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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71화 (870/1,000)

871화. 하위면

“드디어 찾았군.”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그는 바로 공간 절점을 뚫지 않고 자리에 앉아 대량의 지존영액으로 체내의 영력을 빠르게 회복했다.

상대편은 비록 하위면일 뿐이지만 역외사족이 차지했기에 몸 상태를 회복해야만 했다.

그는 다른 누군가가 해당 공간 절점을 발견하고 갑자기 뛰어들까 봐 경계 태세를 취한 채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대천세계 사람들한테 하위면은 특이한 곳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기회가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더구나 하위면이 대천세계보다 실력으로 뒤처졌기 때문에 누구든 하위면에 가면 천하무적이란 느낌을 받을 것이고 하위면의 자원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다행히, 대천세계의 사람이 하위면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공간 절점을 찾았다고 해도 수중에 반드시 하위면 물건이 있어야 했다.

목진 수중의 백룡 영주처럼 말이다. 백룡 영주에는 백룡지존의 흔적이 있어 위면 규칙을 무시하고 목진을 도와 대천세계에서 하위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는 법, 목진은 자신이 어렵게 찾아낸 공간 절점이 들켜 일이 번거로워질까 봐 걱정되었다.

어느새 한 시진이 지나 목진이 소모한 영력을 되찾자 눈에서 다시 눈부신 영광을 발했다.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완전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검은색 공간 절점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날아가 이를 힘껏 때렸다.

위잉!

공간 절점은 미친 듯이 웅장한 영력을 집어삼키더니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1각 정도가 지나자 검은색 공간 절점은 한 장 정도가 되었고 난폭한 공간 파동을 내뿜었다.

잇따라 목진은 공간 절점을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둘렀는데 바로 튕겨 나가 주먹이 지끈거렸다.

“역시 대천세계의 사람은 하위면에 들어가기 어렵군.”

그는 백룡 영주를 꺼내 영력을 주입했는데 영주에서 은은한 백광을 발하더니 목진을 감쌌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이내 정색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를 악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디 천지존이 될 수 있길…….”

백광은 수월하게 공간 절점을 통과했고 목진은 대천세계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공간 절점도 미세하게 떨리더니 빠르게 작아져 다시 먼지 정도의 크기가 되어 드넓은 공간에 숨어들었다.

그 구역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조용해졌다.

창망한 하늘은 암홍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대지와 먼 곳에 우뚝 솟은 산맥들은 은은한 빨간색을 띠었는데 멀리서 보면 꼭 피로 물든 것처럼 처참해 보였다.

위잉!

그때 한 산맥의 위쪽 공간이 갑자기 찢어지더니 위면 통로가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늘씬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위면 통로를 따라 하위면에 온 목진이었다.

목진은 주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고 한껏 끌어올렸던 영력도 거뒀다.

“이곳 하위면의 천지의 힘은 역시나 대천세계보다 못하군.”

목진이 손을 내밀자 천지의 힘이 모여 광구를 형성했는데 그 속에 깃든 힘을 느끼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곳의 천지의 힘은 대천세계의 영력보다 훨씬 못해 여기서 힘을 회복하려면 속도가 훨씬 느릴 것이다.

“목부 창고의 지존영액을 전부 가져오길 잘했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만약 지존영액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싸울 일이 생겼을 때, 그는 분명 생각할 게 많았을 것이다.

그는 영력이 다 닳아 위험해졌을 때를 대비해 신중해야 했다.

목진은 다시 백룡 영주를 꺼냈는데 은은하게 발하던 백광은 훨씬 밝아졌지만 백룡지존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백룡지존이 살던 곳에 가야 집념을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지금으로서 목진은 무슨 방법이든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백룡 영주가 이곳에서 더 밝게 빛나는 것을 보면 적어도 제대로 찾아온 것만은 확실했다.

“이곳은 혈사족(血邪族)이 점령했을 텐데…….”

목진은 암홍색으로 물든 구역을 쓰윽 훑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주위에서 음산하고 비릿한 파동을 느꼈는데 체내의 영력이 극도로 배척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혈사족의 파동이 틀림없었다.

역외사족은 이곳을 개조하기 위해 천지의 힘마저 바꾸려는 듯했다.

“혈사족의 실력이 어떤지 모르겠군.”

그는 아직 상대의 실력을 알지 못했기에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적어도 해당 하위면을 점령한 혈사족에 마제가 있는지부터 알고 움직여야 했다.

마제는 천지존이나 다름없어 혈사족에 마제가 있다면 목진한테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의 실력으로 마제와 마주친다면 승산이 얼마 없을 것이다.

“일단 정보부터 수집해야겠군.”

결정을 마친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먼 곳으로 향했는데 혈사족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낮게 비행했다.

그런데 전속력으로 나아가던 목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짐승의 소리는커녕, 하위면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한 것이 꼭 살아 숨 쉬는 동물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혈사족에서 설마 해당 하위면의 생명을 모조리 없앴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역외사족은 왜 이렇게 잔인하단 말인가?

다행히 신속하게 주위의 탐색을 마친 목진은 반 시진 만에 일정한 파동을 발견했다.

그는 어딘가에 있는 산봉우리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봤는데 그곳에서 도성을 발견했다.

목진은 도성에서 여러 가지 기운을 느꼈는데 전부 해당 하위면과 동일하면서도 다른 기운을 내뿜는 것이 이곳에 사는 원주민 같았다.

