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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6화 (905/1,000)

906화. 선급 천지존과의 혈전

목진이 고개를 숙여 보니 수정 같은 주먹에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이는 조금전의 대결로 인해 생긴 상처였다.

“선급 영체가 이렇게까지 단단한 줄이야.”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일전의 대결로 그는 선급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했는데 선급은 영체만 봐도 영급보다 훨씬 단단했다.

현광을 비롯해 다들 영급인 목진이 선급 천지존을 상대하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선급 천지존은 영체만으로도 영급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녀석, 내 오늘 진정한 실력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주마.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 믿고 우쭐거리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밖에 안 된단다!”

현존은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다시 나섰는데 보석 같은 영체가 세상에서 제일 강대한 절세의 성물처럼 사정없이 목진에게 향했다.

현존은 선급 영체만으로도 충분히 우세를 차지할 거라고 여겨 신통마저 선보이지 않았다. 그는 영체만으로 목진을 제압하려 했다.

“나이만 믿고 함부로 나서지 마세요. 무슨 꼴을 당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현존을 노려보더니 두 손으로 결인하며 이에 맞섰는데 양자가 부딪치기 직전, 옆에 흑백 목진이 나타났다.

그들은 역시나 눈부신 영체를 소환해 목진과 함께 나섰는데 완벽한 합을 이루며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쿵!

강력한 소리와 함께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는데 현존은 전과 달리, 온몸을 파르르 떨며 튕겨 나갔고 발이 닿은 공간도 와장창 깨졌다.

세 명의 목진도 뒤로 수십 보 물러났다.

현존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몸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더니 목진의 곁에 나타난 그와 똑같이 생긴 두 명의 목진을 발견하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이건…… 일기화삼청이 아닌가!”

현존은 바로 눈치채고 흠칫 놀랐다. 그도 일기화삼청이 얼마나 강한 신통인지 알고 있었다.

일기화삼청을 수련한 목진은 본체나 다름없는 두 명의 화신과 완벽한 합동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이는 영급 천지존 세 명이 협력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영급 천지존인 목진 혼자서 현존을 상대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세 명의 목진이라면 아무리 현존이라도 우세를 차지하기는 어려웠다.

구경꾼들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대천세계에서 최정예급 절세의 신통은 36가지 밖에 없는데 목진은 그토록 희귀한 신통을 두 가지나 갖고 있었다.

목진은 왜 이렇게 운이 좋단 말인가?

상황을 살피던 현맥 맥수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현존이라면 압도적인 우세로 목진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녀석에게는 아직도 수단이 남아 있었다.

“현존,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전력을 다하거라.”

현광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현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뒤쪽에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발하는 거대한 검은색 허상을 이뤘다.

주위에 커다란 흑룡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허상은 숨을 쉴 때마다 주위에 수분이 가득 형성되어 폭우가 내렸다.

“이건…… 대현명법신(大玄冥法身)이 아닌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대방의 지존법신을 바라봤다. 이는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무려 23위를 차지한 아주 대단한 지존법신이었다.

“드디어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들었단 말인가?”

목진이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눈동자에서 한 갈래 빛이 번쩍이더니 앞쪽에 수정 부도탑을 이뤄 대현명법신에게 향했다.

지존법상을 상대하는 데는 부도탑이 제일이라 탑에 끌어들여 팔부부도로 제압하면 그만이었다.

“흥, 부도탑으로 날 상대하려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현존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콧방귀를 뀌며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는데 검은색 부도탑이 흑광을 발하며 날아가 목진의 수정 부도탑과 부딪쳤다.

이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현존은 역시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팔부부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목진은 비록 부도탑 밖에서도 팔부부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위력은 부도탑 안에서 사용할 때보다 훨씬 못했다.

더구나 상대방도 부도탑이 있어 현존을 부도탑에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팔부부도는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팔부부도만 믿고 너무 우쭐거리지 말거라!”

현존이 피식 웃으며 발을 힘껏 구르자 대유명법신에서 웅장한 검은색 홍류를 내뿜어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그때 목진의 뒤쪽에도 자금색 빛이 번쩍이더니 불후금신이 나타나 불후 신문을 이뤄 자금색 광막을 형성했다.

허공에서 펼쳐진 쌍방의 대결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부단히 공격을 개시했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목진은 역시 대단하군. 현존과도 막상막하이니 말이야…….”

사람들이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 목진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현존도 더는 전처럼 확연한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청맥 사람들은 이내 화색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현맥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다들 이를 갈며 목진을 노려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쿵!

양자의 공격이 다시 맞닿았는데 이번에도 일정한 우세를 차지한 현존은 안색이 전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이는 승리로 이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녀석을 너무 쉽게 생각했군.”

현존이 이내 살기를 품으며 서서히 떠오르더니 피부 표면에 오래된 검은색 광문 일곱 개가 나타났다.

“7신맥이라…… 현존도 신맥이었군. 보아하니 드디어 영맥 신통을 사용하려나 보군.”

사람들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내가 너를 상대하기 위해 무려 영맥 신통까지 사용하다니. 오늘, 너는 대결에서 패배해도 전혀 아쉬워할 필요가 없단다!”

현존은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두 손을 번쩍 들었는데 체내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흑하가 솟구쳐 나와 천지가 순간 얼어붙을 것 같았다.

이와 동시에, 그의 차가운 목소리도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7신맥, 현명적멸하(玄冥寂滅河)!”

현존이 드디어 진정한 실력을 드러냈다.

쏴아아!

