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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81화 (880/1,000)

881화. 목진과 혈마황의 대결

혈마산 정상에 서 있는 백발 소년이 입을 살짝 움직이자 선홍색 껍질이 한 갈래 혈광이 되어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동족 강자들의 정혈을 수도 없이 흡수했고 마지막엔 대혈마왕마저 혼신의 정혈을 바쳐 녀석의 일부 기억도 지니고 있었다.

“혈사족에 마제가 나타날 줄 몰랐네.”

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발 소년, 즉 혈사족의 혈마황(血魔皇)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본황은 비록 자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태어났지만 오늘, 반드시 자네를 죽일 것이네.”

녀석의 앳된 목소리에 무한의 한기가 깃든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기만 했다. 그는 혈마황이 나타났을 때부터 오늘 대결은 누구 하나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혈마황의 실력을 한번 볼까?”

상대방은 진정한 마제지만 목진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결과가 어떤지는 직접 상대해봐야 알 것이다.

“내가 자네 정혈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이를 전부 나한테 넘기면 자네를 혈노로 만들어 살려주겠네.”

혈마황의 말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자금색 빛을 발하는 불후금신을 소환한 뒤, 흑백 목진과 함께 어깨 위에 올라가 앉았다.

잇따라 세 명의 목진이 계속해서 웅장한 영력을 불후금신에 주입하자 만 장의 금광이 폭발했다.

현재 불후금신은 자금 빛을 발하는 거대한 태양이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

혈마황의 말에 세 명의 목진이 동시에 결인하자 불후금신의 몸 표면에 자금색 신문이 나타나더니 몸에서 벗어나 주위를 맴돌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불후신문의 수량이 무려 이백 갈래나 되었다.

목진은 망설이지 않고 흑백 목진과 함께 불후신문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다 이백 갈래의 불후신문이 자금색 빛을 발하자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대혈마왕이었어도 목진의 이 공격에 적중하면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불후신문, 변화무쌍, 불후금종!”

목진이 소리치자 이백 갈래의 불후신문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자금색 종을 이뤘고 이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혈마황을 감쌌다.

목진이 다시 옷깃을 휘날리자 수십 갈래의 불후신문이 형성되더니 커다란 황금색 기둥을 이뤄 금종을 힘껏 두드렸다.

뎅!

그 소리에 천지가 격렬하게 떨렸고 혈마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만 장 정도의 거대한 음파가 휘몰아쳐 하늘마저 갈기갈기 찢어졌다.

금종 주위 백 리 범위에 있던 바위는 전부 잿더미가 되었고 지면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음파만으로도 위력이 이 정도면 금종에 갇힌 사람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파멸의 충격을 견뎌내야 한단 말인가?

이를 지켜보던 백소소는 화색이 되었는데 목진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목진은 이 정도로 천지존이 아닌 강자를 제압하기에는 충분하지만 마제한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거라 여겼다.

역시나 금종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표면에 깊숙한 장인이 나타났다.

퍽!

거대한 금종은 녀석의 공격에 균열이 생기더니 사정없이 부서졌고 혈마황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육신에 빨간색 흔적이 남은 것 외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더구나 빨간색 흔적도 빠르게 사라졌다.

스읍!

백소소 등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그들은 혈마황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목진의 공격은 그한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목진을 굳게 믿던 백소소도 왠지 걱정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마제는 남다르군.”

목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혈마왕과 혈마황은 한 글자 차이지만 실력은 천지 차이였다.

그때 산봉우리에 서 있던 혈마황이 목진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내밀자 손끝에서 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이는 동그란 구슬이 되어 파르르 떨더니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목진에게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불후금신에서 억만 갈래의 자금색 빛이 발했고 이는 앞쪽에 자금색 산맥을 이뤘다.

쿵!

혈마황의 피가 자금색 산맥에 힘껏 부딪혔다.

쿠쿵!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견고할 것만 같은 자금색 산맥이 와르르 무너졌고, 엄청난 힘의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퍽!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진동하더니 일그러진 공간에서 발하던 자금색 빛이 가시자 거대한 불후금신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뒤로 수천 리 정도 물러났고 굵직한 다리에는 깊숙한 흔적이 생겼다.

목진이 열세에 처한 모습을 보자 백소소와 원주민 강자들은 심장이 철렁했다.

일전의 대결로 혈마황의 실력이 목진을 압도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불후금신이 드디어 몸을 추스르자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이 서둘러 불후금신의 몸을 살폈다. 그러자 균열이 몇 군데 난 것이 보였다.

상대방의 가벼운 공격에 불후금신은 큰 타격을 입었으니, 마제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눈빛이 예리해졌다. 혈마황이 아무리 무서운들 생사의 순간을 수도 없이 겪은 목진을 제압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 오늘 난 목숨을 걸고 녀석과 싸울 거야!”

혈우가 우수수 떨어지는 곳에 서 있던 사람들은 혈마황이 선보인 강대한 힘에 깜짝 놀랐다. 혈마황은 피 한 방울만으로 목진을 물리쳤다.

원주민들은 강자의 놀라운 실력에 상대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만약 목진이 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그들은 바로 자결하리라 결심했다.

반면, 아수라장이 되었던 혈마산은 혈마황의 출현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비록 혈마왕들은 전부 죽었지만 혈마황만 있으면 혈사족은 절대 패배할 리가 없고 오히려 더 강대해질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전부 무시한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우수수 쏟아지는 혈우 속에 서 있는 혈마황을 바라봤다.

