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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41화 (940/1,000)

941화. 보상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용장과 음산한 귀인이 힘껏 부딪치자 귀제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급의 힘이라니!”

귀제는 목진의 날린 공격에서 영급을 뛰어넘은 선급의 힘을 느꼈다.

목진은 일전에 이룬 거대한 전의의 용으로 선급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의의 힘이었고 본인의 실력은 여전히 영급 중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분명 진정한 선급 천지존의 힘이 깃든 공격을 날렸다.

귀제는 그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목진은 지금도 여전히 영급 천지존인데 왜 오른팔로 한 공격이 선급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쿵!

하지만 그가 이 문제를 고려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위압감 넘치는 용음과 함께 웅장한 힘이 휘몰아쳐 귀인에 순간 균열이 일었다.

귀제는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영급 중기인 목진도 상대하기 상당히 어려운데 선급의 힘까지 갖추면 두 사람은 등급을 뛰어넘을 것이다.

하여 귀제가 바로 도망가며 인법을 바꾸자 귀인이 폭발해 무한의 음산한 기운을 방출했다.

크으으으!

그때 목진이 눈부신 금광을 발하자 음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슉!

잇따라 목진은 등에 달린 봉황의 날개를 퍼덕이며 귀신처럼 귀제 앞쪽에 나타나 용장을 다시 한번 내밀었다. 그러자 앞쪽 공간이 와장창 깨졌고 용권은 상대방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

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귀제의 애처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의 가슴팍에서 폭발한 금광은 모든 방어막을 파괴해 육신의 절반이 부서졌고 그는 미친 듯이 피를 흘렸다.

이렇게 귀제가 날개를 잃은 새처럼 맥없이 추락해 백옥 광장에 내리꽂히자 대지가 파르르 떨렸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폭발해 특수한 재료로 만든 광장이 와르르 무너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상황을 살피고는 경외의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젊은 청년을 바라봤다.

“이렇게 강할 줄이야…….”

다들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들은 목진의 무서운 힘에 적잖게 놀랐다.

혼자서 선급 천지존 다섯 명을 상대했을 뿐만 아니라 승리까지 하다니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더는 목진과 목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오늘부터 목부는 천라대륙의 진정한 패주가 될 것이고 이건 온전히 목부의 부주 덕분이었다.

어느새 웅장한 전의가 사라지자 만 명도 넘는 현룡군은 어두운 빛이 되어 목진의 반지로 돌아갔고, 그는 등에 달린 날개를 거둔 뒤 태연하게 서서 구경꾼들을 쳐다봤다.

“오늘부터 천라대륙의 주인은 목부이니 다들 명심하거라. 대신, 이 결정이 탐탁지 않으면 부하들을 거느리고 천라대륙을 떠나야 할 것이다.”

누구든 목진의 말을 거역했다가는 바로 귀제 등의 꼴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목부는 이제 더는 참고 살 필요가 없었고 천라대륙을 차지할 일만 남았다.

천라대륙 같은 엄청난 대륙을 근거지로 해야 더 빠르게 발전해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의 말에 각 정예 세력의 주인들은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그들은 여태껏 천라대륙에서만큼은 고고한 존재들이었는데 오늘부터 목진과 목부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감히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이 말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미 목진과의 대결에서 참담하게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광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함께 허리를 굽히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부주님을 뵙습니다.”

그 광경에 구유, 만다라 등은 마음이 벅차올랐고 목부의 다른 강자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만 믿고 따라가면 목부는 언젠가 대천세계의 거장이 될 것이다.

“다들 숨어있지 말게. 선급 천지존이 그리 쉽게 죽을 리가 없지 않은가?”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백옥 광장에 생긴 다섯 개의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백옥 광장에 생긴 다섯 개의 깊숙한 구멍에서 영광이 번쩍이더니 귀제 등이 다시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의 영력은 한껏 사그라들었고 몸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 크게 다친 듯했다.

또한, 일전의 대결로 기가 확 죽어 안색이 어두워진 채 조심스럽게 목진을 쳐다봤다. 심지어 귀제도 잔뜩 경계하며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 오늘은 자네가 이겼네. 우리는 다시는 천라대륙을 욕심내지 않을 것이네.”

자뢰존자가 이내 사색이 되어 말했고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앞으로 생각이 바뀌면 얼마든지 찾아오게. 대신 이번처럼 쉽게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네.”

목진의 말에 그는 상당히 언짢았지만 감히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패배자한테 발언권 따위는 없었다.

“대결에서 패배했는데 뭐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목진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귀제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뭘 더 원하는 건가?”

“당신들을 이대로 돌려보내면 앞으로 목부를 쉽게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아니면 내가 녀석들의 장난을 전부 받아줘야 한단 말인가!”

목진이 바로 정색하며 한 말에 자뢰존자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

“적당히 하게. 자네가 오늘은 이기긴 했지만 우리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네. 그러다 우리가 정말 자네와 죽기살기로 덤빌까 봐 겁나지 않나?”

“당신들이 그럴 위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겠지…….”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귀제 등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귀제 등이 목진과 목숨을 내걸고 싸우려 했다면 확실히 목진한테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천지존 중 죽음을 자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목진 역시 그들이 정녕 그럴 거라 믿지도 않았다.

“그럼 뭘 원한단 말인가?”

“별것 아니네. 각자 목부에 지존영액을 백억 방울씩 주면 되네.”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목부가 천라대륙을 장악하려면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할 것이다.

“뭐?”

