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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82화 (881/1,000)

882화. 일기화삼청, 삼합경

목진은 점차 주위의 모든 소리마저 차단한 채 이 세상에 홀로 있는 것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물결이 일지 않았고, 어느새 혈마황마저 잊었다.

그러다 목진은 두 갈래의 미세한 파동을 발견했는데 이는 잔잔한 호수에 은은한 물결을 일으켰고 물결은 점차 급박해지더니 영광 두 점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화신의 진령이여, 나타나라.”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에 영광 두 점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흑백 목진의 형태를 이뤘다.

그들은 화신이 아니라 화신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진령으로 목진이 일기화삼청을 수련해냈을 때 체내에서 분리되어 나온 존재였다.

목진은 여태껏 두 화신의 진령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장경루에서 천제의 수련 경험을 획득한 뒤로 부단히 시도했지만 여전히 완벽한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생사의 위기가 닥치자 목진은 드디어 두 진령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진령이 한데 아우러진 것이 바로…… 삼합경이다.”

목진이 속으로 중얼거리자 두 갈래 진령이 날아가 그와 하나가 되었고 외부에 있던 흑백 목진도 목진한테 다가가더니 본체로 걸어 들어갔다.

두 화신이 사라지자 목진은 서서히 눈을 떴는데 검은색 눈동자에서 영광이 번쩍였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축 드리웠던 옷도 저절로 펄럭이며 소리를 냈다.

“이제야 조금 흥미로워졌군.”

허공에 서서 목진의 변화를 지켜보던 혈마황은 흠칫 놀라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의 눈에서 그윽한 영광이 요동쳤고 몸 표면에는 실체 같은 영광이 모여 육신을 완전히 감쌌다.

이는 비록 엄청난 기세를 뽐내지는 않았지만 목진이 눈을 뜬 순간, 다들 그가 형성한 위압감이 혈마황의 위압감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그 파동은 혈마황보다 웅장하고 그윽하지는 않았지만 경천의 기둥처럼 우뚝 솟아올라 광풍의 공격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목진은 고개를 숙여 주먹을 꽉 쥐었는데 체내의 강대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홍류처럼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피와 살, 심지어 뼈마저 결정화된 것 같았다. 이는 영력이 너무 웅장해 육신이 이를 견뎌내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었다.

“힘이 상당히 강대하군.”

목진은 눈에 영광이 번쩍이더니 몰래 감탄했다. 그는 일기화삼청의 두 번째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력할 줄 몰랐다. 본체와 두 화신이 하나가 되니 힘이 순식간에 몇 배로 폭등했다.

지금의 실력이라면 아마 한주먹에 대혈마왕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진은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화산처럼 부단히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혈마황을 보더니 발을 힘껏 굴러 순간 공간을 부수며 귀신처럼 녀석의 뒤에 다가갔다.

잇따라 그가 손을 내밀자 손에서 은은한 영광을 발하는 것이 꼭 백옥 같았고 손바닥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이 별이 깃든 것 같았다.

현란한 목진의 공격에 주위 만 리 범위의 대지가 와르르 무너졌고 커다란 장인이 형성되었다.

목진의 공격은 상당히 매서웠다.

그러나 혈마황은 가볍게 웃으며 뒤로 손을 내밀었다. 혈옥으로 만든 것 같은 빨간색 손에서 장풍이 솟구치자 순간, 피비린내가 퍼져나갔다.

퍽!

양자의 손이 부딪치자 혈광과 은은한 백광이 각자 반쪽 하늘을 물들여 이 세상을 반으로 가른 것 같았다.

잇따라 두 갈래 무서운 힘이 폭발하자 목진과 혈마황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튕겨 나갔다.

그중, 뒤로 십수 보 물러난 혈마황은 바로 몸을 추스르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군. 이제야 본 황을 상대할 힘을 갖췄군.”

“실력이 이 정도는 되어야 정혈이 훨씬 순수해질 테니 자네의 정혈을 삼키면 미리 탄생한 탓에 생긴 폐단을 보완할 수 있겠군.”

“하하하!”

혈마황은 껄껄 웃더니 입을 쩍 벌려 혈색 하천을 내뿜었다. 선홍색 하천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휩쓸리면 무엇이든 결국 핏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사냥감이 자격을 갖췄으면 인제 잡아들여야지!”

