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화. 목부의 위엄
북역은 천라대륙 5역 중 한 군데였기에 기타 지역 패주 세력들도 금세 그곳에 주의를 기울였다.
천라대륙은 땅이 넓고 수련 자원이 풍부하여 대천세계의 수많은 엄청난 세력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하여 천지존은 천라대륙의 세력 다툼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규칙을 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천라대륙의 8할 정도의 세력의 뒷배는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었다.
사실, 다른 지역의 패주 세력들은 북역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자마자 이곳을 몰래 지켜봤고 다들 북역이 발칵 뒤집힌 틈을 타서 합병하러 나서려 했다.
이에 목부가 북역의 3대 패주를 쓰러뜨렸단 소식에 다들 나서려 했는데 감히 북역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뒷배의 충고에 모두 발길을 거뒀다.
그들의 뒷배가 전한 서신에 목부의 젊은 부주는 확실히 대천궁의 두 번째 주마왕이란 사실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목진 수중의 주마왕 영패에 대해 의심하긴 했지만, 목진이 정말 대천궁의 두 번째 주마왕일 줄은 몰랐다.
대천궁의 주마왕은 보통 성급 천지존경의 실력자로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라고 들었는데 어찌 지지존 대원만급 밖에 안 되는 주마왕이 나타났단 말인가?
다들 목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상고의 천궁이 나타났을 때, 염제와 무조의 총애로 가장 좋은 성과를 따낸 사람이 바로 목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목진을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았지만 염제와 무조 때문에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2년도 안 되는 사이, 녀석은 무려 대천궁의 주마왕이 되었고 어느새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믿기 어려웠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야심을 거두었다. 심지어 일부 세력들은 목부가 북역의 패주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지지와 선의의 뜻이 담긴 서신까지 보냈다.
천라대륙 사람들은 북역에 목부란 신흥 강자가 나타났고 그 주인은 무려 대천궁의 주마왕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 *
북계 목부의 한 대전 밖에 서 있던 목진은 수중의 황금색 봉투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것은 다른 지역의 패주 세력에서 보낸 축하 인사가 담긴 서신이었다.
“지금껏 축하 인사를 건넨 패주 세력은 적어도 여덟 곳은 될 거야.”
목진 뒤에 서 있던 만다라가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북역은 지금이 가장 혼잡할 때라 공격할 가장 좋은 시기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축하 인사를 건넸다.
“대천궁 주마왕이 무섭긴 한가 봐.”
만다라는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도 녀석들이 왜 이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목진도 이내 감탄했다. 대천궁의 주마왕은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지만 목진은 그에 상응하는 권리가 없었다. 안 그럼 목진은 지금쯤 곧바로 부도신족에 가서 어머니를 구해냈을 것이다.
“세력 개편은 잘 돼가?”
이번에 목부는 북역의 땅을 절반이나 차지했는데 그 땅에 속한 크고 작은 세력들을 전부 휘하에 넣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만다라가 턱을 끄덕이며 답했다. 목진이 무서운 실력과 엄청난 배경을 드러낸 덕분에 아무도 목부에 불만을 품지 못했다. 이에 세력 개편 과정은 상당히 순조로웠고 일부 세력은 한시라도 빨리 목부의 보호를 받고 싶어 했다.
“그럼 나머지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해.”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또 나 몰라라 하는 거야?”
만다라는 목진을 흘겨보며 물었다.
“땅은 내가 책임지고 쟁취했으니 관리는 당연히 너희한테 맡겨야지!”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니 히쭉 웃었다.
“난 장경루에서 일기화삼청의 두 번째 단계에 관한 정보를 얻어서 빨리 수련해야 해.”
만다라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긴, 목부가 계속해서 강해지려면 핵심 역량이 필요했다. 그리고 실력으로는 이제 그녀를 뛰어넘은 목진이 목부의 진정한 핵심 역량이 되었다.
“잘 부탁해.”
목진은 멀리서 날아오는 당빙을 보더니 만다라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바로 사라졌다.
“지금부터 목부에 관한 일은 전부 나한테 말해. 저 녀석은 또 도망갔어.”
만다라는 잽싸게 도망간 목진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에 당빙은 목진이 사라진 곳을 힐끗 보더니 잠시 아쉬워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상고의 천궁의 천지는 거대한 용처럼 꿈틀거리며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고 목진은 그 깊숙한 곳에 조용히 앉아 일기화삼청의 두 번째 경지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는 곧 두 번째 단계인 삼합경에 이를 것 같았다. 아마 적당한 기회가 생기면 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드디어 수련할 수 있게 되었군.”
목진은 요즘 민심을 다스리기 위해 매일 얼굴을 비춰야 했는데 이에 수련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되어 마음껏 수련할 수 있었다.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 * *
한편, 한 여인이 전력을 다해 천라대륙으로 향했다.
여인은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그녀는 바로 목진과 성연대륙에서 마주쳤던 청상이었다.
그녀는 정색하며 천라대륙의 좌표가 적힌 지도를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아, 정 이모께서 위험해!”
목진은 수련을 시작한 지 열흘째 되는 날, 누군가가 전한 말 때문에 강제로 수련을 끝냈다.
천지의 깊숙한 곳에 조용히 앉아있던 목진이 눈을 번쩍 뜨자 앞쪽에 보랏빛 한 갈래가 나타났는데 내부에 깃든 보라색 꽃잎은 부단히 떨렸고 이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진동했다.
그는 보라색 꽃잎을 지켜보더니 흠칫 놀랐다. 이는 만다라가 보낸 서신이었다. 보통 목진이 수련할 때는 서신을 보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만다라마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가?
