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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3화 (902/1,000)

903화. 단번에 제압

쿵!

잇따라 현해가 발을 힘껏 구르자 특수 재료로 만들어진 백옥 전대에 바로 균열이 일었다.

그는 귀신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앞쪽에 나타나더니 영체에서 오묘한 광문을 내뿜었다.

“영맥 신통, 거령추천수(巨靈捶天手)!”

현해는 바로 강력한 영맥 신통을 선보였다. 그는 목진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목진은 진정한 영급 천지존으로 실력이 그와 비슷해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오히려 열세에 처할 수도 있었다.

쿵!

현해가 주먹을 휘두르자 손이 순식간에 팽창했고 주위의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으며 대지는 격렬하게 떨렸다. 위력이 상당했다.

현해의 공격에 대부분 천지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해는 역시 부도신족의 장로다웠다.

그러나 목진은 가만히 서서 상대방의 주먹을 바라보기만 했다.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란 말인가? 어찌 피하지조차 않는단 말인가?”

다들 현해가 먼저 공격을 개시했으니 목진이 일단 피하고 역전할 기회를 찾을 거라 여겼는데 그는 몸이 굳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무서운 권광이 곧 가슴팍에 닿으려는 찰나, 목진이 드디어 움직였다.

그는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주먹과 가볍게 맞닿았다.

퍽!

순간, 경천의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백옥 전대에 균열이 잔뜩 생겼고 바닥은 와장창 깨졌으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그러다 먼지가 가라앉자 사람들은 목진이 여전히 한 손을 내민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목진 주위의 바닥이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가 서 있는 바닥만은 무사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광경에 천지존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다들 목진이 현해의 강력한 공격을 이토록 쉽게 막아낼 줄 몰랐다.

현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최선을 다해 공격을 개시했는데 목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왠지 불안해진 현해는 지존법상을 소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그의 주먹을 꽉 쥐고 있어 물러날 수가 없었다.

이에 현해가 고개를 들어보니 목진이 자신을 막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당신의 영맥 신통을 받아냈으면 내 영맥 신통도 한 번 받아 보세요.”

말을 마친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보라색 화염이 손을 따라 현해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화들짝 놀란 현해는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화염을 끄려 했다.

활활!

그런데 영력에 닿은 보라색 화염은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게 타올랐다. 엄청난 고온이 휘몰아치자 그의 영체는 더욱 찌릿찌릿했다.

으악!

처량한 비명과 함께 현해는 보라색 화염을 뒤집어쓴 채 미친 듯이 물러났다. 하지만 제아무리 영력을 끌어올려도 화염은 절대 꺼지지 않았다. 이렇게 그의 육신은 고온에 활활 타올랐다.

잇따라 목진이 다가가 현해의 입을 발로 차자 그의 이가 날아가며 백옥 전대에서 튕겨 나갔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아무도 현해 장로가 목진의 공격을 한 번도 받아내지 못하고 패배할 줄 몰랐다.

“별 볼 일 없군. 다음 사람.”

목진은 현해의 처량한 비명을 못 들은 척 고개를 들고 안색이 확 어두워진 현맥 장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 볼 일 없군. 다음 사람.”

목진이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현해의 처량한 비명만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백옥 전대에 서 있는 늘씬한 청년을 바라봤다.

아무도 목진이 대결에서 이토록 깔끔하게 승리할 줄 몰랐다. 상대방도 비록 영급 천지존일 뿐이었지만 대천세계의 한 구역의 패주가 되고도 남을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목진의 공격을 한 번도 받아내지 못하고 패배하다니.

이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어찌 천지존을…….”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버벅거렸다.

“이럴 수가!”

현라, 묵심 등도 귀신을 본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목진이 우스워지는 꼴을 보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들 주위에 서 있던 현맥과 묵맥 사람들도 잔뜩 놀란 채 침을 꿀꺽 삼켰고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 밖에 청맥 사람들도 멍하니 서 있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참으로 무섭군.”

반면, 청령은 백옥 전대에 서 있는 늘씬한 청년이 정말 위대하단 생각이 들었다. 목진에 비하면 부도신족 젊은이 중 천재라 자부하는 녀석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보라색 화염이 수상하군.”

청천 장로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대결을 보고 흠칫 놀랐다. 영급 초기의 실력을 지닌 현해는 보라색 화염 때문에 순식간에 전투력을 잃었다.

“역시 정 대인의 아들답군.”

청운 장로도 이내 감탄했다. 그는 목진이 겁도 없이 함부로 나선다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제법이었다.

청훤도 잔뜩 긴장해 꽉 쥐었던 주먹을 서서히 풀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아직 첫 대결이란 생각에 다시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현해는 현맥의 장로 중, 최약체로 목진은 이보다 강한 사람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잔뜩 경계하며 보라색 화염을 살폈다.

영급 초기 천지존마저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것만 봐도 보라색 화염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중심 산맥에서 상황을 살피던 부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옷깃을 휘날렸다. 그는 현해의 몸을 감쌌던 보라색 화염을 제거한 뒤, 영력으로 진공 공간을 만들어 이를 가뒀다.

부도현의 영력에도 강대한 봉인의 힘이 있어 목진의 탄령자염은 큰 작용을 하지 못했다. 양자는 서로를 집어삼키려다가 함께 사라졌다.

그 광경에 다들 흠칫 놀랐다. 부도현도 바로 보라색 화염을 없애지 못한 것을 보면 처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잇따라 현해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온몸이 까맣게 그을렸고 피와 살이 녹아내려 뼈가 드러났다.

