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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74화 (873/1,000)

874화. 악마의 신

선홍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원주민들은 잔뜩 겁에 질려 온몸을 파르르 떨며 허공에서 짐승 바라보듯 탐욕스럽게 그들을 살피는 녀석을 바라봤다.

그때 젊은 청년이 대전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녀석한테 다가갔다.

빨간색 도포를 입은 백발 사내도 고개를 숙이고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자네가 내 휘하 도성의 아이들을 전부 죽인 건가?”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가던 길에 흡혈귀들을 대충 손봐준 것뿐이네.”

혈사족 강자들은 칼 같은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는데 당장에라도 그를 찢어 죽일 것 같았다.

도성의 원주민들도 화들짝 놀라 상황을 살폈다. 목진이 감히 혈마왕에게 막말을 할 줄 몰랐다. 그는 악마의 신이나 다름없어 화라도 나면 이곳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한테 그따위로 말한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네.”

혈마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하위면에서 너무 오래 생활했나 보군. 혈사족의 혈마왕 따위가 뭐라고…….”

목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 혹시 대천세계 사람인가?”

하위면이란 말에 혈마왕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저지른 잘못이 너무 크면 누군가는 혼내러 오기 마련이네.”

“자네 따위가 감히?”

혈마왕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지존 대원만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혈사족 전체를 상대하겠단 말인가?”

“못할 것도 없지 않겠나?”

목진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혈마왕은 이내 살기를 품었다. 그는 대천세계에서 하위면의 일에 참견한 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오늘 반드시 목진을 죽이리라 다짐했다.

이러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혈사족한테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저 녀석을 죽이거라.”

혈마왕은 차가운 목소리로 앞쪽에 서 있는 네 명의 혈마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상당히 신중한 사람이라 일단 목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네!”

네 명의 혈마장은 바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발을 힘껏 굴러 네 갈래 혈광이 되어 목진에게 향했다.

쿠쿵!

네 명의 혈마장이 웅장한 혈광을 내뿜자 주위는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도성의 원주민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혈마장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는데 네 명이 함께 나섰으니 아무리 여왕 폐하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한편, 도성의 대전 밖으로 나온 백의 여왕과 다른 고위층들도 잔뜩 긴장한 채 하늘을 쳐다봤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그가 네 명의 혈마장을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기라도 하면 오늘은 그들의 멸망의 날이 될 것이다.

슉! 슉!

목진은 무덤덤하게 자신을 향하는 네 갈래 혈광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는데 주먹에서 수정의 빛이 발했다.

잇따라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수정 권광은 순식간에 팽창해 천 장 크기를 이루더니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네 명의 혈마장 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수정 권광에 깜짝 놀란 네 명의 혈마장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선홍색 홍류를 끌어올려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으로 수정 권광에 맞섰다.

치익!

양자가 부딪치자 선홍색 홍류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꼭 암장을 만난 눈 같았다.

네 명의 혈마장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명의 합동 공격마저 목진한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물러납시다!”

네 명의 혈마장은 최대한 빨리 도망가려 했다.

“어딜 가려는 건가?”

목진이 피식 웃더니 살기를 품고 물었다. 그는 혈사족을 저주했고 기회만 되면 당연히 죽일 것이다.

목진이 손을 가볍게 튕기자 수정 권광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도망가고 있는 네 명의 혈마장의 몸에 적중했다.

으악!

처량한 비명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수정 권광이 사라지자 네 명의 혈마장은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은 한 주먹에 네 명의 혈마장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도성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원주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천하무적이라고 여겼던 혈마장은 왜 신비로운 청년 앞에서 이토록 약하단 말인가?

“저 사람은 천신님이네!”

일전에 철혈성에서 목진을 봤던 원주민들이 흥분해 소리를 지르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저 사람이 정녕 천신이란 말인가?”

“이렇게 강한 존재가 천신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천신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단 말인가?”

* * *

드넓은 도성에서 상황을 살피던 원주민들은 전부 무릎을 꿇었다. 수많은 절망적인 순간을 거쳐 그들은 드디어 희망을 보았다.

대전 앞에 모인 고위층들도 허공에 떠 있는 젊은 청년을 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목진이 한 주먹에 네 명의 혈마장을 죽이자 다들 적잖게 놀란 것이다.

백의 여왕도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 역시 백성을 지킨 저 강대한 힘이 너무 탐이 났다.

반면, 허공에 떠 있던 혈사족 강자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여태껏 해당 하위면에서 백전백승이라 점차 오만방자해졌는데 갑자기 이토록 치명적인 타격을 입다니 순간 넋이 나갔다.

네 명의 혈마장은 혈사족의 고위층 강자인데 청년한테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이러한 생각에 그들은 힐끗힐끗 왕좌에 앉아있는 혈마왕을 바라봤는데 그도 안색이 어두워져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혈마왕도 목진의 강대한 전투력에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다만, 상대의 실력이 얼마나 강하든 그는 반드시 목진을 죽여야만 했다. 안 그럼 원주민들에게 괜한 희망을 주게 될 것이다.

“흥, 천신은 무슨! 내 오늘 너희가 보는 앞에서 천신을 죽일 것이다. 그래야 너희가 더는 감히 우리 혈사족에 반항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혈마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도성은 다시 조용해졌다. 여태껏 혈마왕의 괴롭힘을 수도 없이 당한 원주민들은 암묵적으로 그들을 무적이라고 생각했고 혈마왕은 악마의 신이었다.

