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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26화 (925/1,000)

926화. 제압

“왜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건가?”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방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멍청한 녀석.”

목진은 녀석을 힐끗 보더니 입을 쩍 벌려 보라색 화염을 내뱉어 도망가려는 혈정 신수를 공격했다.

보라색 화염의 출현에 주위의 바닷물은 순간 증발했고 엄청난 고온이 휘몰아쳤다.

“겁도 없는 녀석!”

방경은 목진이 자신을 본 척도 하지 않자 바로 혈정 신수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그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순간,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황금색 손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에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혈정 신수에게 향했던 보라색 화염은 기세등등한 염룡으로 변해 황금색 손을 공격했다.

치익!

보라색 화염이 스치자 커다란 황금색 손은 빠르게 녹아내리더니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방경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목진의 보라색 화염이 이렇게까지 강력할 줄 몰랐다.

그러다 목진이 다시 옷깃을 휘날리자 보라색 화염은 혈정 신수를 감쌌는데 녀석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더니 금세 사람 머리 정도 크기의 혈정이 되어 목진한테 날아갔다.

“일단 삼켜.”

목진은 무서운 혈기를 내뿜는 혈정을 구유한테 던지며 말했다.

“걱정 마. 녀석은 혈정을 빼앗을 자격조차 없어.”

혈정을 건네받은 구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구유가 드디어 안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두 손 사이에 혈정을 놓고 영력을 끌어올리자 혈정은 바로 실체 같은 혈기가 되어 피어오르더니 코를 통해 체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구유의 뒤쪽에 영광이 요동치더니 커다란 검은색 알이 형성되었고 색상은 점차 짙어졌다.

정작 목진은 구유의 앞에 서서 안색이 확 어두워진 방경을 쳐다보기만 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방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목진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시할 줄 몰랐다. 목진은 자신의 위협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혈정까지 빼앗았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구유에게 건네 혈정을 흡수하도록 했다.

“자네 주인한테 잘 보이고 싶으면 내 앞에서 이러지 말고 합당한 방법을 생각해 보게.”

목진은 녀석을 힐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하!”

방경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껄껄 웃더니 체내에서 웅장한 금광이 폭발해 수만 장 정도의 거대한 황금색 새로 변했다.

이는 몸에 황금색 봉황의 깃털이 잔뜩 박혔지만 머리는 독수리 모양이었고 커다란 눈에서 금광이 번쩍이는 것이 음산하고 무서워 보였다.

이는 방경의 본체인 금황조로 체내에 황족과 조족(雕族)의 혈맥이 깃들어 상당히 흉악했다.

방경은 목진을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에 바로 본체를 드러냈다.

“오늘 난 자네를 갈기갈기 찢어 죽인 뒤, 자네의 육신을 화신지에 버릴 것이네!”

거대한 금황조가 울부짖으며 날개를 퍼덕이자 돌풍이 일었다.

“자네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위잉!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금황조가 커다란 날개를 다시 퍼덕이자 웅장한 금광이 솟구쳐 수많은 황금색 깃털이 되어 주위 수만 장 범위를 감쌌다.

황금색 깃털은 한껏 응축한 영력이 이룬 것으로 날카롭기 그지없어 영급 절세의 성물마저 뚫을 수 있었다.

황금색 깃털을 바라보던 목진의 뒤쪽에도 자금색 빛이 발하더니 거대한 불후금신이 나타나 불후의 광으로 광막을 형성했다.

탕! 탕! 탕!

수많은 황금색 깃털은 자금색 광막을 부단히 공격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여 방경은 바로 공격을 멈추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커다란 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는데 날개에 박힌 깃털은 황금색 강철처럼 공간을 찢을 정도로 견고해 보였다.

이와 동시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퍼져나갔는데 이는 선급 초기 천지존마저 감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방경이 천생 신통(天生神通)을 쓰려나 보군.”

화신지 밖에서 관전하는 사람들은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엄청난 신수라면 천생 신통이 있기 마련인데 이는 위력이 엄청났고 엄청난 신수의 전투력이 같은 등급인 인간 강자보다 강력한 이유이기도 했다.

“나의 천생 신통에 죽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네!”

방경이 이룬 금황조는 ‘끼익!’ 소리를 지르더니 금광을 발하는 날개를 힘껏 내렸다.

“천생 신통, 참신지익(斬神之翼)!”

순간, 금광에 천지가 찢어진 것 같았고 앞쪽 바닷물도 반으로 갈라졌다.

금광은 세상 만물을 자를 수 있을 듯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목진도 고개를 들고 자신에게 향하는 금광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신속하게 두 손을 움직이며 결인했다.

위잉!

불후금신은 자금색 빛을 발하며 불후 신문을 만들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700개나 만들어졌다!

목진의 실력으로 불후금신의 수련을 거의 마쳐 이룰 수 있는 불후 신문의 수량은 배로 늘어났다.

그러다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700개의 불후 신문이 자금색 빛을 발하며 신속하게 아우러지더니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자금색 장도로 변했다.

