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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34화 (933/1,000)

934화. 준성급 혈정 획득

화신지 밖에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다들 수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속에서 눈부신 빛이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1각 정도가 지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이에 황왕 황김, 천황 족장 등을 포함해 다들 숨죽인 채 수경을 바라봤다.

잠시 후, 눈부신 빛이 가시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금황발은 여전히 금광을 번쩍였고 그 위쪽에 있는 암홍색 광구는 회전하며 부단히 작아졌다.

“정녕 막아냈단 말인가?”

그 광경에 황족 장로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은 암홍색 광구의 힘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암홍색 광구는 사람 머리 정도로 작아졌다.

황현지도 승리가 코앞이란 생각에 활짝 웃었다.

그런데 그때, 황현지는 작지만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금발이 암홍색 광구와 맞닿은 부분에 미세한 균열이 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균열은 미친 듯이 퍼져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발 전체로 퍼졌다.

어느새 암홍색 광구도 손바닥만큼 작아졌다.

“자네가 졌네.”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을 한 채 서서히 입을 열었다.

퍽!

목진의 말과 함께 금황발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자 황현지는 날개를 힘껏 퍼덕이며 도망가려 했다.

슉!

그런데 그때, 손바닥만 한 암홍색 광구가 날아와 그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공격해 녀석의 육신은 절반 부서졌고 아래쪽 금황도 멈칫하더니 폭발해 수많은 황금색 광점으로 변했다.

잇따라 황현지가 맥없이 추락하자 화신지 밖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화신지 밖에도 폭우가 쏟아졌는데 다들 멍하니 수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수경 속 황현지는 맥없이 추락했는데 육신의 절반이 부서져 혼절하고 말았다.

이렇게 두 사람의 대결은 끝이 났다.

다들 목진이 대결에서 이길 줄 몰랐지만 황현지의 처참한 꼴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신수 종족 강자들은 화들짝 놀라 중얼거렸다. 황현지는 신수 종족에서 상당히 유명한 최정예급 천재로 여태껏 수많은 강자를 제압했는데 오늘 인간과의 대결에서 지고 말았다.

그들은 양자의 치열한 대결에서 목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가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을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내 감탄하는 강자들과 달리, 황족 쪽은 유난히 조용했고 황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서 있었다. 황족 장로들도 황현지가 패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무적이었던 황족의 절세의 천재가 정녕 대결에서 패배했단 말인가?

그들은 황현지가 목진의 공격을 막아낸 뒤 반격에 성공하기만을 기다렸는데 황현지는 전력을 다해 방어했는데도 목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반면, 천황 족장은 이내 화색이 되었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구유족의 장로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수경을 바라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목진은 참으로 무서운 녀석이군.”

영급 중기의 실력으로 선급 초기에 이른 황현지를 쓰러뜨렸단 사실이 알려지면 목진은 대천세계에서 앞으로 더 유명해질 것이다.

더구나 황현지는 같은 등급의 부도신족의 장로보다 훨씬 강했다.

“구유는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틀림없네. 그러니 이번 생에 목진을 만나게 된 거야.”

천황 족장은 이내 감탄했다. 구유족 사람들은 목진이 구유의 발목을 잡을 거라 여겨 양자의 혈맥 연결을 극구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짐이 되기는커녕 구유, 더 나아가 구유족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이번 기회로 이제 구유족의 지위도 올라갈 것이고 구유족을 호시탐탐 노리던 녀석들도 더는 함부로 덤비지 못할 것이다.

이건 전부 목진 덕분이었다.

* * *

바다 밑에 있는 목진도 길게 숨을 내쉬더니 부도탑을 거두고 유리 같은 영체도 다시 육신으로 되돌렸다.

“녀석, 황족의 정예급 천재는 역시 남다르군.”

목진은 황현지의 처참한 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직접 상대해보니 황현지가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깨달았다. 아무리 그라도 동시에 일기화삼청과 팔부부도를 사용해서야 겨우 녀석을 쓰러뜨렸으니 말이다.

황현지는 얄밉긴 하지만 황족의 정예급 천재다웠다. 녀석은 목진이 여태껏 상대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강했다.

다만, 제아무리 대단해도 최후의 승자는 목진이었다.

잠시 후,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황현지의 체내에서 세 갈래 혈광이 날아올라 수중에 내려앉았다. 이는 녀석이 공령아 등한테서 빼앗은 6할의 준성급 혈정이었다.

“드디어 따냈어.”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이것만 있으면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슉!

그때 혼미한 황현지의 몸에서 갑자기 금광이 발하더니 녀석은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화신지 밖으로 향했다.

이에 목진은 막아 나서지 않았는데 황현지가 목진을 죽일 수 없듯 목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배후에는 성급이 있어 대결의 승패를 가리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일단 도를 넘으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진은 아직 성급을 상대할 정도가 아니라서 어머니를 괜히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목진은 황현지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녀석은 실력을 회복하는 데 일정한 시일이 걸릴 텐데 그 정도 시간이면 목진은 아마 선급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때 가면 목진이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어느덧 구유도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날아오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을 바라봤다.

“네가 정말 황현지를 이길 줄이야…….”

구유는 이를 악물고 말하더니 목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목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기껏해야 자신을 데리고 화신지를 무사히 벗어날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진은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었고,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녀석을 쓰러트렸다. 이제 더는 구유의 혈맥을 탐내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수확이야.”