젊은 천신은 강하긴 하지만 그가 악마의 신이나 다름없는 혈마왕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일전의 승리는 혈마왕이 던진 미끼일 뿐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대전 앞에 서 있는 백의 여왕 등의 안색도 점차 어두워졌다. 일전의 대결에서 목진은 확실히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가 혈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목진도 고개를 들고 백발을 휘날리는 혈마왕을 보더니 눈동자에서 수정탑이 아른거렸다.

어느덧 혈마왕은 목진한테 다가가 팔짱을 낀 채 혈광을 발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자네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면 그대로 보내주겠네.”

이에 목진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는데 손바닥에서 강력한 영력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그건 자네가 그럴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겁도 없는 녀석, 죽고 싶어 환장했군!”

혈마왕은 씨익 웃으며 말하더니 두 손을 벌렸는데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뒤쪽에서 무한의 혈해가 요동치다가 수만 장 정도의 방대한 선홍색 마영이 일어났다.

선홍색 마영은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하늘마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대전 앞에 서 있던 백의 여왕은 선홍색 마영을 보더니 종족의 선배님들이 바로 선홍색 마영의 손에 죽었던 기억이 떠올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피가 주르륵 흘렀다.

마영의 힘은 그들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 서 있는 고위층들도 사색이 되어 곧 제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았다.

온 천지가 마영 때문에 격렬하게 떨렸다.

“이것이 자네의 최강수인가?”

정작 목진은 고개를 들고 마영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혈마왕은 더는 간을 볼 생각이 없어 바로 필살기를 내세웠다.

“그렇다면…….”

목진은 미소를 지은 채 혈마왕을 바라보더니 눈동자에서 수정의 빛을 발하며 수정탑을 꺼냈다.

“그럼 나도 더는 봐주지 않겠네.”

수만 장 정도의 거대한 선홍색 그림자가 우뚝 솟아오르자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악마의 신 같은 위엄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선홍색 마영을 바라봤다. 원주민들은 이를 보자 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수정탑을 든 채 허공에 태연하게 서 있었다.

“자네가 이곳에서 굳이 센 척하겠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만 장의 혈영 위에 나타난 혈마왕은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역외사족인 그는 대천세계의 등급에 대해서도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목진은 겨우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로 혈사족에서 혈마장보다 조금 강할 뿐, 혈마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혈일강림(血日降臨)!”

말을 마친 혈마왕이 발을 힘껏 구르자 수만 장 정도의 혈영이 입을 쩍 벌려 혈광을 내뿜었고 이는 천 장 정도의 거대한 혈일을 이뤘다.

혈일은 혈광을 내뿜으며 서서히 떠올랐는데 혈광에 닿은 곳마다 점차 부식되었다.

“공격하라.”

혈마왕이 씨익 웃으며 외치자 혈일은 빠르게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구세주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자네가 만약 내 공격을 피하면 도성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을 것이네.”

혈마왕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따위 수작은 부릴 필요 없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녀석은 어떻게든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게 하려고 저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목진은 녀석을 그리 강력한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하여 그는 고개를 들고 자신에게 향하는 혈일을 보고만 있다가 닿기 직전에야 신속하게 두 손으로 결인했다.

위잉!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손바닥에서 수많은 수정 광선을 방출해 수만 장 정도의 방대한 수정망을 이뤄 혈일을 완전히 감쌌다.

“겁도 없는 녀석!”

혈마왕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혈일에는 혈사족의 독특한 힘이 깃들어 있었고 엄청난 부식성까지 있어 일단 닿으면 떨쳐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목진은 억지로 이를 막아내려 하다니, 이건 죽기를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수정망과 혈일이 맞닿자 혈마왕의 표정이 확 굳었다.

양자가 부딪치자 혈일이 발하던 빛이 놀라운 속도로 어두워졌는데 꼭 힘이 봉인된 것 같았다.

치익!

혈일에서 선홍색 안개가 피어올랐고 수정망이 부단히 줄어들자 혈일도 함께 작아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혈일은 손바닥 정도의 선홍색 구슬로 작아졌고 표면에 오래된 무늬가 가득 새겨졌다.

목진이 손을 내밀자 선홍색 구슬은 그의 수중에 내려앉았고 그는 가볍게 웃으며 혈마왕을 바라봤다.

“자, 돌려주마.”

말을 마친 목진이 팔을 가볍게 떨자 선홍색 구슬이 신속하게 날아갔는데 혈마왕을 향한 것이 아니라 혈운에 서 있는 혈사족 강자들한테 날아갔다.

“당장 피하거라!”

혈마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쿵!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홍색 구슬이 폭발해 엄청난 혈랑이 요동쳤고, 이에 닿은 혈사족 강자는 그 무서운 힘에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허공에 떠 있던 혈운은 와르르 무너졌고, 혈사족 강자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반면, 도성의 원주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혈마왕의 파멸의 공격이 무서워 아직도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는데 천신님께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방법으로 혈사족 강자들을 공격해 큰 타격을 주었다.

대전 앞에 서 있던 백의 여왕 등도 깜짝 놀라 흥분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혈마왕이 이렇게 낭패를 당한 것은 처음 보았다. 신비로운 청년은 정말 혈마왕을 쓰러뜨릴 능력이 있지 않을까?

그 모습을 보던 혈마왕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목진은 그의 공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 공격을 그대로 돌려줬으니, 이보다 억울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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