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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27화 (926/1,000)

927화. 협력

1각 정도가 지나가 구유는 혈정의 제련을 마쳤다. 그러다 그녀가 마지막 한 갈래 혈기를 삼키자 뒤쪽에 영광이 요동쳤고 커다란 검은색 알의 색상은 훨씬 짙어졌으며 지극히 오래된 기운이 아른거리는 것이 꼭 무언가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잇따라 구유가 눈을 뜨자 눈동자에서 아른거리는 보라색 화염도 훨씬 짙어져 검은색이 되려고 했다.

후우.

구유는 체내의 웅장한 혈맥의 힘을 느끼고는 이내 화색이 되어 숨을 내뱉었다.

영급 천지존이나 다름없는 혈정은 그녀한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혈맥의 진화를 확실히 하려면 혈정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모르겠군.”

구유는 쓸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원고의 불사조가 되려면 대량의 혈맥의 힘이 필요했다.

“천천히 하자. 화신지에 혈정이 제법 있으니 분명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구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잔뜩 긴장하여 주위를 살폈는데 방경이 보이지 않자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 녀석은?”

“스스로 한쪽 날개를 자르고 도망갔어.”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구유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영급 후기 천지존인 방경은 신수 종족에서도 제법 유명했다. 그런데 한쪽 날개를 자르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도망갔다니!

목진이 정녕 이토록 강해졌단 말인가?

“넌 요물이 분명해. 내가 서둘러 진화하지 않으면 너와 실력 차이가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겠어.”

구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는 한때 목진의 최강 조력자였고 목진도 구유를 든든한 뒷배로 여겼는데 지금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다.

승부욕이 강한 구유는 절대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난 네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렇게 성장한 거야. 그럼 자랑스러워해야 정상 아닌가?”

목진이 히쭉거리자 구유는 괜히 흘겨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었다.

“인제 어디로 가?”

“이 주위에서는 혈정 신수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아.”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어디에 혈정 신수가 많을까?”

구유는 잠시 고민하더니 바다의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답했다.

“화신지는 깊이 들어갈수록 혈정 신수의 양이 많아져. 대신, 다들 그곳에 모여있을 거라 마주치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어.”

일반 신수 종족의 강자들은 보통 화신지의 중간 위치에서 활동했고 더 깊은 곳은 엄청난 신수 종족의 천재들이 차지했다.

“뭘 더 기다려?”

목진은 두려워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양보한다고 최정예급 강자가 될 수 있을까? 치열한 싸움을 거쳐야 비로소 절세의 강자가 될 수 있어.”

구유는 흠칫하더니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진의 성장 속도가 왜 이토록 빠른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어떤 고난이 닥치든 두려워하지 않았고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반면, 구유는 신수가 된 뒤로 이것저것 따지느라 오히려 수련 속도가 느려졌다.

“그럼 가볼까?”

구유는 무언가 깨달은 듯 활짝 웃었다. 이제야 다시 야성미를 되찾았다.

구유의 변화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한 갈래 빛이 되어 화신지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구유도 바로 뒤따랐다.

* * *

역시나 구유의 말대로 화신지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혈정 신수의 수량은 많아졌다. 그들은 벌써 열 마리도 넘게 발견했고 전부 목진의 공격을 못 이겨 혈정이 되어 구유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구유의 뒤쪽에 형성된 영광을 발하는 커다란 검은색 알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에 구유는 자못 기대되어 혈정 신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훨씬 깊어졌다.

화신지 깊숙한 곳에는 엄청난 신수족의 천재가 많았기에 혈정 신수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엄청난 신수 종족의 천재 한 명과 마주쳤다.

상대방은 신붕족 출신으로 실력이 방경 못지않았고 신수 종족에서도 제법 유명인사였다.

구유는 상대방을 발견하더니 순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녀석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신속하게 도망갔다.

“다들 방경의 처지를 안 모양이야.”

목진은 도망가는 신붕족 천재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엄청난 신수 종족의 천재들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방경의 처지를 알고도 무턱대고 목진한테 덤빌 리가 없었다.

그 광경에 구유도 훨씬 안심했고 목진과 함께 화신지의 깊숙한 곳을 누비며 혈정 신수를 찾았다.

2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과 구유는 혈정 신수를 스무 마리 정도 포획했고 그 덕분에 커다란 검은색 알에는 균열이 점차 많아졌다.

“저기도 있어!”

마지막 혈정을 삼킨 구유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멀리서 헤엄치고 있는 거대한 혈정 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목진은 그쪽을 힐끗 보더니 구유를 뒤로 숨기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었다.

“왔으면 숨어있지 말고 다들 나오게.”

“허허, 목 부주는 역시 눈치가 빠르군.”

목진의 말과 함께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세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구채공작족의 공령아?”

“구두금조족의 임창?”

“천룡학(天龍鶴) 족의 소천?”

구유는 화들짝 놀라 외쳤고 그들의 등장에 불안해졌다.

