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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25화 (924/1,000)

925화. 혈정

위잉!

그때 산맥이 아우러진 곳에 놓인 푸른색 호수에 물결이 일더니 무한의 영광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쿠쿵!

잇따라 엄청난 영력 위압감이 폭발하자 목진마저 흠칫 놀랐다. 푸른색 호수에서 솟구치는 영광은 수면 위에 수많은 그림자를 이뤘는데 그들은 여러 가지 날짐승류의 신수의 형태를 갖췄다.

저들은 이곳에서 사망한 각 세력의 천지존들이었다.

“호수가 예사롭지 않군.”

목진은 중얼거리며 푸른색 호수를 살폈다. 육안으로 보면 호수는 천 장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호수 자체가 새로운 세계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신지가 곧 열릴 테니 다들 준비하거라.”

황왕 황김의 우렁찬 목소리에 엄청난 신수 종족의 천재들은 손에 땀을 쥐고 화신지를 바라봤다.

위잉!

그러다 푸른색 호수에 파도가 일었는데 꼭 표면의 봉인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도천의 영광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이만 들어가거라!”

황김의 말에 산봉우리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바로 푸른색 호수에 뛰어들었는데 다른 세상으로 간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규칙에 따르면 천지존이 아닌 사람만 호법 한 명을 데리고 화신지에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천지존경에 이른 사람들은 대부분 홀로 나섰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일단 화신지에 들어가면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할 거야.”

구유도 깊게 숨을 들이켜며 목진을 바라봤다.

“네가 여태껏 나를 지켜줬으니 지금부터는 내가 너를 지켜줄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구유도 생긋 웃으며 길쭉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목진과 구유는 손을 잡고 함께 푸른색 호수에 뛰어들었다.

철푸덕!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고 순간 바다에 입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진은 이내 주위를 쓰윽 훑어봤는데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바닷속이었고 밑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제법 무서웠다.

이에 목진과 구유는 영광으로 온몸을 감싸 바닷물을 막아냈다. 그러다 푸른 바닷물이 묵직한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물방울에 아주 미세한 신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바닷물에 아주 짙은 혈맥의 힘이 깃들었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화신지는 신수지원의 신해와 비슷했는데 신해는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대신 화선지는 다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 훨씬 온화해 제련하고 흡수하기가 쉬웠다.

반면, 신해는 신수지원의 천지존들이 사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곳으로 여러 가지 부동한 의지가 깃들어 혈맥의 힘이 상당히 난폭해 제련하고 흡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네가 천지존이 아닌 것이 아쉽군. 안 그럼 신수지원의 신해에서 수련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야.”

삼수존은 목진한테 신해를 한번 출입할 수 있는 부적을 줬는데 일단 사용하면 그곳은 영원히 황망한 공간 속으로 숨어들 것이다.

“신해가 대단하긴 하지만 너무 위험해. 그리고…… 기회가 한 번밖에 없으니 네가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구유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위를 쓰윽 훑었다.

“인제 어떡할까?”

“화신지는 수많은 천지존이 사망한 곳이라 혈맥의 힘이 상당히 짙고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혈정을 이뤄. 이건 신수한테 절세의 보약인데 이를 먹고 제련하면 혈맥에 엄청난 도움이 돼. 잘만 하면 다시 진화할 가능성도 있어.”

구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혈정에는 엄청난 양의 혈기가 깃들어 있어 신수의 모양을 한 채로 다닐 수도 있어. 일단 발견하면 바로 잡으면 돼.”

“대신 서둘러야 할 거야. 화신지가 큰 것 같지만 형성된 혈정의 양이 한정적이라 다른 엄청난 신수 종족의 강자들이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으려 할 거야.”

“혈기가 왕성하다…….”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가볍게 감고 주위를 느꼈다. 바닷물 자체에 혈기가 깃들어 있었지만 혈정은 훨씬 짙은 혈기를 내뿜을 것이다. 그럼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구유는 목진을 방해할까 봐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잠시 후, 목진은 눈을 번쩍 뜨더니 서북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왕성한 혈기를 발견했어!”

“당장 가자!”

구유는 번득 정신을 차리고 목진과 함께 서북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1각 정도를 헤엄치고 나서야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앞쪽을 바라봤다. 그들의 앞쪽에 커다란 황금색 매가 날개를 떨치며 도천의 혈기를 방출했다.

목진은 황금색 매의 몸에 빨간색 영주 구슬이 깃든 것을 발견했는데 그 속에 깃든 왕성한 혈기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녀석은 비록 혈정으로 이룬 허상일 뿐이지만 혈기가 너무 왕성해 실력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와 비슷해.”

구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천지존경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호법을 한 명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 이유기도 했다. 안 그럼 혈정을 찾았다고 한들 절대 이를 포획해 흡수하고 제련하지 못할 것이다.

“나한테 맡겨.”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웅장한 영력이 솟구쳐 커다란 손을 이루더니 황금색 매를 향해 날아갔다.

금세 인기척을 느낀 황금색 매는 지능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도주를 선택했다.

쿵!

그런데 커다란 손은 녀석이 도망가기도 전에 날아가 낚아챈 뒤,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황금색 매는 바로 폭발했다.

잇따라 목진이 손을 내밀자 그 속에서 한 갈래 혈광이 날아가 그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이는 주먹만 한 크기의 유난히 빨간 영주로 내뿜는 짙은 혈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목진은 혈정의 짙은 혈기에 흠칫 놀랐고, 그의 두 팔에 숨어있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갑자기 울부짖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당장 혈정을 집어삼키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목진은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변화에 다시 한번 놀랐다. 천지존경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싸움에 제법 도움이 되었는데 천지존경에 이른 뒤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녀석들의 실력은 겨우 지지존급이라 소환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목진은 녀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여태껏 성공하지 못했다.

