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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1화 (900/1,000)

901화. 가모, 청연정

사람들은 몰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그렇게 강했던 청맥의 몰락에 생각이 많아졌다.

쿵!

그때 백옥 전대에서 웅장한 영력이 화산 폭발하듯 휘몰아치더니 대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청맥 맥수인 청천이 가장 먼저 나섰다. 그는 현맥, 묵맥이 벌인 일로 잔뜩 화가 나 일반 영급 천지존마저 두려워할 정도의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묵고는 흠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그는 청천을 정면 상대할 생각이 없어 최선을 다해 도망만 다녔다.

영급 천지존인 그는 청천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잘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청맥의 체면을 구기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 승패는 결국 다른 두 전대의 결과에 따라 갈릴 것이다.

“청천 장로, 참 대단하군. 그런데 다른 두 전장은 조금 버거워 보이는걸?”

묵고는 부단히 공격을 피하며 피식거리자 청천은 다른 두 전장을 힐끗 보더니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역시나 그가 예상했던 대로 현맥과 묵맥의 꼼수에 넘어간 청훤과 청맥의 다른 한 장로는 빠르게 열세에 처했고 곧 패배할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저들 둘이 패배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청맥이 내 손에 몰락하다니, 조상님들 보기 미안하군.”

청천 장로의 비장한 발언에 청상은 이를 꽉 깨문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살폈다.

“목진아, 훤 이모 등이 이길 수 있을까?”

청상은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현맥과 묵맥에서 내세운 두 사람은 청맥의 두 장로보다 실력이 훨씬 강해. 대결은 1승 2패로 끝날 거야.”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청상은 주먹을 쥐었는데 너무 힘을 줘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녀는 청맥의 미래가 얼마나 참담할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목진은 청상을 힐끗 보더니 무덤덤하게 서서 상황을 살폈다.

쿵! 쿵!

웅장한 영력이 부딪쳐 이룬 충격파에 웅장하기 그지없는 산맥마저 파르르 떨렸고 대전 쌍방이 방출한 천지존의 위압감에 다들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대결이 곧 끝나겠군!”

목진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청천 맥수는 묵고의 방어벽을 뚫고 장풍을 쐈다.

“청천 장로는 역시 대단하군. 내가 졌네.”

피를 토하며 전대에서 튕겨 나간 묵고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청천 맥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다른 두 곳의 대결도 동시에 끝났기 때문이다.

대신, 이번에 전대 밖으로 튕겨 나간 것은 청훤과 청운 장로였다.

두 사람은 시무룩해진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이렇게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청맥이 패배한 것을 바로 알아챘다.

“하하. 청훤, 청운 장로, 고맙네.”

현린과 현금이 호탕하게 웃자 청맥 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고 청맥의 노인들은 절망스러운 나머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청맥은 분맥이 되어 지위가 일락천장(*一落千丈:물이 단번에 천 길이나 떨어져 부서진다는 뜻으로, 신망이나 위신 따위가 여지없이 떨어짐을 이르는 말)할 것이다!

“청맥은 이제 끝이야…….”

승패가 가려지자 사람들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부터 부도신족의 주맥은 두 개가 될 것이다.

정작 현맥과 묵맥의 맥수인 현광과 묵동은 그 결과에 전혀 놀라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청맥이 패배할 줄 알았다.

현광과 묵동은 히쭉거리며 청맥의 맥수를 바라봤다. 지금쯤 저들은 최선을 다해 청연정을 구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청연정만 있었어도 청맥은 절대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다 내가 무능해서 그렇네.”

청천 맥수도 쓸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는데 창로한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쭈글쭈글해졌다.

이번 대결로 청맥은 장로원의 자리를 한 자리 빼앗겨 두 개밖에 남지 않을 것이고 규칙에 따르면 적어도 자리가 세 개는 있어야 주맥이 될 수 있었다.

하여 청맥은 분맥이 되어 수많은 자원과 권력을 잃게 될 것이며 다시 주맥이 되는 날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전대 밖에 서 있던 청훤 장로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나선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목진을 믿을 수밖에 없겠군. 그한테도 방법이 없으면 청맥은 이대로 몰락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현라와 묵심은 피식거리며 청맥 쪽을 바라봤다. 현맥과 묵맥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일이 드디어 끝났다.

“목진도 곧 잡히겠군.”

현라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청맥이 분맥이 되면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은 더는 없을 거라 집법위를 파견해 강제로 목진을 포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청연정이 폭주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두렵지 않았다.

묵맥과 현맥은 대장로께서 여태껏 청연정의 말을 감히 무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었는데 청맥을 쫓아냈으니 앞으로는 아무리 대장로라도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청맥 사람들은 순간 시무룩해졌다. 일전에 목진을 질투하느라 여념이 없던 젊은이들도 어쩔 바를 몰랐다. 부도신족의 분맥이 된 것이 청맥에 얼마나 큰 타격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장로님, 대결이 끝났으니 이만 결과를 알리시죠.”

현광 맥수가 주위를 쓰윽 훑다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대장로는 꼭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더니 가여운 눈빛으로 청천 맥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청맥은 대결에서 패배해 한 자리를 잃었다.”