“식령혈하(蝕靈血河)!”

혈하는 혈마황의 웃음소리와 함께 목진에게 향했다.

목진도 자신에게 향하는 혈하를 보더니 그 속에 깃든 무서운 부식력을 알아채고 흠칫 놀랐다. 아무리 그라도 일단 혈하에 휩쓸리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여 그가 바로 옷깃을 휘날리자 무한의 영광이 뒤쪽에 모여 빠르게 불후금신을 이뤘다. 현재의 불후금신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는데 덩치가 훨씬 커졌을 뿐만 아니라 발하는 자금색 빛도 자금색 태양처럼 강력해졌다.

목진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불후금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금색 신문을 삼백 갈래나 이뤘다.

삼합경으로 힘이 강해진 목진은 만들어낼 수 있는 불후신문의 수량도 많아졌다.

위잉!

삼백 갈래의 불후신문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목진의 위쪽에 모여 자금색 빛을 발하며 손바닥 정도로 큰 자금색 조롱박을 이뤘다.

“불후금호(不朽金葫), 흡수하라!”

목진이 한 손으로 결인하며 외치자 조롱박 아궁이에서 금광이 번쩍이더니 상당히 강력한 흡인력을 발했다.

이에 혈하가 격렬하게 떨리더니 잠시 버티다가 결국 자금색 조롱박에 빨려 들어갔다.

그 광경에 혈마황은 혈광을 번쩍이는 눈으로 조롱박을 보며 헛기침했다. 그는 혈하로 자금색 조롱박을 폭발시키려 했다.

그런데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자금색 조롱박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공간을 가르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혈하를 집어삼킨 조롱박은 갑자기 사라졌고 목진과 혈마황은 혈하와 조롱박과의 연계가 뚝 끊어졌다.

“영리하군.”

혈마황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혈하를 막아낼 줄 몰랐다.

“과찬이네.”

목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혈마황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표정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삼합경으로 겨우 혈마황을 정면 상대할 실력을 갖췄지만 혈마황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마제의 실력은 너무 강했다.

“그럼 자네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겠네.”

혈마황은 백발을 휘날리며 음산하게 웃더니 손끝을 물어뜯어 피로 앞쪽에 부적을 그렸다.

그 부적은 꿈틀거리며 도천의 살기를 내뿜었는데 수많은 악귀를 봉인한 듯 처량한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목진은 선홍색 부적을 보자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강력한 위협감을 느꼈다.

이에 혈마황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선홍색 부적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구천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하늘이 어두워지며 구천에 대량의 혈운이 모여 주위 백만 리 정도의 구역을 감쌌다.

묵직한 혈운이 서로 부딪히자 처량하고 괴이한 뇌명이 울려 퍼졌다.

천지마저 뇌명에 격렬하게 떨렸다.

목진은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잇따라 혈마황이 하찮은 벌레 보듯 목진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합장하며 외쳤다. 그 소리는 파멸의 소리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혈살현뢰(血煞玄雷)!”

꽈르릉!

두꺼운 혈운에서 뇌광이 번쩍이더니 수많은 선홍색 벼락이 사정없이 목진한테 떨어졌다.

파멸의 힘이 깃든 혈뢰가 닿자 천지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이에 목진이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버럭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 서 있던 불후금신에서 억만 갈래의 금광을 발하며 커다란 자금색 연꽃을 이뤘다.

“불후금련!”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자금색 연꽃은 목진을 감싼 채 신속하게 꽃잎을 거뒀다.

목진은 이토록 무서운 혈마황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가장 강대한 방어 수단을 쓰기로 했다.

쿠쿵!

무한의 혈뢰는 사정없이 날아가 금련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백소소와 원주민 강자들은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파멸의 힘이 깃든 혈뢰를 바라봤다.

“천신님…….”

백소소는 주먹을 꼭 쥐고 이를 꽉 깨문 채 수많은 혈뢰가 폭격을 가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금련이 부서지면 아무리 목진이라도 목숨을 잃을 것이다.

꽈르릉.

계속해서 들리는 뇌명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2각 정도가 지나서야 혈운이 서서히 사라졌고 뇌명도 점차 그쳤다.

