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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07화 (906/1,000)

907화. 신광으로 현존을 제압하다

청천, 청훤 등은 얼굴이 창백해져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사람들은 목진이 최선을 다했고, 영급 초기의 실력으로 지금껏 싸운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오늘부터 청맥은 최선을 다해 목진을 보호할 것이다.”

청천은 안색이 어두워져 외쳤다. 현맥 등은 이대로 목진을 풀어줄 위인들이 아니었고, 청맥 역시 절대 이를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청훤, 청운도 동의하듯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우리가 이겼군.”

현맥 맥수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현맥과 묵맥이 곧 장로원을 차지할 것이고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쿠쿵!

현존은 곧 사라질 거대한 보라색 염룡을 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네가 졌구나.”

“선급은 역시나 강하군요.”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만약 그가 선급 천지존이었으면 자염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태워 없앨 자신이 있었다.

현존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목진의 태도에 언짢아졌다. 그는 목진이 아직도 괜찮은 척, 센 척하는 줄 알고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렸다.

쿵!

커다란 흑하는 드디어 거대한 보라색 염룡을 완전히 없애고 목진에게 향했다.

“이제 네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알았으면 좋겠구나.”

쏴아아.

커다란 흑하는 사정없이 목진을 향해 내려앉았다. 목진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광경에 다들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승리까지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결국 현존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현맥은 역시 부도신족의 최강 세력다웠다.

그런데 목진은 커다란 흑하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8신맥으로 안 되면…… 바꾸는 수밖에.”

목진이 중얼거리며 합장하자 몸에서 다시 눈부신 빛을 발했고 8개의 오래된 보라색 광문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흐릿해졌다. 그리고 이내 혼돈의 빛이 모여 아홉 번째 광문을 이뤘다.

중심 산맥에 있던 부도현 대장로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멀리 허공에 떠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목진의 몸 표면에 나타난 오래된 혼돈의 광문 아홉 개는 태어날 때부터 육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새겨진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중심 산맥에 있던 부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들짝 놀라 이를 쳐다봤다.

그는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것은 말로만 듣던 9신맥이었다!

“이럴 수가, 죄인 따위가 어찌 9신맥을 지녔단 말인가?”

부도현은 멍하니 서서 중얼거렸다. 9신맥은 부도신족에서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 여태껏 부도신족에 나타난 9신맥은 세 명을 초과하지 않았고 그들은 부도신족의 가장 오래된 조상님들이었다.

그들이 부도신족을 설립했는데 그 뒤로는 더 이상 9신맥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도신족한테 9신맥은 가장 순수한 혈맥을 의미했다.

혈맥은 고족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이 바로 부도신족이 청연정이 몰래 혼인하고 아이까지 낳은 것에 잔뜩 화를 낸 이유이기도 했다. 청연정한테 너무 큰 걸 바랐던 이들은 그녀가 저지른 일에 화를 냈다. 그녀가 한 짓은 혈맥을 더럽히는 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도현은 목진한테 일어난 현상에 당장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목진의 혈맥은 부도신족의 혈맥을 더럽히기는커녕, 오히려 신맥을 높여주었다. 즉, 혈맥만 놓고 보면 목진의 혈맥은 그 누구보다 순수했다.

부도현은 한참 지나서야 안정을 되찾고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목진을 바라봤다.

잇따라 부도신족과 기타 세력 사람들도 목진의 몸에서 번쩍이는 아홉 개의 오래된 광문을 발견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중얼거렸다.

“세상에, 내가 본 게 뭐란 말인가?”

“내가 말로만 듣던 9신맥을 보다니!”

“목진은 어찌 신맥이 두 개나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중 하나가 9신맥이라니!”

“9신맥이라…… 녀석은 9신맥이 있어 이토록 강했던 거였군!”

히쭉거리며 서 있던 현맥 사람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허공에 떠 있는 눈부신 청년을 바라봤다.

이에 현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너무 놀라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이 8신맥이라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을 텐데 말로만 듣던 9신맥이라니 더는 태연한 척 서 있을 수 없었다.

현맥 맥수 현광도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다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나서서 목진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목진이 언젠가 성급 천지존경에 이르면 부도신족에서 전부 나서도 그와 그의 어머니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때 가서 목진은 분명 현맥을 가장 먼저 없애려 할 것이다.

그러나 현광은 결국 살기를 거뒀다. 그가 함부로 나서면 대장로께서 막아 나설 것이 분명했다. 우매하고 고지식한 대장로는 종족의 규칙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청연정도 종족의 규칙을 위반해 갇혔는데 현광이라고 별다를 수는 없었다.

한편, 조용히 서서 관전하던 마하유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9신맥이라…….”

마하고족인 마하유도 9신맥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목진은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확률이 상당했다.

그렇다면 부도신족의 성급 천지존은 3명으로 실력이 폭등할 것이다.

“녀석은 역시나 화근이군!”

마하유는 어느새 살기를 품은 채 목진을 바라봤다.

* * *

현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목진의 몸 표면에 나타난 아홉 개의 오래된 광문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네 꼼수에 넘어갈 것 같으냐?”

현존은 목진이 9신맥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뿐더러 믿으려 하지도 않았다. 안 그러면 그는 앞으로의 대결에서 목진한테 빈틈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목진이 정말 9신맥이라도 현존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 녀석을 완전히 쓰러뜨려야만 했다.

“이만 죽거라!”

현존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옷깃을 휘날리자 커다란 흑하는 파멸의 흑룡처럼 더 무서운 기세로 목진에게 향했다.

