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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90화 (889/1,000)

890화. 영맥의 비밀

슉!

두 갈래 눈부신 빛줄기가 운석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는데 그들이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고 파멸의 파동을 내뿜어 천지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양자는 별다른 수단 없이 직진하여 힘껏 부딪혔다.

쿵!

무한의 영광이 휘몰아치자 수만 리 범위의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파란 하늘이 훤히 드러났다.

비록 두 사람의 대결은 높은 하늘에서 이뤄졌지만 여전히 여파가 퍼져나가 대지가 파르르 떨리다가 쩍! 하고 갈라졌다.

그 광경에 지지존 강자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공격의 여파라도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쿵!

그때 하늘에서 눈부신 영광이 폭발하더니 두 사람은 각자 뒤로 튕겨 나갔고 그들의 뒤쪽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목진은 뒤로 수천 장 물러나더니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영력을 전환해 수정처럼 영롱한 육신에 물결이 일자 상대방의 무서운 힘을 떨쳐냈다. 현천노조 역시 뒤로 천 장 정도 물러났다. 그런데 그의 영체는 목진과 달리 표면에 새겨진 별들이 반짝이더니 체내에 스며든 상대방의 힘을 완전히 흡수했다.

양자의 대결은 역시나 천지존경에 이른지 오래된 현천노조가 일정한 우세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천노조의 안색이 훨씬 어두웠다. 이번 대결을 통해 그는 목진의 천존 영체가 생각보다 단단하단 걸 알아챘다. 목진의 기반은 아주 튼튼했고 운이 좋아 천지존경에 이른 것이 절대 아니었다.

반면, 목진은 현천노조의 천존 영체와 자신의 영체가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천존 영체는 수정같이 영롱하고 깔끔했고 현천노조의 천존 영체는 수많은 별이 깃든 것이 상당히 오묘했다.

“이건 천존 영체의 강화 방식이겠군. 난 천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안 되어 아직은 천지존들의 수련 방식에 낯설어.”

목진은 지금까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수련을 혼자서 해왔고 엄청난 세력을 의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일전의 현천노조와의 대결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다.

하여 그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웅장한 힘을 실은 채 현천노조에게 향했다.

그는 신통술을 사용하지 않고 천존 영체의 강력함을 이용해 가장 난폭하고 직접적인 육신 공격을 개시했다.

천지존경에 이르면 육신은 순수한 영력으로 전환되어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방출할 수 있었다. 목진이 대충 휘두른 주먹에 깃든 힘은 아마도 일전에 팔부부도를 사용한 것 못지않을 것이다.

“흥, 막 이뤄진 천존 영체로 나와 힘을 겨루려 하다니!”

현천노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대결에서 열세에 처했던 것이 못마땅해 이러는 줄 알았지만 영체의 대결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있었다.

이에 그가 온몸을 파르르 떨자 몸 표면에 새겨진 수많은 별이 눈부신 빛을 발했고 한 줄기 빛이 되어 목진과 다시 부딪쳤다.

쿠쿵!

두 갈래 빛줄기는 허공에서 부단히 부딪치며 육신의 힘을 겨뤘는데 매번 잔영이 맞닿을 뿐인데도 경천의 소리가 났다.

순간, 뇌명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계속해서 대결을 펼치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그런데 목진과 현천노조가 발하는 영광이 너무 강력해 천지존경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은 눈이 아팠고 체내의 영력이 요동치기 시작해 오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들 현천노조가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양자가 부딪칠 때마다 목진이 튕겨 나갔는데 목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공격을 개시했다.

“만다라님, 이대로 괜찮을까요?”

유천도 등은 괜히 걱정되었다.

그런데 만다라와 영계는 제법 태연해 보였다. 목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여인은 목진이 지금 강력한 영체로만 싸우고 있다는 걸 잘 알았다.

목진은 대천세계의 두 가지 최정예급 절세의 신통인 일기화삼청과 팔부부도를 장악했는데 아직 한 가지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현천노조를 이용해 천지존의 힘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쿵!

양자는 또 한 번 힘껏 부딪쳤다.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수천 장 정도 물러났고 주위의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목진은 열세에 처했지만 포기를 몰랐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현천노조를 관찰한 결과, 드디어 자신과 상대방의 영체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가 현천노조의 체내에 영력을 주입할 때마다 수많은 별이 번쩍이며 그의 영력을 흡수해 제련하곤 했다.

상대방의 방식은 억지로 견뎌내는 목진의 방식보다 훨씬 나았는데 이건 현천노조의 천존 영체가 목진보다 등급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천존 영체는 강력하긴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 결점만 파악하면 목진도 현천노조처럼 특수한 능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현천노조는 해당 능력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완벽하게 이용해 대결에서 늘 우세를 차지했다.

“내 피와 살, 심지어 뼈까지 영체화했으니 뭔가 결점이 있다면 육신의 더 깊숙한 곳에…….”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생각했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르게 있었다.

“뭔지 알겠어!”

“영맥이었어!”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수련자라면 다들 자신의 영맥이 어떤지 잘 알 것이다. 영맥 등급이 높을수록 수련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북창령원에 있었을 때, 그의 천적인 희현이 천급 영맥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다들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영맥이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목진도 그리 여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야 영맥의 작용을 알 것 같았다.