“화신지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실력 향상을 도울 수 있을 것 같군.”

만약 녀석들이 천지존경에 이르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리 생각하던 그는 바로 마음을 다잡고 혈정을 구유한테 넘겼다.

그는 구유의 진화를 도와주기 위해 화신지에 들어온 터라 구유가 목표를 달성한 후에야 자신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

혈정을 건네받은 구유가 입을 쩍 벌리자 이는 한 갈래 혈광이 되어 체내에 들어가더니 들끓는 혈랑이 되어 체내에서 폭발했다.

순간, 구유의 부드러운 피부에 혈문이 일었고 체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웅장한 혈기가 구유의 피와 살에 스며들자 체내에 깃든 불사조의 혈맥이 점차 그윽해졌다.

구유는 1각이 지나서야 다시 눈을 떴는데 눈동자에 짙은 보라색 화염이 이글거렸다.

“역시 화신지는 남달라.”

구유는 이내 감탄했다. 그녀는 여태껏 아무리 열심히 수련해도 체내의 혈맥이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혈정 한 알에 이렇게 변화가 생길 줄은 몰랐다.

목진도 구유의 변화를 발견했는데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신수의 수련은 인간과 전혀 달랐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 열심히 수련하면 실력이 점차 늘지만 신수는 원래부터 워낙 강해 더 강해지기가 어려웠다. 대신 일단 기회를 잡으면 실력이 한꺼번에 늘었다.

“계속해볼까?”

목진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화신지의 혈정은 확실히 희귀해 서둘러야만 했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앞쪽으로 향했고 구유도 바로 뒤따랐다.

목진은 몇 시진 동안의 탐색을 거쳐 혈정이 이룬 신수를 7마리나 발견했고 단번에 녀석들을 포획해 구유에게 건넸다.

하여 구유가 내뿜는 기운은 부쩍 강력해졌고 체내의 기혈도 훨씬 웅장해졌으며 뒤쪽에 커다란 검은색 알이 형태를 이뤄갔다.

이는 구유 체내의 혈맥의 표현으로 일단 알이 깨지면 진정한 상고의 불사조로 거듭날 것이다.

“잘만 하면 진화할 수 있겠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구유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진화에 성공하려면 대량의 혈맥의 기운이 필요할 거야.”

“엄청난 녀석을 발견했어.”

계속 왼쪽을 바라보던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은 구유가 혈정을 삼킬 때 미리 주위를 살폈는데 멀리서 지극히 왕성한 혈기가 느껴졌다. 이는 여태껏 수집한 혈정을 합친 것보다도 짙었다.

녀석의 실력은 아마 영급 천지존 못지않을 것이다.

“가자!”

목진이 잽싸게 나서자 구유도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1각 정도가 지나 목진이 속도를 줄이며 앞쪽을 바라보자 구유도 흠칫 놀란 채 상황을 살폈다.

그들 앞에 수만 장 정도로 큰 거대한 곤이 헤엄치고 있는데 매번 몸을 뒤집을 때마다 엄청난 기랑이 일어 바닷물이 들썩이곤 했다.

“이 혈정에 깃든 혈기는 영급 초기와 비슷해.”

목진은 이내 감탄하더니 바로 나서 상대의 퇴로를 전부 막았다. 녀석은 비록 영급 초기의 혈기를 갖췄지만 지능이 없어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목진은 필경 녀석을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황금색 깃털이 날카로운 칼처럼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목진이 이룬 영력 거수를 부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봤는데 금광을 발하는 누군가가 다가와 팔짱을 낀 채 멈춰서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목진과 구유를 바라봤다.

그는 바로 화신지 밖에서 비아냥거렸던 금황조족의 방경이었다!

녀석은 살기가 깃든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건 내가 눈여겨본 것이니 당장 꺼지게!”

* * *

한편 황현지, 목진, 구유 등이 푸른색 호수에 뛰어들자 황김은 옷깃을 휘날렸는데 푸른색 호수에 물기둥이 형성되어 허공에서 투명한 거울을 이뤘고 이는 화신지에 들어간 사람들을 비췄다.

각 신수 종족의 강자들은 화신지 밖에서 수경을 관찰하느라 바빴고 혈정 신수가 나타날 때마다 부러운 듯 수군대곤 했다.

혈정 신수는 신수들한테 엄청난 보약으로 오직 화신지에만 있는 희귀한 존재였다.

“뭐지?”

그때 누군가 투명한 수경을 가리키며 외쳤다.

“방경이 목진을 찾아냈네.”

이에 다들 눈길을 돌려보니 목진과 구유는 금황조족의 방경과 대치 중이었다.

“허허, 방경이 황현지한테 잘 보이기 위해 목진을 상대하려는 것 같군.”

누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네. 그는 비록 영급 중기일 뿐이지만 부도신족에서 자기 실력으로 선급 초기 천지존경에 이른 장로를 쓰러뜨렸다고 들었네.”

“방경이라고 상대하기 쉬울까? 금황조족의 절세의 천재인 그는 여태껏 200년도 넘게 수련했다네. 그는 비록 영급 후기밖에 안 되지만 엄청난 신수라 인간보다 전투력이 강하지 않나? 일전에 그는 인간 선급 초기 천지존을 상대한 적 있었는데 그자가 전력을 다해도 방경의 상대가 아니었다고 들었네.”

“그렇단 말인가? 흥미롭군. 목진이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사건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게 되겠군.”

“허허, 녀석이 바로 패배하면 얼마나 우스울까? 부도신족의 장로들은 아마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네.”

화신지 주위에 모인 신수 종족 강자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좋은 구경이 났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신수의 대결에서 방경이 이겼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되면 다들 인간 천재와 엄청난 신수 종족 사이에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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