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5화. 선급 출전
어느새 목진도 불후금신의 어깨 쪽에 나타났다.
현맥 장로들은 몸에 상처 하나 없고 여전히 웅장한 영력을 내뿜은 채 서 있는 목진을 보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흑광의 목숨을 건 공격은 목진한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이럴 수가!”
흑광은 사색이 되어 외쳤다.
그때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던 목진은 고개를 숙이고 흑광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한 갈래 빛이 되어 상대방에게 향했다.
목진의 살기 가득한 모습에 흑광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이미 크게 다쳐 전투력이 폭락했는데 어찌 목진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멈추거라!”
현맥 맥수 현광이 목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슉!
그런데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한 채 귀신처럼 흑광 앞에 나타나 주먹을 내밀었고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쿵!
웅장한 영력이 깃든 목진의 주먹이 흑광의 가슴팍을 힘껏 때리자 녀석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가슴팍이 움푹 들어간 채 멀리 튕겨 나갔다.
슉!
그런데 목진은 바로 뒤쪽에 나타나 힘껏 다리를 휘둘렀다.
퍽! 퍽! 퍽!
목진의 미친 듯한 공격에 흑광은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백옥 전대에 꽂혔다.
목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영급 초기의 실력으로 영급 후기의 천지존을 벌레 잡듯 잡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잠시 후, 목진은 드디어 공격을 멈췄는데 흑광의 육신이 산산이 부서진 후였다. 천지존의 강한 생명력만 아니었으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가 실력을 완전히 되돌리려면 몇 년은 열심히 수련해야 가능할 것이다.
목진의 잔혹한 모습에 다들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역시나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것 같았다. 목진은 현맥의 체면 따위는 무시한 채 흑광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다들 현맥 쪽을 바라봤는데 현맥 장로들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
목진은 크게 다쳐 쓰러진 흑광을 발로 차더니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어 현맥 맥수 현광을 바라봤다.
“역시나 별 볼 일 없군.”
“참 독한 녀석일세.”
현광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목진은 이내 현맥을 향해 손가락을 굽혔는데, 그 모습에 현맥 장로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결은 아직 한 차례 남았답니다.”
목진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사람들은 흠칫 놀랐는데 아무도 더는 비아냥거리지 못했다.
영급 초기의 실력으로 자신보다 강한 영급 천지존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은 요물이 틀림없네. 영급 초기의 전투력이 어찌 이토록 뛰어나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녀석은 정말 상급 강자를 상대할 능력이 있을 수도 있네.”
“그러게 말이네. 녀석이 혼자서 현맥을 상대하려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이미 3차례 우승을 거뒀으니 한 번만 더 이기면 현맥은 빼앗은 장로원의 자리를 다시 뱉어야 할 것이네.”
“허허, 목진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목진이 수단을 전부 드러낸 상황에서 선급 천지존을 제압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란 말인가?”
“자넨 일전에도 그리 말하지 않았는가?”
* * *
현맥 장로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노려봤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목진을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도 현맥이 어린 녀석에게 이런 낭패를 볼 줄 몰랐다.
현라 등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서 있었다. 그들은 목진의 패배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내가 실수했구나. 청연정의 아들은 역시 남다르구나.”
현맥 맥수 현광도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과찬이세요.”
목진의 아무렇지 않은 답변에 현광은 눈을 비스듬히 뜨고 말을 이어갔다.
“네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실력을 충분히 증명하였단다. 하지만 네 번째 대결에서 이기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니 부디 신중하게 결정하려무나.”
“걱정은 고맙지만 아직 버틸 만해요.”
이대로 멈추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꽉 막힌 녀석, 그럼 네가 혼자서 현맥 전체를 쓰러뜨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마.”
현광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현재 전대에는 우리 넷이 있으니 어디 골라 보거라. 나한테 와도 좋단다. 네 어머니가 20년도 넘게 갇힌 데는 내 뜻도 있으니 말이다.”
현광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현광을 한참 노려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어머니는 현광 맥수가 저지른 일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원하는 바가 따로 있으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맥수를 찾아갈게요.”
목진이 화가 나 이성을 잃고 자신을 찾아오게 하려 했던 현광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목진이 정말 자신을 찾아오면 그는 선급 후기 천지존 앞에서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려 했다.
그런데 역시나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의 말에 목진이 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목진은 여전히 가장 승산이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그럼 난 여기서 너를 지켜보고 있으마.”
현광은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실망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한 뒤, 회색 도포를 입은 삐쩍 마른 노인이 서 있는 백옥 전대에 올랐다.
상대방은 혼탁한 눈으로 목진을 빤히 쳐다봤는데 그의 예리한 눈빛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워 보였다.
목진도 상대방을 쓰윽 훑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상대방은 선급 초기 천지존 현존(玄尊)으로 부도신족에서의 지위가 상당했다.
그는 비록 선급 초기밖에 안 되지만 영급과 선급의 실력 차이는 엄청났다. 영급 천지존경에 이른 사람들은 오랜 세월 실력을 쌓아야 비로소 선급에 이를 수 있다.