목진은 계속해서 내려앉는 금광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참신익이 있으면 나한테는 도황도(屠凰刀)가 있네.”

목진이 말을 마치자 자금색 장도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공격을 개시했는데 순간, 하늘마저 어두워진 것 같았다. 자금색 빛은 놀라운 속도로 날아가 금광과 부딪쳤다.

쿠쿵!

주위 수십만 장 정도의 바닷물이 밀려나 커다란 진공 구역을 이뤘다.

화신지 밖에서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누가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했는지 몰랐다.

잠시 후, 바닷물이 잠잠해지고 눈부신 빛도 사라지자 커다란 금황조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녀석의 한쪽 날개에 깊은 혈흔이 났을 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깃털이 부서진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다들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이럴 수가!”

방경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의 날개에 난 혈흔을 바라봤다. 조금전에 그가 참신익으로 도광의 대부분 힘을 막아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날개는 이미 잘렸을 것이다.

엄청난 신수의 육신은 영급 절세의 성물 못지않을 정도로 강력한데도 말이다.

“역시 엄청난 신수라 그런지 육신이 튼튼하군.”

반면,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가 필승이라고 여겼던 공격이 방경의 날개조차 자르지 못할 줄 몰랐다.

“자네 기억하게! 내 반드시 복수할 것이네!”

방경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사악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빠르게 도망갔다.

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대결로 그는 영급 중기밖에 안 되는 목진의 실제 전투력이 엄청난 신수보다 뛰어나단 걸 깨달았다.

다만, 계속 있다가는 정말 목진한테 잡힐 수도 있었기에 도망가기로 했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다니, 세상에 그런 법은 없네.”

목진은 조용히 서서 도망가려는 방경을 지그시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자네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자네를 이기지는 못해도 속도만큼은 자신 있네!”

방경이 낄낄대며 말했다. 날짐승류 신수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 도망가려고 마음먹으면 선급 천지존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목진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방경은 왠지 불안해져 미친 듯이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주위의 공간이 응고되고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탑이 내려앉았다.

방경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쿠쿵!

오래된 탑은 모든 공간을 봉인한 듯 방경이 이룬 금황조를 향해 내려앉았다.

그러다 목진이 손을 휘두르자 수정 같은 부도탑이 파르르 떨더니 그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목진은 팔부부도로 방경을 완전히 제압하려 했다.

슉!

그런데 이때, 수중의 부도탑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한 갈래 혈광이 솟구쳤다.

“뭐지?”

목진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수만 장 밖 공간이 찢어지더니 금황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다름 아닌 방경으로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날개가 전부 잘렸고 피가 흘러내려 바닷물을 빨갛게 물들였다.

“날개를 자르다니!”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그는 방경이 잡히지 않기 위해 자해까지 할 줄 몰랐다.

방경의 본체는 금황조로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날개로 공간을 가를 수 있어 날개를 자르면 대부분 구속에서 풀려날 수 있기는 했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도 컸다. 천지존의 육신은 재생되긴 하지만 엄청난 신수의 육신 자체가 전투력이었다. 녀석들의 육신에는 수많은 혈맥이 깃들어 있어 일단 태우면 본체에도 타격이 컸다. 방경은 적어도 백 년 동안은 열심히 수련해야 두 날개의 실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악, 목진, 내 절대 자네를 가만두지 않겠네!”

방경은 미친 듯이 포효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다.

그도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잘 알았다.

정작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수정 부도탑을 거뒀다. 그는 전성기 때의 방경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으니 한쪽 날개가 잘려 실력이 확 줄어든 녀석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고 위쪽을 쳐다봤지만, 화신지 밖에서 내부 상황을 살피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돌아서 구유한테 돌아갔다. 그는 구유가 혈정을 완전히 흡수할 때까지 조용히 옆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 * *

그 시각, 화신지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신수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수경을 바라봤고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이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혀를 내둘렀다.

아무도 목진이 이토록 쉽게 방경을 물리칠 줄 몰랐다. 심지어 방경은 날개를 자르고 도망갔다.

“목진은 참 무서운 상대군.”

“영급 중기의 전투력이 어찌 이토록 뛰어나단 말인가?”

“보통이 아니네. 역시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녀석은 영락없는 요물이네.”

“황현지 정도는 되어야 목진을 이길 수 있겠어.”

* * *

사람들은 목진의 전투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그의 전투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깨달았다.

“녀석, 역시 청연정의 아들답군.”

화신지와 가장 가까운 산봉우리에 있던 황왕 황김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녀석이 강해 봐야 소족장님만 할까요?”

뒤쪽에 서 있던 황족 장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경의 실력도 뛰어나긴 하지만 그는 황현지를 상대로는 나설 용기조차 없었다. 이에 목진이 방경을 쓰러뜨린 것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

황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황현지는 황족에서 만 년 사이 천부적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절대 구전성성결을 수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 그들은 목진이 황현지보다는 못하다고 여겼다.

언젠가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면 양자의 실력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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