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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30화 (929/1,000)

930화. 목진의 진정한 계획

“정혈을 폭발시킵시다!”

공령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정혈에도 꼼수를 부려 혈정 신수가 이를 완전히 제련해 흡수하기 전에 서둘러 소환했다.

쿵!

나지막한 폭발음과 함께 혈정 신수의 방대했던 육신은 급속도로 작아졌고 크게 다친 녀석은 불안함을 느끼고 빠르게 도망갔다.

“당장 쫓읍시다!”

공령아가 황급히 외치자 목진 등이 동시에 나서 혈정 신수의 뒤를 쫓았다.

쿠쿵!

크게 다친 혈정 신수는 미친 듯이 도망갔고 목진 등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강력한 공격을 개시했다.

반 시진이 지나자 녀석의 몸집은 십수 배 정도 작아졌고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던 혈기도 한껏 사그라들었다.

목진 등은 녀석이 더 이상 도망할 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달려가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쿵!

녀석의 육신이 완전히 찢어져 주위에 혈기가 퍼지더니 한 갈래 흑광이 떠 올랐다. 이는 한 장 정도의 검은색 혈단으로 목진 등의 앞쪽에 조용히 떠 있었다.

목진은 준성급 혈단을 보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은색 혈단이 내뿜는 왕성한 혈기에 킁킁대기만 해도 피가 들끓는 것 같았다.

목진 뿐만 아니라 공령아 등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검은색 혈단을 바라봤고 너무 흥분되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얼른 혈정을 나눕시다. 일전에 약속했던 대로 나누려 하는데 이의 있는가?”

공령아 등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목진의 놀라운 전투력에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4할의 혈단에 깃든 혈기면 그들이 선급 천지존경에 이르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목진이 바로 합장하자 영력은 소용돌이를 형성했고 혈단은 파르르 떨며 혈랑을 내뿜어 소용돌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공령아 등도 각자 영력을 끌어올려 혈단에 깃든 웅장한 혈기를 빨아들였다.

2각 정도가 지나자 그들은 혈기의 수집을 마쳤고 각자 앞쪽에 웅장한 혈기가 깃든 검은색 혈단이 떠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형성한 혈단에 깃든 혈기가 나머지 세 사람보다 강했다.

“역시 준성급 혈정은 남다르군. 혈기가 예상보다 훨씬 그윽해.”

목진은 검은색 혈단을 보며 이내 감탄했다. 4할의 혈기가 깃든 혈단이면 구유가 진화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허허, 인제 목표를 이뤘으니 이만 가보겠네.”

말을 마친 공령아가 옷깃을 휘날리며 혈단을 거두고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떠났고 임청과 소청도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힐끗 본 뒤, 바로 뒤따랐다.

“녀석들이 바로 떠난 것이 왠지 불안한데 우리도 바로 이곳을 떠날까?”

구유가 나지막하게 묻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우리는 여기서 기다릴 거야.”

“뭐?”

구유는 흠칫 놀랐다.

임창과 소천은 신속하게 공령아를 따라잡더니 뒤쪽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정녕 4할의 혈기를 내주는 건가?”

“목진의 혈단을 빼앗을 자신이 있으면 당장 돌아가게.”

공령아가 무덤덤하게 건넨 말에 임창과 소천은 멈칫했다. 목진의 전투력은 엄청났기에 그의 혈단을 빼앗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대로 목진한테 혈기의 4할을 주는 건 썩 내키지 않았다.

“멍청한 녀석들,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네.”

공령아는 이내 콧방귀를 뀌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곳을 떠나 원거리에서 허공 영진을 파괴하면 황현지가 풀려날 텐데 녀석은 분명 목진의 혈단을 발견하고 빼앗으려 할 것이네. 그러면 두 사람은 싸우게 될 테고 우리는 기다렸다가 상황을 보면서 개입하면 그만이네.”

공령아의 말에 임창과 소천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은 공령아가 이런 계획을 세웠을 줄 몰랐다.

“좋군. 목진과 황현지가 치열한 싸움으로 만신창이 되면 우리가 가서 혈단을 빼앗으면 되겠지?”

