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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10화 (909/1,000)

910화. 청연정이 나타나다

위잉!

유리그릇이 갑자기 미세하게 떨리더니 표면을 감쌌던 벼락, 화염, 한빙이 나타나 아홉 마리의 거대한 용을 이루더니 부도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부도현이 나서려 하는군!”

약진과 임초는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부단히 유리그릇에 주입했다.

“무조였으면 내가 꼼짝 못 했을지도 모르지만 선급 후기밖에 안 되는 천지존 둘이서 과연 성급 절세의 성물의 위력을 제대로 선보일 수 있을까?”

유리그릇에 갇힌 부도현은 씨익 웃더니 옷깃을 휘날리며 두 손을 가볍게 비틀었는데 순간 무한의 영광이 폭발했다.

쿵!

그가 방출한 무한의 영광은 위쪽에 거대한 흑백 광륜을 이뤄 서로 얽히고설키며 파멸의 힘을 방출했다.

부도현이 고함을 지르자 흑백 광륜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유리그릇을 공격했다.

“크으으으!”

유리그릇 주위에서 날아다니던 화염, 한빙, 암흑, 벼락 등을 대표하는 거대한 용 아홉 마리는 위협감을 느끼고 입을 쩍 벌려 부동한 속성을 띤 영력 빛기둥을 내뿜었다. 이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흑백 광륜과 부딪쳤다.

쿠쿠쿵!

쌍방이 부딪치자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졌다. 또한, 웅장한 중심 산맥도 부단히 흔들리더니 암석이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거대한 용 여덟 마리가 아무리 공격해도 흑백 광륜에 닿자마자 바로 부서졌다.

“공격하라!”

이와 동시에, 부도현이 다시 외치자 흑백 광륜은 한 갈래 흑백 빛줄기가 되어 힘껏 유리그릇을 공격했다.

탕!

경천의 폭발음이 울려 퍼지자 실력이 미약한 일부 강자들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나머지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음파를 떨쳐냈다.

잇따라 사람들은 다시 유리그릇에 눈길을 돌렸다. 유리그릇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멀리 튕겨 나갔고 부도현은 결국 풀려났다.

임초와 약진은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영력을 끌어올려 유리그릇을 다시 쓰려고 했다.

“그만하셔도 돼요, 선배님.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목진은 바로 임초와 약진한테 말을 건넸다.

임초와 약진이 함께 유리그릇을 사용해도 부도현을 제압하지 못할 것이고 강제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저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목진은 약진과 임초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에 약진과 임초는 서로 마주 보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아, 안 될 것 같으면 물러나도 좋단다. 네가 위험에 처하면 내 제자가 절대 너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란다.”

“무경도 마찬가지란다.”

약진의 말에 임초도 덧붙였다.

그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부도신족 사람들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 염제와 무조까지 부도계에 찾아오면 제아무리 부도신족이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허공에 무덤덤하게 서 있던 부도현도 가볍게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완고하고 우매한 그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오히려 피식 웃었다.

“염제와 무조의 실력은 잘 알지만 부도신족에서 죄인을 처분하는 일에는 절대 끼어들지 못할 것이네!”

부도현은 다시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네가 호위 영진을 장악했다고 해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그건 큰 오산이란다!”

목진은 부도현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결인했다. 그러자 거대한 영진이 수천 갈래의 웅장한 기의 회오리를 내뿜어 부도현을 공격했다.

“멍청한 녀석, 내 오늘 너를 제대로 죽여 주마!”

부도현이 씩씩거리며 두 손을 교차하자 새로운 흑백 광륜이 나타나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기의 회오리들은 이에 닿자마자 바로 부서졌다.

그 광경에 목진도 흠칫 놀랐다. 성급 천지존은 역시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 그의 공격에 현광과 묵동은 낭패를 봤었는데 부도현은 끄떡없었다.

슉!

수많은 기의 회오리를 부순 흑백 광륜은 놀라운 속도로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 공격은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없앨 수 있을 것처럼 강력해 보였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웅장한 영진에 숨어든 뒤, 계속해서 기의 회오리를 내뿜어 흑백 광륜을 공격했다.

쿠쿵!

순간, 엄청난 뇌명과 함께 아래쪽 산맥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 흑백 광륜이 가까워질수록 호위 영진의 공격은 점차 사그라졌으니…….

“목진은 결국 영급 천지존일 뿐이라 호위 영진의 힘을 빌려도 부도현의 상대가 아니군.”

누군가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호위 영진의 위력이 상당한 건 사실이지만 목진이 그 위력을 완전히 끌어올릴 수 없으니 부도현을 제압하지 못할 것이네.”

“목진은 곧 부도현한테 잡히겠군.”

* * *

사람들은 목진이 곧 패배할 거라 여겼다.

정작 영진에 숨어든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는 처음부터 호위 영진의 힘을 빌려도 자신은 부도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영급 천지존이 외력의 도움만으로 성급 천지존을 제압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부도현을 상대하려고 호위 영진을 장악한 것이 아니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내쉬며 호위 영진을 쓰윽 훑었다. 부도계 전체를 감싼 영진을 살피다 보면 부도신족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었다.

그중, 목진은 일부 구역에서 상당히 친근한 느낌을 받았는데 바로 어머니께서 직접 만든 부분이었다. 하여 목진은 해당 경로를 따라 찾다 보면 원하는 장소에 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쿠쿵!

그는 외부의 소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부도신족을 구석구석 살피다가 드디어 어디선가 익숙한 파동을 발견하고 의식으로 그곳을 탐색했다. 그곳은 지극히 오래된 거대한 탑으로 그가 성부도탑을 수련할 때, 갔던 바로 그곳이었다.

