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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37화 (936/1,000)

937화. 천라맹

천라맹에 관한 조사 결과는 바로 나왔다. 이튿날, 대량의 정보가 목진의 앞에 나열되었다. 목진은 열심히 정보를 열람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눈길을 거뒀다.

“어쩐지…… 역시 누군가 뒤에서 저들을 조종하고 있었군.”

“누구?”

목진의 말에 구유는 흠칫 놀라 물었다.

“한 달 전, 마하고족에서 저들을 찾아갔다고 적혀 있어.”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하고족?”

만다라, 구유, 현천장로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마하고족이 천라대륙에까지 와서 꼼수를 부릴 줄 몰랐다.

“우리는 마하고족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왜 갑자기 여기까지 찾아와서 너를 잡지 못해 안달인 걸까?”

만다라가 어리둥절하여 묻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반년 뒤면 마하고족의 만고회가 열리거든.”

목진의 엉뚱한 발언에 만다라 등은 순간 어쩔 바를 몰랐다. 그들은 만고회가 목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마하고족에 만고불후신이 있고 만고회는 만고불후신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열리는 대회야.”

목진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불후대제께서는 마하고족에게 만고불후신을 보관하라고 했을 뿐인데 녀석들은 언젠가부터 자신들을 만고불후신의 주인으로 여겨 타인이 끼어드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있어.”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마하고족은 만고불후신이 외부에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고회가 시작하기 전에 대천세계에서 불후금신을 수련한 강자들을 찾아낸 뒤, 각종 수단을 써서 만고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들었어.”

“내가 요즘 부쩍 유명해지자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해. 어머니 때문에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천라맹을 만들어 나를 제압하려는 거야.”

“비열한 자식들!”

구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마하고족의 수단에 치를 떨었다.

불후대제가 만고불후신을 마하고족에 맡기고 대일불멸신과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대천세계에 알린 것은 만고불후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녀석들은 수호자가 아니라 주인이 되기 위해 불후금신을 수련해낸 다른 강자들이 만고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이보다 비열할 수는 없었다.

“만고불후신은 대천세계의 5대 원시 법신 중 하나로 불후대제 같은 대천세계의 제일 강자를 배출했기 때문에 마하고족에서도 종족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작을 부린 것 같아.”

만다라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이에 현천 장로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럼 어떡한단 말인가? 천라연에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에 목진은 예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초청장을 받고도 가지 않으면 어렵게 키운 명성이 바로 무너질 거예요.”

목진은 선급에 이르기 전까지 엄청난 세력 다섯 군데를 내버려 뒀다가 회담을 열려고 했다.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고 체면을 구기는 일도 없을 텐데, 녀석들이 이렇게 참을성이 없다면 목진도 굳이 선심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

“이틀 뒤, 연회에 참석할 거라고 알려.”

목진이 눈을 감으면 한 말에는 살기가 잔뜩 깃들어있었다. 녀석들이 먼저 시비를 걸면 그는 목부가 천라대륙을 차지하는 일을 서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 * *

천라맹이 천라연을 열어 목부의 주인을 초청한 일이 알려지자 천라대륙 전체가 들썩였다.

목진이 대천세계에서 유명해질수록 목부의 지위도 부쩍 상승했고 미래가 창창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천라대륙 세력들의 뒷배 세력들은 계속해서 강대해지는 목부를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천라맹을 만든 것이다. 천라맹은 천라대륙의 8할 정도의 구역을 차지해 목부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겼다.

이에 목부에 가입하려던 일부 세력은 주춤거렸다. 그러다 천라맹이 목부를 완전히 제압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천라연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천라대륙 사람들은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천라연에서 천라대륙 패주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천라대륙 만 년 사이 벌어진 가장 큰일이었고, 그곳에서 천라대륙의 진정한 패주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천라맹일지 목부일지는 천라연이 지나고 나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다들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다.

* * *

천라성은 현재 현라맹의 본부로 그 중심에 궁전 하나가 우뚝 솟아올랐는데 그중 원형 탁자가 놓인 밀실에 다섯 명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들은 비록 영력을 끌어올리지는 않았지만 무서운 압박감이 형성되어 밀실의 내부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목부 부주 목진이 천라연에 참석하겠다고 했네.”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목진은 정말 독한 녀석이네. 그는 일전에 봉황족의 황현지마저 쓰러뜨렸는데 우리가 정녕 이런 사람을 건드려야 한단 말인가?”

“단양노조, 선급 천지존인 당신이 어찌 영급 밖에 안 되는 녀석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말에 눈에서 뇌광이 번쩍이는 중년 사내가 히쭉거리며 물었다.

“영급 밖에? 그럼 자뢰존자가 직접 녀석을 상대해보게. 자네가 녀석과의 대결에서 상처 하나 없이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내 앞으로 자네가 뭐라고 하든 절대 반대하지 않을 걸세.”

보라색 도포 노인이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중년 사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황현지마저 목진의 상대가 안 된다면 목진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자뢰존자도 혼자서는 절대 목진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그만하게. 더는 싸우지 말게.”

그때 누군가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밀실이 순간 추워졌다. 단양노조와 자뢰존자는 바로 조용해진 채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바라봤다.