쿵!

잇따라 목진이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억만 갈래의 영광이 발했고 뒤쪽에 서 있던 흑백 목진도 그와 함께 혈마황을 향해 돌진했다.

크으으으!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진정한 용의 령이 나타나 포효하며 육신과 아우러지더니 용린이 갑옷처럼 자라났고 등에 펼쳐진 봉황의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자 광풍이 일었다. 그는 공간을 가르며 혈마황에게 향했다.

목진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전부 소환해 육신과 융합했다. 그래야 그의 전투력이 더 강해질 것이다.

슉!

혈마황 앞쪽에 나타난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손에 영광이 미친 듯이 모이더니 영정(靈晶) 각질층을 이뤄 파멸의 힘을 만들었다.

이 공격은 대혈마왕이라도 감히 정면으로 상대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혈마황은 힐끗 보더니 하얗고 길쭉한 손을 가볍게 들어 목진의 주먹을 때렸다.

탕!

양자의 손이 닿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진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맥없이 추락해 바닥 깊숙이 꽂혔고, 흑백 목진은 그 기회를 노려 동시에 웅장한 영력이 깃든 장풍으로 혈마황의 등을 공격했다.

그런데 이는 혈마황한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고 녀석의 눈에서 혈광이 번쩍이더니 등에서 사악한 혈광이 요동쳤다.

퍼퍽!

흑백 목진이 혈광에 적중해 튕겨 나가자 주위의 산맥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본체와 흑백 목진의 합동 공격은 완전히 흩어졌고 다치기까지 했다. 마제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한편, 혈마황은 허공에 서서 아래쪽 대지에 난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곳은 목진이 떨어진 곳이었다.

쿵!

한 갈래 혈광이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폭등해 거대한 선홍색 이무기로 변했고 녀석은 혀를 날름거리며 날아가 깊숙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혈광이 확산되었고 거대한 선홍색 이무기는 갑자기 폭발했다.

상황을 살피던 혈마황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깊숙한 구멍에서 웅장하기 그지없는 전의가 솟구치더니 수천 명의 전사가 서서히 날아올랐고 그 속에 서 있는 목진은 드넓은 바닷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전의의 령을 이루거라!”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에 수천의 현룡군 전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억만 갈래의 전의의 빛이 솟구치며 한데 모여 수만 장의 방대한 전의의 용을 이뤘다.

거대한 용은 하늘을 날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목진은 이번에 현룡군을 무려 6천 명이나 소환했다. 이는 그의 한계치로 더 끌어모으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올 것이다.

다행히 6천 현룡군이 이룬 전의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크으으으!

거대한 전의의 용이 포효하더니 들끓는 전의와 함께 날아가 혈마황을 향해 발을 뻗었는데 공간이 계속해서 무너졌다.

이에 혈마황도 손을 내밀었는데 혈광이 모여 손이 팽창하더니 만 장 정도가 되었다.

쿵!

혈마황이 손을 휘둘러 거대한 전의의 용의 발에 닿자 난폭한 돌풍이 휘몰아쳤고 돌풍이 스친 곳은 하늘마저 어두워졌다.

크으으으!

돌풍이 휘몰아치자 거대한 전의의 용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튕겨 나갔고 혈마황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몇 보 물러났다.

그 광경에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현룡군을 6천 명이나 소환했는데도 혈마황은 뒤로 몇 보 물러난 것이 다였다.

“목왕, 마제를 상대하려면 현룡군이 적어도 만 명은 되어야 해요.”

뒤쪽에 서 있던 현룡군 통령 강룡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목진은 입술이 바짝 말랐다. 그의 실력으로는 현룡군 6천 명의 전의를 장악하는 것이 한계였다. 더 많은 양의 전의를 장악하려다가는 오히려 본체에 무리가 올 것이고 혈마황이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수단이 제법 많군. 그래서 혈사족 사람들이 낭패를 봤던 거군.”

어느새 몸을 추스른 혈마황이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우리의 실력 차이를 메꾸기는 어려울 것이네.”

혈마황은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쩍 벌렸는데 무서운 흡인력이 폭발했다.

목진이 아무리 애써 막아 보려 해도 거대한 전의의 용은 그 흡인력을 떨쳐내기 어려워 결국 빨려 들어갔다.

풉!

혈마황이 거대한 전의의 용을 꿀꺽 삼키자 6천의 현룡군은 바로 피를 토했다.

“일단 돌아가세요.”

목진이 안색이 어두워져 상황을 살피더니 강룡한테 말을 건넸다.

“부디 조심하세요, 목왕.”

강룡은 미안한 듯 말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현룡군이 곁에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이다. 이에 그는 바로 군사들과 함께 물러났다.

“또 다른 수단이 있으면 마음껏 선보이게. 본 황의 기분이 좋아지면 자네를 한 방에 죽여줄 수도 있네.”

목진은 허공에 서서 자신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혈마황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진정한 마제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직접 싸워 보니 상대방이 얼마나 강대한지 알 것 같았다.

그는 그 차이를 어떻게든 메꿀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목진의 수단은 확실히 많긴 하지만 천지존급 강자와 비교하면 보잘것없었다.

“역시 그 방법뿐인가…….”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에 주위의 파동도 점차 사그라들었고 광풍이 아무리 강력하게 휘몰아쳐도 끄떡없었다.

그 광경에 혈마황은 팔짱을 끼고 가볍게 웃기만 했다. 그는 목진이 뭘 하든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막아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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