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3화. 삼합경
“진황분신선은 역시 대단하군.”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황현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황현지의 수단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해 목진한테 최강 방어 신통인 불후금련이 없었다면 제법 크게 다쳤을 것이다.
“참 귀찮은 녀석이군.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을만해.”
황현지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말했다. 그는 아직도 목진이 자신의 필살기를 막아낸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럼 인제 내가 공격할 차례인가?”
목진이 주먹을 꽉 쥐며 한 말에 황현지는 피식 웃었다.
“자네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자네를 죽이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자네도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네.”
황현지는 목진의 수단이 너무 많아 머리가 지끈거렸고 녀석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그는 상대방도 자신을 절대 죽이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목진, 자네가 지금이라도 구유의 불사조 혈맥을 나한테 주면 내 수중의 준성급 혈정의 절반을 주겠네!”
황현지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고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난 절반이 아니라 준성급 혈정을 온전히 차지할 것이네! 그리고 혈맥은 절대 건네지 않을 테니 그만 꿈 깨게!”
“겁도 없는 녀석!”
황현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 그는 거래를 통해 이 일을 좋게 마무리하려 했는데 녀석은 그의 마음도 모른 채 감히 준성급 혈정을 전부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그럼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보겠네!”
황현지가 말을 마치자 머리 뒤쪽에 다시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 오래된 금광이 모였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불후금신의 양쪽 어깨에 서 있던 흑백 목진도 똑같은 인법을 그렸다.
“일기화삼청, 삼합경!”
슉!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흑백 목진이 두 갈래 빛줄기가 되어 날아오르더니 빠르게 목진의 본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목진의 그윽한 눈에서 만 장의 현광을 발했는데 이는 눈부신 별처럼 반짝거렸고 영체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눈부신 보석처럼 빛나고 단단하던 그의 영체는 유리처럼 훨씬 순수하고 영롱해졌다.
한편, 목진의 체내에서 요동치는 웅장한 영력은 수많은 용이 포효하듯 무서운 힘을 방출해 영력 파동이 미친 듯이 폭등했다.
이에 주위의 바닷물도 세차게 들썩거렸다.
그 광경에 황현지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 체내에서 내뿜은 영력 파동은 놀라울 정도로 폭등하여 어느새 영급 후기에 이르렀고 곧바로 영급의 한계치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목진이 내뿜은 영력 파동은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조금씩 강해지다가 결국 선급 초기에 이르렀다!
“젠장, 녀석의 영력이 어찌 이토록 빨리 늘었단 말인가?”
아무리 황현지라도 더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
현재의 목진은 그와 똑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영광을 발하는 눈을 깜빡이던 목진이 서서히 주먹을 쥐자 손바닥 쪽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도 체내에 흐르는 무서운 영력에 제법 놀랐다.
그는 일기화삼청의 삼합경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목진은 삼합경을 강제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시간이 짧았을 뿐만 아니라 화신들과의 융합 정도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실력이 어느 정도 늘자 어려워 보였던 삼합경도 자연스레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가 처음으로 삼합경을 완벽하게 사용한 거였지만 효과가 예상 밖이었다.
“인제 나도 선급 초기군.”
목진은 고개를 들고 안색이 어두워진 황현지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넨 다시 영급의 실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네!”
황현지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선급 초기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하여 그가 잘만 버티면 목진은 다시 원래 실력으로 돌아갈 것이다.
“제법이군.”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광이 번쩍이는 길쭉한 손가락을 움직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자네를 쓰러뜨리기 충분하네.”
“말도 안 되는 소리!”
황현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인법을 바꿨는데 머리에서 한 갈래 빛이 솟구쳐 묵직하고 오래된 수정 부도탑으로 변했다.
그러다 서서히 회전하던 부도탑이 파르르 떨자 수라 같은 마상 여덟 채가 나와 부도탑의 주위를 맴돌았다.
사악하게 생긴 여덟 채의 마상은 무한의 살기를 내뿜으며 상당한 위압감을 형성하는데 황현지마저 놀랄 정도였다.
황현지는 금세 정색했다. 참고만 있던 목진이 드디어 살수를 두려 하고 있었다.
“자네가 강제로 실력을 끌어올렸다고 한들 과연 진정한 신품 초기인 나를 이길 수 있을까?”
황현지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외쳤다.
“자네가 과연 뭘 할 수 있는지 보겠네!”
말을 마친 황현지의 머리 뒤쪽에 오래된 금광이 모이자 웅장한 파동이 휘몰아쳤다.
눈가를 파르르 떨며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인제 두 사람의 치열한 싸움은 곧 끝날 것 같았다.
위잉!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오래된 부도탑 주위를 맴도는 여덟 채의 마상은 도천의 살기를 내뿜어 주위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저건…… 말로만 듣던 팔부부도가 아닌가?”
구경꾼들은 여덟 채의 마상을 보더니 바로 그 정체를 알아채고 깜짝 놀라 외쳤다.
“목진은 일기화삼청 뿐만 아니라 팔부부도까지 장악했단 말인가? 녀석이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두 가지나 장악했다니.”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대천세계에 수많은 신통이 있지만 최정예급 신통은 36가지 밖에 없었는데 그것만 봐도 얼마나 희귀하고 위력은 또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황현지도 사실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하나인 구전성성결 덕분에 이토록 강한 것이었는데 목진은 무려 두 가지나 장악하고 있었다!
이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황왕 황김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수경을 바라봤다. 그도 목진이 황현지의 살수를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력하기 그지없는 공격으로 반격할 줄 몰랐다.