두 사람이 껄껄 웃으며 한 말에 공령아도 히쭉 웃었다. 목진과 황현지가 절세의 천재면 무엇 하나? 결국 공령아의 꼼수에 걸려들었으니.

짝짝!

갑자기 앞쪽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려와 공령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앞쪽 바닷물이 요동치더니 무한의 위압감을 내뿜는 늘씬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허공 영진에 갇힌 황현지였다!

“참 치밀한 계획이군.”

황현지는 뒷짐을 쥔 채 생긋 웃으며 공령아 등을 쳐다봤다.

“황현지! 자…… 자네가 어찌 허공 영진을 벗어났단 말인가!”

공령아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물었다.

“난 영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네. 그 영진은 확실히 뚫기 어렵더군. 내가 정말 갇혔다면…….”

황현지는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쉽게도 당신들이 영진에 가둔 건 나의 영력 화신일 뿐이었네.”

“뭐라!”

공령아 등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들이 애써 허공 영진에 가둔 사람이 겨우 황현지의 영력 화신이었다니!

“영력 화신은 무려 나의 깃털과 정혈로 만든 것으로 내 5할의 힘을 가졌네.”

황현지가 대수롭지 않게 공령아 등을 쓰윽 훑으며 말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어느새 안색이 창백해진 공령아 등은 이제야 자신과 황현지의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 그리고 바로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방대한 본체로 변한 뒤, 바닷물을 가르며 화신지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일단 화신지에서 벗어나면 황현지는 더는 이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허허,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이대로 당신들을 보낼까?”

황현지는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금광을 발하는 거대한 황으로 변해 날개를 펼치며 공령아 등에게 향했다.

* * *

푸른 바다 밑, 영광으로 광막을 형성해 바닷물을 가린 채 차분하게 앉아있던 목진은 수중의 검은색 혈단을 만지작거리며 먼 곳을 지그시 바라봤다.

“지금 뭘 하는 거야?”

구유는 혈단을 주지도 않고 제자리에 앉아만 있는 목진이 답답했다.

“황현지를 기다리고 있어.”

목진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한 말에 구유는 화들짝 놀랐다.

“뭐? 그 녀석은 영진에 갇혔잖아!”

“그건 녀석의 영력 화신일 거야. 교활한 녀석, 공령아 등이 대량의 정혈을 공헌해 혈정 신수의 경지 돌파를 돕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아. 그럼 숨어있다가 우리를 잡으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목진의 말에 구유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럼 그들도 황현지의 꼼수에 놀아난 것 아닌가?

“아마 황현지는 지금쯤 공령아 등을 상대하고 있을 거야.”

“그럼 당장 화신지에서 나가자.”

“왜 나가야 하지?”

목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수중의 검은색 혈단을 구유한테 넘겼다.

“이 혈단이면 네가 진화를 마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런데 난 나머지 6할의 혈단이 진정한 목표야.”

“나도 황현지와 똑같은 생각이야. 녀석은 6할의 혈기가 깃든 혈단을 획득하면 자연스레 이곳으로 올 거야.”

구유는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황현지를 멀리하지 못해 안달인데 목진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황현지를 도와준 뒤, 다시 그한테서 6할의 혈단을 빼앗으려 하다니…….

그런데 오히려 황현지 같은 강적을 상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목진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구유는 드디어 목진이 더 이상 나약한 소년이 아니라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릴 만큼 강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목진은 다른 종족의 절세의 천재 못지않게 눈부셨다.

“좋아. 우리의 운명은 결국 너한테 날렸군!”

구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만약 목진이 대결에서 이긴다면 준성급 혈단을 온전히 차지하게 되겠지만 패배하면 수중의 혈단을 내줘야 할 뿐만 아니라 구유의 불사조의 혈맥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구유는 옆에 조용히 앉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수중의 검은색 혈단을 쳐다봤다.

2각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다시 눈을 서서히 뜨고 앞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온다.”

구유는 순간 긴장해 주먹을 꽉 쥐었다.

잇따라 앞쪽 바닷물이 요동치더니 누군가 시들해진 사람 세 명을 휙 던졌다.

그들은 당연히 공령아, 소천, 임창으로 영력이 고갈되었고 사색이 된 것이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황현지는 녀석들을 내던지고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쳐다봤다.

