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938화 (937/1,000)

938화. 천라맹과 목부의 대결

잠시 후, 하늘에 검은 점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검은색 봉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화염을 뒤집어쓴 녀석은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순식간에 도성에 진입했는데 혈맥에서 비롯된 위압감에 다들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 저건 무슨 신수란 말인가?”

“위압감이 엄청난 것이 봉황이나 용족 못지않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을 가리며 백옥 광장을 향한 거물을 쳐다봤는데 그 엄청난 위압감에 적잖게 놀랐다.

귀제, 단양노조 등도 미간을 찌푸린 채 서로 마주 봤는데 역시나 제법 놀란 듯했다.

“저…… 저건 말로만 듣던 불사조가 아닌가?”

그들은 선급 천지존이라 바로 검은색 봉황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흠칫 놀랐다.

불사조도 영급 후기에 이르러 전투력이 상당해 보였다.

“목진 부주, 왔으면 이만 모습을 드러내게.”

귀제는 회백색 눈동자를 굴리며 불사조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색 봉황의 커다란 머리 위에 늘씬한 청년이 뒷짐을 쥔 채 서서 무한의 압박감을 방출하고 있었다.

귀제의 말에 청년은 가볍게 웃더니 귀신처럼 바로 백옥 광장의 중심에 나타났다.

또한, 거대한 검은색 봉황도 울부짖더니 한 갈래 흑염이 되어 내려앉아 목진의 뒤쪽에서 늘씬한 여인으로 변했다.

이와 동시에,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가 목진과 구유 뒤쪽에 나타났다.

그들은 현천노조와 만다라를 비롯한 목부의 강자들이었다.

떠들썩했던 도성은 금세 조용해졌고 다들 경외의 눈빛으로 목부 무리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뒷짐을 쥐고 가볍게 웃으며 서 있는 청년은 왕좌에 앉아있는 다섯 명의 선급 천지존을 앞에 두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목진 부주는 역시 대단하군. 이렇게 어린 나이에 무려 천지존이 되었으니 말이야.”

귀제는 회백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지그시 쳐다봤다.

“빈말은 그만하게. 천라맹이 설마 나와 인사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니지 않나?”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귀제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단양노조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맞네. 상의할 일이 있어 목진 부주를 부른 것이네.”

그는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목진 부주도 알다시피 우리는 천라대륙에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고 지금은 이곳의 안정을 위해 연맹까지 만들었네. 그러니 목진 부주도 천라대륙을 위하여 패주의 꿈을 포기하게.”

“대신 우리가 목부에 보상을 주겠네. 의논 끝에 천망대륙(天蟒大陸)을 줄까 하는데 어떤가?”

단양노조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천라대륙의 일류 세력들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바로 원하는 바를 알린 천라맹이 참 독하다고 여겼다.

천망대륙은 천라대륙과 제법 가까운 곳에 있는 대륙이긴 하지만 소형 대륙으로 자원이 한정적이라 천라대륙과는 천지 차이였다.

이에 목부의 강자들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라대륙을 포기하고 천망대륙으로 가라니, 천라맹은 정녕 목부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자연스레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그는 태연하게 서서 단양노조의 말을 듣더니 그제야 가볍게 웃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고고한 선급 천지존 다섯 명을 쓰윽 훑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 당장 천라대륙을 떠나게. 그럼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겠네.”

그의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다들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천라맹은 적어도 목진의 체면을 고려하며 말했는데 목진은 한 마디로 녀석들을 구석에 밀어 넣었다.

이제 평화 회담의 가능성은 없어졌다.

목진의 목소리가 백옥 광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떠들썩했던 도성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다들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목부의 젊은 부주는 천라맹의 선급 천지존 다섯을 상대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귀제, 단양노조, 자뢰존자 등 선급 천지존 다섯 명도 목진의 말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져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례하군!”

그때 백옥 광장 주위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세 사람이 웅장한 영력을 내뿜은 채 나타났다. 상대방은 무려 영급 천지존이었다.

그들은 천라맹에서 다섯 명의 선급 천지존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선 것은 귀제 등의 지시로 이뤄진 일로 목부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깃들어있었다.

“목부 따위가 감히 우리 천라맹을 상대하려 하다니,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세 명의 영급 천지존이 피식 웃으며 말한 뒤, 장풍을 쏘자 세 갈래 영력 홍류가 허공을 가르며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정작 목진은 3명의 영급 천지존을 보는 척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서서 귀제 등 선급 천지존 다섯 명을 쳐다봤다.

그때 목진 뒤쪽에 서 있던 구유가 이내 정색하며 입을 쩍 벌리자 검은색 화염이 솟구쳐 실체 같은 난폭한 영력 홍류가 활활 타올랐다.

그 광경에 상대방은 흠칫 놀랐다. 그들은 구유가 세 사람의 공격을 이렇게 쉽게 막아낼 줄 몰랐다. 그리고 바로 구유가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임을 깨닫고 물러나려 했지만 녀석들을 쉽게 보내줄 구유가 아니었다.

구유가 온몸을 파르르 떨자 등에 검은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날개가 나타났고 그녀는 날개를 떨치더니 귀신처럼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불안해진 세 명의 영급 천지존은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서 만 장의 영광을 발하는 영체를 소환했다.

슉!

