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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17화 (916/1,000)

917화. 부부의 재회

한편, 백령왕은 목봉과 당천아의 태도에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천지존이면 대수인가? 백령왕은 부모님이 오시면 아무리 목진이라도 무릎을 꿇게 될 거라 확신했다!

“부모님에 대한 믿음이 상당한 모양이군.”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기회를 주겠네. 부모님을 이곳으로 부르게. 오늘 과연 누가 자네를 구할 수 있을지 보겠네.”

이에 백령왕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나리!”

“반나절 동안 시간을 줄 테니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부르게.”

목진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말은 듣지도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백령왕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퍽!

순간 백령왕의 한쪽 팔이 바로 잘려나가 피가 미친 듯이 솟구쳤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피가 주르르 흐르는 녀석의 팔을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가게. 안 그럼 내 말이 장난인 줄 알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팔을 잡고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는 백령왕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들 목진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목진은 정말 백령왕의 부모님과 제대로 싸우려는 것 같았다.

백령왕의 한쪽 팔을 건네받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여 장로, 얼른 가거라, 얼른! 당장 가서 부모님을 부르거라. 내 오늘 저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반드시 저 녀석의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야!”

백령왕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팔을 감싸 안고 고래고래 외쳤다.

“그냥 두 개를 가져가게.”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자 백령왕의 다른 쪽 팔도 끊어졌다.

“나리, 이번에 큰 실수를 했습니다. 분명 후회할 겁니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백령왕의 두 팔을 건네받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그는 곧바로 이를 악물고 한 갈래 빛이 되어 신속하게 도성의 중심에 있는 전송 영진으로 향했다.

어느새 대전의 분위기는 확 싸늘해졌고 백령왕은 두 팔이 끊어진 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기만 했다. 그는 백령왕의 부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가서 그는 목진과 그 가족의 사지를 자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죽일 거라 다짐했다.

정작 목진은 이를 무시한 채 돌아서서 히쭉 웃으며 목봉한테 말을 건넸다.

“아버지, 제가 누구를 데려왔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런데 목봉은 백령왕의 부모님을 상대할 생각에 목진이 데려온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누굴 데려오든 나와 무슨 상관이냐?”

이에 목진이 괴상한 표정을 짓자 목봉은 괜히 불안해져 따지려 했는데 대전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도 관심이 없어?”

상냥한 여인이 대전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더니 목봉을 쏘아봤다.

쨍그랑.

목봉은 수중의 술잔이 떨어진 것도 잊은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여인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를 너무 오랜만에 보는 데도 기억 속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의 가벼운 움직임에 목봉은 심장마저 파르르 떨렸다.

그해, 청연정은 갓난아이인 목진을 보호하기 위해 북령경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목봉은 너무 괴로웠다. 한쪽은 사랑하는 여인이고 다른 쪽은 친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목봉은 매일 같이 여인을 그리워했지만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에 목진 앞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날을 고대한 것은 바로 그였다.

목봉은 목진이 반드시 어머니를 데려오겠다며 한 약속을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목진이 누군가를 데려왔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의 아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목진은 정말 그날의 약속을 지켰다.

“청아…….”

목봉은 목소리마저 파르르 떨며 아내를 바라봤다.

이에 여인은 천천히 다가가 주름이 부쩍 늘어난 남편의 얼굴을 보더니 눈가가 촉촉해졌다.

청연정은 크게 다쳐 거의 폐인이 된 몸으로 대천세계를 거닐다가 길을 잃어 백령대륙으로 들어왔었다.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는 실력 때문에 체내에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숲속의 영수들이 그녀의 육신을 탐냈다.

다행히 목봉이 그녀를 발견해 영수들한테서 여인을 구해냈는데 목봉은 비록 영수들과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됐지만 끝까지 여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청연정은 우직한 목봉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가 여태껏 봐왔던 수많은 천재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혼자 도망가곤 했다.

“많이 늙었구나.”

청연정은 차가운 손으로 목봉의 수염 가득한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여전히 예쁘구나. 하나도 안 변했어.”

목봉은 머쓱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날 보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청연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상냥해 보이는 여인도 자기 남편 앞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었다.

“이건 다 저 녀석 탓이야!”

목봉이 괜히 목진을 노려보자 청연정은 피식 웃었다. 그녀는 목봉이 정말 아들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란 걸 잘 알아 목봉의 거친 손을 꼭 잡으며 말을 건넸다.

“목진이 아니었으면 난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목진을 훌륭하게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이에 목봉도 이내 감탄했다. 사실 목진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 그는 아내 앞에서 왠지 잘 보이고 싶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열심히 가르치긴 했지만 목진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어.”

옆에 서 있던 목진은 괜히 목봉을 흘겨봤다.

그러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목봉은 다들 두 사람을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청아, 이 녀석은 참 말썽이구나. 어찌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는 지금 생각해도 걱정만 되었다. 곧 백령왕의 부모가 올 텐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목봉은 지금이라도 목진더러 청연정을 데리고 떠나라고 해야 하나 망설였다.

“우리 목진이 알아서 할 테니 내버려 둬.”

청연정은 생긋 웃으며 말하더니 옆에 서 있는 당천아한테 눈길을 돌렸다.

