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화. 셋이서 황을 상대
“쯧쯧, 참 애를 쓰는군. 이 정도 공격이면 진정한 선급 천지존도 신중하게 상대해야 할 것이네.”
화신지 밖에 서 있던 여러 신수 종족의 강자들은 수경 속 상황을 살피더니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령아 등이 목진과 함께 황현지를 상대하려는 것에 놀라긴 했지만, 곧 준성급에 이를 혈정 신수를 보고는 이해가 되었다.
이 엄청난 물건만 수중에 넣을 수 있다면 목진과 협력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다만, 공령아 등이 과연 황현지를 제압할 수 있을까?
황현지도 드디어 공격을 개시했다.
그는 태연하게 서서 고개를 들고 자신에게 향하는 무지개를 보더니 입을 쩍 벌려 황금색 화염을 내뿜었다. 무지개는 황금색 화염에 닿자마자 활활 타버렸다.
이와 동시에, 황현지는 길쭉한 손을 가볍게 휘둘러 황금색 용장과 맞댔다.
탕!
양자의 손이 닿은 순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 10만 장 범위의 바닷물이 튕겨나 진공 상태를 이뤘다.
이에 황현지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거대한 구두 금조는 처량하게 울부짖더니 큰 타격을 입은 듯 멀리 튕겨 나갔다. 이에 용장의 비늘은 부서졌으며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잇따라 황현지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들더니 천룡학이 내뿜은 파멸의 홍류를 바라보며 눈으로 눈부신 금광을 두 갈래 내뿜었다.
치익!
하늘마저 뚫을 것 같은 금광은 파멸의 홍류를 빠르게 무너뜨린 뒤,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천룡학의 날개마저 뚫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공령아, 임창, 소천은 대결에서 패배했고 황현지는 태연하게 서서 무적의 자태를 뽐냈다.
“역시 황현지는 대단하군! 엄청난 신수 종족의 일인자답군!”
화신지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여러 신수 종족의 강자들은 이내 감탄했다. 공령아 등도 제법 유명하지만 황현지와 비교하면 역시나 실력 차이가 뚜렷했다.
황현지는 세 사람의 협동 공격마저 쉽게 막아낼 수 있었으니, 대전 쌍방의 수준 차이는 엄청 났다.
“셋이서 함께 나선다고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황현지는 푸른 바다 밑에 서 있는 공령아 등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다들 같은 날짐승류이니 오늘 일은 이대로 넘어가겠네. 당장 꺼지게.”
“준성급에 이른 물건은 당신들 따위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공령아 등은 녀석의 말에 잔뜩 화가 났지만 싸워봐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그렇단 말인가?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데 어쩐담?”
그때 웃음소리와 함께 황현지의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늘씬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보!”
공령아는 목진이 바로 황현지를 공격하지 않자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 황현지 정도면 금세 정신을 차리고 목진을 상대할 텐데 말이다.
역시나 공령아의 예상대로 황현지는 멈칫하더니 바로 뒤로 손을 내밀었고 무서운 금광이 모여 앞쪽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그런데 목진은 자신을 향하는 무서운 장풍에도 가볍게 웃었고 머리 뒤에서 갑자기 혼돈의 빛이 피어올라 황현지한테 날아갔다.
슉!
혼돈의 빛이 지나가자 황현지는 순식간에 사라져 공령아 등은 화들짝 놀랐다. 녀석은 혼돈의 빛에 갇힌 듯했다.
잇따라 목진은 허공 영진으로 들어가 혼돈의 빛에 가둬둔 황현지를 다시 풀어줬다.
“영진을 소환하게.”
이와 동시에, 목진은 공령아한테 말을 건넸다.
이에 공령아가 놀랄 겨를도 없이 바로 인법을 바꾸자 허공 영진에서 웅장한 파동을 내뿜었다. 공령아가 신속하게 영진에서 벗어나는 목진을 힐끗 보며 몰래 인법을 바꾸자 영진은 놀라운 속도로 퍼져나가 목진마저 가둘 것 같았다.
다행히 그가 일전에 친 렴영진이 빛을 발하며 허공 영진을 한순간이나마 막아냈다.
그 사이, 목진은 수천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무사히 허공 영진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허공 영진이 완전히 가동되자 내부에 난폭한 공간 통로가 형성되어 황현지를 빨아들였는데 녀석은 사라지기 직전까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공령아 등을 노려봤다.
공령아 등은 순간 소름이 쫙 끼쳤지만 목진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웃기만 했다.
“자네 괜찮나?”
황현지가 사라지자 공령아는 다시 아름다운 여인의 형태로 돌아와 목진한테 다가갔다.
이에 목진은 공령아를 힐끗 보더니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임창과 소천도 바로 목진한테 다가갔는데 그들은 더 이상 목진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세 사람의 협동 공격에도 끄떡없던 황현지가 목진의 괴이한 수단에 못 이겨 영진에 갇혔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이 왜 황현지를 두려워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목진도 엄청난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네 정말 대단하네. 우리가 자네를 너무 쉽게 생각했었네.”
“선수를 쳤을 뿐이네.”
임창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얼른 사냥감이나 잡읍시다. 황현지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네.”
목진의 말에 공령아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다 밑에 엎드려 있는 혈정 신수를 쳐다봤다.
그 시각, 화신지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기세등등하던 황현지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의 공격을 이기지 못해 영진에 갇힐 줄 몰랐다.
목진은 정말 무서운 상대인 것 같았다!
화신지 밖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신수 종족의 강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수경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황현지의 자태에 다들 그가 이길 줄 알았다.
“목진은 정말 무서운 상대가 아닌가?”
