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화. 목진의 귀환
눈 깜짝할 사이에 반년이 지났고 목부는 그동안 하루도 괴롭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현천노조 때문에 계속해서 강대해지던 목부의 기세가 확 꺾였다.
현천노조의 실력으로 목부를 없애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지만 그는 가장 느리지만 독한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목부의 민심을 흔들어 목부의 진정한 몰락을 계획했다.
하여 현천노조는 매일 배첩을 하나씩 내렸는데 목진은 북계를 떠난 지 오래되어 당연히 그를 만나러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목부의 주인이 천지존이 두려워 목부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이는 자운종 등 3대 세력의 짓이 분명했다. 이에 목부 휘하에 있던 세력들이 점차 목부에서 벗어나려는 기미가 보였다.
누가 봐도 목부는 곧 몰락할 것 같았고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반년 사이, 번창했던 목부는 더없이 한산해졌다.
* * *
또 하루가 지나 목부의 고위층들은 대전에 모였다. 그들은 구천에 떠 있는 궁전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위압감에 무거운 산을 등에 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다라님, 철산종(鐵山宗)과 묘음종(妙音宗)이 오늘, 목부에서 나갔습니다.”
유천도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한 말에 만다라와 영계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목부를 이끌어왔지만, 여전히 너무 힘이 들었다.
목부는 현천노조 때문에 숨이 막혔고 다들 불안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 목진이 이룬 성과가 아니었으면 목부는 이미 완전히 와해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드디어 한 세력에게 천지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현천노조는 참으로 잔인하군. 이런 방법으로 목부를 와해시키려 하다니 말이야.”
만다라는 고개를 들고 구천에 떠 있는 궁전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부주님에 관한 소식은 있는가?”
유천도 등이 나지막하게 한 말에 만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목진도 천지존이 되기 위해 떠난 거라 연락이 닿기가 거의 불가능하네.”
“그럼 우린 얼마 버티지 못하겠군.”
유천도가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고 만다라는 이를 꽉 깨물었다.
“목진만 있으면 목부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네. 그가 천지존경에만 이르면 목부는 분명 되살아날 것이네!”
유천도 등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말은 그렇다지만 천지존경이 어디 그리 쉽게 이를 수 있는 경지던가? 목진이 이룬 성과가 아무리 엄청나고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도 천지존경에 이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목진이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구천에 떠 있는 궁전에는 현천노조 한 사람만 있지만 북계의 3대 패주 세력도 몰래 돕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뒷배에는 전부 천지존이 존재했다.
목부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렸다.
위잉.
그런데 그때, 허공에 떠 있던 궁전에서 또 한 갈래 빛줄기가 내려앉았다.
이는 또 하나의 배첩으로 파르르 떨리더니 명쾌한 목소리가 북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목진 녀석, 지금이라도 나타나지 않으면 목부에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은 전부 떠날 것 같구나.”
상대방의 히쭉거리는 말에 만다라는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옆에 서 있는 영계, 용상 등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궁전을 바라봤다. 실력 차이가 크지만 않았으면 그들은 벌써 나섰을 것이다.
대전에 모인 목부의 강자들은 하나 같이 잿빛이 되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그들은 무언가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저 멀리 허공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영광이 번쩍이다가 늘씬한 청년이 공간을 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부에 나타났다.
“저건…….”
만다라 등은 상대방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주님인 것 같군.”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유천도 등이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한편, 청년은 손을 뻗어 배첩을 잡더니 보지도 않고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한기 어린 눈빛으로 궁전을 노려보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쿵!
궁전 주위의 공간이 바로 무너졌고 수많은 공간 파편이 커다란 손을 이뤄 궁전을 으깨어 버렸다. 그리고 곧 살기가 깃든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가 북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우리 목부가 그리 좋으면 앞으로 쭉 이곳에 남게.”
쿵!
허공에 떠 있던 웅장한 궁전이 폭발하더니 무서운 힘이 휘몰아쳐 궁전을 가루로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부의 강자들도 구경꾼들도 전부 깜짝 놀랐다.
아무도 목진이 현천노조의 체면을 이렇게까지 사정없이 짓밟을 줄 몰랐다. 그리하면 상대방은 분명 잔뜩 화가 날 텐데 말이다.
천지존이 화가 나면 일을 좋게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부의 대전 앞에 모인 강자들은 다들 부주님이 경솔하다고 여기고 혀를 내둘렀다. 천지존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자운진군, 금조황 등도 히쭉 웃었다. 목진이 드디어 나타났지만, 감히 현천노조의 행궁을 부수다니…….
이리되면 현천노조는 절대 목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목부도 이대로 사라질 가능성이 컸다.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사람들의 눈빛이 모인 곳에 눈부신 영광이 아우러져 사람의 형태를 이뤘다.
노인이 입은 흰색 도포에는 태양, 달, 별이 새겨져 있었고 백발과 달리 피부는 갓난아이처럼 하얗고 부드러웠으며 칼 같은 눈매에서 예리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자 공간마저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이 사람이 바로 현천노조였다!
현천노조 주위에 영광이 번쩍이는 것이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것 같았고 형성된 위압감도 상당했다.
그는 부서진 궁전을 힐끗 보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젊은이가 화가 참 많구나. 그런데 네가 내 행궁을 부쉈으니 목부로 배상해야겠구나!”
