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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70화 (869/1,000)

870화. 백룡지존이 준 엄청난 선물

청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답했다.

“무능한 녀석, 순망치한이란 말도 모른단 말인가?”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비록 청맥의 맥주를 본 적은 없지만 타협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사람은 영락없는 멍청이가 분명했다.

이에 청상은 쓸쓸하게 웃었다.

“정 이모 덕분에 부도신족 장로들은 잠시 너를 상대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친분이 있는 천지존들한테 부탁할 거야. 그러니 부디 조심해.”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청상을 바라봤다. 그는 이번에 목부가 북역의 패주가 되어 기분이 상당히 좋았는데 부도신족에 관한 소식 때문에 기분이 확 잡쳤다.

그는 위풍당당해 보이지만 이는 전부 어머니께서 부도신족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를 지켜준 덕분이었다.

지지존 대원만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만약 목진이 천지존이었다면 절대 부도신족 따위에 이렇게까지 골치 아프지 않았을 것이고 어머니도 그를 지키기 위해 부도신족에 발목이 묶이지 않으셨을 것이다.

“고마워.”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미친 듯이 요동치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자 청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드디어 부드러워졌다. 먼 길을 달려와 정보를 전해준 것만 해도 충분히 고마웠다.

“우리가 도움이 못 되어줘서 미안해.”

청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안한 듯 말했다.

목진도 분명 청맥 사람인데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목진은 괜찮다며 손을 휘익 젓더니 조용히 서서 만다라 등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잠시 목부를 떠날 거야. 주마왕 영패는 남겨둘 테니 다른 천지존이 찾아오면 이것으로 상대해. 해당 영패만 있어도 저들은 절대 목부를 움직이지 못할 거야.”

“그럼 넌?”

만다라와 영계의 질문에 목진은 고개를 들고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난 이제 천지존이 되기위해 떠나야지.”

목진은 북역 변두리의 한 산봉우리에 서서 목부의 소유가 된 드넓은 땅을 쓰윽 훑었다. 목부 덕분에 해당 지역들은 점차 생기를 되찾았다.

그는 한참 지나서야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꼭 다물었다.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뒤로 전처럼 수련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건 시간이 충분할 거라 여겼기 때문인데 청상의 등장에 아니란 걸 깨달았다. 목진이 게으름을 피우면 어머니께서는 조탑에 더 오래 갇혀 괴로움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하여 이제 더 이상 나태해지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를 부도신족에서 구해내려면 목진은 반드시 천지존경에 이르러야만 한다.

“아버지, 북령경을 떠날 때 아버지께 약속했었는데…….”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어느덧 목진이 북령경을 떠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아버지와 한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해 차마 돌아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마 지금도 자그마한 북령경에서 목진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그곳은 대천세계처럼 드넓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무척 그리운 곳이었다.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부단히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천지존경이라…….”

그는 누구보다 빨리 천지존경에 이르고 싶었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알았다.

대천세계에 천재는 하늘의 별처럼 많으니 말이다. 목진이 젊은 나이에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것도 대단하지만 이를 해낸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천세계에는 그와 비슷한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경지를 돌파하고 마침내 천지존경에 이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중, 대부분은 평생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로 살아갔고, 닿을 것 같으면서도 영원히 이를 수 없는 천지존경을 우러러보며 백골이 되었다.

목진은 현재 지지존 중 최강자지만 천지존들한테는 여전히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하여 목진은 천지존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았다. 천지존경에 이를 확률은 억만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만만한 목진이라도 괜히 불안해졌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부도신족처럼 우매하고 부패한 종족에서 어머니를 구해내려면 절대적인 힘이 필요했다.

목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천지존이 되어야만 했다.

어느새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힌 목진은 손을 내밀었는데 수중에 백광이 번쩍이더니 수정같이 반짝이는 동그란 하얀색 구슬이 나타났다.

표면에 은은한 안개를 감싸고 있는 하얀색 구슬의 내부에 영무가 요동쳤고 흐릿하게나마 백룡이 헤엄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백룡 영주…….”

목진은 백룡 영주를 보노라니 북창대륙에서 본 적 있던 백룡지존이 떠올랐다. 그때 목진은 백룡지존이 역외사족의 땅이 된 하위면 출신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날, 목진은 백룡 영주를 얻으면서 백룡지존이 남긴 령영을 통해 그날 일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목진이 그의 고향을 차지한 역외사족을 물리치고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면 엄청난 선물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룡지존은 목진한테 더없이 위대한 존재였는데 지금은 그의 실력이 그날의 백룡지존보다 훨씬 강했다.

목진은 왠지 백룡지존이 천지존경에 이르는 데 상당한 큰 도움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백룡 영주에 영력을 주입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백룡 영주의 깊숙한 곳에 미세한 영인이 있는 것이 느껴졌으나 강제로 소환하면 미세한 영인 때문에 영주가 폭발할 것이다.

