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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2화 (901/1,000)

902화. 청맥 맥수

목진도 파멸의 힘이 깃든 상대방의 위엄이 절실히 느껴졌다. 그는 비록 천지존경에 이르렀지만 성급 천지존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이것이 바로 성급 천지존의 위엄이란 말인가? 역시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는 남다르군!”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다. 성급 천지존이 강대하긴 하지만 이러한 존재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염제, 무조와 비교하면 부도현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예리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서서 영급 천지존의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목진이 형성한 기운은 비록 부도현보다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꿋꿋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천지존이라니!”

목진의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휘몰아치자 다들 깜짝 놀랐다. 특히, 부도신족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현라와 묵심도 입이 떡 벌어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목진은 겨우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렀을 뿐이었는데 1년이 조금 넘는 사이에 어찌 천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의 천부적 재능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뛰어나단 말인가?

부도신족 젊은이 중 최정예급 강자라 자부했던 이들은 죄인과의 현저한 차이에 말문이 막혔다.

이러한 생각에 두 사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 외 청맥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침을 꿀꺽 삼키며 목진을 바라봤다.

“흥, 이제야 알겠지? 저렇게 젊은 나이에 천지존경에 이른 데다 현라와 묵심도 안중에 없는데 너희 따위가 뭐가 잘 났다고 비교한단 말이야?”

청령이 피식거리며 한 말에 청맥의 젊은이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부도신족이라도 이렇게 젊은 천지존은 없었다. 목진은 도대체 어떻게 수련했단 말인가? 그는 부도신족의 자원도 없는데 말이다.

목진과 비교하면 그들은 확실히 아무것도 아니었다. 청령의 말은 듣기 거북하지만 사실이었다.

“정 대인의 아들은 역시 남다르군. 이런 천부적 재능은…….”

청맥의 노인들은 이내 감탄하더니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이 청맥 사람이었다면 현라와 묵심한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길 오지 말았어야 한단다. 영급 천지존의 실력으로 부도신족에서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부도현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대천세계를 십수 년 동안 돌아다닌 제가 담대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건 우리 어머니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나를 빌미로 여인을 협박하고 감금하는 대장로와는 전혀 다르죠.”

목진은 부도현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무례하구나!”

부도신족의 장로들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자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왜요? 설마 부도신족의 장로들이 함께 나서 나를 상대하려고요? 그럼 어디 해보세요!”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겁도 없는 녀석,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서려 하였다.

“멈추거라!”

그런데 그때, 부도현이 눈길을 주자 장로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물러났다. 오늘은 부도신족의 제맥회무를 개최하는 좋은 날이라 대천세계의 엄청난 세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장로들이 함께 나서서 후배 하나를 괴롭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부도신족의 체면은 바닥을 칠 것이다.

“부도신족에 말다툼하러 온 것이냐?”

부도현은 장로들이 물러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전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번엔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나선 것뿐이에요.”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부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

“청맥을 대신해 장로원의 자리를 하나 되찾아 주려고 나왔어요.”

목진의 말에 다들 적잖게 놀랐다. 청맥 사람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허허,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리고 넌 부도신족 사람도 아닌데 자격이 있는 것이냐?”

현맥의 맥수 현광이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거면 될까요?”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수중의 청색 영패를 선보였다.

“맥수령이라니!”

현광은 목진 수중의 청색 영패를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청맥의 맥수령이라니! 청천, 청맥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맥수령이 어찌 죄인한테 있단 말인가?”

묵맥의 맥수 묵동이 청천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청천도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 청훤 장로를 힐끗 보고는 이를 악물고 답했다.

“목진이 부도신족 사람인지는 당신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네. 대신, 목진이 부도신족 사람이 아니라면 대장로께 청연정도 내쫓으라고 하게.”

“그리고 맥수는 청맥 장로들이 함께 의논해 결정한 사항이네. 난 더 이상 맥수에 어울리지 않으니 오늘부터 목진이 청맥의 맥수네. 의의가 있거든 장로원의 합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게. 그전까지는 아무도 청맥 장로들의 결정을 번복할 자격이 없네.”

청맥은 곧 분맥이 될 상황이었기에 청천은 더 이상 현맥과 묵맥 녀석들을 참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모든 희망을 목진한테 거는 것이 훨씬 나았다!

“청천, 자네!”

현광과 묵동이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청천은 콧방귀를 뀌며 물러났다. 그는 여태껏 참을 만큼 참았고 오늘 청맥은 못해봐야 주맥의 신분을 잃는 것밖에 더는 잃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목진이 지금까지 받은 한을 풀어주는 셈 치고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

“다들 조용하거라!”

부도현도 안색이 어두워져 소리를 질렀다. 부도신족의 성사인 제맥회무가 이 지경이 되다니, 이보다 우스울 수는 없을 것이다.

“청맥은 너를 맥수의 자리에 올렸지만 최종 결정은 장로원에서 내려야 한다. 그러니 그전까지 나라도 네 권리를 함부로 박탈할 수가 없구나.”

그는 목진을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네가 아무리 청맥 맥수라고 해도 장로원의 자리는 원하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장로원의 자리는 실력이 충분한 사람들한테만 주어지는 자리란다.”

