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화. 습격
한편, 공령아 등은 손에 땀을 쥔 채 목진을 바라봤다. 만약 목진이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면 황현지보다 먼저 준성급에 이른 혈정 신수를 포획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당신들과 협력할 수는 있네.”
목진은 고개를 들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신 혈정의 배분 문제부터 해결하지.”
“당연한 말씀.”
공령아는 이내 화색이 되어 말했다.
“자네는 황현지처럼 욕심을 부리지 않겠지?”
“나와 구유 둘이서 성급 혈정의 4할을 차지하겠네.”
목진이 손가락을 내밀며 답했다. 임창과 소천은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구유를 힐끗 쳐다봤다.
“우리는 자네와 협력하려는 것이지 구유한테는 관심이 없네.”
그들의 안중에는 구유가 없었기에 혈정의 2할을 내주기 싫었다.
하지만 목진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상당히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준성급 혈정의 4할은 가져야 구유의 진화에 문제가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럽시다. 4할로 합시다!”
공령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고 외쳤다.
이에 임창과 소천은 언짢은 듯 공령아를 바라봤는데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눈빛을 보더니 하려는 말을 삼켰다.
“그럼 우리 잘해봅시다.”
저들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한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공령아한테 말을 건넸다.
“그럼 당장 떠납시다.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가서 준비해야 황현지를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네.”
“그럼 앞장서게.”
공령아의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공령아 등은 영광이 되어 바닷물을 가르며 드넓은 바다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목진도 옷깃을 휘날려 영력으로 구유를 감싼 채 신속하게 그 뒤를 따랐다.
* * *
다섯 갈래의 빛줄기가 푸른 바다의 깊숙한 곳을 빠르게 지나가자 바닷물마저 반으로 갈라졌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들은 바로 목진, 공령아 등이었다.
“현재 속도로 1각 정도만 더 가면 목적지에 이를 것이네.”
공령아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에 이르면 어떡할 예정인가? 바로 혈정 신수를 포획할 셈인가?”
“우리가 비록 일정한 수단으로 황현지가 이곳에 오는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얼마 못 갈 것이네. 그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마음 편히 혈정 신수를 포획하지 못할 것이네.”
공령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그럼 황현지부터 없애려는 건가?”
“없애다니?”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구두금조족의 임창은 피식 웃었다.
“우리가 함께 나서도 황현지를 죽이지 못할 것이네.”
“황현지한테 크게 당했나 보군.”
“흥, 그가 왜 날짐승류 엄청난 신수 종족의 패주가 되었을까?”
목진이 히쭉거리자 천룡학족의 소천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만하게. 불필요한 말다툼은 하지 맙시다.”
공령아는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황현지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네. 그저 혈정 신수를 마음 편히 포획할 때까지 녀석을 가두고 싶을 뿐이네. 우리가 혈정을 나눠 가지고 신속하게 화신지를 떠나면 황현지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네.”
“무슨 수로 녀석을 가둘 건가? 그럼 내가 뭘 하면 되나?”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묻자 공령아는 생긋 웃으며 황금색 원반을 꺼냈는데 표면에 복잡한 부적이 새겨진 물건에서 난해하고도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진반(陣盤)이라…….”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황금색 원반을 살피더니 바로 그 정체를 알아챘다. 이는 진반으로 위력이 상당한 영진이 깃든 모양이었다.
“이 진반에 선급 대종사급 허공 영진(虛空靈陣)이 깃들어 있네. 해당 영진은 공격성은 강하지 않지만 사람을 가두기에 아주 적합하지. 아무리 선급 천지존이라도 일단 갇히면 며칠은 걸려야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네.”
공령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황현지를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진반이 편리하긴 하지만 너무 제한적이지 않나? 고정 지점에 설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단 영진이 형성되면 파동이 일어 황현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영진 종사라 진반의 폐단도 잘 알았다.
“그래서 자네 도움이 필요한 것이네. 우리가 몰래 숨어 습격할 계획인데 자네가 전력으로 협조해줬으면 하네. 일단 황현지가 영진에 발을 들이면 되니 말이야.”
이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황현지가 두렵지 않았지만 화신지에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는 아직 공령아 등을 완전히 믿는 것이 아니었기에 만일에 대비해야만 했다.
이렇게 목진 등은 신속하게 바닷물을 가르며 목적지로 향했고 1각 정도가 지나자 점차 속도를 줄였는데 목진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앞쪽 어딘가에서 지극히 무서운 혈기의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토록 강력한 파동은 처음이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들은 적당한 곳을 찾아 숨었다. 그리고 저 멀리 봉황인 듯 공작처럼 생긴 거대한 녀석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녀석은 커다란 날개를 움츠렸지만 그 길이만 해도 수천 장이나 되었고 실체 같은 혈기를 내뿜어 주위에 해일이 일곤 했다.
“녀석은 혈기를 모아 성급을 준비하고 있네.”
목진은 이내 감탄하더니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은 선급 후기로 경지를 돌파할 때가 된 모양이었다.
다행히 혈정 신수는 지능이 없어 체내에 깃든 웅장한 혈기의 위력을 완벽히 끌어올릴 수 없었다. 안 그럼 선급 후기 천지존이라도 절대 녀석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빨리 영진부터 칩시다.”
말을 마친 공령아가 황금색 원반을 내던지자 이는 바닷속에서 금광을 발하며 거대한 영진을 이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형성된 영진에서 강대한 영진 파동을 내뿜자 주위의 바닷물이 들썩거렸다.