만신창이가 된 그는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천지존경에 이르면 육신은 영력으로 전환해 강대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생명력을 갖게 되는데 현해는 보라색 화염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

“참 독한 녀석이군!”

현맥 맥수 현광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이 단번에 현해를 쓰러뜨린 것은 현맥의 체면을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해 장로가 영맥 신통을 사용해서 나도 똑같이 영맥 신통을 썼을 뿐인걸요.”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영맥 신통이었군. 보아하니 목진의 영맥은 신급인 것 같은데 7신맥인지 8신맥인 지는 모르겠군.”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을 바라봤다. 이 정도 영맥 신통이면 등급이 절대 낮지 않을 것이다.

“현풍(玄風) 장로, 절대 목진과 육신을 접촉하지 말거라.”

현광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다른 현맥 장로한테 말을 건넸다.

그는 목진의 보라색 화염의 위력이 엄청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걸 한눈에 알아챘다. 하여 잘만 피하면 당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에 현풍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너를 상대해주지.”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현풍 장로한테 다가갔다. 상대방은 영급 중기의 실력자로 그가 미리 쓰러뜨리려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쿵!

현풍이 바로 한 손으로 결인하자 육신은 영체로 변해 만 장의 영광을 발했고 뒤쪽에 수만 장 정도의 지존법상이 나타나 호흡하며 영력 돌풍을 이뤘다.

현풍은 바로 지존법상을 소환했는데 현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풍은 영급 중기의 실력자로 확실히 현해보다 강했다.

그런데 목진은 상대방의 커다란 지존법상을 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현맥과 묵맥이 미운 그는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여 그는 모든 수단을 쓰더라도 현맥을 사정없이 짓밟기로 했다.

또한, 이는 그가 20년도 넘게 참아온 한을 풀 기회였다!

“목진, 네가 또 무슨 수단이 있는지 어디 보자꾸나.”

지존법상을 소환한 현풍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지존법상이 당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목진이 고개를 들고 피식 웃으며 한 말에 현풍은 이내 정색했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 이런!”

현풍은 갑자기 무언가 느껴져 고개를 들었는데 머리 위에 갑자기 수정 부도탑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저건…… 성부도탑이 아닌가!”

수정 부도탑의 출현에 부도신족 사람들도 적잖게 놀랐다. 정통 대부도결을 수련해야 부도탑을 수련해낼 수 있고 혈맥이 순수한 사람만 성부도탑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도신족 젊은이 중에서 이를 수련해낸 사람은 현라 밖에 없었는데 발하는 빛을 보면 목진의 것이 훨씬 강한 것 같았다.

쿵!

수정 부도탑은 현풍과 그의 지존법상을 향해 사정없이 내려앉았다.

이에 현풍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지존법상에서 청색 광풍을 내뿜더니 거대한 용 열 마리로 변해 성부도탑을 막으려 했다.

이와 동시에, 거대한 용 열 마리는 예리하기 그지없는 풍사가 깃든 청색 강풍을 내뿜었는데 성부도탑 표면에 순식간에 불씨가 튀었다.

“흥, 성부도탑만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꿈도 야무지지!”

성부도탑을 막아낸 현풍이 피식거리자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조심하거라. 저 녀석은 팔부…….”

현맥 맥수 현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성부도탑이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여덟 갈래의 흑광이 스며져 나와 거대하고도 사악한 마상을 이뤘다.

그들은 바로 무서운 위엄을 발하며 손가락을 내밀어 아래쪽에 서 있는 현풍과 그의 지존법상을 가리켰는데 여덟 갈래의 흑광이 한데 모여 허공을 가르며 녀석들에게 향했다.

쿠쿵!

상대방의 공격에 거대한 용 열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현풍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지존법상에 숨었다.

쿵!

그러나 무서운 힘이 깃든 검은색 빛줄기는 파멸의 신이 내린 멸세의 공격처럼 그의 지존법상을 힘껏 때렸다.

퍽! 퍽!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검은색 빛줄기는 지존법상을 뚫고 지나갔다.

쿵!

지존법상은 결국 폭발했고 무서운 충격파는 주위 수십만 리를 휩쓸어 산맥들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정작 강자들은 충격파의 중심을 뚫어져라 쳐다봤으니, 지존법상이 부서지자 현풍이 맥없이 추락했다.

그때 목진이 날아가 상대방의 몸에 서자 두 사람은 운석처럼 아래쪽 백옥 전대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쿵!

백옥 전대는 와르르 무너졌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목진이 밟고 있는 현풍 장로의 가슴팍은 움푹 파여 미친 듯이 피를 흘렸다. 현풍은 영력이 다 닳은 것처럼 보였고 크게 다친 듯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또 단번에 영급 중기인 현풍 장로를 쓰러뜨렸다!

목진은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저건…… 팔부부도가 아닌가!”

부도신족의 장로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중얼거렸다. 목진이 이번에 선보인 수단은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하나로 부도신족이 소유했던 팔부부도였다!

한편, 발을 거둔 목진은 바로 다른 백옥 전대에 가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낯익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흑광 장로였다.

현천노조는 흑광 때문에 천라대륙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흑광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에서 천지존경에 이른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제 당신 차례네요. ”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흑광 장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성연대륙에서도 흑광은 천지존의 실력으로 몇 번이나 목진을 위협했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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