목진은 혈정 세 알을 만지작거리며 생긋 웃었다. 그런데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공령아 등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수중의 준성급 혈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녀석들은 그제야 준성급 혈정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자네…….”

공령아는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허허, 우리는 이만 가보겠네. 기회가 되면 다시 봅시다.”

목진은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구유의 손을 잡고 함께 화신지를 떠났다.

그는 공령아 등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잘 알았는데, 녀석들은 파렴치하게도 그한테서 준성급 혈정을 다시 가져가려 한 것이다.

녀석들은 처음부터 진심으로 목진과 협력하려던 것이 아니라 목진을 이용해 황현지의 발목을 잡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대결의 전리품인 준성급 혈정을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

목진이 떠나자 공령아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미간을 확 찌푸린 채 이를 꽉 깨물었고 옆에 서 있던 임창과 소천도 언짢은 듯 씩씩거렸다.

그러나 제아무리 화가 나도 감히 덤비지는 못했다. 목진은 황현지마저 쓰러뜨린 엄청난 강자였는데 그들이 찾아간들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령아 등은 너무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목진과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각자 2할의 준성급 혈정은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야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 * *

철푸덕!

화신지에서 두 갈래 빛이 솟구쳤다.

화신지에서 나온 목진은 바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사람들은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힐끗거리다가 목진이 주위를 쓰윽 훑자 바로 눈길을 거뒀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구유와 함께 천황 족장에게 다가갔다.

“구유를 무사히 데려왔네요.”

“목진아, 너는 우리 구유족의 은인이다. 내 구유족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구나.”

천황 족장은 껄껄 웃으며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정중하게 큰절을 올리려 했다.

“선배님, 그런 말씀 마세요. 구유가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저는 절대 지금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 이 정도는 기꺼이 할 수 있어요.”

목진은 황급히 다가가 천황 족장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구유가 우리 늙은이들보다 안목이 있구나.”

천황 족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이 가볍게 웃었다.

“화신지 쟁탈전은 인제 끝났으니 우린 이만 돌아갑시다.”

어차피 준성급 혈정을 획득했으니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이 불쾌해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흥, 어딜 가려는 것이냐? 내 너희를 이대로 보내줄 것 같으냐? 당장 준성급 혈정을 내놓거라!”

뒤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말소리에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돌리니 황족 장로였다.

“이건 황족의 뜻인가요?”

이에 황족 장로가 이내 정색하며 말하려 했는데 황왕 황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입 다물라!”

황족 장로는 다른 신수 종족 강자들의 경멸의 눈초리가 느껴져 바로 입을 닫았다. 신수 세계에서 강자가 제일이라 황현지를 이긴 목진이 준성급 혈정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황족에서 종족의 힘으로 목진을 위협하려는 것은 상스러운 짓이었다.

다행히 황김은 아직 제정신이라 바로 장로를 다그치고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황족은 그렇게까지 옹졸한 종족이 아니란다. 네가 현지를 이겼으니 준성급 혈정은 네가 가져가는 것이 마땅하단다.”

목진은 흠칫 놀라 황김을 힐끗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의 어머니가 성급 대종사만 아니었으면 황김은 절대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떠났고 구유, 천황 족장 등도 신속하게 그 뒤를 따랐다.

목진은 최대한 빨리 준성급 혈정을 제련해 흡수하고 싶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진정한 탈바꿈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자못 기대되었다.

한편, 화신지 주위에 서 있는 신수 종족 강자들은 감탄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이번 기회로 훨씬 더 유명해질 것이다.

목진은 현재 구유족 뒷산의 한 산봉우리에 놓인 청색 바위에 앉아있었다. 그는 봉황족을 떠난 뒤, 바로 목부로 돌아가지 않고 구유와 함께 구유족으로 돌아왔다.

구유는 구유족에서 준성급 혈정을 제련해 진화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목진은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 또 6할의 준성급 혈정을 제련할 적당한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멀리 떨어진 커다란 산맥을 바라봤는데 벌거벗은 산맥에서 뜨거운 고온이 방출해 주위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구유가 진화를 시작했다.

“구유가 수련을 시작한 모양이군. 부디 성공하길…….”

천황 족장도 목진 옆에 서서 커다란 산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괜찮은 척했지만 무척 긴장한 듯했다.

“걱정 마세요. 구유는 분명 성공할 거예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위로하자 천황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이곳에서 수련하거라. 주위 십만 리 범위를 봉쇄했으니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란다.”

며칠 전, 목진 등이 구유족으로 돌아와 전한 소식 때문에 구유족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들은 황현지가 구유의 불사조 혈맥을 탐낸 사실에 화가 났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봉황족이 너무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다들 구유가 크게 다쳐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목진이 나타나 무려 황현지를 쓰러뜨렸다니…….

신수 종족, 특히 날짐승류 신수에서 황현지는 상당히 유명했는데 그마저 목진에게 질 줄이야.

그 후로 목진은 구유족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목진이 얼굴을 비추기만 해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고마워요, 천황 족장님.”

목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마. 이쪽 움직임은 계속 살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리거라.”

천황 족장은 괜찮다며 손을 휘익 젓더니 구유쪽을 바라보며 말했고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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