다행히 목진은 호위 영진을 따라 순조롭게 탑에 들어갔는데 어디선가 혈육의 기운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가요.”

그때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있던 여인이 고개를 번쩍 들어 허공을 바라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활짝 웃었다.

여인은 이내 정색하며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내 아들, 오늘부터 더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란다.”

* * *

쿠쿵!

부도현 위쪽에 떠 있는 거대한 흑백 광륜은 계속해서 회전하며 거대한 기의 회오리를 전부 부숴버렸다.

그는 호위 영진과 점차 가까워졌고, 목진이 아무리 영진의 힘을 끌어올려도 끄떡없었다.

그 광경에 다들 이내 감탄했다. 성급의 실력은 역시 남달랐다. 목진이 일전에 호위 영진의 힘을 빌려 부도신족의 장로들을 쉽게 쓰러뜨린 건 사실이지만 부도현한테는 꼼짝도 못 했다.

멀지 않은 산맥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영계, 용상, 청상도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제아무리 목진이 걱정되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목진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죠?”

청훤은 손을 꽉 쥐고 청천 맥수를 쳐다봤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곧 부도현한테 잡힐 것이다.

“대장로께서 제대로 화가 나셨구나. 이제 우리가 나선다고 달라질 건 없단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도 말거라. 대장로께서는 절대 목진을 죽이지 않으실 거다.”

청천 맥수가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청훤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도 목진을 가두겠죠. 이건 목진의 수련에 엄청난 지장을 주는 일이 아닌가요?”

목진은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데다가 9신맥의 소유자라 지금이 실력을 향상시킬 최적의 시기였다. 그런데 갇히게 되면 앞으로 다시 기회가 찾아온들 성급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정말 그리되면 우리가 몰래 목진을 풀어주자꾸나. 대장로께서 우리를 어떻게 처분하든 말이다.”

청천이 한숨을 쉬며 한 말에 청훤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반면, 마하고족의 마하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 부도신족에 오길 잘했구나. 이렇게 흥미로운 대결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야.”

마하고족의 기타 강자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하고족 사람들은 부도신족에 내란이 일기를 바랐는데 목진 덕분에 제대로 발각 뒤집혀 기분이 좋았다.

“목진은 참 단순하기도 하지. 녀석이 부도신족의 호위 영진을 장악했다고 해도 겨우 4할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인데 그것만 믿고 부도현을 상대하려 하다니 말이에요.”

이에 마하유가 히쭉거리며 느긋하게 말했다.

“부도신족이 목진을 잡아 두는 것도 썩 나쁜 결과는 아닌 것 같구나. 그래야 만고회 때 녀석이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들은 목진이 반드시 부도신족한테 잡힐 거라 확신했다.

* * *

부도현은 공간을 가르며 호위 영진으로 향했고 예리한 눈빛으로 영진에 숨어든 목진을 노려봤다.

“네 이놈, 언제까지 무사할 것 같으냐?”

그때 목진은 서서히 눈을 뜨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부도현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호위 영진에서 경천의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릴 정도의 거대한 산맥이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그 광경에 부도현은 바로 인상을 찌푸린 채 합장해 결인했고 흑백 광륜은 눈 깜빡할 사이에 수만 장 정도로 커졌다.

파멸의 힘을 내뿜는 흑백 광륜의 힘에 주위의 공간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쿵!

그러다 흑백 광륜이 거대한 산맥과 부딪치자 흑백의 빛이 번쩍였는데 묵동 등을 손쉽게 제압했던 묵직한 산맥은 빠른 속도로 와르르 무너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묵직한 산맥들은 흑백 광륜의 공격에 전부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쏟아졌다.

상황을 살피던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성급 천지존은 역시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 호위 영진의 힘을 한껏 끌어올렸는데도 부도현한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쿠쿵!

흑백 광륜은 호위 영진에 닿기 직전에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며 흑백 거수로 변했다.

양자가 부딪치자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형성되었는데 흑백 거수는 강제로 영진을 뚫고 들어가 목진을 잡으려 했다.

부도현은 목진을 포획해 그가 더는 영진을 조종할 수 없게 하려고 했다.

“어른을 존중할 줄도 모르는 무례한 녀석. 청연정이 가르쳐주지 못한 걸 내가 오늘 가르쳐주마!”

부도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흑백 거수가 목진의 주위를 완벽히 감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은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삼촌, 얼른 아버지를 모셔 와요!”

임정이 흠칫 놀라 임초의 팔을 휘두르자 옆에 서 있던 소소도 약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에 임초와 약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들이 나서려는 순간, 그들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동작을 멈췄다. 목진 뒤쪽 공간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가녀린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부도현, 내 아들은 당신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순간, 목진의 위쪽에 오묘하기 그지없는 영진이 나타났다. 흑백 거수는 새로 나타난 영진과 부딪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함께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여인이 부도현의 공격을 너무 쉽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의 뒤쪽을 바라봤다. 하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정색하며 서 있었는데 주위에 억만 갈래의 영인이 번쩍였고 영인 하나가 한 개의 영진을 이룬 듯했다.

“세상에, 저건 영진 대종사가 아닌가!”

“주위의 영인들이 따로 세상을 이뤘네. 저 사람이 바로 성급 대종사네!”

“성급 대종사라니…… 엄청나군!”

“여인이 일전에 뭐라 말했던 것 같은데…… 목진이 아들이라면 설마 목진의 어머니란 말인가?”

부도신족 사람들은 멍하니 여인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은 여인이 누군지 잘 알았다.

목진의 뒤에 나타난 여인은 바로 그의 어머니인 청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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