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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35화 (934/1,000)

935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

천황 족장이 떠나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혈단 세 알을 꺼냈는데 표면에 영력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혈단의 혈기가 새어나갈까 봐 목진이 그린 봉인이었다.

그런데도 목진 체내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혈단을 보자마자 탐욕스럽게 울부짖었다.

“정말 기대되는군.”

목진이 중얼거리다가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의 피와 살이 파르르 떨렸고 피부 표면에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치익!

용과 봉황의 그림자는 목진의 몸에서 벗어나더니 순식간에 폭등해 거대한 용과 거대한 봉황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녔다.

눈부신 황금색을 띤 두 녀석은 황금으로 빚은 것처럼 위엄 넘치고 존귀한 것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이들이 바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육신은 흐릿했고 내뿜는 영력 파동 역시 지지존 대원만급 정도였다.

“준성급 혈정이 실망시키지 않길.”

말을 마친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혈단에 새겨진 영문 봉인이 금세 사라지고 도천의 혈기가 휘몰아쳐 주위가 순식간에 암홍색으로 변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탐욕스럽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려 도천의 혈기를 부단히 흡수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아무리 흡수해도 혈단은 계속해서 혈기를 내뿜었다. 이것만 봐도 혈단에 깃든 혈기가 얼마나 왕성한지 알 수 있었다.

하여 오래도록 변화가 없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황금빛을 발하던 육신은 색이 점점 짙어졌고 용린과 봉황의 깃털에 지극히 오래된 무늬가 형성되었다.

녀석들의 흐릿한 영혼에 육신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광경에 목진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완전히 탈바꿈하려면 대량의 혈기가 필요한데 6할의 준성급 영단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군.”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 * *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갔다. 목진의 수련지는 늘 도천의 혈기로 가득 차 있었고 하늘에는 두꺼운 혈운으로 뒤덮여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또한, 인적이 드문 곳인 데다가 천황 족장의 명으로 감히 아무도 가까이하지 못했다.

목진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는데 두 녀석은 보이지 않고 두꺼운 혈운이 모여 커다란 빨간색 알 두 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진 앞에 떠 있는 준성급 혈정은 절반 정도 작아졌지만 여전히 웅장한 혈기를 내뿜었다.

빨간색 알에서 지극히 강대한 생명의 파동을 느낀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잇따라 목진은 구유가 수련 중인 산맥을 바라봤는데 검은색 화염이 이글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검은색 화염은 커다란 산맥을 녹일 것만 같았다.

또한,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신비롭고도 오래된 파동을 내뿜었다.

“구유의 진화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나 보군.”

목진은 자못 기대되었다. 구유가 일단 진화에 성공하면 엄청난 신수가 될 것이고 천지존으로 거듭날 것이다.

“나도 서둘러야겠군.”

말을 마친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준성급 혈정이 내뿜는 혈기가 더욱 그윽해졌고, 목진은 다시 눈을 감았다.

* * *

잠시 후, 그는 난폭한 뇌명에 다시 눈을 떴다. 구유가 수련 중인 산맥의 위쪽 하늘에 뇌운이 모였고 번개가 번쩍이며 파멸의 뇌겁의 힘을 모으고 있었다.

“뇌겁이군!”

목진은 두꺼운 뇌운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인간이 천지존경에 이르기 전에 천장을 겪어야 하듯 엄청난 신수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겁난을 이겨내야 한다.

이제 구유가 엄청난 신수가 되기까지 한 보밖에 남지 남았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다른 영력 파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산봉우리에 천황 족장과 구유족 장로들이 한곳에 모여 손을 땀을 쥐고 묵직한 뇌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쿵!

그때 뇌운이 갑자기 찢어지며 굵직한 벼락이 내려앉자 그을린 냄새가 진동했다. 벼락에는 상당히 무서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활활!

그런데 벼락이 검은색 화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산맥에 닿기 직전, 검은색 불기둥이 솟구쳤다.

쿵!

양자가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고 잠시 대치하더니 함께 사라졌다.

쿠쿵!

그러나 뇌겁은 이대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뇌운이 요동치자 천황 족장마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은색 벼락이 끊임없이 내려앉았다. 이는 꼭 산맥에서 진화를 준비 중인 생명체를 완전히 죽이려는 것 같았다.

하여 산속에서도 도천의 흑염을 내뿜어 검은색 불의 방패를 형성했다.

쿠쿠쿵!

벼락이 점차 무서운 기세로 내리꽂히자 검은색 불의 방패는 점차 약해지다가 결국 부서졌다.

잇따라 뇌운이 한데 모이더니 지금까지 내린 벼락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굵은 벼락이 내리쳐 산봉우리를 정확하게 맞혔다.

산봉우리에 서 있던 천황 족장 등은 산이 녹아내리듯 와르르 무너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평지가 된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끼익!

그런데 그때, 거대한 검은색 화염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입을 쩍 벌려 벼락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맑은 봉황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에 다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색 화염을 온몸에 뒤집어쓴 검은색 봉황이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신비롭고도 오래된 파동을 내뿜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귀해 보였다.

목진은 검은색 화염을 뒤집어쓴 녀석을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흐뭇하게 웃었다.

구유가 드디어 최종 진화를 무사히 마치고 일반 신수에서 엄청난 신수인 상고의 불사조로 거듭난 것이다.

기쁨도 잠시, 목진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위쪽에 쌓인 두꺼운 혈운이 잉태하고 있는 생명도 곧 태어날 것만 같았다.

