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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84화 (883/1,000)

884화. 천장(天障)

광점은 계속해서 몰려와 목진을 완전히 감쌌고 그가 눈을 감자 의식이 솟구쳐 빛의 보호로 무한의 허공에 들어갔다.

목진이 흠칫 놀라 눈을 떠보니 혼돈의 세계에 들어선 듯했다. 이곳은 천지가 막 열렸을 때로 위나 아래의 구분이 되지 않았고 시간도 상당히 느리게 흘러갔다.

주위를 살피던 목진은 혼돈의 세계에 숨은 위면지령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도의 빛이 점차 밝아지자 특이한 파동이 전해지는 것이 보였다.

이에 목진이 신속하게 의식으로 접근하자 혼돈의 세계에 빛이 요동치는 것이 꼭 바다가 들썩이는 것 같았다.

또한, 혼돈의 빛에 무한의 생기가 깃든 것 같았는데 그 힘에 깜짝 놀랐다. 더없이 순수하고 오래된 힘은 위면이 형성되면서 함께 생긴 듯했다.

목진은 바다 같은 혼돈의 빛에서 창망하고 웅장한 파동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해당 위면의 위면지령일 것이다.

쏴아아.

혼돈의 바다에 갑자기 파도가 일더니 중심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천 장이나 되는 혼돈 광구가 서서히 떠 올랐다.

이는 심장처럼 일정한 속도로 뛰었는데 매번 움직일 때마다 위면 전체가 파르르 떨렸고 호흡할 때마다 바람과 구름이 몰려왔으며 밀물이 밀려들었다가 썰물이 물러갔고, 해가 뜨고 졌다.

“이것이 바로 위면지령이란 말인가?”

목진은 혼돈 광구에서 아무런 의식의 파동도 느끼지 못했지만 영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뭐지?”

목진은 혼돈 광구에 핏줄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이는 광구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혈사족이 이곳을 침략해 수많은 생명을 도살해서 위면지령이 이리된 거란 말인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위면지령이 혈사족이 가져다준 위기를 알아채면 그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천천히 의식을 가까이했다.

“위면지령, 혈사족을 쫓아내고 이곳의 안정을 되찾으려 하는 데 당신의 힘이 필요하네.”

그는 바로 목적을 밝혔다. 위면지령은 의식이 없었지만 영성이 있어 본능적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있었다.

이에 혼돈 광구가 파르르 떨리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위면지령은 목진이 해당 위면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러는 것 같았다. 백소소였으면 이미 위면지령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혈마황은 실력이 막강해 이번에 부도탑에서 나오면 난 필경 그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네. 그럼 난 살아남기 위해 도망갈 수밖에 없고 이곳은 결국 혈사족이 차지하고 모든 생명은 그들의 먹이가 될 것이네.”

목진은 다시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그때가 되면 혈마황은 결국 위면지령도 흡수해 제련할 것이네.”

참담한 기운이 깃든 목진의 말에 위면지령이 발하는 혼돈의 빛이 훨씬 강력해졌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은 부족했다. 목진이 위면지령을 제련하면 해당 위면의 주인이 되는 거라 이곳의 모든 생명의 생사가 그의 손에 달렸다.

위면지령은 수호자로서 원주민이 아닌 목진이 미덥지 않았다.

하여 목진은 한 발 더 다가가 말했다.

“내가 이 위면의 주인이 되면 반드시 이곳의 안전을 책임지겠네. 내가 죽지 않는 이상 역외사족은 절대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네!”

목진의 맑은 목소리는 혼돈의 세계에서 뇌명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는 목진의 진심이었다. 그때 위면지령이 이를 바로 알아채고 만 장의 혼돈의 빛을 발했는데 선음이 들리더니 억만의 생명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경에 목진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위면지령이 드디어 그를 인정한 것이다.

혈마산 밖에 있던 목진의 육신은 순간 사라졌다가 혼돈의 세상에 나타났다. 의식이 본체에 돌아간 그는 천 장이나 되는 거대한 혼돈 광구를 바라보고는 두꺼운 혼돈 광막을 지나 그 위에 내려앉아 눈을 감았는데 몸이 천천히 광구로 들어갔다.

혼돈의 세계에서 시간은 지극히 느리게 흘러 천지존경에 도전하는 목진한테는 제격이었다.

육신이 완전히 혼돈 광구에 들어간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혼돈의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창망하면서도 웅장한 혼돈의 힘이 혼돈의 빛이 되어 머리를 통해 체내에 주입되었다.

쿵!

혼돈의 빛은 위면이 형성될 때 생긴 원시의 힘으로 창망하고도 웅장했다. 이는 대천세계에서도 정예급 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위면지령이 있는 위면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상당히 희귀한 존재였다.

잇따라 목진이 공법을 소환하자 체내의 피와 살이 파르르 떨며 체내에 스며든 웅장한 힘을 탐욕스럽게 흡입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은 지존영액 수십억 방울을 흡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흠칫 놀랐다. 그는 위면지령의 힘이 이토록 순수하고 무궁무진할 줄 몰랐다. 역시 천지에서 비롯된 영물은 남달랐다.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수련의 상태로 들어갔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상당히 느리게 흘러 목진은 혼돈의 빛을 부단히 흡수했고 체내의 영력은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다.

그는 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이런 과정을 거듭했는데 어느새 호흡마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 *

혼돈의 세계에서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고 혼돈의 빛만 부단히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그러다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위잉!

순간, 그의 눈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이는 혼돈을 뚫고 멀리 날아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체내의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느끼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체내에서 수많은 벼락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쿵!