그들은 신수 종족에서 황현지 다음으로 강한 자들이었다. 아무리 목진을 굳게 믿는 구유라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저들이 힘을 합쳐 정녕 목진 한 사람을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웅장한 영광과 함께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유난히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그들의 출현에 구유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상대방은 신수 종족에서 황현지 다음으로 실력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왔단 말인가?

반면, 목진은 제법 태연하게 서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이들의 모습에 놀랐다.

“나 때문에 세 사람이 함께 나선 건가?”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영력을 끌어올려 영체를 소환하려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갑자기 찾아왔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러나 목진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비록 상대방은 준선급 천지존으로 제법 강하지만 목진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를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는 없네. 우린 황현지한테 잘 보이려고 자네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공령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그녀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봉황처럼 존귀한 기운을 내뿜었다.

또한, 채색 치마를 입어 늘씬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잘록한 허리, 새하얀 피부, 쇄골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목진은 흠칫 놀라 물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니면 왜 찾아왔단 말인가?

옆에 서 있는 구유도 어리둥절해졌다.

“사실 우리는 자네와 협력할까 해서 왔네.”

“협력이라니?”

공령아가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화신지에서 함께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쪽은 구두금조족의 임창과 천룡학족의 소천으로 현재 날짐승류 엄청난 신수 종족 중 최정예급 강자라네.”

공령아는 다른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이에 임창과 소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는데 목진은 이들의 고고한 자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날짐승류 엄청난 신수 종족에서의 지위가 그 정도 되면 오만해질 법도 했다.

“우리와 함께 뭘 하려는 건가?”

목진도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그는 협력하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방과 잘 모르는 사이라면 더더욱 믿음이 가지 않아 더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성급에 이른 혈정 신수에 관심이 있는가?”

공령아가 목진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묻자 구유는 물론이고 목진마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급에 이른 혈정 신수라니!

화신지가 그 정도로 높은 등급의 혈정 신수를 만들어냈단 말인가?

목진과 구유가 찾아낸 혈정 신수 중 등급이 제일 높은 녀석은 겨우 영급 초기였다. 이것만으로도 구유 체내의 혈맥의 힘이 부쩍 강해졌는데 성급이라니, 그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성급 혈정 신수를 포획할 수 있다면 구유가 최종 진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나머지 양으로 목진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마저 실체를 이룰 수 있다.

한참 지나서야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 목진은 공령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성급 혈정 신수가 있다면 포기하게. 그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네.”

혈정 신수는 비록 웅장한 혈기가 최강의 무기지만 대천세계에서 성급에 이른 존재 중 상대하기 쉬운 건 없었다.

이들의 실력으로 성급 혈정 신수와 마주친다고 해도 당장 도망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들만으로 녀석을 포획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령아도 목진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성급 혈정 신수라면 멀리해야 마땅하지만, 경지를 돌파하기 직전에 이른 준성급이라면 어떡할 건가?”

“정말 그런 녀석을 발견했다면 당신들이 차지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나와 협력하려는 건가?”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공령아를 노려보며 물었다.

공령아가 정말 경지를 돌파하기 직전에 이른 준성급 혈정 신수를 발견했다면 왜 일면식도 없는 목진을 끌어들이려 하는 걸까?

공령아 등이 녀석을 잡아 혈정을 흡수하고 제련하면 앞으로 성급에 이르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황현지도 녀석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라네.”

공령아는 임창, 소천과 눈을 마주치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황현지를 찾아갈 것이지 왜 나를 찾아온 건가?”

목진은 흠칫하더니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보다는 황현지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황현지는 준성급 혈정 신수를 포획하면 자기가 7할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우리더러 나누라고 하였네.”

공령아 등은 어색하게 서 있더니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목진은 그제야 녀석들이 혈정 배분 문제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이 함께 나서도 황현지를 이기지 못한단 말인가?”

그는 준선급 천지존경에 이른 공령아 등은 일반 선급 초기 천지존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흥, 황현지가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그러네. 녀석은 날짐승의 지존인 진정한 황일 뿐만 아니라 대천세계의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하나인 구전성성결까지 수련해 선급 중기의 실력자도 선급 초기인 그의 상대가 안 된다네.”

구두금조족의 임창이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그들은 비록 각자의 종족에서 정성 들여 배양한 천재지만 황현지와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황현지를 상대할 정도가 아니라서 강력한 협력자가 필요하네. 일전에 자네와 방경과의 대결을 듣고 찾아온 것이라네.”

공령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목진은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공령아 등은 처음부터 목진을 원한 게 아니었다. 아마 목진이 못 미더워서 그랬을 텐데 방경에 관한 소식을 듣고 생각이 바뀐 듯했다.

“자네는 황현지와 원한 관계이니 분명 한 번쯤은 싸울 텐데 우리와 손을 잡으면 승산도 커질 것 아닌가?”

천룡학족의 소천도 덩달아 입을 열었는데 목진이 황현지를 상대할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사색에 잠겼다. 그는 확실히 준성급에 이른 혈정 신수에 관심이 있었다. 일단 녀석을 포획하면 구유의 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한테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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