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군.”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더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