누군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황현지는 상당히 괴이한 수단에 휘말려 영진에 갇혔다. 비록 황현지가 미처 손을 쓸 새가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목진의 수단도 충분히 강력했다.
“역시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녀석은 확실히 대단한 실력자네.”
다들 목진에 관한 소문만 들었지 실력을 직접 확인한 건 처음이었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산봉우리에 서 있던 천황 족장도 적잖게 놀란 듯했다. 그가 처음 목진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별 볼 일 없었는데 잠깐 사이에 그를 훨씬 뛰어넘었다. 수련 속도만 보면 목진은 요물이나 다름없었다.
“구유가 목진을 알게 된 건 정말 천운이었군. 오히려 녀석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내가 잘못을 저지를 뻔했어.”
천황 족장은 쓸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한편, 황왕 황김도 무덤덤하게 서서 수경을 바라봤는데 다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목진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상대네요.”
황족의 장로가 이내 정색하며 한 말에 황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 속 목진을 노려봤다.
“이것만으로 황현지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란다. 황족의 절세의 천재는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 * *
목진, 구유, 공령아 등은 바다 밑에 엎드려 있는 혈정 신수가 내뿜는 혈기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녀석이 곧 경지를 돌파할 것 같은데 속도가 너무 느리네. 자칫 잘못하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네.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으니…….”
녀석을 한참 쳐다보던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말했다.
“그럼 녀석을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
공령아가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준비해온 모양이군.”
이에 공령아, 임창, 소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 머리만큼 큰 혈정 백 개를 꺼냈다.
이는 공령아 등이 화신지에서 획득한 혈정들로 등급이 제법 높아 한데 모으니 혈기가 상당히 그윽했다.
“녀석이 이 혈정들을 전부 삼키면 돌파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네.”
공령아가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혈정에 무슨 짓을 한 건가?”
그는 혈정에서 난해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우리는 확실히 획득한 혈정에 손을 썼네. 그러니 녀석이 우리가 준 혈정을 삼키고 경지를 돌파하면 포획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네.”
공령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이 알아챌 줄 몰랐다.
“제법이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공령아의 사악한 수단에 혈정 신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건 다 녀석이 지능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 그럼 절대 문제가 있는 혈정을 무턱대고 삼키지 않을 것이다.
공령아는 생긋 웃으며 백 개 정도 되는 혈정을 녀석한테 던졌다.
대량의 혈정이 한데 모이자 혈기가 상당하여 녀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입을 쩍 벌려 탐욕스럽게 혈정을 삼켰다.
쿠쿵!
대량의 혈기를 보충한 혈정 신수 주위에 혈기가 격렬하게 진동하자 바다 전체가 들썩였고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혈랑에 공간이 점점 일그러졌다.
녀석이 내뿜는 혈기는 점점 짙어졌고 실력도 순식간에 선급 후기 정상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뒤로 녀석의 실력이 느는 속도가 다시 느려졌다. 녀석에게 고비가 온 것 같았다.
“젠장!”
공령아는 인상을 확 찌푸린 채 투덜댔다. 엄청난 대가를 치렀는데도 녀석이 경지를 돌파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어떡하지?”
목진도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만약 녀석이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면 4할을 얻는다고 해도 그나 구유한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넷의 체내에 엄청난 신수의 혈맥이 깃들었으니 정혈을 주면 분명 녀석한테 도움이 될 것이네.”
공령아가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 말에 임창과 소천도 머뭇거렸다. 정혈은 신수한테 상당히 소중한 존재로 일단 잃으면 오랜 시간을 보양해야 회복할 수 있었다.
“준성급 혈정을 얻을 수만 있다면 뭐가 두려울까!”
공령아의 말에 임창과 소천은 잠시 고민하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구유를 바라봤다.
“구유도 정혈을 낼 수 있네. 대신 실력이 미약하니 당신들과 같은 양을 내어주지는 못할 것이네. 안 그럼 수련 기반이 상할 것이네.”
목진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고 구유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령아 등은 구유가 정혈을 적게 주면 이들이 더 많이 내놓아야 하기에 마음이 아팠다.
목진이 없었다면 그들은 강제로 구유의 정혈을 절반 정도 뽑아 썼을 것이다.
“자네 말대로 합시다.”
의논을 끝낸 공령아 등이 혀끝을 깨물자 각각 다른 색깔을 띤 정혈 홍류가 나타났는데 그 속에 깃든 짙은 혈기가 곧 실체를 이룰 듯 눈부신 빛을 발했다.
네 갈래 홍류는 곧장 혈정 신수에게 향했고 녀석은 포효하며 커다란 입을 벌려 정혈 홍류를 모조리 삼켰다.
쿠쿠쿵!
혈정 신수의 주줌했던 혈기는 다시 미친 듯이 폭등했고 방대한 육신 표면에 실체 같은 빨간색 비늘이 자라났다.
이와 동시에, 상당히 무서운 파동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자 목진 등은 손에 땀을 쥐고 녀석을 바라봤다.
그들은 영광을 발하는 눈으로 혈정 신수의 방대한 몸 깊숙한 곳에서 한 장 정도 되는 혈정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색 구슬 모양이었던 혈정은 검은색 단약처럼 상당히 무서운 혈기를 내뿜었다.
심지어 혈정 신수한테 지능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녀석을 포획해야 하네. 더 강해지면 절대 녀석을 잡지 못할 것이네!”
목진의 말에 공령아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인법을 바꿨다.
쿠쿵!
혈정 신수 체내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전해졌다. 이것이 바로 혈정에 숨겨뒀던 비장의 무기였다.
이에 경지 돌파는 중단되었고 혈정 신수는 괴로운 듯 아우성쳤으며 강대했던 혈기 파동은 놀라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녀석은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