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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11화 (910/1,000)

911화. 성급들의 대결

“목진의 어머니가 성급 영진 대종사일 줄이야…….”

임초와 약진도 흠칫 놀라 하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천세계에는 성급 천지존이 얼마 없었는데 성급 영진 대종사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허허. 목진의 어머니께서 오셨으니 우리가 나설 일은 없겠군.”

임초와 약진은 서로 마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목진도 뒤쪽에서 전해진 소리를 듣고 온몸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돌아섰다.

여인도 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주위에 형성된 영인이 격렬하게 떨리는 것만 봐도 얼마나 떨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

목진은 여인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는 북창대륙에서 청연정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영체일 뿐이었다.

그는 북령경을 떠난 날부터 매일 오늘이 오기만을 바랐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고난을 이겨냈다. 이제 그는 더는 앳된 소년이 아니었고 꿈에도 바라던 그날을 드디어 맞이하게 되었다.

목진은 여인이 낯설어야 마땅한데 눈을 마주친 순간, 체내의 혈맥마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청연정과 헤어졌을 때의 목진은 갓난아이나 다름없었지만, 여태껏 수련하며 그녀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조금씩 깨달았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청연정은 부도신족에 돌아와 수십 년 동안 갇혀 지냈고 자신의 8신맥마저 떼어줬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코끝이 찡해졌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에 청연정도 가슴이 뭉클해 목진한테 다가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목진아, 많이 컸구나.”

청연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걷지조차 못했던 아이가 어느새 훤칠한 청년이 되었다.

한편, 청연정은 목진의 얼굴에서 남편의 그림자가 얼핏 보이면서 눈매만큼은 자신과 똑같게 생겼단 생각을 했다.

청연정은 목진한테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머니, 제가 드디어 어머니를 찾아냈네요.”

목진은 파르르 떨리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을 느끼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는 이날을 위해 너무 오래 참아왔다.

목진의 말에 청연정도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부도신족에 찾아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목진은 자칫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질 뻔하기도 했다.

청연정은 북령경에서 태어난 연약했던 소년이 홀로 대천세계를 거닐며 수많은 생사의 고난을 겪으며 강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칼로 에는 듯 아팠다.

“이건 다 내 탓이란다.”

청연정은 황급히 목진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지금은 성급 대종사가 아니라 한 아이의 어머니일 뿐이었다.

“아니에요. 전 어머니를 반드시 모셔가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어요.”

목진이 손을 꼭 잡으며 한 말에 청연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한기 어린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들었다.

“그전에 저들한테서 너를 괴롭힌 대가를 온전히 받아낼 거란다!”

청연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앞쪽에 서 있는 부도현을 노려봤다.

“대장로는 참 대단하군요. 신분도 무시한 채 후배를 상대하다니 말이에요.”

청연정의 한기 어린 말소리가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후배라니, 부도신족에는 저렇게 막무가내인 후배는 없단다. 오늘 내가 나서지 않으면 네 아들이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어 놓을 것이다!”

부도현이 콧방귀를 뀌며 한 말에 청연정은 이내 정색했다.

“제 아들이 왜 이러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요? 이건 전부 당신들 때문이에요.”

“청연정, 억지 그만 부리고 이만 물러서거라. 난 반드시 부도신족을 어지럽힌 죄인 녀석을 잡아 죄를 물을 것이다!”

부도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청연정도 인상을 확 찌푸린 채 외쳤다.

“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여태껏 참은 것인데 이대로라면 더는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누가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내 아들을 건드린단 말인가요?”

청연정의 살기 가득한 모습에 부도신족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 누구도 그녀가 이토록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 대상이 대장로가 될 줄은 더욱 몰랐다.

상냥한 여인이라도 자식의 생사에 연관된 일에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청연정!”

부도현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청연정이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잔뜩 화가 났다. 그녀는 대장로인 자신한테까지도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럼 내가 직접 나서서 너와 네 아들을 잡아야겠구나!”

부도신족의 수령인 부도현은 종족의 규칙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청연정이 저지른 짓은 이를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

쿵!

부도현의 체내에서 억만 갈래의 영광이 번쩍이더니 아래쪽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흑백 광륜을 이뤘고 광륜은 회전하며 파멸의 힘을 방출했다.

부도신족의 성급 천지존은 결국 자신의 힘을 한껏 끌어올렸다.

순간,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쳐 일부 천지존들은 머리가 지끈거렸고 등에 묵직한 산을 업은 듯 몸이 무거워졌다.

“흥, 저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 그럼 이번 기회에 대장로의 실력을 확인해봅시다!”

청연정은 두려워하지 않고 호위 영진에서 나왔다. 그녀는 호위 영진의 힘에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

잇따라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녀의 주위에 억만 갈래의 영인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쿠쿵!

한편, 부도현이 발을 힘껏 구르자 천지가 들썩였고 거대하기 그지없는 흑백 광륜이 빠르게 작아지더니 한 장 정도로 변했는데 색깔은 더없이 짙어졌고, 미세한 빛에는 일반 천지존마저 두려울 정도의 무서운 파동이 깃들었다.

슉!

부도현이 옷깃을 휘날리자 흑백 광륜은 빠르게 청연정에게 향했는데 공간마저 찢으며 회전하는 광륜의 날카로움에 진정한 용도 감히 맞서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청연정이 가녀린 손가락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자 수많은 영인이 휘몰아치며 앞쪽에 수천 개의 영진을 이뤘다.