청맥은 수호전에서 패배해 한자리를 꿰차려면 공격전을 벌여 다른 세력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했다.

그러나 목진은 아직 영급 천지존일 뿐이라 이를 이루기가 불가능했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하고는 곧장 현맥 쪽으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한기 어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현맥에서 청맥의 자리를 꿰찼으니 당신들 자리를 빼앗아야겠군!”

목진이 현맥 쪽 백옥 전대에 내려앉자 현장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뭐라? 혼자서 현맥을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너무 오만방자한 것 아닌가? 장로가 일곱 명이나 있는 현맥에서 무슨 수로 한자리를 꿰찬단 말인가? 그러려면 적어도 네 번은 이겨야 하지 않는가?”

“참 겁도 없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자칫 잘못하면 되레 잡힐 수도 있지 않은가?”

* * *

다들 목진의 선택에 놀랐다. 대충 봐도 현맥은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존재였다.

사람들은 목진이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해 그릇된 선택을 한다고 여겼다.

그들뿐만 아니라 청천, 청훤 등 청맥 장로들도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목진한테 뾰족한 수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대로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현맥의 장로 7명 중 영급 천지존은 3명이고 선급 천지존은 4명이나 되었다!

목진이 공격전에서 승리하려면 적어도 네 번의 승리를 거둬야 하는데 청맥에서 줄 수 있는 도움은 너무 한정적이라 목진이 혼자서 현맥을 상대해야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가 과연 혼자서 현맥을 상대해 이길 수 있을까?

생각만 해봐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목진은 아직 영급 초기일 뿐이고 현맥의 장로 중에서 그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더구나 목진이 영급 천지존 세 명과의 대결에서 이겼다고 해도 최종 승리를 거두려면 선급 천지존을 적어도 한 명은 쓰러뜨려야 했다.

영급의 실력으로 선급을 상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다들 목진한테 승산이 없다고 여겼다.

“녀석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청운 장로의 질문에 청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원망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조금 더 부끄러울 뿐이다.

반면, 현라와 묵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겁도 없는 녀석,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건가? 영급 초기 천지존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부도신족을 상대하려 하다니!”

현맥 사람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목진이 되지도 않는 싸움을 벌이려 한다고 여겼다.

청맥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서 있었고 청령마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도 목진의 선택에 적잖게 놀랐다.

상대는 무려 천지존 7명이었다!

목진이 저들을 이기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목진다워! 우리 아버지 다음으로 담대한 것 같은데. 소소 언니, 목진이 이길 수 있을까요?”

임정이 손뼉을 치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목진의 담대한 모습이 좋았다.

이에 소소는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생긋 웃으며 답했다.

“목진은 승산 없는 일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야. 그가 나섰다는 건 분명 믿는 구석이 있어서야.”

소소는 멈칫하다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나도 목진이 뭘 믿고 저러는 건지 궁금하네?”

“너흰 목진을 믿어 의심치 않는구나.”

옆에 서 있던 임초와 약진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그들 역시나 목진이 함부로 나설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목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임동, 소염과 같은 사람이 중히 여길 정도라면 절대 보통 인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을 하는 것도 놀라울 게 없었다.

현맥 쪽 백옥 전대의 꼭대기에 서 있는 현맥 맥수 현광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아주 좋구나. 역시 청연정의 아들답게 패기가 남다르구나.”

“현맥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것 같은데 소원을 이루게 해주지!”

“현맥 장로들은 들어라, 최선을 다하여 싸워야 한다. 저 죄인한테 현맥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거라.”

“네!”

맥수의 명을 받은 장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현맥을 무시하는 목진의 행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중심 산맥 정상에 서 있는 대장로 부도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기만 했다. 그는 목진이 너무 오만하다고 여겨 현맥의 손으로 기선 제압하려 했다. 목진이 제아무리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한들, 감히 부도신족에서 활보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그런데 현맥 장로들이 목진을 정말 죽이기라도 한다면 청연정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그녀가 폭주라도 하면 아무리 부도신족이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로는 그런 상황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현맥 장로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현맥 쪽 최하단에 놓인 백옥 전대에 올랐다.

이곳에는 현맥 장로인 현해(玄海)가 서 있었는데 실력이 영급 초기인 것이 목진과 같았다.

“청연정 같은 사람이 이토록 멍청한 아들을 낳았다니. 대천세계의 다른 곳에서 어떨지는 몰라도 부도신족에서 만큼은 절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현해 장로가 칼 같은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고 목진은 묵묵히 위쪽 전대를 바라봤다.

“네 이놈, 무례하구나! 어머니가 곁에 없으니 역시 예의 따위도 모르는 것이냐!”

목진이 자신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자 현해는 버럭 화가 났다.

“스스로 물러나세요. 안 그럼 당신만 힘들어져요.”

목진은 드디어 눈길을 거두더니 무덤덤하게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현해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뒤쪽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이 폭발하더니 몸이 팽창해 순식간에 영체가 되었다. 그의 눈부시게 빛나는 영체에서 강력한 힘을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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