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2화. 동굴로 들어가 수련하다
천라성 대전의 결과에 천라대륙 전체가 들썩였다. 이번 일로 목부는 천라대륙의 최강 세력으로 거듭났고, 목진 같이 강력한 부주를 둔 목부는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더는 목부에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
대전이 끝난 후, 천라대륙의 여러 정예급 세력들은 목부 본부로 직접 찾아가 충성을 맹세했다. 그들은 목부가 천라대륙을 완전히 장악한 뒤, 자신들의 세력이 큰 타격을 받지 않길 바랐다.
* * *
목부 본부의 상고의 천궁 속, 요동치는 천지 주위에 놓인 산봉우리에 목진이 앉아있었다. 그는 저 멀리 산맥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곳에서 강대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그곳은 만다라가 수련 중인 곳이었다. 상고의 만다라 꽃의 유골을 획득한 만다라는 천지존경에 최대한 빨리 이르기 위해 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슉!
그때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구유가 영롱한 몸매를 이끌고 목진 곁에 나타났다. 검은 옷과 바지를 입은 구유는 관능적이면서도 세련돼 보였다.
“목부는 좀 어때?”
목진이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묻자 구유는 언짢은 듯 그를 흘겨봤다. 최근 들어 목부의 일이 상당히 많았는데 만다라는 수련 중이고 목진도 상고의 천궁에 숨어있기만 해서 구유가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만 했다.
“천라대륙의 대부분 정예급 세력들이 목부 본부에 찾아왔는데 어떻게 처리할지는 잘 모르겠어. 일단 만다라가 수련을 마치면 그때 다시 결정하기로 했어.”
목진은 구유의 말에 동의했다. 천라대륙의 세력들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그들을 너무 관대하게 대하면 천라대륙 패주인 목부가 체면을 잃을 거라 이런 일은 만다라한테 맡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목부에 가입하려는 강자들도 많아져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만 해도 여섯 명이나 있어.”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이면 한 세력의 핵심 역량으로 언젠가 천지존경에 이르면 세력의 전체적인 실력도 부쩍 오를 것이다.
“엄격하게 시험을 보고 출신도 자세히 알아봐야 해.”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자들이 세력에 소중한 존재이긴 하지만 제대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 세상에는 수련 자원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구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수련에 들어갈 거야. 그러니 목부 일은 네가 도맡아서 해야 해.”
목진은 왠지 구유한테 미안해졌다. 구유족에서 그녀를 데리고 난 후 겨우 일꾼으로 부려 먹고 있으니 말이다.
구유도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나 목부에서 목진을 제외하면 자신의 실력이 가장 강했고 목진이 왜 수련하려는 지도 잘 알아 그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5개월 뒤에 있을 마하고족의 만고회를 위해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이는 목진한테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그는 만고불후신 때문에 지금까지 지존법신의 수련을 열심히 해왔고 드디어 대일불멸신을 넘어 이제 불후금신의 수련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말로만 듣던 만고불후신을 수련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목진은 그동안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불후금신을 수련해낸 사람 중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그들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만고불후신의 인정을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목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수련에만 집중해.”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은 목부의 핵심이었다. 그가 강해져야 목부도 무사히 천라대륙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안에 지존영액이 50만 방울 있는데 이 정도면 목부를 유지할 수 있을 거야.”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개자탁 세 개를 꺼내 구유한테 건넸다.
그것은 귀제 등한테서 빼앗은 것으로 나머지 백억 방울은 목진이 수련에 사용하려고 따로 빼놨다. 그는 5개월 동안 영급 후기에 이르고자 마음먹었는데 그건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제아무리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도 지존영액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목부도 지존영액이 필요해 구유는 바로 개자탁을 건네받았다.
구유는 목진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
한편, 목진은 구유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저 멀리 천지 주위에 놓인 평상에서 수련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하늘에서 한 갈래 빛이 내려앉아 젊은 수련자를 비추더니 녀석은 순식간에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는 상고의 천궁에 숨어있던 장경루가 녀석을 간택한 것으로 녀석한테는 엄청난 기회였다.
조용히 서서 상황을 살피던 목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목부는 현재 계속해서 강대해지고 있었고 젊은 수련자들도 언젠가는 목부의 중견 역량이 될 것이다.
목진은 자신이 설립한 목부가 정말 강대해졌다는 생각에 순간 감개무량해졌다.
북창령원의 학생이었던 소년은 어느덧 천라대륙의 패주가 되었다.
목진은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웃더니 마음을 다잡고 한 갈래 영광이 되어 아래쪽 산속에 들어갔다. 그는 수련을 위해 산체를 깎아 커다란 동굴을 만들었고 주위의 벽에 영문을 새겨 영진을 이뤘다.
이는 취영진으로 영력을 끌어모으는 영진이라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홍류가 나타나면 취영진이 이를 결정화하곤 했다.
지존영액 백억 방울은 상당히 많은 양으로 일반 영급 천지존이 제련해 흡수하려면 몇 년은 걸려야 하지만, 목진은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으니…….