영맥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은 아니라 다들 이를 제련할 능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를 제련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조건에 부합해야 했는데, 바로 천지존경에 이르러 천존 영체를 수련해야 한다.

육체와 영체의 전환을 거쳐야 육신의 깊숙한 곳에 있는 영맥을 찾아내 제련할 수 있고 영체를 완벽하게 가꿀 수 있다.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천지존경에 이르러 천존 영체를 수련해낸 그는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진정한 천지존과 대결하고 나니 드디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현천노조도 목진의 표정에서 금세 그 의도를 파악하고 화가 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녀석이 감히 자신과의 대결을 이용해 천존 영체의 결함을 찾아내려 했다니!

목진은 역시나 무턱대고 덤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천존 영체를 완벽하게 가꾸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이었다.

“제법이구나. 이렇게 빨리 천존 영체의 결함을 찾아낼 줄은 몰랐구나.”

현천노조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명백히 알려 주지. 체내의 영맥을 제련해야 천존 영체가 완벽해진단다. 그리고 영맥이 강할수록 제련을 마치면 천존 영체가 신묘해질 거란다.”

“그런데 네가 이를 알면 어떡할 것이냐?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천노조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건 사실 비밀도 아니었다. 목진의 능력으로 오늘 그와 싸우지 않았어도 언젠가 스스로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시간이 더 걸렸을 뿐.

또한, 이를 안다고 영맥 제련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으니, 현천노조는 목진한테 그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이에 목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시간 낭비하지 않겠네.”

현천노조는 씨익 웃으며 뭐라 말하려 했다. 그런데 목진이 한 손으로 결인하자 옆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흑색과 흰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목진과 똑같게 생긴 두 사람의 실력도 목진과 같은 천지존이었으니, 그들이 내뿜은 무한의 영력에 천지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현천노조는 목진과 똑같게 생긴 두 사람을 보고는 표정이 확 굳었다. 아무리 그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목진의 옆에 나타난 흑백 그림자를 발견한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다들 두 화신한테서 목진의 본체와 똑같은 천지존의 파동을 읽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자운진군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들은 목진을 상대한 적이 있어 그의 두 화신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목진이 천지존경에 이르면 두 화신도 천지존경에 이를 줄은 몰랐다.

화신이 아무리 강해 봐야 화신일 뿐인데 왜 아무런 제한도 없단 말인가? 보아하니 목진이 장악한 신통은 화신의 한계를 넘은 것 같았다.

그럼 목부에 천지존이 한 명 있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이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뒷배 세력도 각자 천지존이 한 명씩밖에 없었다!

천지존을 세 명이나 둔 목부는 천라대륙 전체를 장악해도 충분했다.

깜짝 놀란 건 자운진군 등만이 아니었다. 천라대륙의 다른 세력들도 화들짝 놀랐다.

목진의 천지존경에 이른 두 화신의 출현에 다들 깜짝 놀랐다.

“부주님의 화신도 역시…….”

유천도 등 목부의 강자들은 멍하니 목진과 그의 화신들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내 감탄했다.

그들도 목진의 화신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본체가 천지존경에 이르면 화신의 실력도 덩달아 강해질 줄 몰랐다.

그 모습에 잇따라 목부 사람들은 하늘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현천노조 때문에 반년 동안 괴로웠던 감정을 이제야 마음껏 털어내었다.

이보다 더 후련할 수는 없었다.

“36가지 절세의 신통은 역시 남다르군.”

만다라는 영계와 눈을 마주치더니 감탄했다. 그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세 명의 천지존이 동시에 나타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현천노조는 목진의 옆에 나타난 두 화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일기화삼청?”

천지존경에 이른 현천노조는 목진의 신통을 한눈에 알아봤다. 대천세계에서 본체와 똑같은 실력을 갖춘 화신을 두 개나 가질 수 있는 신통은 일기화삼청 밖에 없었다.

현천노조는 이제야 후회가 되었다. 그는 이번에 목진을 포획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라 여겼다.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영급 천지존의 실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여 상대방의 부탁을 바로 받아들였는데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선택을 했는지 깨달았다.

목진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천지존경에 이르렀으니, 그 천부적 재능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분명 영급 천지존에 머물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대천세계에는 새로운 성급 천지존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는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그는 잘못 걸려들었다!

현천노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그는 반년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목부의 체면을 사정없이 짓밟았으니 목진을 제대로 건드린 거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성격상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정작 목진은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현천노조는 비록 천지존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목부는 체면을 잃고 완전히 와해될 뻔했다.

더구나 오늘 이 일을 쉽게 넘기면 다들 목부를 쉽게 넘볼 것이 뻔했고 앞으로 아무나 목부에 덤빌 것이다.

목진은 절대 이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흑백 목진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정색했다.

위잉!

흑백 목진도 체내에서 웅장한 영광이 요동치더니 육신이 눈부신 영체가 되어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슉!

두 갈래 빛줄기가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으며 사정없이 현천노조를 공격했다.

현천노조는 두 천지존의 합동 공격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일전에 그는 수련을 통해 강해진 천존 영체로 겨우 우세를 차지했던 거라 실력이 본체와 똑같은 두 화신을 상대하면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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