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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14화 (913/1,000)

914화. 백령대륙

“내가 조기를 끌어올 테니 넌 최선을 다해 흡수하거라. 네 성부도탑은 일반 절세의 성물과 비교하면 훨씬 낫지만 사실 영급 절세의 성물조차도 안 된단다. 이번 기회에 네 부도탑을 잘 가꿔 보자꾸나.”

청연정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금세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성부도탑은 봉인의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영력을 더 순수하고 강력한 수정 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었다. 그건 그가 영급 천지존의 실력으로 선급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급의 실력으로 절대 선급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성부도탑이 훨씬 강해진다면 목진한테 더 좋을 것이다.

“좋아요.”

목진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청연정이 결인하자 허무한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오래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잇따라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오래된 기운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왔다.

순간, 목진은 체내의 성부도탑이 미친 듯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이는 꼭 잔뜩 굶주린 사람이 오랜만에 음식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여 목진이 소환하지 않았는데도 머리에 성광이 번쩍이더니 영롱한 성부도탑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만 장 정도로 커져 억만 갈래의 영광을 발하며 오래된 기운을 탐욕스럽게 흡수했다.

이에 거대한 성부도탑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었고 발하는 빛은 훨씬 순수하고 그윽해졌으며 주위에 오래된 빛이 아른거렸다.

성부도탑의 변화를 발견한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깊은 수련 상태에 들어갔다. 그는 성부도탑이 오래된 기운을 흡수할 때마다 웅장한 영력이 체내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청연정도 이를 보더니 생긋 웃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 * *

목진의 수련은 무려 한 달이나 계속되었다.

한 달 뒤, 청연정이 다시 찾아왔을 때도 목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만 장이었던 성부도탑은 손바닥 크기로 작아진 채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었고 계속해서 오래된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청연정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성부도탑은 크기뿐만 아니라 묵직하고 오래된 기운도 함께 내뿜었다.

지금의 성부도탑은 더는 영력으로 이뤄진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실체처럼 표면에 영롱한 빛이 번쩍이는 것이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부도탑에서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 것이 꼭 진정한 정예급 절세의 성물 같았다.

이제 목진의 성부도탑은 영급 절세의 성물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목진의 성부도탑은 아직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탐욕스럽게 오래된 기운을 흡수하며 더 강해지려 하고 있었다.

다만, 오래된 기운은 전보다 훨씬 희박해져 부도탑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아들이 원한다면 어머니로서 당연히 도와줘야지.”

청연정은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만약 일반 장로였다면 그녀는 절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탑의 조기는 상당히 진귀해 부도신족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청연정은 규칙 따위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기가 아무리 진귀한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허무한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오래된 기운은 훨씬 그윽해졌고 손바닥 정도밖에 안 되는 수정탑에 스며들었다.

위잉!

대량의 조기가 스며들자 성부도탑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세상 만물을 제압할 것만 같은 무한의 신성한 빛을 발했다.

청연정은 부도탑 표면에 오묘하고 오래된 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쿵!

그러다 오래된 무늬가 표면을 완전히 감싸자 수정탑은 파르르 떨며 눈부신 빛을 발했다.

잠시 후, 빛이 가시자 목진은 서서히 눈을 뜨고 손을 내밀었는데 머리 위에 떠 있던 부도탑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표면에 오래된 무늬가 새겨진 수수하고도 묵직한 성부도탑이 내뿜은 기운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자신의 수정 부도탑에 깃든 놀라운 힘이 아주 잘 느껴졌다.

그의 성부도탑은 천제한테서 얻은 천제검 못지않은 등급에 이르렀을 것이다.

천제검에 남은 힘은 그의 최강 필살기 중 하나였는데 이제 성부도탑도 전성기 때의 천제검 못지않은 위력을 지닌 그의 무기가 되었다.

더구나 한 달 동안 성부도탑 덕분에 목진도 대량의 영력을 흡수해 실력이 어느덧 영급 중기에 이르렀다.

“성부도탑은 역시 남다르구나. 조기를 흡수해 이 정도로 강해졌으니 말이야.”

옆에 서 있던 청연정이 이내 감탄했다.

현재, 목진의 성부탑은 선급 절세의 성물이나 다름없었다.

선급 천지존도 선급 절세의 성물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성급에 이른 천지존들도 겨우 선급 절세의 성물을 들고 다녔다. 그러니 이것이 얼마나 진귀한 물건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이 정도 등급의 절세의 성물을 들고 있으면 영급 천지존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전부 어머니 덕분이에요.”

목진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조탑을 장악해 진귀한 조기를 대량으로 공급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성부도탑을 이 정도까지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조기를 이곳에 둬도 사용할 사람이 없으니 필요한 너한테 주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 그런데 이건 부도신족의 물건이니 앞으로 부도신족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도와야 한단다.”

청연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녀는 아들이 부도신족을 썩 좋아하지 않는 걸 알아 이번 기회에 그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

“어머니만 괜찮으시면 전 부도신족과 맺힌 원한이 없어요.”

목진은 바로 어머니의 속내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체내의 혈맥은 비록 어머니한테서 시작되었고 어머니께서는 부도신족 사람이니 앞으로 부도신족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도와야죠.”