“설마 자운종 등의 뒷배가 나섰단 말인가?”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녀석들이 대천궁을 무시하고 목부를 상대하려 한다면 일은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정 안 되면 목진은 무조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천지존이 아니라 너무 귀찮군.”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대천세계에서 한 구역의 패주가 되어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않게 하려면 해당 세력에 반드시 천지존이 있어야 했다. 안 그럼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목진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어 보라색 꽃잎을 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잇따라 그는 바로 목부의 한 대전에 나타나 만다라와 그 옆에 서 있는 영계와 용상한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만다라는 그제야 안심한 듯 숨을 돌리며 대전 쪽을 가리켰다.
“너를 찾으러 온 사람이야. 반드시 본인한테 말해야 한다고 해서 부른 거야.”
만다라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목진을 보며 히쭉거렸다.
“설마 밖에서 다른 여인과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거야?”
이에 목진은 만다라를 흘겨본 뒤, 고개를 돌렸는데 하얀색 치마를 입은 냉미녀가 한기를 내뿜으며 서 있었다.
“청상?”
목진은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채고 흠칫 놀랐다.
청상도 목진을 보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목진아, 정 이모께서 위험하셔!”
청상의 말에 목진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그녀한테 다가가 팔을 꽉 잡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목진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폭발해 주위의 공간마저 진동했다. 그의 정서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뜻이었다.
청상도 안색이 어두워진 목진을 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흑광 장로와 묵은 장로께서 부도신족으로 돌아가 대장로님께 네가 팔부부도를 가져갔다고 알렸어.”
“그 뒤로 장로회가 열렸고 그 결과, 집법위(執法衛)를 파견했어. 너를 강제로 잡아가 팔부부도를 빼앗으려고 말이야.”
목진은 순간 눈가에 한기가 드리웠다. 흑광과 묵은은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노인네들이었다. 성연성에서 대천궁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해 대장로를 꼬드긴 것이다.
“장로회는 현맥과 묵맥 사람이 대다수라 우리 청맥이 아무리 반대해도 아무런 소용도 없어. 그런데 장로회가 곧 끝나갈 무렵…….”
청상은 쓸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 이모께서 갑자기 장로원에 찾아오셨어.”
목진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정 이모께서 흑광 장로와 묵은 장로께서 너를 상대한 일을 아시고 잔뜩 화가 나 그들을 호되게 혼내고 장로원을 발칵 뒤집어 놓으셨어.”
청상의 표정을 봐도 그날, 장로원의 꼴이 충분히 상상이 갔다.
장로원에는 부도신족의 장로들이 대부분 있었지만 다들 실력이 막강한 데도 청연정 앞에서는 꼼짝도 못 했다.
“그래서?”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물었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청상은 목부까지 찾아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대장로께서 어쩔 수 없이 나서서 정 이모와 싸우셨는데……. 역시나 막상막하였지. 결국 대장로께서는 부도고인(浮屠古印)으로 조탑(祖塔)의 힘을 빌려 정 이모를 조탑에 가두셨어.”
청상이 한숨을 쉬며 한 말에 목진은 화가 났다.
“조탑은 뭐야?”
“조탑은 부도신족의 성물로 우리가 수련한 부도탑이 바로 조탑에서 비롯된 거라고 들었어.”
청상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무도 함부로 조탑을 사용하지는 않아. 일단 그걸 사용하면 제아무리 성급 천지존이라고 해도 상대하기 버겁기 때문이야. 전처럼 편히 계시지는 못하실 거야.”
청연정은 지금까지 감금되어 있긴 했지만 사실, 언제든지 도망가고 싶으면 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탑에 갇힌 지금은 목숨에 지장은 없을지언정 어느 정도 괴로움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목진아, 진정해!”
영계는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목진을 발견하고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이 녀석들이!”
그는 곧 폭발할 화산 같았는데 고개를 번쩍 들자 두 눈이 어느새 시뻘겋게 변해 있었고 도천의 살기를 방출했다. 그의 어머니께서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껏 부도신족에 홀로 갇혀 있었고 녀석들이 자신을 공격했단 소리에 앞뒤도 안 가리고 바로 나섰다.
그녀의 행동에 목진은 자신이 왠지 부끄러워졌다.
“목진아, 너무 흥분하지 마. 정 이모가 비록 조탑에 갇히셨지만 분명 대비하고 계실 거야. 그리고 아무리 대장로님이라고 해도 절대 정 이모를 협박할 수는 없어. 성급 천지존이나 다름없는 영진 대종사가 목숨을 걸고 덤비면 아무리 부도신족이라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해.”
“부도신족은 절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영계의 말에 청상도 황급히 덧붙였다.
“정 이모는 부도신족의 장로님들에게 경고하려는 것뿐이야. 대장로님께서는 장로원의 원령을 강제로 내리셨고 부도신족의 모든 천지존을 나서지 못하도록 조치했어.”
그런데 청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저들한테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대신, 정 이모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걸 하셨다는 거야.”
청상이 쓸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는데 지금 화를 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이성을 잃고 부도신족에 당장 찾아가도 어머니께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현재의 실력으로는 부도신족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다른 곳에서 패주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도신족 같은 세력에 대항하려면 천지존경에 이르러야 했다.
“너희 청맥은 그럼 어머니께서 조탑에 갇히는 꼴을 보고만 있었단 말이야?”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청상을 바라봤다.
“청맥은 현맥과 묵맥의 상대가 전혀 안 돼. 그리고 현재, 청맥의 맥주님은 보수적이고 나약하셔서 지금껏 저들을 상대하려 하지 않고 져주기만 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