현존의 차가운 말소리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체내에서 까맣고 진득한 하천이 솟구쳐 눈 깜짝할 사이에 반쪽 하늘을 차지했다.

검은색 하천은 분명 가벼운 물로 이뤄진 것 같은데 산맥처럼 묵직한 것 같았고 음산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내뿜어 주위의 수증기마저 얼어 눈꽃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현존은 현명법신 위에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고 커다란 흑하는 거대한 흑룡처럼 요동치며 무서운 위력을 방출했다.

자신의 전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선보인 현존의 영맥 신통은 같은 선급 천지존이라도 감히 정면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현존은 화가 나 살수를 두기로 했다.

“노인네도 신맥이었단 말인가?”

목진도 커다란 흑하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흑하에 깃든 엄청난 위력이 누구보다 잘 느껴졌다.

“공격하라!”

현존은 바로 손을 내밀어 목진에게 공격을 개시했다.

쏴아아!

커다란 흑하가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며 내려앉자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졌다. 이 정도 무게면 영급 천지존의 영체마저 순식간에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 광경에 다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목진이 수단과 방법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커다란 흑하를 막아내지 못하면 제아무리 일기화삼청이 있어도 본체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목진도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커다란 흑하를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피부 표면에 오래된 보라색 광문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한 갈래, 두 갈래, 세 갈래…… 여덟 갈래!

보라색 광문 여덟 개가 전부 밝아지자 목진은 입으로 보라색 화염을 내뿜었다.

후우!

보라색 화염은 보라색 염룡처럼 이내 포효하며 커다란 흑하에 맞섰다.

치익!

자염과 흑하가 닿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안개가 일어 하늘을 가렸다.

보라색 화염의 위력은 놀라웠으니, 검은색 홍류가 아무리 밀고 들어오려 해도 꼼짝도 못 했다.

“보라색 화염은 목진의 8신맥에서 비롯된 영맥 신통이라 위력이 강력했던 거였군!”

사람들은 그제야 보라색 화염의 출처를 알게 되었다. 목진은 일전에 보라색 화염을 너무 빨리 거둬 다들 그의 8신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전력을 다한 그의 공격에 8신맥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현맥 사람들은 목진이 8신맥인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현맥 맥수인 현광도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부도신족의 유일한 8신맥은 청연정이었는데 두 번째 8신맥이 그녀의 아들일 줄 누가 알았을까?

이는 청연정과 목진의 혈맥이야말로 가장 순수하단 말이 아닌가?

그 광경에 청맥 사람들은 환호했다. 특히, 청천, 청훤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목진은 역시 청연정의 아들답게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심 산맥에 있는 대장로 부도현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그의 몸에 새겨진 보라색 광문을 살펴보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8신맥은 무슨, 이건 청연정의 신맥이구나. 그녀가 목진을 가졌을 때 자기 신맥을 아들한테 심은 것이 틀림없네.”

부도현은 성급 천지존이고 청연정의 8신맥에 대해 잘 아는지라 목진의 8신맥이 청연정의 것임을 한눈에 알아챘다.

“좋은 어머니를 둬서 참 좋겠군!”

부도신족 사람들이 히쭉거리자 현라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목진은 청연정의 8신맥 때문에 천부적 재능이 저토록 뛰어났던 거였군.”

“그것만 아니었으면 죄인 따위가 어찌 우리와 비길 수 있었을까?”

이에 현맥 사람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목진이 부도신족의 자원도 없이 혼자서 모든 걸 해냈다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이는 전부 청연정의 8신맥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비록 8신맥을 가졌다고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엄청나다는 건 아니지만 성공확률이 훨씬 높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또한, 수련 속도도 훨씬 빠를 것이다.

목진에 대한 편견이 상당한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전부 청연정의 8신맥으로 돌렸다.

정작 부도현의 말을 들은 목진은 신경 쓰지 않고 보라색 화염과 커다란 흑하가 부딪친 곳을 지켜봤다.

쌍방은 대치 중이었지만 목진은 커다란 흑하에 깃든 힘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에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현존을 바라봤는데 상대방 역시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현존은 현재의 대치 상태를 보고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어느새 현존도 목진의 시선을 발견하고 눈길을 돌리더니 히쭉거리며 말했다.

“청연정의 8신맥은 역시 대단하구나. 나의 현명적멸하를 막아낸 것만 봐도 보라색 화염은 범상치 않아. 네가 나처럼 선급 천지존이었으면 내 공격은 너를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현존은 뒷짐을 쥔 채 말했는데 목진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현명적멸하는 7신맥에서 비롯된 영맥 신통이지만 현존은 선급 천지존이고 목진은 영급 밖에 안 되어 양자의 실력 차이가 엄청났다.

“아쉽게도 이 세상에 절대적인 공평은 없단다. 네가 현맥을 상대하기로 한 이상, 실패할 각오도 충분히 했으리라 믿는다.”

말을 마친 현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정혈을 내뱉어 흑하에 던졌다.

쿠쿠쿵!

조용하던 커다란 흑하는 갑자기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빠르게 작아졌으며 암홍색이 조금 깃들었다.

치익!

거대한 보라색 염룡이 순간 하얀색 안개가 되어 놀라운 속도로 사라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청맥 사람들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현존의 공격은 진정한 위력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목진은 실력이 미약해 8신맥이 있음에도 대결에서 이기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커다란 흑하의 압도적인 강세에 거대한 보라색 염룡은 와르르 무너졌다.

“목진은 이미 졌네.”

다들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히 우세를 차지한 현존이 목진을 쓰러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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