“아직도 원주민이 있단 말인가?”

목진은 순식간에 도성의 위쪽 하늘에 나타나 영력을 전부 거둔 뒤, 몰래 허공에 스며든 채 도성을 살폈다.

도성은 번창했고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제법 떠들썩했는데 목진은 이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사람들한테서 괴이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하나 같이 안색이 창백했고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비록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었지만 영혼이 없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

그때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떠들썩했던 도성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갔다.

“껄껄!”

도성의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수많은 선홍색 그림자가 나타나 낄낄거리며 사람들을 포획했다. 빨간색 도포를 입은 녀석들은 새하얀 얼굴에 한광을 발하며 뾰족한 앞니 두 개를 드러낸 혈사족 강자들이었다!

녀석들은 손을 내밀어 미친 듯이 도망가고 있는 사람들을 덥석 잡더니 예리한 이로 목을 베어 물었다. 그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결국 육신이 빠르게 메말라 버렸고 체내의 피가 다 말라버리자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북적이고 평화롭던 도성은 시체가 가득한 아수라장이 되었다.

목진은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드디어 원주민들이 아직 살아있는 이유를 알아챘다.

혈사족 녀석들은 짐승을 가두듯 그들을 살려두고 있다가 배가 고프면 나와 사람들을 포획해 그들의 피를 흡입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절망과 두려움에 온몸을 파르르 떨며 도망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살아남긴 했지만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한 세상이란 말인가!

그때 혈사족의 한 녀석이 미친 듯이 도망가던 소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수려한 얼굴을 쓰다듬었는데 제아무리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쳐도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소녀의 새하얀 목을 킁킁거리더니 히쭉 웃으며 말했다.

“무려 처녀라니, 운이 참 좋군.”

그는 처녀의 피를 즐길 생각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길쭉한 손이 나타나 머리를 꽈 잡아 그는 더 이상 꿈쩍도 하지 못했다.

혈사족 강자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흠칫 놀라 뒤쪽을 힐끗 쳐다봤는데 어디선가 청년 한 명이 나타났다.

“자넨 누구기에 감히 날 방해하는 건가?”

퍽!

그런데 상대방은 말도 없이 손에 힘을 주었고, 녀석의 머리는 순식간에 폭발해 소녀의 얼굴에 튀었다.

소녀는 깜짝 놀라 머리가 터져 쓰러진 혈사족 강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얼른 도망가세요!”

소녀는 금세 정신을 차렸는데 기쁘기는커녕, 전보다 더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여태껏 혈사족의 악마들을 죽이려는 사람은 제법 있었지만 전부 녀석들의 손에 육신이 갈기갈기 찢겼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살아갔다.

하여 그녀는 목진이나 자신도 결국 살아남긴 힘들 거라 여겼다.

그때 다른 혈사족 강자들이 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며 목진에게 다가왔다.

미친 듯이 도망가던 원주민들은 이를 발견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혈사족 강자들이 목진을 찢어 죽이면 이들도 전부 죽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아가는 것보다 이대로 죽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슉! 슉!

정작 목진은 도성의 위쪽 하늘에서 미친 듯이 내려앉은 혈사족 강자들을 무시하고 소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상냥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괜찮을 거다.”

목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선홍색 그림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살기를 품었다.

잇따라 그가 서서히 발을 들었다가 힘껏 구르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중심으로 영력 돌풍이 휘몰아쳤다.

퍽! 퍽! 퍽!

목진을 향해 다가오던 수많은 혈사족 강자들은 멈칫하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고, 금세 무서운 영력 충격에 육신이 폭발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곳에 나타났던 혈사족 강자는 전부 사라졌고 떠들썩했던 도성도 다시 조용해졌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앉아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천하무적이라 여겼던 악마들이 이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무덤덤하게 서서 몸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늘씬한 청년을 바라봤다. 소녀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더니 갑자기 목진에게 큰절을 했다.

이와 동시에, 소녀의 처량한 목소리가 도성에 울려 퍼졌다.

“천신님, 부디 우리를 살려 주세요!”

소녀는 혈사족처럼 강대한 악마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말로만 듣던 천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절망감으로 가득 찬 소녀의 처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듣는다면 누구든지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그때 드디어 정신을 차린 원주민들도 목진을 향해 무릎을 꿇고 온몸을 파르르 떨며 애원했다.

“천신님, 부디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

그들은 목진을 최후의 희망이라 여겼다. 짐승처럼 도성에 갇힌 채 살아가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존엄은 버린 지 오래되었으며 그들에겐 심지어 죽을 권리조차 없었다.

그들이 살아남은 유일한 이유는 악마 같은 혈사족에게 계속해서 신선한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들도 결국 그들과 똑같은 운명을 반복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전혀 반항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강자한테는 그들의 발악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악마 같은 혈사족은 이곳에서 천하무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토록 강력하고 신비로운 존재가 나타나다니……. 그 누구도 목진이 자신과 같은 종족 출신인지 몰랐지만 적어도 혈사족이 아닌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신비로운 청년이라면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수많은 원주민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까지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는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광경에 목진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제야 대천세계 사람들이 왜 역외사족을 상대할 때만큼은 모든 원한을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움직이는지 깨달았다.

역외사족이 대천세계를 점령하면 모든 생명은 이 하위면의 원주민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역외사족은 그야말로 대천세계 사람들의 공동의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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