“역시 도망가지 않았군.”

“자네가 알아서 혈단을 가지고 올 텐데 내가 왜 도망가겠나?”

“흥미롭군.”

목진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한 말에 황현지는 피식 웃었다.

“나를 심부름꾼으로 여기다니, 아주 흥미로워.”

“자네가 나한테 혈단을 넘기고 구유의 불사조 혈맥을 취하게 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네.”

황현지는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안 그럼 여태껏 노력해 겨우 끌어모은 명성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네.”

“말이 참 많군. 내가 보는 앞에서 구유의 혈맥을 취하려 하다니, 자넨 아직 그럴 자격이 없네.”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짓자 황현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에서 금광을 발했고 날개를 퍼덕이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아쉽군. 그럼…… 자네를 폐인으로 만드는 수밖에.”

“두 사람이 드디어 만났군.”

화신지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신수 종족 강자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수경을 바라봤다.

목진과 황현지는 이번 화신지 쟁탈전 중 최강자들로 이들의 대결은 진정한 용쟁호투였다.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목진과 황족의 절세의 천재 중 과연 누가 더 강할까?”

“당연히 황현지이지 않겠나? 일전에 황현지가 공령아 등을 어찌 쓰러뜨렸는지 보지 못했나?”

“하긴, 황현지의 실력은 확실히 뛰어나네. 공령아 등은 엄청난 신수 종족 중 정예급 강자인데도 전혀 황현지의 상대가 아니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다. 다들 황현지가 공령아 등을 상대할 때 선보인 실력에 적잖게 놀랐다. 비록 아무도 황현지를 무시한 적은 없지만 진정한 실력을 확인하니 역시나 놀라웠다.

하여 대부분 신수 종족 강자들은 황현지가 목진과의 대결에서 이길 거라 확신했다. 그들은 목진이 황현지를 상대할 자격조차 없다고 여겼다.

“목진이 겨우 쌓은 명성은 곧 무너질 것이고 황현지는 대천세계의 절세의 천재로 거듭날 것이네.”

천황 족장은 수군대는 사람들의 말을 듣더니 자연스레 목진이 걱정되었다. 목진이 대천세계에서 부쩍 유명해진 건 사실이지만 황현지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황현지 정도면 황족이 큰 기대를 걸 법도 했다.

“목진이 황현지의 상대가 아니더라도 구유를 데리고 도망갈 수는 있지 않나? 구유의 혈맥만 지켜낼 수 있다면 혈정은 포기하면 그만이니까.”

천황 족장이 중얼거렸다.

준성급 혈정이 아무리 탐나도 불사조의 혈맥을 잃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 * *

쏴아아!

푸른 바다 밑 팔짱을 낀 채 서 있던 황현지가 서서히 떠오르며 황금색 날개를 펼치고 퍼덕였는데 움직일 때마다 바닷물에 요동치며 만 장의 물결이 일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위압감을 내뿜어 순식간에 주위 수천 리 범위를 휩쓸었다.

이에 구유는 등에 산 한 채를 얹은 듯 꼼짝도 못 했다.

하여 목진은 구유를 황현지의 압박에서 밀어내고는 이내 정색했다.

잇따라 그의 몸에 영광이 모이더니 육신은 보석처럼 단단하고 눈부신 영체가 되었다.

그는 부도신족에서 온전히 영급 천지존의 실력으로 선급 초기의 장로를 제압하긴 했지만, 황현지는 그와 달랐다.

녀석도 목진처럼 월급 대결이 가능했고 늘 대결에서 이기곤 했다. 그는 선급 초기의 실력으로 선급 중기에 이른 강자들을 적잖게 제압했다.

이러한 두 사람이 오늘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결국 한 사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황현지가 금광을 발하는 눈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내밀자 그의 황금색 날개에서 수많은 금광이 발했다, 이는 황금색 깃털로 이뤄진 것으로 공간을 뚫을 정도로 예리했다.

황금색 깃털이 폭우처럼 쏟아지자 앞쪽 바닷물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상대방의 공격을 보더니 합장했는데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앞쪽에 수천 장 정도의 방대한 영력 광륜을 이뤘고 이는 고속 회전해 방패처럼 황금색 폭우를 모조리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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