앞서 세 차례 대결의 승리를 거둔 목진은 마지막 대결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결에서 패배하면 일전에 거둔 승리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현존 장로, 누군가 현맥을 욕보이려는 것 같으니 제대로 혼내주거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가 책임질 테니 최선을 다하여 싸워야 한다.”
현광의 한기 어린 말에 현존 장로는 굽신거리며 답했다.
“맥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말을 마친 현광은 회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쳐다보더니 지극히 강력한 영력 위압감을 내뿜었다.
쿠쿵!
백옥 전대의 위쪽 하늘이 그의 강력한 영력 위압감 때문에 파르르 떨렸다. 하늘이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현존 장로의 영력 위압감에 흠칫 놀랐다. 현존 장로는 조금전의 세 영급 천지존들과 비교하면 훨씬 강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구경을 하겠군.”
약진와 임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의 전투력이 막강해 일전에는 목진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목진은 진정한 선급 천지존을 상대해야 진정한 수단을 선보일 것이다.
그들도 목진이 선급 천지존을 상대하면서 또 어떤 기적을 이룰지 궁금해졌다.
“목진은 절대 지지 않을 거예요.”
임정은 목진의 승리에 대해 확신에 차 말했다.
이에 소소는 생긋 웃었고 약진과 임초는 무안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임정은 왜 이렇게 목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단 말인가?
반면, 청천, 청훤 장로 등은 목진이 걱정되었다. 영급과 선급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아는 이들은 목진이 아무리 놀라운 수단을 선보였어도 이길 거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청맥의 미래는 이번 대결에 달렸군.”
청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맥 사람들도 목진이 걱정되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어도 그들은 목놓아 목진을 응원했을 것이다.
“녀석, 진정한 상대가 나타났으니 큰코다치겠군.”
마하유는 팔짱을 낀 채 히쭉거리며 먼 곳에 있는 백옥 전대를 바라봤다.
* * *
“선급 천지존은 역시 남다르군.”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삐쩍 마른 노인한테만 집중했다.
현존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이 흑광 등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영급 천지존 중 무적이나 다름없는 그는 자신보다 훨씬 강한 선급 천지존을 상대해야 전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대결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때 현존 장로가 합장하자 굽었던 등이 확 펴졌고 회백색이었던 머리가 빠르게 검은색으로 변했으며 창로했던 얼굴은 흉악한 중년 사내로 변했다.
위잉!
이와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광이 폭발하더니 육신이 순식간에 눈부신 영체로 변했다.
영급 천지존의 영체와 비교하면 현존장로의 영체는 확실히 훨씬 단단했고 멀리서 봐도 보석처럼 탄탄하고 빛났다.
또한, 상대방의 보석 같은 몸 표면에 파란색 무늬가 가득 새겨졌는데 미세한 무늬가 상당히 묵직해 보였다.
현존 장로는 보석처럼 눈부신 영체를 소환한 뒤,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입을 열었다.
“나를 이기고 현맥의 자리를 빼앗기란 쉽지 않을 거란다!”
목진도 기세등등한 현존 장로를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만 장의 영광을 발하는 영체를 이뤘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 구역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내가 반드시 그 자리를 얻어낼 테니 당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놓아야 할 거예요!”
“감히 겁도 없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현존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살기 가득한 얼굴로 나섰다. 그러자 주위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현맥의 선급 천지존이 드디어 나섰다.
현존이 체내에서 만 장의 빛을 발하며 무한의 위압감을 형성하자 주위의 공간마저 격렬하게 진동했고 바람이 일었으며 구름이 들썩였다.
선급 천지존은 대천세계에서 성급 천지존 다음으로 강한 존재로 최정예급 강자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부도신족에서도 엄청난 지위를 누릴 수 있으니 다들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급의 위엄에 이내 감탄하더니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과연 무슨 수로 선급 천지존을 상대할까?
목진도 이내 정색하며 서 있었다. 그의 전투력이 막강하긴 하지만 진정한 선급 천지존을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후우.
목진이 길게 백기를 내뱉자 체내에서 영광이 폭발했는데 육신이 순식간에 눈부신 영체가 되어 주위 공간이 들썩거렸다.
이미 세 차례나 승리를 거둔 그는 이번 대결까지 이겨야 진정한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건 수포가 될 것이다.
더구나 현광은 청연정을 가두는 데에 일조했다고 직접 인정했으니 더 이상 녀석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장로원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이건 한풀이나 다름없었다.
쿵!
현존은 신통을 쓰지 않고 발을 힘껏 굴러 공간을 가르며 목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선급 영체가 갖춘 파멸의 힘이 깃든 그의 공격에 일반 영급 천지존이 적중하면 제아무리 영체가 강력해도 바로 육신에 균열이 나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목진도 상대방의 공격을 보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전의로 가득 찼다. 그는 선급 천지존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더니 무한의 영력을 주입해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발하는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쿵!
양자의 주먹이 부딪치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서운 충격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비록 그들이 서 있던 백옥 전대는 부서지지 않았지만 중심 산맥 주위에 놓인 산맥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쿵!
목진은 백옥 전대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물러났는데 마찰로 인한 고온 때문에 발바닥이 화끈거렸다.
“겁도 없는 녀석.”
현존은 끄떡없이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목진이 영급 천지존의 실력으로 선급을 상대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