이에 다들 혈뢰가 사라진 곳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거대한 자금색 연꽃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련의 표면은 까맣게 그을렸고 발하던 자금색 빛도 훨씬 어두워졌다.

그러다 거대한 금련에 갑자기 균열이 생기더니 ‘퍽!’ 하고 폭발했다.

혈마황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거대한 자금색 연꽃의 내부를 살피고는 흠칫 놀랐다. 그 안에 목진이 없었다.

“언제 빠져나갔단 말인가?”

혈마황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쿵!

그런데 그때, 그가 무언가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에서 거대한 수정탑이 구름을 가르며 내려앉아 그를 빠르게 감쌌다.

혈마황은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대한 수정탑의 내부를 관찰했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때 멀지 않은 곳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목진이 나타났다. 그 또한 무덤덤하게 혈마황을 바라봤다.

“자네가 본 황의 혈살현뢰마저 막아낼 수 있을 줄은 몰랐네.”

혈마황은 제법 놀란 듯 목진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의 공격은 마제가 아니고서는 누구든 잿더미가 되어야 정상인데 목진은 끄떡없었다.

혈마황은 빨간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쓰윽 훑더니 무언가 발견한 듯 괴이하게 웃었다.

“나의 혈살현뢰가 아무런 작용도 못 한 건 아닌 것 같군.”

목진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무안한 듯 어깨를 들썩였는데 주위의 영광이 요동치더니 두 갈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이 곧 본체에서 벗어날 것 같았다.

이는 목진과 합체한 두 화신이었다. 목진은 삼합경을 장악한 지 얼마 안 되어 화신들과 완벽하게 융합하는 게 불가능했다. 더구나 일전에 혈뢰의 영향을 받아 융합 상태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웠다.

이대로라면 삼합경 상태는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고 그리되면 목진의 전투력은 확 줄어들어 혈마황을 정면으로 상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혈마황도 이를 잘 알아 팔짱을 낀 채 히쭉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의 최후의 발악을 지켜보려는 듯했다.

“마제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군.”

혈마황의 눈빛을 발견한 목진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강적을 상대했지만 모든 수단을 썼는데도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궁지에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지지존과 천지존의 실력 차이가 워낙 컸으니, 목진이 마제와 싸운 일이 알려지면 대천세계가 들썩일 것이다. 천지존을 상대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즉사해야 정상인데 목진은 마제와 지금껏 싸우고 있었다. 그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화신이 본체를 벗어나기 전에 전력을 다해 녀석을 가둬야겠군.”

목진은 고개를 들고 혈마황을 노려보더니 바로 두 손으로 결인했다.

쿠쿵!

거대한 수정탑이 파르르 떨리더니 벽에서 그림 여덟 폭이 나타났다. 사악한 모습을 한 녀석들의 등장에 부도탑 내부는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혈마황은 모습을 드러낸 그림 여덟 폭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는 그림에서 어렴풋이 마제의 위압감을 느꼈다.

“이 그림들은 마제를 재료로 제련한 건가?”

혈마황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물었다. 마상에는 마제들의 위압감이 어느 정도 깃들었는데 이는 현재의 혈마황보다 훨씬 강했다.

녀석들의 생전 실력은 혈마황보다도 강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옷깃을 휘날려 웅장한 영력 홍류를 꺼냈고 남은 지존영액도 전부 꺼냈다. 그 양이 무려 1억 5천만 방울이나 되었다.

쿵!

지존영액이 이룬 홍류가 휘몰아치자 여덟 폭의 그림은 탐욕스럽게 입을 벌려 이를 마음껏 즐겼다.

잇따라 녀석들은 벽에서 천천히 기어 나왔는데 악마의 신처럼 수정탑에 서서 절세의 사악한 위압감을 발산했다.

슉!

그러다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녀석들은 바로 혈마황을 공격했다.

이에 혈마황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중 한 녀석을 향해 장풍을 쐈는데 도천의 혈광이 번쩍였다.

퍽!

무서운 힘의 파동이 휘몰아치자 혈마황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상대방은 멀리 튕겨 나가 탑 벽에 부딪히더니 벽에 깊숙한 흔적을 남겼다.

슉!

나머지 일곱 명도 바로 나서서 혈마황을 포위한 뒤, 무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쿠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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