“드디어 알을 깨고 나오려 하는 것인가?”

* * *

“성공했단 말인가?”

산봉우리에서 상황을 살피던 천황 족장, 육 장로 등 구유족의 장로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검은색 봉황을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돌았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구유족의 체내에 불사조의 혈맥이 깃들어있긴 하지만 이를 부활시켜 불사조로 진화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구유가 상고의 불사조가 되자 구유족 사람들은 바로 혈맥의 압박감을 느꼈다.

“육 장로, 구유는 이제 천지존이겠지?”

천황 족장은 흥분한 마음을 안고 물었다. 그는 구유의 웅장하고도 오래된 영력이 강대해진 걸 느껴졌지만 진화를 마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구유는 아마 영급 후기에 이르렀을 거예요.”

유심히 구유를 살펴보던 육 장로가 흥분된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답했다.

신수의 수련은 인간과는 완전히 달랐다. 인간은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지만 신수는 여러 해 동안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다가 일단 고비를 넘기면 인간이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한순간에 실력이 확 늘어난다.

영력 등급으로만 따지면 구유가 목진보다도 강한 셈이었다.

“영급 후기라니!”

천황 족장과 다른 장로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구유족에 천지존이라곤 지금껏 영급인 육 장로밖에 없어 사람들이 늘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곤 했다.

특히, 육 장로는 나이가 들어 수련 속도가 상당이 느렸고 더는 실력을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구유가 진화에 성공하면 구유족은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구유는 진화에 성공해 상고의 불사조 같은 엄청난 신수로 거듭났는데 이는 엄청난 신수 실력 순위 3위권에 들 만큼 강대한 존재였다.

구유 덕분에 일반 신수 종족은 물론이고 엄청난 신수 종족들도 더는 구유족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쿠쿵!

그때 갑자기 또 나지막한 뇌명이 들리자 다들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왜 아직도 뇌겁이 남아있단 말인가?”

그들은 하늘에 또 두꺼운 뇌운이 모여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구유한테 향하는 게 아니에요!”

육 장로가 흠칫 놀라 소리치자 천황 족장이 멈칫했다.

구유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그는 황급히 목진 쪽을 바라봤는데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방대한 혈운에서 무서운 파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혈운이 도대체 어떤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단 말인가?”

천황 족장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혈운의 짙은 혈기 때문에 내부 상황을 알 수 없었는데 이는 육 장로도 마찬가지였다.

꽈르릉!

목진도 난폭한 뇌명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형태를 갖춘 뇌운과 그곳에서 느껴지는 파멸의 파동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뇌운에 깃든 힘은 구유가 겪었던 뇌겁보다 훨씬 강력해 보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의 몸에 깃든 것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으로 불사조 못지않은 엄청난 존재였고, 그런 녀석들이 동시에 진화하려고 하고 있으니 구유의 뇌겁보다 무서운 것은 당연했다.

“막아낼 수 있길…….”

목진은 거대한 빨간색 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뇌겁은 외부의 도움이 아니라 온전히 두 녀석이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

쿵!

그때 두꺼운 뇌운이 준비를 마치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검은색 뇌광 두 갈래가 사정없이 내려앉았다.

쿵!

이어 하늘이 파르르 떨리더니 빨간색 알에 깃든 웅장한 혈기가 들썩였는데 꼭 알의 일부가 무언가에 먹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쿠쿵!

뇌겁은 난폭한 기세로 미친 듯이 빨간색 알을 공격했는데 이를 바라보던 육 장로마저 머리가 지끈거렸다.

거대한 빨간색 알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작아졌다.

이에 목진이 합장하자 앞쪽에 떠 있던 준성급 혈정은 부서져 도천의 혈광이 되어 하늘 높이 피어올라 빨간색 알들에 스며들었다.

웅장한 혈기를 주입하자 빨간색 알들도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꽈르릉!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내려앉은 벼락에 빨간색 알은 다시 작아지더니 어느새 천 장 정도로 작아졌다.

천황 족장 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빨간색 알들은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정작 목진의 표정은 점차 밝아졌고, 빨간색 알에 깃든 두 갈래 강력한 생명 파동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을 발견했다.

어느새 검은색 뇌운은 미친 듯이 몰려와 깔때기 모양을 이루더니 무서운 뇌광을 모았다가 아주 굵직한 검은색 벼락을 내뿜었다.

그런데 이 검은색 벼락은 절반 정도 내려오더니 반으로 갈라졌고 검은색 뇌룡과 뇌봉으로 변했다. 녀석들의 몸에 깃든 힘은 주위의 십만 리 범위의 땅을 순식간에 평지로 이루고도 남을 정도였다.

다행히 빨간색 알 두 개가 쩍! 하고 갈라지며 경천의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천황 족장 등은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대한 용과 거대한 봉황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는 거대한 용의 비늘은 신비로운 빛을 발했고 표면에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상당히 신비로워 보였다. 또 온몸에는 파멸의 힘이 깃든 것 같았다.

그리고 거대한 봉황도 황금으로 빚은 것처럼 존귀하고 위엄이 넘쳤으며 깃털에서 부단히 황금색 암장이 흘러내렸다. 암장은 순식간에 떨어진 곳을 녹였다.

이와 동시에, 두 갈래 무서운 압박감이 형성되어 천황 족장 등은 화들짝 놀랐다.

“저…… 저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아닌가!”

천황 족장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을 바라봤다. 신수 종족인 그들은 우월한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을 느꼈다.

더구나 녀석들은 허상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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