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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19화 (918/1,000)

919화. 배경

“북명귀라…….”

목진도 고개를 들고 커다란 청색 거북을 쳐다봤다. 북명귀는 엄청난 신수로 나이가 차면 천지존급 실력을 갖추게 되는데 진북현은 녀석의 해골과 정혈로 이를 영급 절세의 성물로 만든 모양이었다.

사실 영급 천지존은 선급 초기 천지존이 영급 절세의 성물로 펼친 공격을 당해낼 리가 없는데 목진은 그렇게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당신 가족과 도리를 논하는 건 역시 무리였네요. 그럼 그냥 힘으로 승패를 가립시다.”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 뒤, 한 손으로 결인하자 몸에 눈부신 영문이 아홉 개나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그의 머리 뒤에 혼돈의 빛이 피어올랐는데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것 같은 것이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부도혼돈광.”

목진이 소리치자 혼돈의 빛은 휘몰아치는 청색 홍류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슉!

혼돈의 빛이 지나가자 기세등등했던 청색 홍류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목진의 머리 뒤에 나타난 혼돈의 빛에 청색 흔적이 나타났다.

잇따라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혼돈의 빛은 다시 공간을 가르며 청색 방패로 향했다.

슉!

이렇게 청색 방패도 목진의 머리 뒤쪽에 떠 있는 혼돈의 빛으로 들어갔다.

무엇이든 일단 혼돈의 빛에 닿으면 바로 제압되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이런!”

그 광경에 진북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뒤쪽에 서 있던 세 명의 천지존도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백전백승했던 진북현의 북명귀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줄 몰랐다.

“저 녀석의 뒤쪽에서 발하는 빛은 도대체 무슨 신통이기에 이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진북현이 데려온 천지존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대전에 있던 백령대륙의 다른 세력 수장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고 북령맹의 고위층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바를 몰랐다.

진북현은 잔뜩 경계하며 목진의 뒤쪽에 피어오르는 혼돈의 빛을 살피더니 돌아서서 세 명의 천지존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하네.”

진북현은 목진이 일반 영급 천지존이 아니란 걸 드디어 깨달았다. 이토록 놀라운 전투력을 가졌다면 아무리 그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체면을 구기더라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게 나았다.

그의 요청에 한 명을 제외한 두 사람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아무리 강해도 네 명의 천지존까지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하여 진북현은 자연스레 그와 실력이 비슷한 선급 초기 천지존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머뭇거리며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목진과 그 뒤쪽에 형성된 혼돈의 빛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이.”

진북현은 어리둥절하여 친구를 바라봤다. 그는 그와 친분이 제법 두터워 여태껏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는데 오늘은 왜 영급 천지존을 상대하려는 자신의 부탁에 주저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는 진북현의 말을 무시한 채 목진을 한참 쳐다보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네 설마 천라대륙의 목진 부주인가?”

여 씨 선급 천지존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현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진북현과 다른 두 명의 천지존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그를 쳐다봤다.

“여 씨, 자네!”

진북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갑자기 그가 젊은 천지존한테 이렇게까지 예의를 갖추는 건지 몰랐다. 여 씨는 심지어 목진을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다른 두 명의 천지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고 대전에 모인 백령대륙의 다른 세력의 수장들도 어리둥절해졌다.

정작 목진은 흠칫 놀라 여 씨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천라대륙 목부의 주인 목진을 말하는 거라면 저 맞습니다.”

목진의 대답을 들은 여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예를 갖추며 말을 이어갔다.

“역시 목 부주였군. 실례가 많았네.”

“여 씨!”

진북현은 다시 한번 여 씨를 다그쳤다.

“진 씨,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을 생각해서 충고하겠네.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지.”

여 씨 천지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북현과 다른 두 명의 천지존들은 왠지 불안해져 목진을 힐끗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 씨,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여 씨 천지존은 목진을 경계하는 것을 넘어 두려워하고 있었다. 선급 천지존도 이 정도인데 영급 밖에 안 되는 두 사람은 오죽할까?

“이곳은 부도신족과 거리가 너무 멀어 아직 모르나 본데 일전에 목 부주는 홀로 그곳에 찾아가 부도신족의 장로를 거의 다 쓰러뜨렸네. 그리고 결국 대장로인 부도현이 나서서야 겨우 막아냈다고 들었네.”

여 씨 천지존이 씁쓸하게 웃으며 한 말에 진북현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부도신족은 5대 고족 중 하나로 역사가 유구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막강했다. 대천세계에서는 정말 대단한 세력이었다.

북현종도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지만 부도신족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더구나 부도신족의 대장로는 무려 성급 천지존의 실력으로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인데 목진이 부도현을 나설 수밖에 없게 했다는 것만 봐도 그 전투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이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저 녀석은 겨우 영급 천지존이지 않은가?”

두 명의 천지존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부도신족에는 선급 천지존만 해도 열 명이 넘어 그들이 목진을 쓰러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부도신족의 호위 영진을 장악한 뒤, 그 힘으로 부도신족의 장로들을 제압했다네. 현맥과 묵맥의 선급 후기 천지존경에 이른 두 맥수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네.”

