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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95화 (894/1,000)

895화. 신맥이 하늘을 뚫다

쿵!

영맥비에서 솟구친 영광이 점차 난폭해지더니 대전의 지붕을 뚫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슉!

영맥전 전주의 옆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창로한 노인이 걸어 나와 손에 땀을 쥔 채 영맥비를 지켜봤다.

“대장로를 뵙습니다!”

영맥전 전주는 머리와 수염이 희끗한 노인을 보더니 흠칫 놀라 큰절을 올리려 했다. 그는 부도신족의 최고 권력자인 대장로 부도현(浮屠玄)이었다.

부도신족에서 족장과 대장로만 이름에 부도를 넣을 수 있는데 여태껏 족장의 자리가 비어있어 부도신족에 부도가 들어간 사람은 대장로 뿐이었다.

한편, 대장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영맥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슉! 슉!

그때 대전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부도신족의 장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도신족에서 지위가 상당한 이들은 영맥비가 방출한 도천의 영광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대장로님, 이건…….”

누군가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이건 9신맥이네!”

대장로 부도현은 영맥비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얼마 만에 나타난 9신맥이란 말인가?

청연정의 8신맥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엄청난 소란이 일었다. 그녀는 확실히 놀라운 천부적 재능을 선보였으며 결국 영진 대종사가 되었다.

8신맥도 이리 무서운데 그보다 희귀한 9신맥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

잘만 배양하면 부도신족에 성급 천지존이 또 한 명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부도신족에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9신맥을 가진 아이는 어디 출신이란 말인가?”

장로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부도신족 중 실력이 가장 강한 현맥과 묵맥 출신의 장로들은 최대한 빨리 9신맥의 주인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녀석이 아무 데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자기 소속 세력의 여인과 혼인을 하게 해서라도 영입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체내에 9신맥을 지닌 사람을 수중에 넣고 싶었다.

영맥비는 2각 정도가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는데 대전에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대장로 부도현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했다.

“부도신족의 모든 혈맥을 전부 조사해 보거라. 반드시 9신맥의 주인을 데려와야 한다. 난 그 아이를 우리 종족의 미래로 여기고 최상급 자원을 들여 배양할 것이다!”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하지만 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란다!”

대장로의 말에 깃든 무서운 위압감에 다들 흠칫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만 물러나거라. 두 달 후에 치를 부도신족의 대성사인 제맥회무(諸脈會武)에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들이 몰려올 테니 반드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절대 부도신족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경고를 마친 대장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

* * *

부도신족 장로들이 9신맥의 출현으로 잔뜩 놀라고 있을 때…….

오래된 기운을 내뿜는 밀폐된 공간에 아름다운 여인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인 주위의 공간이 계속해서 일그러지더니 영광이 번쩍이며 영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인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녀는 순간 혈맥의 움직임이 느껴져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더니 바로 자신이 목진의 체내에 남겼던 8신맥이 제련된 걸 느꼈다.

청연정은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목진아, 내 아들…… 드디어 그 단계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녀는 자신이 대종사경에 이르렀을 때보다 더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목진의 천부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들 생사를 넘나드는 고난을 수도 없이 겪지 않고서는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도 준비를 해야겠군.”

청연정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머지않아 목진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왠지 기대되었다.

상고의 천궁의 천지는 한 달 동안 파르르 떨리더니 그제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잇따라 산봉우리에서 갑자기 억만 갈래의 신성한 빛이 발하더니 늘씬한 청년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뇌명과 함께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이 휘몰아쳐 주위에서 수련하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다 늘씬한 청년이 옷깃을 휘날리자 빛은 전부 체내에 스며들었고 무서운 압박감도 함께 사라졌다.

영광이 가시자 목진은 훤칠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드러냈는데 그윽한 눈빛이 어두운 밤하늘처럼 깊이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백 장 밖에서 표정이 복잡미묘해진 채 상황을 살피던 현천노조는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부주님 체내에 말로만 듣던 9신맥이 깃들어 있다니! 그래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천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9신맥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아는 그는 목진이 너무 부러웠다.

“현천 장로, 이 일은 일단 비밀로 해주게.”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현천노조를 쳐다봤다.

현천노조는 부도신족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 이 일이 알려지면 목진한테 좋을 게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부주님. 이제 전 목부의 장로가 되었으니 당연히 우리 세력에 해가 될 일을 하지 말아야죠.”

현천노조가 정색하며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현천노조가 목부의 장로가 된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계약일 뿐이라 태도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정말 목부의 장로 같았다.