“이러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네.”
임창과 소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영진의 파동이 이렇게까지 거셀 줄 몰랐다.
공령아도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라면 황현지가 분명 눈치채고 경계할 것이다.
“걱정 말게. 주위에 렴영진(斂靈陣)을 치면 되네.”
말을 마친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수많은 영인이 날아올라 허공 영진 밖에 다른 영진을 만들었다.
잇따라 허공 영진의 파동은 완벽히 가려졌고 두 영진은 점차 바닷물에 스며들었다.
“자네는 영진 방면의 조예도 엄청나군.”
공령아는 이내 화색이 되었고 임창과 소천도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영진일 뿐이네.”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서두릅시다.”
이에 공령아 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력 파동을 완벽히 숨긴 채 주위에 숨어들었다.
“구유야, 넌 일단 이곳을 떠나있어.”
영력을 완전히 감춘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구유한테 말을 건넸다.
현재 실력으로는 영력을 완전히 감출 수 없어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그러다 황현지가 눈치라도 채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조심해.”
구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에는 황현지 뿐만 아니라 공령아 등도 조심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그가 공령아 등을 완전히 믿을 리가 없었다.
“이 옥패를 갖고 있다가 변고가 생기면 부숴버려. 그럼 내가 바로 갈게.”
목진은 구유에게 몰래 옥패를 건네줬다. 비록 공령아 등이 황현지와 결탁했을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에 대비해야만 했다. 황현지가 타인의 손을 빌려 목진을 상대할 리는 없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목진은 보다 빨리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유는 옥패를 건네받고 바로 떠났다.
잇따라 목진도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빠르게 숨었고 그곳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혈정 신수는 여전히 무서운 혈기를 모았다.
그러나 그곳의 정적은 반 시진 만에 깨졌다. 푸른 바다 밑에서 갑자기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니 한 갈래 금광이 바닷물을 가르며 기세등등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금광은 속도가 상당히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리를 건너 목진 등이 숨어든 구역에 발을 들였다.
금광은 늘씬한 사내로 뒷짐을 쥔 채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날개를 펄럭였는데 그는 다름 아닌 황현지였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저 멀리 누워 있는 혈정 신수를 쳐다보더니 바로 나섰다.
쿵!
그런데 주위의 바닷물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독수리, 공작, 학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령아 등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웅장한 영광이 되어 천지를 관통한 홍류처럼 주위 수만 장 범위의 바닷물을 없앴고 삼각형 모양을 이뤄 사정없이 황현지에게 향했다.
진정한 선급 천지존이라도 이 정도 공격이라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변고에도 황현지는 전혀 놀라지 않을뿐만 아니라 호탕하게 웃으며 늘씬한 손을 뻗어 허공을 가볍게 때렸다.
쿵!
황현지의 앞쪽 공간이 바로 찢어져 공간 균열이 일었는데 파멸의 힘이 깃든 공간 균열들은 상대방의 공격을 갈기갈기 찢었다.
잠시 후, 바닷물이 요동치더니 공령아, 임창, 소천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합동 공격을 펼쳐도 황현지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공령아, 임창, 소천! 당신들은 역시 포기할 줄 모르는군!”
황현지는 미소를 지은 채 공령아 등을 바라보며 제왕의 기품을 드러냈다.
황현지는 바닷물이 세차게 요동치는 푸른 바다 밑에 뒷짐을 쥔 채 서 있었다. 황금색 봉황의 날개를 천천히 퍼덕이자 강력하기 그지없는 압박감이 휘몰아쳤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공령아, 임창, 소천은 기세등등한 황현지를 보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습격으로 황현지한테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세 사람의 합동 공격에도 녀석은 끄떡없었다.
“같은 날짐승류라고 3할을 양보하려 했는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도 없겠군.”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부를 뿐이네.”
황현지의 말에 임창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나를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 아닌가?”
그 모습에 황현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말은 그만하고 공격!”
공령아는 황현지가 주위를 자세히 살펴볼까 봐 바로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자칫 잘못하면 영진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쿵!
말을 마친 공령아가 체내에서 무지개를 방출하자 맑은 공작의 울음소리와 함께 다채로운 색상의 아름다운 공작이 나타나 현란한 깃털을 퍼덕이며 경천의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공령아가 본체를 소환하자 임창도 바로 거대한 황금색 독수리로 변했는데 머리가 무려 아홉 개나 되었고 예리한 눈에서 발하는 금광은 하늘마저 반으로 가를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소천도 본체를 드러냈는데 그는 만 장 정도의 거대한 학으로 피부 표면에 용린이 잔뜩 박혀 있었고 네 발도 심지어 용장이었다. 무한의 차가운 빛을 발하는 용장을 휘두르자 공간마저 무너질 것 같았다.
황현지가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바로 본체를 소환해 최강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그들은 최대한 황현지에게 숨을 돌릴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끼익!
공작과 학의 울음소리가 멀리 퍼지며 공령아 등은 공격을 펼쳤다. 공작이 내뿜는 억만 갈래의 무지개는 아름다워 보였으나 일단 엮이면 아무리 선급 천지존이라도 영력이 봉인된 채 손발이 묶여 순식간에 전투력을 잃을 것이다.
또한, 구두 금조가 황금색 용장을 휘두르자 공간이 부서져 손바닥에 공간 파편이 모였다. 용장의 위력은 역시 엄청났다.
그리고 천룡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만 장의 홍류를 내뿜었는데 파멸의 파동이 깃든 것이 상대방이 누구든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