“내세울 것이 나이밖에 없는 주제에 말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군.”
목진은 현천노조를 노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무례하다!”
현천노조는 이내 정색했다. 누구나 천지존인 그를 보면 굽신거리는데 목진은 행궁을 부술 뿐만 아니라 불경스러운 말까지 내뱉었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쿵!
현천노조는 체내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방출하더니 뒤쪽 공간에 수만 리 정도의 방대한 별빛 공간을 이뤘는데 수많은 별이 반짝이며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쿠쿵!
이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고 대지는 쩍 갈라졌으며 목부의 강자 중, 지지존경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은 순간 무릎을 꿇었다. 지지존경 이상도 무릎에서 소리가 나더니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천지존이 마음껏 방출한 위압감은 지지존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부는 당신 따위가 까불 수 있는 곳이 아니네!”
말을 마친 목진이 앞으로 나서자 웅장한 영광이 폭발했는데 그는 순간 눈부신 태양처럼 하늘 높이 떠 있었다.
똑같이 강력한 위압감이 해일처럼 휘몰아치더니 현천노조가 형성한 영력 위압감을 완전히 몰아냈다.
목부의 강자들은 물론이고 구경꾼들마저 화들짝 놀랐다.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떠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얼마나 무서운 영력 파동을 방출하고 있는지 똑똑히 느껴졌다.
이는 지지존경을 훨씬 뛰어넘는 단계였다!
이는 분명 천지존이었다!
만다라와 영계도 입이 떡 벌어진 채 목진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 이건 천지존의 파동이잖아?”
“부주님께서 천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옆에 서 있던 유천도 등 목부의 고위층들은 벼락에 맞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목진의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1년 사이에 벌써 천지존경에 이르렀을 줄은 몰랐다!
천지존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로 수많은 천재도 지지존 대원만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럴 수가!”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자운진군 등도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한때, 목진을 상대한 적 있었던 이들은 누구보다 충격이 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천지존경에 이르렀다!
반면, 자운진군 등은 곧 천지존경에 이를 실력자들이긴 하지만 몇 년이 되도록 천지존경에 이르지 못했다!
“목진은 요물이네!”
자신보다 부족하던 목진이 먼저 천지존경에 이른 것을 보자 자운진군 등은 충격이 상당히 컸다.
그들은 어느새 목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북계에 더는 그들이 설 곳은 없을 것이고 심지어 목부는 천라대륙 전체를 휘어잡을 것이다.
놀란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천라대륙의 여러 세력 주인들도 너무 놀라 말문을 잃었다.
목진이 천지존경에 이르렀단 소식에 천라대륙 전체가 조용해졌다.
정작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고개를 들고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현천노조를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젠장, 저 녀석이 어찌 천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현천노조도 깜짝 놀랐다. 그가 접한 정보에 따르면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뿐이었는데, 알고 있는 정보와 전혀 달랐다.
“여태껏 목부에서 잘만 지내더니 왜 갑자기 그러는 건가?”
목진은 표정이 복잡미묘해진 현천노조를 보더니 히쭉거리며 물었다.
“너무 우쭐거리지는 말거라. 막 천지존경에 이른 네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현천노조도 이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의 부탁으로 날 찾아온 건가?”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현천노조는 자운종 등의 배후 세력들의 부탁으로 온 것으로 보이지만 목진은 꼭 다른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도 모르는 것이냐?”
현천노조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건드렸지만 천지존을 움직일 정도의 존재는 부도신족 뿐이었다.
청상한테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부도신족 내부에서는 더는 감히 나서지 못하지만, 외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도신족 장로들의 인맥으로 천지존을 움직이는 건 상당히 쉬운 일이었다.
“누구의 부탁으로 날 찾아왔든 이미 왔으니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네.”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겁도 없는 녀석!”
현천노조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가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렸을 때, 목진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지금 감히 그따위 말을 하다니.
목진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내뿜었던 억만 갈래의 영광을 전부 거뒀는데 육신이 점차 눈부신 수정체를 이뤘다.
목진의 육신은 순수한 영력으로 바뀐 듯 곳곳에서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천존 영체?”
현천노조는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목진은 진정 천지존경에 이르렀다.
“아직 천지존경에 이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내의 가장 깊은 곳에 숨은 영맥을 제련하지 않았군.”
현천노조는 목진을 쓰윽 훑더니 바로 그의 영체에 존재하는 결함을 발견했다.
“오늘 대결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절대적인 힘으로 녀석을 제압해야 더는 반항하지 않겠지?”
현천노조는 이리 중얼거리며 결정을 내렸다. 그는 목진이 천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안 되어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현천노조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피식 웃었다.
“네 녀석이 겁도 없이 감히 덤비겠다면 제아무리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 세상에 너보다 강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게 해주마!”
쿵!
말을 마친 현천노조가 몸을 파르르 떨자 육신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발했고 뒤쪽에 형성되었던 수많은 별이 몸에 깃들어 온몸에서 별이 반짝이는 눈부신 영체를 이뤘다.
그의 체내에서 휘몰아치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 때문에 천지에 영력 돌풍이 일었다.
허공에 떠 있던 두 영체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자 주위의 온도마저 떨어졌다.
슉!
두 사람은 빠르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