뒤쪽에 서 있던 황족 장로들도 안색이 어두워졌고 황현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황현지의 우세가 더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목진의 실력은 선급 초기로 황현지 못지않은 데다가 팔부부도 같은 무서운 신통을 장악했는데 그가 둔 치명적인 살수는 얼마나 무서울까?
“그래, 일단 버텨내면 목진은 분명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네!”
* * *
황현지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여덟 채의 마상을 노려봤다. 그도 황족 장로들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목진이 지금은 두려울 것이 없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내 끝까지 상대해주지!”
황현지는 혈안이 되어 말했다. 황족의 소족장인 그는 제법 오만한 사람으로 목진이 아무리 기세등등한들 자신이 전력을 다해 방어하면 된다고 여겼다.
정작 목진은 황현지의 음산한 눈빛을 무시한 채 고개를 들고 부도탑 주위를 맴도는 여덟 채의 마상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머리에서 웅장한 영력이 깃든 경천의 빛기둥이 솟구쳐 바닷물을 휘저었다.
크으으으!
여덟 채의 마상은 갑자기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부활이라도 한 듯 입을 쩍 벌려 지극히 웅장한 영력이 깃든 빛기둥을 모조리 흡수했다.
잇따라 녀석들이 내뿜는 살기는 미친 듯이 폭등해 구경꾼들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여덟 채의 마상이 정말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이는 수백의 마제의 육신으로 제련한 것으로 대천세계로 말하면 수백 명의 천지존의 육신으로 제련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그때, 무덤덤하게 서 있던 목진은 황현지를 힐끗 보더니 두 손으로 결인했다.
이에 여덟 채의 마상도 똑같은 인법을 그리더니 손바닥에서 선홍색 광선을 내뿜어 복잡하기 그지없는 팔각형 광진을 이뤘다.
잠시 후, 광진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던 살기가 부단히 압축되어 한 장 정도의 암홍색 광구를 이뤘는데 표면에 혈문이 가득 새겨진 것이 도천의 살기를 내뿜었다.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영급 천지존의 영력이 무질서해질 것 같았다.
황현지도 암홍색 광구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파동을 읽고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훤칠한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그는 암홍색 광구에서 치명적인 위기를 느꼈다.
목진은 바로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나지막하게 외쳤다.
“팔부부도, 부도마옥(浮屠魔玉)!”
쿵!
순간, 천지의 살기가 폭등하더니 여덟 채의 마상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암홍색 광구는 빠르게 황현지를 향해 날아갔다.
암홍색 광구가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으니, 그 파멸의 위력에 구경꾼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황현지 역시 공간을 부수며 날아오는 암홍색 광구를 보더니 소름이 쫙 끼쳤다. 광구에서 사망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암홍색 광구에 맞으면 그는 화신지에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팔부부도의 위력이란 말인가? 역시 엄청나군!”
황현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지켜보더니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막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진의 수단이 엄청나긴 하지만 황현지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크으으으!
황현지도 나지막하게 외치며 신속하게 결인한 뒤, 혀끝을 물어 정혈을 내뱉었다.
그는 황금색 정혈을 내뱉어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바로 머리 뒤편의 황금색 광권을 돌려 정혈을 흡수하도록 했다.
쿵!
황금 정혈을 삼킨 황금색 광권은 순간 팽창해 막강한 위압감을 형성하더니 금광을 내뿜었다.
슈슈슉!
여덟 갈래의 금광이 동시에 형성되었다. 황현지는 다시 여덟 갈래의 정예 신통을 동시에 소환했는데 머리 뒤쪽의 황금색 광권은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는 천천히 회전하며 아홉 번째 난해하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금광을 만들어냈다.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아홉 번째 신통을 소환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 급박해 강제로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풉!
황현지는 아홉 번째 금광이 형성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자 또다시 황금 정혈을 뱉었다. 이렇게 아홉 번째 난해한 금광이 드디어 완전히 형성되었다.
그러나 강제로 만들어낸 거라 황금색 광륜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 황현지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오늘 목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다시 전성기 때의 실력을 되찾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빌어먹을!”
황현지는 이를 갈며 말을 이어갔다.
“자네의 살수로는 절대 나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네. 내 이번 기회에 자네의 생각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제대로 알려주겠네!”
“구전성성결, 구전황발(九轉凰缽)!”
나지막한 외침과 함께 아홉 갈래의 눈부신 금광은 한데 모이더니 미친 듯이 회전하며 거대한 금발을 이뤘다. 표면에서 진정한 봉황이 날아다니며 맑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천지를 부술 정도의 무서운 황염을 내뿜었다.
그러다 황발이 황현지의 육신을 완벽히 감쌌다. 이는 구전성성결의 최강 신통으로 억지로 소환하긴 했지만 위력은 상당했다.
황현지는 혈안이 된 채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방어벽을 절대 뚫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그가 이번 공격을 견뎌내기만 하면 목진을 쉽게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공격하라!”
황현지가 고래고래 외치자 암홍색 혈구는 힘껏 내려앉아 황발과 부딪쳤다.
쿵!
순간, 천지가 들썩인 것 같았고 푸른 바다 밑 바닷물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심지어 그 파동은 수면 위까지 전달되어 엄청난 파도가 일더니 다시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신수 종족 강자들은 화들짝 놀라 상황을 살폈다. 화신지 내부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은데 목진과 황현지의 대결 여파가 화신지 외부에까지 전해졌다.
이 얼마나 무서운 대결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