귀제 등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이들이라도 지존영액 백억 방울은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휘하 세력들이 10년 정도 모아야 겨우 가능한 양이었다.

“장난은 그만 치게. 우리가 목부에 지존영액 백억 방울을 주면 휘하 세력들을 해산해야 할 수도 있네.”

귀제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말을 건넸다.

수련에 필요한 지존영액이 없으면 아무리 선급 천지존이라도 휘하 세력을 다스리기 어렵다.

“그럼 50억으로 합시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이것도 안 되면 그냥 죽게.”

귀제 등은 너무 화가 나 순간 어쩔 바를 몰랐다.

“귀제는 지존영액 50억 방울을 주지 않아도 되네…….”

이에 귀제는 기분이 좋았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선급 중기에 이른 실력 때문에 밀어붙이지 못하는 거라 여겼다.

“대신 상고합신경을 넘기게.”

귀제는 순간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보게!”

귀제는 화가 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상고합신경의 가치는 지존영액 50억 방울을 훨씬 넘었다.

“주기 싫으면 내가 직접 가져오는 수밖에.”

목진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영력을 끌어올리자 귀제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화를 가라앉히고 목진한테 물건을 넘겼다.

목진은 상대방한테서 날아온 회백색 빛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네 사람도 귀제의 태도에 더는 반항하지 않고 개자탁을 넘겼는데 그 속에서 웅장한 영력이 스며져 나왔다.

목진은 역시나 물건을 확인한 뒤에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지존영액을 건네지 않은 단양노조를 바라봤다.

단양노조의 휘하 세력은 일전에 큰 변동이 있어 지존영액을 제법 소모했기에 수중에 지존영액 50억 방울이 없었다. 그래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목진이 이를 알 리 없었기에 단양노조를 바라보는 목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혹시 천재지보로 지존영액 50억 방울을 대체할 수 있는가?”

단양노조는 목진의 예리한 눈빛을 무릅쓰고 물었다.

“무슨 물건 말인가?”

그 말에 단양노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일전에 상고의 만다라의 유골을 획득했는데 생전에 선급 천지존이었네.”

단양노조는 만다라의 정체를 아는 듯 그녀를 힐끗거리며 말했는데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그를 바라봤다. 현재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그녀가 선급 천지존경에 이르렀던 상고의 만다라 꽃의 유골을 얻을 수만 있다면 경지를 돌파해 천지존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상고의 만다라 꽃은 너무 희귀해 여태껏 획득하지 못했는데 단양노조한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정작 단양노조는 상고의 만다라의 유골의 가치가 지존영액 20억 방울도 안 되어 머뭇거렸던 것이었다.

다행히 목진은 상냥하게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럼 그 물건으로 합시다.”

목진도 유골의 가치가 지존영액 50억 방울과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았지만 만다라가 이번 기회에 경지를 돌파할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만다라는 대라천역에서부터 목진한테 엄청난 도움을 줬고 그를 도와 목부를 설립했다. 그녀를 도울 수만 있다면 목진은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단양노조는 목진이 흔쾌히 승낙할 줄 몰라 화색이 되어 옥병을 건넸다. 영액이 가득 담긴 옥병에 특이한 파동을 내뿜는 손바닥만 한 요염한 꽃이 들어 있었다.

“역시 상고의 만다라 꽃의 유골이군.”

목진이 옥병을 쓰윽 훑고 바로 넘기자 만다라가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이제 물건을 다 받았으니 이만 가게.”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귀제 등은 서로 마주 보며 한숨을 쉬더니 한 갈래 빛줄기로 변해 자리를 떠났다.

잇따라 천라성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누각에서 상황을 살피던 흑백 도포를 입은 사내는 주먹으로 벽을 힘껏 때리며 중얼거렸다.

“무능한 녀석들!”

사내는 목진도 아는 사람이었으니, 바로 부도신족에서 만난 적 있던 마하유였다.

그가 씩씩거리며 주먹을 휘두르자 벽이 쩍 갈라졌다. 귀제 등은 마하유가 몰래 조종해 움직였던 것이었다. 녀석들을 돕기 위해 종족의 선급 절세의 성물까지 줬는데 결국 목진한테 넘어갔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저 멀리 백옥 광장에 서 있던 목진이 녀석의 존재를 발견하고 매의 눈으로 마하유를 노려봤다.

“네 놈이 한 짓이었군.”

목진이 이내 정색하자 마하유도 바로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렸다.

“나리, 우리가 나서 녀석을 때려잡을까요?”

마하유 뒤에 서 있던 두 부하가 무덤덤하게 질문을 던지자 마하유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잠시 고민하다가 영력 파동을 거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나서면 청연정이 올 것이 분명하다.”

“일단 내버려 두자꾸나. 이번에는 마하고족에서 만일에 대비해 계획한 일이었다. 녀석이 제법 실력을 갖추긴 했지만 나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니 괜찮단다. 녀석이 일단 만고회에 오면 내가 반드시 적당한 기회를 찾아 녀석을 처리할 것이다. 그곳에서만큼은 아무리 청연정이라도 끼어들 수 없으니까 말이야.”

이에 두 명의 부하가 조용히 사라지자 마하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가 힘껏 주먹을 쥐며 사악하게 웃었다.

“이번만큼은 살려 주지. 그런데 네가 만고회에 온다면 내 반드시 너를 폐인으로 만들 것이다!”

마하유는 씨익 웃으며 서서히 사라졌고 목진은 녀석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마하유…… 걱정하지 마. 만고불후신의 주인은 결국 내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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