이에 현천노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목진을 경계하기만 했는데 목진의 9신맥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최상급 신맥을 지닌 목진은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이 컸고 현천노조는 미래의 성급 천지존을 우러러보는 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여겼다.

“허허, 부주님께서는 어떤 영맥 신통을 얻으셨나요?”

현천노조는 목진의 영맥 신통이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하여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손끝에 보라색 화염이 나타나 현천노조에게 향했다.

보라색 화염에서 위협감을 느낀 현천노조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두꺼운 영력 광막을 형성했다.

광막은 실체를 이룬 것 같이 방어력이 상당했는데 영급 천지존의 공격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활활!

그런데 보라색 화염은 영력 광막에 닿자마자 활활 타올라 광막 전체를 감싸더니 이를 빠르게 녹였고 훨씬 강력한 태세로 현천노조에게 향했다.

그 광경에 현천노조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이룬 방어막이 한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오를 줄 몰랐다.

후우.

잇따라 그는 입을 쩍 벌려 굵직한 영력 물결을 내뱉었다. 이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영력으로 이루어져 한 방울만 해도 만 근 정도로 무거워 산 한 채를 바로 무너뜨릴 수 있었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 물결이 보라색 화염에 닿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미약했던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올라 도천의 불덩이가 되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화염이기에 이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현천노조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공격에 깃든 웅장한 영력이 보라색 화염을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렬하게 타오르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보라색 화염은 영력을 집어삼켜 자신을 강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만약 누군가와 싸울 때, 이토록 괴이한 화염이 몸에 닿으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야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보라색 화염이 곧 현천노조를 완전히 감싸려 할 때, 목진이 입을 벌리자 이는 다시 미약한 불씨가 되어 돌아왔다.

“뭐지?”

보라색 화염을 꿀꺽 삼킨 목진은 순수한 영력이 체내에 흘러들어와 육신과 융합한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보라색 화염이 집어삼킨 영력을 나한테 돌려줄 수도 있었군.”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보라색 화염은 역시 8신맥이 이룬 영맥 신통다웠다.

“부주님, 해당 화염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현천노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영맥 신통이네. 난 이것을 탄령자염(吞靈紫炎)이라 부르고 싶네.”

“탄령자염이라, 충분히 이름값을 하네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현천노도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서둘러 화염을 거두지 않았다면 보라색 화염 때문에 제법 애를 먹었을 것이다.

“역시 9신맥이 이룬 신통은 대단하군요.”

이에 목진은 멈칫하더니 가볍게 웃기만 했다. 탄령자염은 8신맥의 영맥 신통이었고, 9신맥의 영맥 신통은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다.

현천노조는 아직 목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한테 모든 걸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슉!

그때 멀리서 만다라, 영계 등이 달려오더니 목진이 무사한 것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들도 목진 때문에 일어난 상고의 천궁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이분이 오늘부터 목부의 첫 번째 장로가 되실 거야. 내가 없을 때 현천장로가 목부를 지킬 거니까 지금껏 쌓은 원한은 훌훌 털어내자.”

목진이 현천노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만다라, 영계 등도 목진이 수련하는 동안 현천노조가 그를 지키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비록 관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목부에 천지존이 한 명 더 생기면 그만큼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사실이라 담담히 받아들였다.

“일전에는 내가 경솔했으니 부디 용서하게.”

현천노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어느새 천지존으로서의 오만함을 거두고 겸손해졌다.

만다라 등은 현천노조의 태도에 흠칫 놀랐다.

그 모습에 현천노조도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목진의 체내에 9신맥이 깃들지만 않았어도 영계 등한테 이러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언젠가 성급 천지존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목부의 다른 고위층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천지존은 더없이 고귀한 존재였는데 그런 그가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분위기가 부쩍 좋아졌다.

이에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비록 현천노조가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그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때 영계가 다가와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천세계의 일부 정예급 세력들이 부도신족의 초청장을 받았다고 들었어. 부도신족이 곧 제맥회무를 개최할 거야.”

“제맥회무라…….”

목진은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영계한테 부도신족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달라고 부탁했었다.

“제맥회무는 부도신족이 10년마다 개최하는 성사로 대천세계의 일부 정예급 세력들을 초청하곤 해.”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어머니를 구하러 부도신족에 갈 거라 사람이 많을수록 좋았다.

목진이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부도신족의 전체적인 실력이 막강해 충분히 준비하고 가야만 했다.

“부도신족, 너희가 나를 오랫동안 찾았으니 이번엔 제대로 한 번 싸워보자꾸나.”

목진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요동치는 구름을 보며 중얼거리고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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