구경꾼들도 목진의 9신맥이 거짓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눈길을 모았다.

모든 건 영맥 신통의 대결 결과에 달렸다.

그때,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더니 고개를 들고 자신을 향한 커다란 흑하를 보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9신맥…… 부도혼돈광(浮屠混沌光).”

순간, 목진의 뒤쪽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였는데 이는 혼돈의 색을 띈 바다처럼 보였다.

혼돈의 빛이 떠오르자 목진은 옷깃을 휘날렸고 그 빛은 곧장 커다란 흑하로 향했다.

슉!

혼돈의 빛이 지나가자 하늘을 가릴 정도의 커다란 흑하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하늘은 바로 밝아졌다.

사람들은 일반 선급 천지존마저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커다란 흑하가 갑자기 사라지자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에 다들 목진의 뒤쪽에서 떠오르는 혼돈의 빛을 자세히 살폈는데 그 속에 검은색 선 한 갈래가 나타난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현존의 커다란 흑하였다.

“이건 도대체 무슨 영맥 신통이기에 이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누군가 어리둥절하여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현존도 화들짝 놀라 상황을 살피더니 미친 듯이 도망갔다.

“어딜 가시나요?”

목진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이자 뒤쪽에서 요동치던 혼돈의 빛이 다시 현존에게 향했다.

현존은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올려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영체로 버텨내려 했는데 혼돈의 빛이 지나가자마자 완전히 다른 세상에 갇힌 것처럼 온몸이 굳었다.

현존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목진의 뒤쪽에서 요동치던 혼돈의 빛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괴이한 혼돈의 빛에 갇히고 말았다.

그 모습에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멍하니 목진을 바라봤다. 선급 천지존마저 혼돈의 빛을 당해내지 못한단 말인가? 어찌 순식간에 혼돈의 빛에 갇힐 수 있단 말인가?

이 얼마나 무서운 신통이란 말인가?

목진의 영맥 신통은 아마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에서도 최정예급 신통에 속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9신맥의 영맥 신통이란 말인가? 역시나 괴이하고 강력하군. 이걸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인가?”

잠시 후,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목진은 비록 영급 천지존일 뿐이지만 9신맥 신통만 있으면 선급 천지존도 상대할 수 있었다.

멍하니 텅 빈 하늘을 바라보던 부도신족 사람들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현존이 대결에서 패배했단 말인가?

청맥의 청천, 청훤, 청상 등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목진이 이토록 갑작스럽게 승리할 줄 몰랐다. 치명적인 위기에 빠졌던 목진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역전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했던 현존을 가두었다.

“너무 강해.”

청령은 얼굴을 붉히며 허공에 떠 있는 늘씬한 청년을 바라봤다. 목진의 이러한 성과에 탄복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다른 청맥 사람들도 으쓱해 고개를 들고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의 신분이 어떻든 그는 지금 청맥의 맥수였기에 그들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반면, 현맥 쪽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묵맥 사람들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현맥 맥수 현광은 목진을 당장 잡아먹으려는 듯 뚫어져라 그를 쳐다봤다.

“현맥이 대결에서 졌으니 이만 자리를 내놓으세요.”

목진은 뒷짐을 쥔 채 허공에 서 있었고 뒤쪽에서 요동치는 혼돈의 빛과 함께 엄청난 위엄을 형성했다. 그가 정적이 흐르는 현맥 쪽을 바라보며 한 말에 다들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목진의 말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그가 대결에서 이겼다는 걸 깨달았다.

목진은 혼자서 부도신족의 최강 세력인 현맥을 뚫고 청맥의 자리를 되찾았다.

“얼마나 강한 사람이어야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조용해졌던 사람들은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고 각 세력의 수장들은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선보인 전투력은 정말 놀라웠다.

그는 아직 영급 초기일 뿐인데 선급 초기의 강자마저 쓰러뜨렸으니, 언젠가 선급에 이르면 성급 이하 최강자나 다름없지 않은가?

“부도신족은 참으로 이상하군. 이토록 뛰어난 천재를 죄인 취급하다니 말이야. 언젠가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목진이 다른 세력의 후손이었으면 분명 차기 족장으로 삼고 배양했을 것이네.”

“오래된 종족은 혈맥을 소중히 여기는지라 이런 방면에서는 매우 우매하다네.”

부도신족 사람들은 히쭉거리며 수군대는 강자들의 대화를 듣고는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지만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부도신족은 확실히 목진을 죄인으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맥 맥수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현맥의 체면을 사정없이 짓밟은 목진이 너무 미웠다.

“빌어먹을, 감히 현맥의 계획을 무산시켜?”

현광은 너무 화가 나 어쩔 바를 몰랐다. 목진만 아니었으면 현맥이 세운 계획은 바로 성사됐을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화가 나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제맥회무의 규칙에 따라 현맥에서 4번이나 패배했으니 청맥에게 장로원의 자리 하나를 돌려줘야 했다.

그런데 현광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대장로한테 말을 건넸다.

“현맥은 패배를 인정하고 장로원의 자리를 한 자리 내놓을 겁니다. 하지만 죄인인 목진이 청맥의 맥수가 되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니 당장 장로원 회의를 개최해 녀석의 청맥 맥수의 신분을 박탈할 것을 청합니다.”

지금은 목진이 청맥 맥수의 신분을 지녀 상대하기가 전보다 어려웠다. 일단 맥수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부도신족에서 죄인인 그를 포박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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