어느새 녀석들의 뒤쪽에 나타난 구유가 흑염이 활활 타오르는 날개를 떨치자 한 갈래 흑광이 솟구쳐 주위의 공간을 가르며 녀석들에게 향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세 명의 영급 천지존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웅장한 영력으로 몸 표면에 수많은 영력 방어벽을 형성했다.

치익!

그런데 흑광이 지나자 모든 방어벽은 사정없이 불타올랐고 녀석들은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잇따라 세 명의 영급 천지존이 맥없이 추락하자 구경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는데 그들의 가슴팍에 난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깊숙이 파인 구멍은 검은색 화염 때문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점 더 퍼져나갔다.

그 광경에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천라맹의 영급 천지존 세 명이 나섰는데도 구유가 상대가 안 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그녀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구유는 이대로 그만두지 않고 다시 한 갈래 흑광을 내뿜어 녀석들에게 보냈다. 이에 세 명의 영급 천지존은 이내 사색이 되었다. 일전의 대결에서 그들은 전혀 구유의 상대가 아니었다.

“무례하군!”

그런데 그때,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자뢰존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구유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는데 엄청난 뇌명과 함께 자뢰 권광이 솟구쳐 앞쪽 공간이 완전히 부서졌다.

선급 천지존은 역시 영급보다 훨씬 강했다.

구유가 전력을 다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자 목진이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앞쪽에 나타났다. 그리고 부도탑으로 체내의 영력을 전부 수정 영력으로 전환한 뒤, 천천히 주먹을 내밀었다.

쿵!

양자의 공격이 부딪치자 순간 멈칫하더니 자뢰 권광이 와장창 깨졌고 목진의 주먹은 공간을 가르며 신속하고 괴이하게 날아가 자뢰존자의 가슴팍을 때렸다.

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자뢰존자는 멀리 튕겨 나갔다. 백옥 광장에는 깊숙한 흔적만이 남았다.

겨우 몸을 가눈 자뢰존자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멀지 않은 곳에 태연하게 서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힘을 겨뤄보니 목진의 전투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깨달았다.

양자의 대결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다들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데 자뢰존자가 목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목진은 대천세계에서 제법 유명해졌지만 그가 진정한 선급 천지존과 싸우는 것을 직접 본 사람은 얼마 없었다.

일전의 대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비로소 그의 실력을 실감했다.

“자뢰존자, 손이 근질근질하면 나와 싸웁시다. 어찌 사내가 되어서 여인을 괴롭히려 하는 건가?”

목진이 서서히 주먹을 거두며 한 말에 자뢰존자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목진의 말에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귀제 등 선급 천지존 네 사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하늘은 덩달아 어두워졌다.

귀제는 회백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목진 부주, 우리는 자네 전투력이 엄청나단 걸 잘 알고 있네. 아무리 나라도 홀로 자네를 상대하면 크게 승산이 없겠지.”

귀제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귀제는 선급 중기의 실력자로 목진과 실력 차이가 엄청난데 그마저 목진과의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고 하다니, 목진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정작 목진은 귀제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었다.

“오늘 자네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한 가지뿐이네. 우리 천라맹이 천라대륙을 통일하려 하는데 목부가 천라대륙을 떠나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겠네.”

“그런데 목진 부주가 끝까지 천라대륙의 패주 자리를 넘본다면…….”

“우리 다섯 명이 함께 힘을 합쳐 목진 부주를 상대할 수밖에 없네.”

귀제는 살기를 품은 채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 구역의 온도가 확 떨어졌다.

천라맹은 그제야 진짜 목적을 밝혔다.

귀제의 말에 구경꾼들은 이내 정색했다. 다섯 명의 선급 천지존이 목진 한 사람을 상대하려 하다니, 이것만 봐도 녀석들이 목진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지도 않나?”

목진 뒤에 서 있던 구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선급 천지존 다섯이 영급 천지존 한 명을 상대하려 하다니 결코 보기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난 결과만 좋으면 되니 과정은 상관없네.”

귀제는 가볍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우리는 목진 부주를 충분히 강하다고 여겨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네. 이번 일로 목진 부주는 훨씬 유명해질 것이네.”

“비열한 자식들!”

구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귀제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를 위한 마음은 고맙게 받겠네.”

목진은 구유의 앞에 나서며 대신 말을 건넸다.

“자네가 오늘, 과연 우리를 이길 수 있을까?”

자뢰존자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들이 나를 이길 거란 확신은 있는가?”

목진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귀제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넨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말을 마친 귀제는 회백색 영력을 끌어올리며 육신을 빠르게 보석 같은 영체로 전환했다. 눈에서 번쩍이는 영광에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무섭기 그지없는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이와 동시에, 단양노조, 자뢰존자 등 나머지 네 명의 선급 천지존도 영체를 소환해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다섯 명의 선급 천지존이 동시에 나서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광경에 구경꾼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난 목부의 주인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매우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한편, 녀석들을 바라보던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살기를 품었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으니 과연 어느 쪽 사람이 더 많은지 봅시다.”

목진의 말에 귀제 등은 불안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목진이 손을 내밀어 반지를 살짝 만지자 무한의 영광이 휘몰아치더니 백옥 광장에 현갑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이 형성한 무서운 전의에 천지가 들썩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