여 씨 천지존의 말에 두 명의 천지존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녀석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부도신족에서 어찌 그를 살려뒀단 말인가?

진북현도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부도신족의 호위 영진의 힘을 빌렸다는 것은 본인의 실력은 부족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확실히 평범한 녀석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있나? 부도신족을 건드렸으니 곧 그 대가를 치를 것이네.”

진북현은 목진이 저지른 일에 제법 놀라긴 했지만 선급 천지존이 두려워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목진은 영급 천지존일 뿐이지만 부도신족의 선급 초기인 장로도 그 상대가 아니었네. 이건 호위 영진이 아닌 온전히 그의 실력으로 이뤄낸 거라네.”

여 씨 천지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녀석이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어놨는데도 여태껏 무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진북현 등은 흠칫 놀랐다. 부도신족처럼 체면을 차리는 종족이 어찌 목진을 풀어줬단 말인가?

이건 부도신족마저 목진한테 꼼짝도 못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목진은 무한의 화역의 염제, 무경의 무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날 목진을 보호하고자 나섰다고 들었네.”

여 씨 천지존의 말에 진북현 등은 다시 한번 놀랐다. 염제와 무조는 대천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들로 성급 천지존 중에서도 최정예급 강자였다. 그런데 목진이 그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니? 더구나 그들이 목진 때문에 부도신족과 등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니.

“어쩐지…… 아무리 부도신족이라도 염제와 무조만큼은 함부로 대할 수 없지.”

두 천지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말에 여 씨 천지존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직 놀라긴 이르네. 목진이 애초에 왜 부도신족에 찾아갔는지 아는가? 그는 어머니를 구하려고 간 것이었다네.”

“수십 년 전, 그의 어머니가 백령대륙의 사내와 몰래 혼인한 일로 부도신족에서 잔뜩 화가 나 그녀를 가뒀었네.”

“그런데 목진의 어머님도 대단한 분이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부도현 대장로의 자리를 빼앗았는데 무려 성급 대종사라고 하더군. 부도신족의 신임 대장로가 바로 목진의 어머니라네.”

진북현 등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목진의 어머니가 무려 부도신족의 신임 대장로라니!

역시 부도신족에서 목진이 저지른 짓을 눈감아 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현재 부도신족의 최고 권력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두 천지존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목진의 뒷배가 상당하다는 걸 알고 더는 나서려 하지 않았다.

무한의 화역과 무경도 모자라 부도신족까지 목진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인 그들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대천세계 전체가 들썩일 것이다. 그들도 천지존으로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지만 성급 천지존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이 정도 뒷배면 대천세계에서 목진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어느새 진북현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목진을 단순히 일반 영급 천지존이라고 생각했는데 뒷배가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이야. 심지어 그마저 목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때 여 씨 천지존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대전 쪽을 바라보자 진북현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또 그러는가?”

“저 여인을 봤는가? 목진의 어머님 같지 않은가?”

여 씨 천지존은 목봉 옆에 서 있는 상냥한 여인을 보더니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에 진북현은 화들짝 놀랐고 두 명의 천지존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대전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들은 그제야 상황을 조용히 살피기만 하던 여인한테서 무언의 위압감을 느꼈다.

“저분이 바로 목진의 어머니자 부도신족의 신임 대장로인 청연정이네!”

여 씨 천지존은 드디어 청연정을 알아보고 애써 웃으며 외쳤다.

“진 씨, 자네 때문에 하마터면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네.”

여 씨의 말에 나머지 두 명의 천지존은 소름이 쫙 끼쳤다. 그들은 무려 성급 천지존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아들을 잡으려 했다. 정말로 나섰다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들은 진북현이 원망스러웠다.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감히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니. 이건 친구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이 일은 내가 잘못했네. 내 아들이 이럴 줄은 몰랐네.”

진북현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내려가 부도신족의 대장로를 뵙고 오늘 일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세.”

진북현은 여인이 부도신족의 대장로가 확실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에 여 씨 등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세등등한 얼굴로 목진을 잡으려 했던 네 명의 천지존이 함께 대전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아버지!”

백령왕은 진북현이 다가오자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런데 진북현은 아들을 무시한 채 친구들과 함께 북령맹 쪽에 다가가 목봉의 옆에 앉아있는 청연정한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혹시 부도신족의 대장로이신가요?”

진북현의 말에 백령왕은 표정이 확 굳었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상황을 살폈다. 이에 기타 세력의 수장들도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모른 채 청연정과 담소를 나눴던 북령맹 사람들도 너무 놀라 침을 꿀꺽 삼키며 목봉 곁에 앉아있는 청연정을 쳐다봤다.

그들은 고고한 천지존들이 청연정한테 왜 이렇게 공손하게 구는지 알지 못했다.

정작 청연정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청연정이네.”

진북현 등은 순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멍청한 녀석들이 감히 성급 대종사 앞에서 한참이나 우쭐거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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