“네가 천아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청연정을 바라보기만 하던 당천아는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의 어머니를 뵌 적 없는 당천아는 여인을 어찌 부를지 몰랐다.

“내 어머니는 청연정이라고 해.”

“정 이모.”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당천아는 바로 입을 열었다.

“목진과 어릴 때부터 함께 컸다고 들었는데, 나를 이모라고 불렀으니 선물을 줘야겠구나.”

청연정이 상냥하게 웃으며 수정 목걸이를 꺼냈다. 수정 목걸이에는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6각형 수정 나침반이 걸려 있었다.

“고마워요, 정 이모.”

당천아는 이내 화색이 되어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당천아가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목걸이에는 종사급 영진이 깃들어 있어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영급 천지존이 전력을 다한 공격마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때 영계와 용상도 대전에 들어섰는데 용상의 출현에 사람들은 바로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은 파악이 안 되었지만, 용상이 내뿜는 위압감은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는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로 백령왕의 두 장로 못지않은 실력자였다.

“이 아이는 영계야. 그동안 내 곁을 지켜준 딸 같은 아이야.”

청연정은 영계를 목봉한테 소개했다.

“목 삼촌을 뵙습니다.”

영계는 목봉을 힐끗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좋아, 아주 좋구나. 역시 딸이 더 좋은 것 같구나. 저 녀석은 이 아버지를 농락할 줄밖에 모르니 말이야.”

목봉도 영계가 마음에 든 듯 껄껄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에 영계도 생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인님의 호위 무사 용상입니다.”

용상이 공손하게 절을 올리자 목봉은 바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백령대륙의 최정예급 강자라 백령왕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자신한테 이토록 공손한 태도를 보이니 어쩔 바를 몰랐다.

잇따라 목봉은 당산 등 북령맹의 절친한 벗들을 소개했다. 이에 청연정은 아주 상냥한 태도를 취했다.

그 광경에 목진은 피식 웃었다. 만약 어머니께서 성급 대종사란 사실을 아시면 다들 말조차 건네지 못할 것이다.

한편, 기타 세력 수장들은 조용히 앉아만 있었고 감히 다가와 말을 붙이지도 못했다.

곧 백령왕의 부모가 오면 목진과 치열한 대결을 펼칠 텐데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오늘 부부의 재회는 아들의 상을 치러야 하는 슬픈 날로 변할 것이다.

하여 아무도 감히 북령맹과 엮이려 하지 않았다.

두 팔이 잘려나간 채 자리에 앉아있던 북령왕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지금 많이 웃어 둬. 부모님이 오면 너희는 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거야!’

정작 목진은 백령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고 싶어 백령왕더러 구원 요청을 하라고 했던 것이었다.

백령대륙의 북령경에는 목봉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력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의 목진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목봉한테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였다.

하여 앞으로 목봉이 북령맹을 무사히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우환을 없애야 했다.

백령왕이든 그의 뒷배인 북현종이든 말이다. 만약 이 일을 철저히 해결하지 못하고 목진이 떠나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목진은 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기타 세력의 수장들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좌불안석이 되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백령성의 위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걸리자 ‘위잉’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도성에 있는 전송 영진에서 극강의 영력 파동이 전해졌다.

“드디어 왔군.”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뜨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순간,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백령성 전체를 휩쓸자 다들 불안해져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강력한 영력 위압감은 나타나자마자 공간을 가르며 대전의 위쪽 하늘에 이르렀다.

쿵!

대전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무서운 영력 위압감에 지붕이 부서졌고 살기 가득한 여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어디서 온 무식한 놈이 감히 내 아들의 양쪽 팔을 자른 것이냐? 당장 나오거라!”

쿵!

무형의 거수 때문에 부서진 대전의 천장에 잔양이 비췄는데 그 모습에 사람들은 오히려 공포의 한기가 느껴졌다.

놀라울 정도의 차가운 살기가 함께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들 눈가를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다. 웅장한 영력으로 이뤄진 영운 위에 궁장을 입은 여인이 서서 예리한 눈빛으로 아래쪽을 쓰윽 훑었는데 보는 것마저 눈이 아파 바로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뿜은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위압감에 도성 사람들은 두려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백령대륙의 수많은 세력의 수장들은 궁장을 입은 여인의 정체를 알아채고 심장이 철렁거렸다. 그녀는 바로 백령왕의 어머니이자 백화종의 종주이면서 영급 천지존이었다.

“어머니, 어서 이 아들을 구해주세요!”

백령왕은 유백화가 나타나자 미친 듯이 포효했다. 그는 목진 때문에 억눌렀던 마음을 드디어 드러낼 수 있어 너무 기뻤다.

“저 녀석이 제 두 팔을 잘랐어요. 어머니, 절대 가만두지 마세요!”

유백화는 두 팔이 잘린 채 피투성이가 된 백령왕을 보자 너무 화가 나 어쩔 바를 몰랐다. 아들을 백령대륙의 패주로 만들어 놓은 것만 봐도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그의 양쪽 팔을 잘랐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아버지께서 절친한 벗들과 함께 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어디서 온 멍청한 녀석이 감히 백령대륙에서 내 아들을 건드린 건지 한번 보자꾸나!”

유백화의 음산한 말소리에 목봉 등은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목진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보아하니 북현종 종주는 엄청난 실력자들과 함께 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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