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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0화 (899/1,000)

900화. 3맥의 맥수

“목부가 오래 가고 싶으면 사람들의 배양에 신경을 써야겠군.”

목진은 어느새 사색에 잠겼다. 목부도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 되었지만 그건 그가 천지존경에 이른 덕이 컸다. 이는 부도신족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목부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생기가 넘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대단했다. 앞으로 기회만 되면 천라대륙의 패주로 거듭날 것이다. 10대 대륙 중 하나인 천라대륙과 상고의 천궁의 자원이 있는 한 무한의 화역, 무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정예급 세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때가 되면 목부도 부도신족 못지않은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다.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중심 산맥을 바라봤는데 19개의 백옥 전대가 네 등분된 것을 발견했다.

“현맥, 묵맥, 청맥과 부도신족의 다른 분맥이겠군.”

목진은 현맥 쪽을 바라봤다. 웅장한 영광을 내뿜어 반쪽 하늘을 물들인 세력이 바로 현맥이기 때문이었다.

현맥에는 7개의 백옥 전대가 놓여 있었는데 가장 높은 위치에 놓인 전대에는 현포를 입은 사내가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훤칠한 사내의 눈빛은 제법 부드러웠고 육신에서 영광이 번쩍였다.

다른 장로들과 비교하면 그가 발하는 영광이 제일 미약했는데 다들 그가 영력을 일부러 감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영력을 천지와 완벽하게 아우르는 것은 선급 천지존경에 이른 실력이 틀림없었다.

현포 사내의 실력은 필경 선급 후기에 이르렀고 성급을 돌파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상대방을 바라보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상대방한테서 지극히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저 사람은 현맥의 맥수, 현광(玄光)으로 현라의 아버지야. 그는 부도신족에서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 중 하나인데, 그가 경지를 돌파하면 아마 부도신족의 족장이 될 거야.”

청상은 옆에 서 있는 목진의 표정이 이상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현라의 아버지라…….”

목진은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쪽을 쓰윽 훑었다. 현맥의 장로들은 선급 천지존이 무려 4명이나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은 영급 천지존이었다.

현맥에서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정예급 강자를 파견한 모양이었다.

그다음으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곳은 바로 묵맥으로 6명일 뿐이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그중, 정상에 서 있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는 특이한 검은색 무늬가 새겨진 얼굴을 한 채 괴상한 한기를 내뿜었고 시꺼먼 눈을 끔뻑일 때마다 천지의 영력을 부단히 집어삼켰다.

“저 사람은 묵맥의 맥수, 묵동(墨瞳)으로 실력이 현광 못지않아.”

청상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묵동이 바로 부도신족에서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큰 나머지 한 사람일 것이다. 그들 역시 범상치 않았다. 현맥과 묵맥이 점차 강대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편, 묵맥에서 파견한 사람 중 3명은 선급 천지존, 3명은 영급 천지존으로 상당히 괜찮았다. 그들만 있어도 대천세계에서 정예급 세력을 이룰 수 있다.

잇따라 목진은 청맥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현맥, 묵맥보다 실력이 훨씬 뒤처져 보였다.

인수만 봐도 청맥은 3명뿐이었고 목진과 구면인 청훤 장로를 제외하면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발하는 백발노인이 있었다. 그도 엄연히 선급 천지존이었다.

그런데 현광, 묵동과 비교하면 청맥의 맥수는 실력이 훨씬 뒤처지는 것 같았다. 현광과 묵동은 기세등등한 것이 중천에 걸려 있는 태양 같은데 후자는 곧 사라질 석양 같았다.

가장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성급의 길에 오를 수 있는데 대충 봐도 청맥 맥수는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없어 보였다. 청맥 맥수는 성급과 점차 더 멀어질 것이다.

“저분이 바로 청맥의 맥수, 청천(清天) 이야.”

청상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쇠약한 것이 다른 두 맥수와 전혀 비교가 안 되는군.”

목진의 말에 청상은 쓸쓸하게 웃었다.

“정 이모가 계셨으면 현광, 묵동은 상대도 안 됐을 거야.”

하긴, 현광과 묵동은 아직 성급으로 돌파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청연정은 이미 성급 천지존경에 이르렀으니, 이룬 성과로 따지면 녀석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한 사람의 힘만으로 어찌 세력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목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부도신족의 분맥 사람들을 살폈다. 부도신족은 분맥이 떨어져 나갈까 봐 일부러 저들에게 주기 위해 세 자리를 마련했다. 덕분에 분맥의 자리는 오히려 가장 안전했다.

비록 수많은 분맥 사람 중 누군가는 장로의 자리가 탐이 나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처지가 가장 위험한 건 청맥 뿐이었다.

쿵쿵쿵!

북소리가 갑자기 급박해졌다.

“이만 시작하거라.”

중심 산맥의 정상에 앉아있던 대장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세 사람이 동시에 나서며 청맥 쪽으로 향했다.

그중 피부가 갓난아이처럼 부드러운 백발노인이 청천 맥수한테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묵맥의 묵고(墨古)네. 청맥 맥수와의 대결을 청하네.”

온몸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노인은 생긋 웃으며 서 있었는데 기껏해야 영급 천지존인 실력으로 선급에 이른 청선을 두려워하지 않았을뿐더러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이에 청천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청훤과 다른 청맥 장로의 앞쪽에도 각각 한 사람씩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현맥의 현린(玄麟)이네. 청맥 청훤 장로와의 대결을 청하네.”