이에 청연정이 흐뭇하게 웃으며 목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수련을 마쳤으니 이만 떠나자꾸나.”

“좋아요!”

목진이 이내 화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자 청연정도 생긋 웃으며 아들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아들이 자란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 *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청천 장로가 대장로의 업무를 볼 것이네. 대신, 내 령영을 남길 테니 긴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알리게. 그럼 당장 돌아오겠네.”

청연정은 부도신족의 대전에 모인 장로들을 쓰윽 훑더니 현광, 묵동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없는 동안, 부도신족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엄벌로 다스리겠네.”

이에 현광과 묵동은 흠칫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청연정의 한기 어린 눈빛에 제법 놀랐다. 만약 그녀가 떠난 사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아마 죽기보다 못한 지옥을 맛볼 것이다.

한편, 목진은 청연정의 옆에 서서 고귀한 척하던 부도신족의 장로들이 온순한 양처럼 서 있는 모습을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현광과 묵동 뒤에 부도신족의 천재라 불리는 현라와 묵심도 서 있었는데 그들은 감히 목진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들은 더 이상 목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아채고 바로 자신이 품었던 되지도 않는 마음을 접었다. 신분으로 죄인인 목진을 무시하던 이들은 목진이 영급 천지존경에 이르렀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한테는 부도신족이란 강대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청연정이 대장로가 된 뒤로 목진은 더는 보잘것없는 죄인이 아니었다.

하여 그들은 더는 감히 목진한테 불손하게 대하지 못했다.

“얼마나 오래 자리를 비우려 하십니까? 새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은 안 좋을 텐데요.”

청천 장로가 조심스럽게 묻자 천맥의 기타 장로들도 손에 땀을 쥐고 청연정을 바라봤다. 그들은 청연정이 또 부도신족을 뒤로하고 수십 년 동안 자리를 비울까 봐 걱정되었다.

그리되면 현맥과 묵맥은 다시 소란을 피울 것이 분명했고 부도신족에는 다시 변고가 생길 것이다.

청연정은 바로 청천의 속내를 꿰뚫고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어디에 있든 항상 부도신족의 상황을 살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청천 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청연정은 확실히 전보다 차분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청천 등은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그럼 살펴 가세요.”

장로들이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자 청연정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목진과 함께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정 이모.”

부도신족에 있는 전송 영진 앞에는 이미 영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달려가 청연정의 팔을 꽉 끌어안고는 생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주인님.”

용상도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아직도 앳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니…….”

청연정은 영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용상을 바라봤다.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 없단다.”

그런데 용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꿋꿋이 인사를 올렸다.

“네가 수련하는 동안, 용상한테 정보 수집을 부탁했는데 알고 보니 지금 백령대륙에서 조왕제(朝王祭)를 지내더구나. 백령대륙의 모든 세력은 백령성(百靈城)으로 갈 것이고 네 아버지도 그곳에 있을 것 같으니 바로 백령성으로 가자꾸나.”

북령경은 백령 대륙에 있었다. 목진이 떠날 때, 목봉이 북령경에 세운 북령맹은 백령대륙의 제법 큰 세력이라 조왕제 같은 행사에 꼭 얼굴을 비춰야만 했다.

“그럼 가죠.”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백령대륙은 대천세계의 서북쪽에 있는 대륙으로 그리 유명한 대륙은 아니었다. 천라대륙 같은 엄청난 대륙과 비교하면 백령대륙은 새 발의 피였다.

한편, 부도신족이 있는 부도대륙은 백령대륙과 거리가 상당히 멀어 가는 것만 해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청연정의 실력이라면 누군가 그녀가 만든 영인을 백령대륙에서 부수면 이를 따라 공간을 가르며 강림할 수 있지만, 그녀의 영인을 수중에 지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성급 대종사인 그녀가 전송 영진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목진 등은 다른 대륙으로 갈 필요 없이 청연정이 임시로 만든 원거리 전송 영진을 통해 가면 되었다.

하여 열흘 동안, 그들은 수백 개의 대륙을 건너며 대천세계의 서북쪽과 점점 가까워졌다.

그들의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는데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몇 달은 걸려야 수백 개의 대륙을 건넜을 것이다.

“전송 영진을 한 번만 더 사용하면 백령 대륙에 이르겠구나.”

웅장한 대해 위에 서 있던 청연정이 수많은 영인으로 새로운 전송 영진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목진 등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네 사람이 동시에 전송 영진에 들어가자 눈부신 빛과 함께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일그러졌다.

잠시 후, 목진이 다시 눈을 뜨고 보니 그들은 이미 산맥들로 가득 찬 다른 대륙에 도착한 후였다.

잇따라 청연정이 손을 가볍게 흔들어 격렬한 공간 파동을 잠재웠다. 그리고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낯익은 광경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이만 백령성으로 가자꾸나.”

청연정은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한 갈래 영광이 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히히, 정 이모께서 이토록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건 처음인걸?”

영계는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저도 주인님의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사내인지 빨리 보고 싶군요.”

용상의 말에 목진은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는 아버지의 험담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리 봐도 아버지는 그가 기대하는 대단한 사내는 아니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영계, 용상과 함께 신속하게 어머니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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