상대방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창백한 얼굴에 눈은 움푹 파였고 회백색 눈동자에 사망의 기운이 깃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그는 선급 중기 천지존인 영귀문의 귀제로 다섯 명 중 최강자였다.

“목부가 뭘 원하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목진은 분명 천라대륙의 패주가 되려는 것이네. 만약 우리가 지금 녀석을 잡지 않으면 우리는 언젠가 천라대륙을 떠나야 할 것이네.”

귀제가 회백색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단양노조 등도 동의하듯 이내 정색한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목진의 어머니는 무려 부도신족의 대장로…….”

단양노조의 말에 귀제가 한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 말게. 마하고족은 절대 부도신족이 이 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주겠다고 했네. 우리한테는 마하고족이 있으니 괜한 걱정할 필요가 없네. 그리고 우리가 목진을 죽이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는 녀석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만들 것이네. 그렇게 하면 임무를 완성한 것 아닌가? 그럼 마하고족이 우리가 천라대륙을 차지할 수 있도록 전력으로 도울 것이네.”

이에 단양노조 등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귀제를 바라봤다. 천라대륙의 패주가 되는 것은 그들이 꿈에도 바라던 일이었는데 마하고족이 지지해주면 이곳을 노리는 다른 세력들은 감히 나서지 못할 것이다.

“그럼 어디 해봅시다!”

단양노조 등은 서로 마주 보며 결심을 내렸다.

그들은 목부나 목진의 반응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목부는 결국 목진이 혼자서 지탱하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녀석의 전투력이 엄청나긴 하지만 혼자서 이들 다섯 명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흥, 이건 다 네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벌어진 일이란다. 천라대륙은 너 따위가 차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 * *

천라대륙 중부에 있는 웅장한 도시 천라성은 천라대륙의 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 한 세력이 이 도성을 온전히 차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여러 정예급 세력이 함께 관리했다.

천라맹이 형성되자 다섯 군데의 엄청난 세력은 이를 차지할 자격을 갖춰 이튿날, 바로 이곳을 천라맹의 본부로 정했다.

그러나 천라맹이 너무 강해 아무도 감히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그들은 원래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부단히 싸우기만 했는데 목부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연맹의 방식으로 한데 뭉쳤다.

이틀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사흘째 되는 날 태양이 웅장한 도성을 비추자 도성은 바로 엄청난 활력으로 가득했다.

현재 천라성은 천라대륙에서 제일가는 관심거리가 되어 사람들이 벌레떼처럼 모여들었다. 또 천라연을 통해 천라대륙의 패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목부는 목진 덕분에 여러 차례의 기적을 창조하며 부쩍 성장했고 새로 설립한 천라맹도 뒷배가 상당했다. 다섯 군데의 엄청난 세력이 이룬 연맹은 대천세계에 놓고 봐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두 세력이 만났으니 분명 승패를 가리려 할 것이고, 천라대륙에도 결국 주인이 생길 것이다.

이는 천라대륙 천 년 이래 가장 성대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도성의 중심 구역에 있는 옥광을 발하는 드넓은 백옥 광장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슈슉!

천라성에 온 사람들은 전부 광장 주위에 내려앉았는데 다들 천라대륙의 유명한 강자나 일류 세력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오늘 들러리에 불과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목부와 천라맹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경외의 눈빛으로 광장의 수석을 바라봤는데 다섯 개의 황금빛을 발하는 황금 왕좌에 다섯 명이 앉아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이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전부 선급 천지존이었다!

다섯 명의 선급 천지존들은 천라대륙의 정예 세력들의 뒷배로 그동안은 조용히 지냈지만, 목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급 천지존이 다섯 명이나 되다니…… 정말 무섭군. 우리 천라대륙에 이토록 무서운 존재가 숨어있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사람들은 경외의 눈빛으로 신령을 바라보듯 왕좌에 앉아있는 다섯 사람을 쳐다보며 이내 감탄했다.

“천라맹은 이번에 목부와 제대로 싸우려는 것 같군.”

“목부의 성장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 주인도 독한 사람이네. 듣기로 일전에 그는 황족의 황현지마저 쓰러뜨렸다네.”

“목부의 주인은 목진이 아닌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라천역의 고위층일 뿐이었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니, 참 무서운 사람일세.”

“이번에 과연 누가 승리할까?”

“천라맹이 아닐까? 이쪽에는 선급 천지존이 무려 다섯 명이나 있으니 말이야!”

“목진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네. 그가 이룬 성과는 전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네.”

“아무튼 오늘의 천라연은 상당히 흥미롭겠군.”

* * *

사람들이 어느새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들 천라맹이 천라대륙의 패주 자리 때문에 일부러 목부를 초청한 것임을 잘 알았다.

목부의 젊은 부주는 절세의 천재로 이룬 성과도 상당한데 어찌 쉽게 고개를 숙일까? 오늘 양자 사이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정작 황금 왕좌에 앉아있는 이들은 눈을 감고 있다가 가끔 눈을 뜨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곤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태양이 하늘 정중앙에 걸렸다.

끼익!

그때 맑은 봉황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전해졌다.

슉!

다들 고개를 번쩍 들고 저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극강의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황금 왕좌에 앉아있는 단양노조 등도 눈을 부릅뜬 채 하늘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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