대장로의 말에 청맥의 희망은 완전히 부서졌다. 목진 옆에 서 있던 청상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중얼거렸다.

“이제 끝났어.”

청상은 청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몰랐지만, 그 지위가 일락천장(一落千丈)할 거란 생각에 너무 슬펐다.

그때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앞으로 나섰다.

“목진아, 뭘 하려는 거야?”

청상은 갑자기 나서는 목진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목진이 지금 나서면 분명 발각될 것이다.

“청맥의 도움을 받았으면 그 값어치를 해야지.”

목진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들고 웅장한 산맥의 정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부도신족, 너희가 여태껏 나를 찾았으니 어디 나를 어찌 처분할지 보자꾸나.

청상은 목진이 뭘 하려는지 몰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수호전에서 패배한 청맥은 장로원에 자리가 두 개밖에 없어 주…….”

대장로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명쾌한 목소리가 갑자기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잠깐만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고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한 산맥에 서 있던 훤칠한 청년이 뒷짐을 쥔 채 허공을 가르며 중심 산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감히 겁도 없이 부도현 대장로님의 말을 끊다니!”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고 중심 산맥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약진과 임초는 가볍게 웃으며 서로를 마주 봤다.

“좋은 구경이 생겼군.”

“저 녀석은 여전히 담대하군.”

그들 옆에 서 있던 소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소 언니, 이제 목진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답니다.”

임정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천지존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무한의 화역과 무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게다가 그는 목부의 주인이면서 대천궁의 주마왕이기도 하니 더는 부도신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임정의 말에 소소도 가볍게 웃었다. 그녀도 목진을 대단하다고 여겼다. 혼자서 대천세계에서 이러한 성과를 이룬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목진을 높이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 녀석이 무슨 수로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어 놓을지 한 번 봅시다.”

대장로 부도현도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흠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목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는 상대방이 천지존경에 이른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젊은 천지존은 보기 아주 드문 존재로 부도신족의 젊은이 중 최강자인 현라와 묵심도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부도현은 훤칠한 청년이 왠지 낯이 익은 것 같았다.

“넌 누구냐? 왜 부도신족 일에 간섭하려는 것이냐?”

부도현의 나지막한 소리가 뇌명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는데 순간 느껴진 성급 천지존의 위압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현라와 묵심도 목진의 출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목진이 무슨 수로 여기 나타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현맥과 묵맥 사람들도 현라와 묵심이 왜 이러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진? 저 죄인이 어찌 이곳에 왔단 말인가!”

흑산 장로도 화들짝 놀란 채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분명 목진을 쓰러뜨리기 위해 천지존을 파견했는데 어찌 녀석이 무사히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현맥 맥주 현광과 묵맥 맥주 묵동은 흑산의 말을 듣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 저 아이가 그 죄인이란 말인가?”

정작 목진은 이를 무시한 채 고개를 들고 대장로 부도현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전 목진이라고 해요.”

“대장로께서 제 이름을 처음 듣겠지만 어머니는 누군지 알 거라 믿어요.”

“그래?”

목진은 씨익 웃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부도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제 어머니가 바로 청연정이에요.”

이에 부도신족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저 사람이 바로 부도신족을 오래도록 괴롭혔던 그 죄인이란 말인가?

“저 청년의 어머니가 청연정이라니!”

“그…… 그럼 저 사람이 그 죄인이란 말인가?”

“감히 부도신족에 찾아오다니,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건가?”

* * *

부도신족 사람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한테 목진의 이름은 낯설었지만 죄인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어머니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이었다.

성급 대종사는 아무리 부도신족이라도 쉽게 배양해낼 수 없는 존재였으니, 이것만 봐도 청연정의 천부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하여 청연정은 부도신족의 족장을 하고도 남을 인재였다.

그러나 그녀는 부도신족을 장악하는 것에 생각이 없었고 종족을 떠났을 뿐만 아니라 낯선 남자와 혼인해 아이까지 낳았다.

그녀가 저지른 일로 부도신족은 발칵 뒤집혔고 대장로는 잔뜩 화가 나 청연정을 감금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목진에 관한 소식을 접했지만 그는 어느새 지지존경에 이르러 있었다.

심지어 그는 상고의 성연에서 팔부부도까지 얻었고 현라, 묵심 등 부도신족의 젊은이 중 가장 뛰어난 천재들마저 제압했다.

하지만 목진의 성장 속도가 아무리 빠른들 부도신족에서는 그를 위협적인 존재라 생각하지 않았다. 청연정이 폭주할까 봐 두렵지만 않았어도 벌써 목진을 포박했을 것이다.

다들 목진이 부도신족을 피해 다녀도 모자란 마당에 스스로 찾아온 사실에 잔뜩 놀란 것이다.

대장로도 정신을 차리고 저 머리 허공에 떠 있는 늘씬한 청년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네가 그 죄인이구나, 참 겁도 없구나! 네 어머니를 믿고 그러는 것이냐?”

부도현의 나지막한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천지를 능가한 무서운 힘이 휘몰아쳤다.

성급 천지존이 형성한 위압감에 다들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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