목진의 몸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이 폭발하더니 그의 육신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고 신성한 빛을 발하는 것이 꼭 눈부신 태양처럼 혼돈의 세계를 밝히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 목진은 천 장 정도로 커져 혼돈의 세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피와 살, 뼈, 심지어 피에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힘이 깃든 것이 느껴졌다.

그의 몸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이는 꼭 물이 꽉 찬 강둑 같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들어오면 둑은 부서질 것이다.

현재, 목진은 천지존 이하의 한계치에 이르렀다. 지금 다시 곧 천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을 상대하면 단번에 상대방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견고하기 그지없는 장벽이 느껴졌다. 장벽이 그의 실력 향상의 길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이것이 바로 천지존의 장벽이겠군.”

목진은 어느새 사색에 빠졌다. 그는 이미 한계치에 이르러 수련을 계속하면 경지를 돌파할 수도 있지만, 육신이 폭발하고 영력이 폭주해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죽을 수도 있는 도전이라 목진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목진의 눈빛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수련이란 갖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 법이고 최정예급 강자가 되려면 용기와 끈기가 필요했다. 더구나 오늘은 더도 없는 기회였다. 이대로 포기하면 목진은 또 언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에 그는 이내 숙연해졌고 더는 고민되거나 두렵지 않았다.

“위면지령이여, 나를 도와 장벽을 깨주게!”

목진이 고개를 들어 허무한 공간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주위에서 혼돈의 빛이 발하더니 천 장 정도의 혼돈 광구가 날아올라 회전하며 빠르게 작아졌고 이는 결국 한 줄기 빛이 되어 목진의 머리에 스며들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다시 눈을 감았다.

부디 성공하길!

위잉!

목진의 머리에 한 갈래 빛이 스며들자 천 장이나 되는 방대한 육신이 격렬하게 떨렸고 모공에서 무한의 영광이 스며져 나왔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깃든 영광은 육신을 벗어나자마자 영우가 되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이는 목진의 육신이 영력을 더는 저장할 수 없어 안전을 위해 일부 영력을 뱉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위면지령이 주입한 무한의 힘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여 목진의 천 장이나 되는 거대한 육신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모양새가 아주 처참해졌다.

그러나 목진은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육신이 감당의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걸 잘 알았다.

“한계치에 이르렀으면…… 부서질 수밖에…….”

“부서지지 않으면 새로 이뤄지지 않는 법, 천지존의 육신은 이렇게 빚어지는 법.”

목진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두 눈을 부릅뜬 채 두 손으로 결인했다. 그는 육신이 부서질 것 같다고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체내의 폭동을 일으키는 영력을 억제하지 않고 이를 방출했다.

위잉!

목진의 몸에 가득 난 균열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이 스며져 나오더니 빛이 점차 눈부셔지다가 어느 순간,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퍽!

목진의 천 장이나 되는 육신이 폭발했다. 그러나 피는 튀기지 않았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가루가 되어 허공에 조용히 떠 있었다.

그러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가벼운 바람이 영광을 발하는 가루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의 형태를 이뤘다.

쿠쿵!

그런데 그때, 혼돈의 세계에 갑자기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뭉쳐질 것 같았던 육신이 또 부서졌다.

다행히 목진의 신백과 의식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도 그 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검은색 구름이 요동치는 곳에서 흑광이 번쩍이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색 구름은 계속해서 혼돈의 빛을 흡수해 점차 묵직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

“이건 설마…… 천존겁이란 말인가?”

검은색 구름을 바라보던 목진은 이내 정색했다.

천지존으로 돌파할 때, 겁난이 닥치는데 해당 겁난을 천존겁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천지존경에 가까운 강자는 물론이고 진정한 천지존이라도 감히 상대할 수 없었다.

“이를 어쩐담…….”

목진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천존겁은 이곳의 혼돈의 빛을 흡수해 위력이 훨씬 강해졌고 목진은 육신을 다시 만드는 중요한 단계라 일단 중단되면 돌파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었다.

쏴아아.

그때 검은색 구름이 요동치더니 검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는데 주위의 공간이 바로 부서졌다.

그 광경에 목진은 깜짝 놀라 형태를 이뤄가는 육신에서 만 장의 자금색 빛을 발했다. 이에 거대한 불후금신이 나타나 두 손으로 결인하자 300개의 불후신문이 한데 모여 앞쪽에 자금벽을 이뤘다.

쿵!

검은 물줄기가 떨어지자 자금벽은 격렬하게 진동했다. 흑수 한 방울이 산 한 채만큼 무거워 물줄기의 중량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어느덧 자금벽에도 균열이 일었는데 다행히 부서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

“엄청나군!”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인데 300개의 불후신문으로 이룬 방어벽을 뚫을 뻔했으니 뒤로 가면 어쩐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바로 불후금신으로 불후신문을 만들어 곧 부서질 자금벽을 보완했다.

이와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흑운은 다시 요동쳤고 천지의 온도가 갑자기 폭등하더니 불꽃 한 줄기가 내려앉았다.

목진은 미약해 보이는 검은색 불꽃을 감히 무시할 수 없어 균열을 보수하여 다시 눈부신 자금색 빛을 발하는 자금벽으로 앞을 가렸다.

그러다 한 줄기 불꽃이 내려앉자 경천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는 부식성이 강한 독처럼 자금벽을 빠르게 녹였다.

이에 목진이 바로 자금벽을 멀리 내던지자 이는 금세 암장이 되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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