“현맥의 현금(玄金)이네. 청운(清雲) 장로와의 대결을 청하네.”

두 사람의 말에 다들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청훤 장로는 앞쪽에 나타난 상대방을 보더니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묵맥과 현맥은 역시나 미리 손을 잡았다.

“젠장!”

청상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발을 동동 굴렀다. 묵맥과 현맥은 평소에도 청맥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제맥회무에서도 함께 청맥을 상대할 줄은 몰랐다!

목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영급 천지존인 묵맥의 묵고는 선급 천지존인 청천 장로와 싸우면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현맥의 현린은 영급 후기의 실력으로 영급 중기인 청훤 장로를 상대할 것이고 현맥의 현금은 영급 중기의 실력으로 영급 초기밖에 안 되는 청운 장로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청맥은 대결에서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다.

“제법이군.”

목진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현맥과 묵맥은 청맥을 장로원에서 내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정말 저들의 생각대로 되면 청맥은 분맥이 되어 다시는 기를 추스르지 못할 것이다.

현맥과 묵맥의 생각은 참 좋았지만 목진이 있는 한, 절대 녀석들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중심 산맥에 있는 세 사람이 청맥에게 공격을 개시하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보라도 묵맥과 현맥이 일부러 이런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한편, 부도신족의 젊은이들은 산봉우리에 서서 이를 관전했는데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라와 묵심이었다.

그들은 히쭉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묵맥과 현맥이 오늘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청맥은 부도계에서 쫓겨날 것이고 부도신족의 권리는 현맥과 묵맥에서 온전히 이어받게 될 것이다.

“이건 다 청맥에 청연정이 있어서 그렇네.”

현라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청맥 사람들을 보며 말하더니 피식 웃었다. 청연정만 아니었으면 묵맥과 현맥은 청맥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청연정의 실력이 너무 강해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비록 죄를 지어 감옥에 갇혔지만 언젠가 풀려나면 성급 대종사급 실력으로 청맥이 역전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여 묵맥과 현맥은 청연정이 풀려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청맥을 부도계에서 쫓아내려는 것이다. 그래야 청연정이 풀려나도 더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흥, 그리고 그 녀석도 있었지! 묵맥과 현맥이 정권을 장악하면 집법위를 파견해 녀석을 잡을 것이네! 그럼 녀석은 어쩔 수 없이 팔부부도를 우리한테 건네야 하겠지?”

현라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상고의 성연에서 팔부부도를 얻고자 했는데 결국 목진한테 빼앗겨 무척 화가 났었다.

고귀한 신분인 자신과 미천한 죄인인 목진은 신분 차이가 컸다. 그런데 목진을 이기지 못했으니 그건 죽기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반면, 청맥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다른 쪽 산봉우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현재 상황이 청맥에게 상당히 불리하단 걸 바로 알아챘다.

청맥 쪽 분위기는 상당히 참담했다.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앞쪽에 서 있는 청령도 표정이 어두워진 채 한숨을 쉬었다.

“청상 누이가 어찌 저기 있단 말인가?”

누군가 깜짝 놀라 말했다. 그 말에 청령이 흠칫 놀라 눈길을 돌려보니 멀리 떨어진 수수한 산맥에 청상이 서 있었고 그 옆에 젊은 청년이 함께 있었다.

청령은 순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녀는 목진을 바로 알아봤다.

“쟤가 어찌 부도신족에 왔단 말인가? 참 겁도 없지!”

부도신족이 그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청령은 목진이 너무 걱정되었다. 그러다 누군가 목진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잡히고 말 것이다.

“뭐지? 청상 누이 옆에 서 있는 사내는 누구지?”

청맥의 젊은이들도 목진을 발견하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청상의 지위는 청맥 젊은이 중에서 상당히 높았다. 그녀는 차가운 태도를 보였지만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내들이 많아 어딜 가나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청상이 낯선 사내와 함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가 각별한 것처럼 보여 청맥 사내들은 질투가 났다.

“청상 누이가 어찌 저토록 평범한 청년을 중시한단 말인가?”

누군가가 한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멍청한 녀석들, 너희 따위가 감히 저 사람을 평가해?”

청령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

“천재라 자부하는 너희도 저 사람 앞에서는 멍청한 바보일 뿐이야!”

청령의 뼈있는 말에 청맥의 천재들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흥, 넌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도대체 누구기에 우리를 멍청이 취급하는 거야?”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청령은 입을 삐쭉 내밀기만 했다. 현라와 묵심도 목진의 상대가 아닌데 이들이라고 과연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청령은 목진이 왜 부도신족에 왔는지 모르지만 신분이 노출되면 일만 번거로워질 것 같아 함구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청령이 거짓말이라도 한 줄 알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 * *

대장로 부도현은 상황을 살피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나서지는 않았다. 그는 현맥, 묵맥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지만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대장로라도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주위에 모인 다른 세력 사람들도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고는 수군대기 시작했다.

“한때, 그렇게 강했던 청맥이 지금은 이 지경이 되었을 줄이야…….”

“오늘만 지나면 청맥은 부도신족의 분맥이 되겠군. 다시 전성기로 돌아가긴 불가능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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