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화. 목부의 형세
“이럴 수가!”
육 장로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
“목진이 어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을 낳았단 말인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용족과 봉족 중에서도 혈맥이 진귀하기 그지없어 가진 자들이 몇 없었다. 그런데 인간 사내인 목진이 녀석들을 탄생시키다니!
한편,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강대한 육신으로 빠르게 내려앉은 뇌룡, 뇌봉과 부딪쳤다.
쿠쿵!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뇌광이 빗발쳤지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끄떡없었다.
또한, 녀석들이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은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녀석들은 무려 선급 천지존경에 이르렀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무려 선급 초기에 이르렀다니!”
육 장로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천황 족장 등은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녀석들이 태어나자마자 선급 천지존경에 이를 줄 몰랐다.
“선급에 이르다니…….”
목진도 상당히 놀랐다. 그는 녀석들이 기껏해야 영급 후기일 줄 알았는데 자신보다 훨씬 강한 선급에 이르렀을 줄이야…….
그런데…….
목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지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두 녀석은 목진이 탄생시킨 것이 아닌 수련해낸 화신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그한테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울부짖으며 금광으로 변해 내려앉았다. 진정한 용은 자그마한 뱀이 되어 목진의 옷 안으로 들어갔고 진정한 봉황은 황금색 새로 변해 어깨에 내려앉았다.
목진은 녀석들과의 오묘한 연계를 느끼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오랜 시간 수련한 끝에 드디어 녀석들을 배양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때 흑염을 뒤집어쓴 불사조도 내려앉더니 늘씬한 여인으로 변했다. 다들 고개를 돌렸는데 전과는 달라진 구유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검은색 치마를 입은 구유의 몸매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긴 머리를 축 드리운 모습은 신비롭고도 존귀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흑염이 타오르는 것처럼 그윽한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푹 빠져들 것 같았다.
진화하기 전의 구유가 야성미 넘치는 냉미녀였다면 지금은 신비롭고 고혹적이면서 혈맥에서 비롯된 존귀한 기운 때문에 아무도 쉽게 가까이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목진의 시선을 느낀 구유는 고개를 돌리더니 생긋 웃었다.
이에 목진도 이내 미소를 지었다. 구유가 어떻게 변하든 그녀는 여전히 목진을 지켜줬던 여인이었다.
* * *
천라대륙 북계 목부 본부 대전에 앉아있는 목진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높이 쌓인 문서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는 목부 휘하의 각 세력에 관한 자료와 저들이 바친 공봉이 적힌 문서들로 상당히 복잡했다.
“아이고.”
문서를 한참 바라보던 목진은 고개를 들고 옆에서 히쭉거리는 만다라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걸 꼭 내가 해야만 할까?”
“목부의 주인은 너야. 그러니 목부에 관한 상황을 잘 알아야하지 않겠어?”
만다라가 입을 삐쭉 내밀며 한 말에 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름 전, 목진은 구유와 함께 목부로 돌아왔다. 잠시 쉴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만다라는 오래도록 목부를 나 몰라라 한 목진이 얄밉다며 매일 문서를 대량으로 들고 왔다.
목진은 황현지와 싸우는 것보다 지금이 더 힘들었다.
“너희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겠어.”
목진은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외쳤다. 그도 만다라가 일부러 이런다는 걸 잘 알았다. 목부를 설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목부를 제대로 관리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이에 옆에 서 있던 구유와 현천노조도 피식 웃었다.
두 달 전, 목진이 화신지에서 황족 소족장인 황현지와 싸운 일이 대천세계 곳곳에 퍼져 목진은 이전보다 훨씬 유명해졌다. 황현지의 실력은 무려 선급 중기의 천지존을 죽인 적이 있는 무서운 녀석이었다.
그런데 황족의 천재가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했으니, 목진의 실력이 황현지보다 강하다는 게 증명되었다.
목진은 아직 겨우 영급 중기였지만, 언젠가 선급에 이르면 성급 이하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다라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지더니 콧방귀를 뀌며 문서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건 목부의 지난해 수익으로 지존영액 19억 방울이야.”
“19억이라…….”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대라천역의 1년 수익이 1억 방울도 안 되었었다.
“많은 것 같아?”
목진의 놀란 표정을 본 만다라는 그를 흘겨보며 말을 이어갔다.
“많지 않아?”
목진은 히쭉 웃으며 물었다
“지존 영액 19억 방울 중, 네가 수련하겠다며 7억 방울을 가져갔고 현천 장로에게 지급되는 것도 4억 방울이나 돼. 그리고 구유도 천지존경에 이르렀으니 한 해에 적어도 지존영액을 4억 방울은 줘야 하겠지? 그럼 남은 지존영액은 4억 방울밖에 안 돼. 목부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왠지 미안해졌다. 그만해도 목부 전체 자원의 3할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지존경에 이르러 수련에 필요한 지존영액의 양이 확실히 많아져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존영액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련 효율이 확 떨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천지존경에 이르면 세력을 만들거나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에 가입하는 이유기도 했다.
“나한테는 그렇게 많이 안 줘도 돼.”
구유는 지존영액을 이렇게 많이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
“이건 규칙이야. 천지존은 한 세력의 실력이자 대들보야. 만약 목부가 그 정도도 주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천지존이 우리를 찾아올까?”