쿠쿵!

흑백 광륜은 영진들을 부수며 계속 전진했고 수천 개 정도 부쉈을 때 드디어 힘이 다 닳아 수많은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아주 현란해 보였고 느껴지는 파동에 다들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두 사람이 전력을 다해 대결을 펼친다면 부도계마저 없어질 것이다.

“전 대장로 덕분에 성급 대종사가 되었으니 오늘, 성급 대종사가 친 영진의 위력을 제대로 맛보세요!”

청연정의 말과 함께 억만 갈래의 영인이 주위에 스며들더니 거대한 영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진의 범위는 상당히 넓었지만 부도현 한 사람만 목표물로 뒀다. 나머지 사람들은 영진과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것 같았다.

거대한 영진은 홀로 한 개의 세상을 이룬 듯 누구든 일단 갇히면 영진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거대한 영진을 바라봤다. 성급 천지존이 나서는 것도 성급 대종사가 친 영진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청연정과 부도현의 대결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영진에 갇힌 부도현도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무리 그라도 성급 대종사가 친 영진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위잉.

그때 영진의 세계에서 빛이 번쩍였고, 태양 아홉 개가 서서히 떠오르더니 그 속에 깃든 원고의 금작이 울부짖으며 화염을 내뿜어 주위가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이 정도 온도라면 영급 천지존이라도 바로 녹아 없어질 것이다.

끼익!

아홉 마리의 금작은 고함을 지르며 눈부신 빛줄기를 내뿜어 부도현을 공격했다.

이에 부도현은 서둘러 합장하며 흑백의 기를 방출했는데 이는 흑룡과 백룡을 이뤄 포효하며 흑백의 기운을 방출했다.

쿠쿵!

영진 세계는 순간 파르르 떨렸고 파멸의 파동이 휘몰아쳤는데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마저 무서운 고온에 피부가 찌릿해졌고 육신이 녹아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그들이 영진 세계에 들어갔다면 얼마나 더 괴로웠을까?

“구양련세(九陽煉世)!”

허공에 떠 있던 청연정이 하얀색 치마를 휘날리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아홉 개의 태양이 새의 울음소리와 함께 부도현의 주위를 맴돌더니 어느새 사라져 거대한 황금색 가마로 변했다.

부도현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에 갇히고 말았다.

활활!

가마에 황금색 화염이 미친 듯이 모이자 영진의 세계에 퍼졌던 고온은 신속하게 사라졌다. 이는 꼭 모든 화염이 가마에 모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광경에 부도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잠시 후, 황금색 화염이 전부 사라지고 황금색 암장 아홉 방울로 변했는데 부도현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암장 아홉 방울이 하위면 하나를 없애고도 남을 위력을 지녔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공격하라.”

청연정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황금색 암장 아홉 방울이 사정없이 부도현에게 향했다.

이에 부도현은 신속하게 물러났고 흑룡과 백룡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앞쪽에 흑백 구멍을 만들었다.

“부도동(浮屠洞)!”

치익!

황금색 암장 아홉 방울이 들어가자 부도동은 격렬하게 진동하다가 결국 폭발했고 부도현은 그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이어 이 세상을 휩쓸 것 같은 황금색 구름이 피어올랐고 황금색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세상이 곧 멸망할 것 같았다.

쿠쿵!

영진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는 모습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만약 청연정이 친 영진이 부서져 황금색 충격파가 휘몰아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황금색 충격파는 영진의 세계의 변두리에 닿기 직전에 사라졌다.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부도현의 수염은 불에 타 없어졌고 육신마저 까맣게 그을렸다.

놀라운 광경에 다들 몰래 혀를 내둘렀다. 성급 천지존의 육신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육신이 까맣게 그을린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급 영진은 역시나 무섭군.”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다. 성급이 아닌 이상, 누구든 이 영진에 갇히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청연정, 도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이냐?”

부도현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청연정을 노려봤다.

“당신들이 내 아들을 괴롭히는 걸 못 본 척 그냥 넘기란 말인가요?”

청연정의 질문에 부도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답했다.

“좋다, 아주 좋아.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니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부도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탑을 모신다!”

부도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부도신족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런, 대장로께서 조탑을 모시려 하다니!”

청훤이 황급히 외치자 옆에 서 있던 청천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청연정을 바라봤다. 조탑은 부도신족의 최강 필살기 중 하나였다. 조탑 덕분에 부도신족은 다른 종족으로부터 5대 고족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또한, 성급 천지존이라도 부도신족의 조탑은 신중하게 상대해야 했다. 지난번에도 대장로는 조탑으로 청연정을 제압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대장로는 오늘도 조탑으로 그녀를 가두려 하고 있었다. 하긴, 조탑이 아니고서야 청연정을 가둘 방법은 따로 없었다.

“허허, 무려 조탑까지 사용하다니.”

마하고족의 마하유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부도신족의 양대 성급이 싸우다가 누군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되면 부도신족은 5대 고족의 자리를 더는 지키지 못할 것이다.

마하유는 청연정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부도신족에서 청연정과 그의 형님인 마하천을 혼인시키려고 했는데 청연정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하여 마하유는 청연정 때문에 마하고족이 체면을 잃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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