목진이 한 손으로 결인하자 머리에서 한 갈래 영광이 피어올라 수정 부도탑을 만들었다.
그가 5개월 동안 지존영액 백억 방울을 제련해 흡수하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부도탑이었다. 성부도탑만 있으면 목진은 지존영액의 흡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준비를 마친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휘익.
커다란 동굴에 바람이 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홍류가 꿈틀거리며 신성한 빛을 발하는 수정 부도탑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지존영액을 아무리 많이 주입해도 넘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부도탑은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그 속에 먼지처럼 작은 결정이 내려앉았다. 이는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는데 지극히 순수한 영력으로 이뤄진 영력 결정이었다.
결정은 곧장 목진의 몸에 내려앉더니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체내의 기혈이 들끓기 시작했고 피와 살은 파르르 떨었으며 뼈 마디마디에서 소리를 내며 영력 결정을 빠르게 흡수했다.
커다란 동굴에 부단히 바람이 일었고 결정이 많이 떨어질수록 목진의 하얗던 피부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보석으로 빚은 것같이 눈부셨다.
* * *
목진은 몇 달 동안 수련에만 집중하느라 외부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반면, 대천세계는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마하고족에서 열리는 만고회 때문이었다.
부도신족의 제맥회무와 달리, 마하고족의 만고회는 대천세계의 대성사였다. 만고회의 목적은 만고불후신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열리는 대회였기 때문이었다.
만고불후신은 대천세계 5대 원시 법신 중 한 가지로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4위밖에 안 되지만 원시 법신 자체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들은 각자 지닌 능력이 다를 뿐이라 사실, 전부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만고불후신은 상고 시기, 대천세계의 최강자인 불후대제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이것만 봐도 만고불후신이 얼마나 강대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등급의 지존법신은 일반 천지존은 물론이고 성급 천지존마저도 탐낼 정도의 보물이었다. 만고회의 규칙에 따르면 불후금신을 수련해야 쟁탈전에 참석할 자격이 있고 기회는 평생 한 번뿐이었다.
조건은 까다롭지만 만고회는 여전히 대천세계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다들 말로만 듣던 만고불후신이 누굴 주인으로 정할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대천세계의 강자들은 만고회를 개최하는 날이 임박할수록 마하고족에 주의를 기울였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4개월이 넘게 흘러 만고회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커다란 동굴에서 허공에 떠 있던 두 개의 개자탁이 떨어졌고 영광이 전부 사라졌다. 이는 목진이 그 속에 깃든 지존영액을 전부 흡수하였음을 뜻했다.
탕.
개자탁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청석 돌침대에 앉아있던 목진이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동굴에 앉아있던 목진이 눈을 뜬 순간, 두 갈래 눈부신 영광이 솟구쳐 두꺼운 산체를 뚫고 나갔다.
웅장한 영력 파동이 동굴 속을 미친 듯이 휘몰아치자 산맥이 곧 무너질 것처럼 격렬하게 떨렸다.
한참 지나서야 산맥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목진의 눈에서 내뿜던 영광도 사라졌는데 그의 검은 눈은 이전보다 훨씬 그윽해졌다.
그런데 목진은 바닥에 떨어진 개자탁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번에도 영급 후기에 이르지 못했다.
5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지존영액 백억 방울을 흡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성부도탑까지 사용했지만 말이다.
다행히 그는 지존영액 백억 방울을 전부 제련해 체내에 저장했기 때문에 현재, 그의 체내에는 무한한 웅장한 영력이 요동치며 육신과 아우러지고 있었다.
체내에 스며든 영력이 육신과 완전히 융합을 마치면 목진은 영급 후기에 이를 것이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군.”
목진은 이 과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수련을 계속할 시간이 없었다. 곧 만고회가 열려 바로 떠나야만 했다.
“마하고족으로 가면서 수련해야겠군.”
말을 마친 목진이 산봉우리에 나타나자 멀리서 두 여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은 구유였고 다른 사람은 보라색 치마를 입은 소녀였는데 축 드리운 장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얼굴과 황금색 눈동자에서 신비롭고 그윽한 빛을 발했다.
“만다라?”
목진은 흠칫 놀라 물었다.
만다라는 지금까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는데 이전보다 성숙해 보였다. 체내에서 내뿜은 강력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경지 돌파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만다라 종족의 생장 주기는 원래 느려. 이번에 천지존경에 이르면서 유년기에서 벗어났어.”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흘겨봤다.
“다들 여자아이가 목부를 관리한다고 여기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나아.”
목진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내 모습을 무시하는 거야?”
만다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목진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현재 목부에는 일이 많고 또 복잡한 시기에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 만다라가 화라도 나서 목부를 나 몰라라 하면 큰일이었다.
“그럴 리가.”
이에 만다라는 콧방귀를 뀌며 목진을 쏘아봤다.
“최근 들어 다들 마하고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옆에 서 있던 구유가 건넨 말에 목진이 이내 정색했다.
“만고불후신의 주인을 정하는 자리니 그럴 법도 하지.”
만고불후신은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지존법신 중 하나로 최정예급 세력들도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심지어 성급 천지존들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