만다라는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목부가 차지한 땅으로는 기껏해야 천지존 세 명밖에 먹여 살리지 못해. 더는 받아들일 수 없어.”
목진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는 목부의 발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다. 천지존은 세력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로 그 수로 세력이 강함을 가늠할 정도였다.
“그럼 어떡하지?”
목진이 한 말에 만다라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일단 지금 상황을 유지하며 느긋하게 발전하거나 지역을 더 넓혀 더 많은 자원과 땅을 차지하면 돼.”
“현재, 천라대륙 세력들의 배후 세력들은 목부를 잔뜩 경계하고 있어 북계 이외의 땅은 크게 노리지 않았어. 그러다 저들이 뭉쳐 우리를 상대하려 하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천라대륙 세력들의 배후가 누군지 조사는 했어?”
만다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족자를 건넸다.
이에 목진이 족자를 건네받아 펼쳐보니 다섯 개의 엄청난 세력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주인들은 대천세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단양산(丹陽山)의 단양노조(丹陽老祖).
현음성(玄陰城)의 유현(幽玄) 성주.
자뢰선종(紫雷仙宗)의 자뢰존자(紫雷尊者).
백호곡(白虎谷)의 백호왕(白虎王).
영귀문(靈鬼門)의 귀제(鬼帝).
영귀문의 귀제는 무려 선급 중기에 이르렀고 나머지 네 사람은 선급 초기 천지존이었다.
“천라대륙은 역시 엄청나군. 이 정도 실력을 지닌 이들이 무려 다섯 명이나 있으니 말이야.”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천지존을 파견하지 않았고 각자의 세력을 배양해 서로 다투게 했는데 갑자기 목부에 너 같은 요물이 나타나 갑자기 천라대륙의 규칙을 완전히 부숴버릴 줄 몰랐을 거야.”
만다라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목부가 북계를 통일하자마자 다섯 곳이나 되는 엄청난 세력에서 몰래 경고문을 보냈어. 우리더러 천라대륙의 다른 지역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들은 목부의 대외 확장을 몰래 방해하기도 했어.”
“그러다 네가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사실이 알려지자 저들은 더는 함부로 나서지 않았어.”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다라의 말을 들었다. 녀석들은 성급 대종사면서 부도신족의 대장로인 목진의 어머니가 두려워 감히 나서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목부는 실력이 막강하지만 다섯 곳의 강대한 세력들 때문에 북계에 갇혔다. 만약 강제로 북계 이외의 지역을 차지하려 들면 녀석들은 함께 나서서 목부를 없애려고 할 것이고 목부한테는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목진은 어머니의 도움 없이 목부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면서 발전시키고 싶었다.
그러려면 목부는 천라대륙부터 차지해야 했다. 그래야 진정한 대천세계의 거물급 세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목부가 계속 발전한다면 엄청난 세력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청연정이 부도신족의 대장로가 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나섰을 것이었다.
녀석들은 계속해서 강대해지는 목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급할 거 없어.”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녀석들은 겁에 질려 스스로 천라대륙을 떠나게 될 거야.”
시간만 충분하면, 혹은 목진이 선급 천지존경에 이르면 녀석들은 더는 감히 덤비지 못할 것이다.
그때 가서 목진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천라대륙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시간을 주지 않을까 봐 무섭군.”
만다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고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며칠 전에 단양산, 현음성 등 엄청난 세력 다섯 군데가 천라맹(天羅盟)을 만들었어.”
“천라맹이 목부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걱정돼.”
목진은 금세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녀석들이 목부가 천라대륙을 장악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연맹까지 만들었을 줄은 몰랐다.
목진이 침묵을 지키자 대전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런데 그때, 대전 밖에서 한 갈래 영광이 날아 들어와 만다라가 휙 낚아채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왜 그래?”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고 만다라는 이내 정색하며 답했다.
“천라맹의 5대 거장이 사흘 뒤에 천라성(天羅城)에서 천라연(天羅宴)을 여는데 너보고 참석하래.”
“무슨 꿍꿍이일까?”
현천노조의 말에 만다라는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떡할래?”
이에 목진이 탁자를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제법이군. 저들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랐는데 나를 꺾으려고 이렇게 빨리 나설 줄은 몰랐네.”
“그럼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말을 마친 목진은 경천의 기세를 내뿜었다. 그러자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했고 옷이 펄럭이는 것이 꼭 패왕이 강림한 것처럼 보였다.
대전에 영력이 요동치며 용음이 울려 퍼지자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다.
목진 체내에서 폭발한 영력 파동에 현천노조마저 흠칫 놀랐다. 날이 갈수록 강대해지는 목진은 아마 현천노조도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천라맹이 왜 갑자기 도발하는 걸까? 저들은 분명 너를 잔뜩 경계했는데 말이야.”
만다라가 이내 정색하며 묻자 목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분명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텐데…….
그런데 지금은 왜 겁도 없이 목진을 불러낸 걸까? 그들은 청연정이 두렵지도 않은 걸까?
“이틀 동안 이 일을 조사해봐. 천라맹의 목적을 알아야겠어.”
목진은 손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는 신중한 사람이었고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수록 승산이 높은 법이었다.
이에 만다라는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