“해당 위면에 가야 백룡지존의 령영을 소환할 수 있을 것 같군.”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두 눈을 감고 육신을 구석구석 탐색했다. 백룡지존이 체내에 흔적을 남긴 적이 있는데 목진의 실력이 어느 정도 오르면 그 흔적이 그의 고향을 가르쳐 줄 거라 했었다.

목진은 피와 살의 깊숙한 곳까지 빠짐없이 살펴봤다.

2각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고 왼손 손등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미세한 백광이 나타나더니 조금씩 모여 엄지손가락 정도로 큰 하얀색 용문을 이뤘다.

용문은 미세하게 떨리긴 했지만 방향을 가리키기는커녕,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내 실력을 확인해보겠다 이건가?”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백룡지존은 목진의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고향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진이 해당 위면에 가도 분명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쿵!

이에 목진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눈동자에 수정탑이 나타났고 체내의 영력이 요동치더니 전환을 거쳐 수정 영력으로 변했다.

순간,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잇따라 목진이 한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에 자금색 빛을 발하는 불후금신이 나타나 불후의 위력을 방출했다.

“이 정도면 되었나?”

실력을 한껏 끌어올린 목진은 손등에 나타난 하얀색 용문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래도 안 된다면 그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따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하얀색 용문은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흐뭇한 기운으로 가득 찬 용음이 울려 퍼졌다.

“저쪽이란 말인가?”

하얀색 용문이 방향을 틀어 어딘가를 가리키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곳은 대천세계의 서남쪽인데 백룡지존의 고향이 서남쪽 어디에 있단 말이지?

목진은 해당 위면의 대략적인 방향을 알았으니 전력을 다해 뛰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고개를 숙여 목부의 본부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만다라, 영계 등을 보며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 그때가 되면 난 목부를 천라대륙의 패주로 만들 거야.”

목진은 만다라 등과 약속이라도 하듯 중얼거리더니 불후금신을 거두고 한 줄기 빛이 되어 서남쪽으로 향했다.

한편, 만다라와 영계도 무언가 눈치챈 듯 고개를 들고 서남쪽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눈길을 거두고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목진이 다시 돌아오면 천라대륙 전체가 들썩이게 될 것이다.

창망하고 허무한 공간에 가끔 돌풍이 일었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유성이 휙 지나가곤 했다.

슉!

그때 갑자기 한 갈래 빛이 지나갔는데 그 속에 깃든 젊은 청년이 주위를 살피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백룡지존께서 계신 하위면은 대충 이쪽인 것 같은데…….”

그는 가끔 고개를 숙여 손등을 바라봤는데 손등에 난 백룡 무늬에서 은은한 백광을 발했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목진이 북역을 떠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는데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용문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대천세계의 서남쪽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는 크고 작은 대륙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3개월이 걸려서야 비로소 대천세계의 서남 구역에 들어섰다. 백룡지존의 고향과 대천세계의 공간 절점은 바로 해당 구역에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천세계는 수많은 하위면과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반드시 해당 공간 절점을 찾아내야 원하는 하위면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공간 절점은 보통 먼지처럼 작은 형태로 존재해 드넓은 구역에서 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목진은 3개월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훨씬 차분해졌다. 어떻게든 천지존경에 이르기로 한 이상,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고는 눈을 감고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탐색을 시작했다.

이는 상당히 긴 과정이 될 테지만 목진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 어느새 또 한 달이 지났다.

목진은 매번 영력이 고갈되고 나서야 탐색을 멈추고 제자리에 앉아 영력이 회복될 때까지 수련을 했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는데 한 달 동안, 아무런 수확도 없었지만 목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범위를 넓혀나갔다.

또 한 달이 지나갔다.

목진이 눈을 번쩍 떴는데 젊고 훤칠한 얼굴이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고강도의 탐색이라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그라도 힘들기 마련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영력이 백 리 정도까지 뻗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영력이 또 다 닳겠군.”

목진은 자못 실망스러웠다. 그는 두 달 동안 이처럼 실망스러운 결과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다.

“설마 용문이 가리킨 방향이 문제가 있는 건가? 설마 백룡지존의 고향이 완전히 사라진 걸까?”

목진은 고개를 숙여 손등에 나타난 용문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그가 최근 반년 동안 한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목진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쇠약해진 영력을 거둔 뒤 휴식을 취하려 했다.

“뭐지?”

그런데 그때, 서쪽에서 이상한 파동을 읽었다.

해당 파동은 상당히 미약해 목진이 최근 들어 예민해지지 않았다면 분명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바로 백 리 밖, 이상한 파동이 전해진 곳으로 달려가 앞쪽 공간을 살폈다.

잠시 후,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주위에 퍼져 있던 영력이 놀라운 속도로 한 곳으로 향했다.

위잉!

목진은 광권을 이룬 영력의 가장 깊숙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곳에서 영광이 번쩍이더니 먼지처럼 하찮은 검은색 광점이 나타났고 그 속에서 이상한 공간 파동이 스며져 나왔다.

목진은 순간 화색이 되었다. 이는 바로 그가 두 달 동안 찾아 헤매던 공간 절점이었다.

해당 공간 절점만 뚫으면 그는 백룡지존의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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