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943화 (942/1,000)

943화. 만고성(萬古城)

“자.”

구유는 족자를 꺼내 목진한테 건넸다.

“네가 수련하는 동안, 대천세계에서는 만고불후신 쟁탈전 우승 후보 순위를 매겼는데 너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정보를 수집해 봤어.”

“그래?”

목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족자를 펼쳤는데 1위는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1위, 마하고족의 마하유, 선급 후기 정상, 마하고족 족장 마하천의 동생, 마하고족에서 성급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

“녀석…….”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마하유는 확실히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가 성급 천지존이 아닌 이상 그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위, 수라창(修羅槍) 엽경(葉擎), 선급 후기.”

“엽경이라…….”

목진은 녀석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엽경은 서명전(西溟殿)의 제2 전주로 수라창 하나로 대천세계에서 이름을 날렸어. 듣기로 그는 만 번도 넘는 전쟁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고 해. 다들 그를 전쟁 수라라고 불러. 대천세계의 상당한 유명 인사인 엽경은 마하유 못지않은 실력자야.”

구유가 이내 감탄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순위권을 살폈다.

3위, 금강왕 석라(釋羅), 대령산(大靈山) 수석 호법, 선급 후기.

대령산도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인데 해당 세력의 수련자들은 육신의 힘이 강하기로 유명해 그중 수석 호법이 된 석라도 범상치 않은 존재인 것이 분명했다.

4위, 도성(刀聖) 탁발창(拓跋蒼), 선급 후기, 단도 하나로 대천세계를 거닐다가 최정예급 세력과 원한 관계가 생겼는데 결국 그의 단도로 해당 세력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

“다들 대단한 인물이군.”

목진은 4위권을 살피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이제야 대천세계에 강자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났다. 목진은 마하유를 제외하고 한 명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나머지 세 사람이 이룬 성과가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만고불후신의 주인이 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절세의 강자가 되려면 계속 도전해야 하는 법, 강적과의 생사를 오가는 싸움을 통해 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5위에 적힌 이름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5위, 목부 부주, 목진, 영급 중기, 부도신족을 발칵 뒤집은 적이 있고 화신지에서 황족의 천재인 황현지를 쓰러뜨렸으며 천라대륙에서 혼자서 귀제 등 선급 천지존 다섯 명과 싸워 이겼다.

“조금 슬프지 않아? 넌 겨우 5위야. 사람들은 네가 4위권에 든 사람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나 봐.”

옆에 서 있던 만다라가 팔짱을 낀 채 피식거리며 말했다.

“4위권에 든 네 명은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린 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선급 후기의 실력자라 나와 비교하면 뛰어난 게 정상이야.”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만고회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거야.”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만고불후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러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든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도 떠나야겠어.”

목진은 순위권을 더 이상 살피지 않고 족자를 거뒀다. 비록 그의 뒤로 몇 명 더 있었지만 만고회에서 그한테 가장 큰 위협이 될 사람은 네 사람뿐이었다.

한편, 만고회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아 목진은 당장 출발해야 했다. 그러다 만고회를 놓치면 큰일이었다.

“당분간 목부는 너희 두 사람한테 맡길 수밖에 없겠군.”

현재, 천라대륙의 세력들은 패주인 목부를 인정하긴 했지만 목부가 저들을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라서 분명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구유와 만다라가 있어야 불필요한 소란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 네가 돌아오면 천라대륙을 완전히 장악한 목부를 보게 해줄게.”

만다라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목진이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해 줬으니 나머지는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목진은 두 여인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한 갈래 영광으로 변해 공간을 가르며 마하고족으로 향했다.

“목진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구유는 목진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걱정되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목진이 만고불후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건 목진의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될 거야. 대신 일단 성공하면 성급을 기대해봐도 될 텐데 결과가 어떨지는 결국 목진한테 달렸지.”

만다라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기도했다. 목진이 이룬 성과도 비록 엄청나지만 4위권에 든 사람들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녀석들은 황현지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 * *

대천세계는 만고회 때문에 점차 떠들썩해졌고 엄청난 세력들은 하나둘씩 마하고족에 모여들었다. 만 년도 넘게 미동도 없었던 만고불후신이 주인을 가리려는 듯 갑자기 움직였단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만고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다. 만 년도 넘게 주인을 가리지 않았던 만고불후신이 드디어 움직였으니 말이다.

만약 만고불후신이 정말 주인을 가리면 대천세계에 새로운 최정예급 강자가 나타날 것은 분명했다.

여론에 힘입은 마하고족은 최근 들어 대천세계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고 목진도 칠일 후, 마하고족이 있는 마하대륙(摩訶大陸)에 도착했다.

마하대륙은 대천세계의 엄청난 대륙 중 하나로 땅이 상당히 크고 자원이 풍부해 이미 유명했지만, 마하고족 때문에 더 널리 알려졌다.

대천세계의 5대 고족 중 하나인 마하고족은 상고 때에도 극강의 세력이었고 지금껏 쌓은 재력과 세력은 대천세계에서도 알아줄 정도였다.

무한의 화역이 대천세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마하천이 마하고족의 족장 자리에 올라 무한의 화역을 차지해 이름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그들은 하위면에서 올라온 염제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차마 인식하지 못했고 마하천의 야심은 결국 산산이 조각났다. 염제 때문에 체면을 잃었는데 오히려 무한의 화역이 유명해졌다.

염제가 점차 유명해지고 대천세계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거듭나자 마하천이 저질렀던 일은 오히려 그의 실력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었다.

염제와 그 정도로 싸웠다는 것만 봐도 마하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여 마하고족도 점차 유명해져 언젠가 5대 고족 중 우두머리가 되었다. 마하고족의 전체적인 실력이나 정예급 강자의 수에서부터 다른 4개 종족보다 월등해졌다.

* * *

만고성은 마하대륙의 도성은 아니지만 마하고족보다 훨씬 유명했다. 해당 도성은 불후대제께서 지으신 거라 만고회도 이곳에서 개최하곤 했다.

목진은 만고성 밖의 한 산봉우리에 서서 오래된 기운을 내뿜는 도시를 지그시 쳐다봤다. 현재, 수많은 빛줄기가 만고성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부도신족의 제맥회무보다 훨씬 떠들썩했다.

하긴, 제맥회무는 만고회와 완전히 달랐다. 전자는 친분이 있는 세력들을 초청해 관전하는 것뿐이었고 후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대천세계의 절반 이상의 엄청난 세력이 오곤 했다.

이는 무려 만고불후신의 주인을 가리는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많이도 모였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만고성에 온 사람들은 전부 각 최정예급 세력의 정예급 강자들이었다. 일반인은 아마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압박감을 견뎌내지도 못할 것이다.

잠시 후, 목진은 한 갈래 빛이 되어 도성으로 향했지만, 곧장 들어가지 않고 성문 앞에 착지했다. 만고성에서 지극히 창망하고 오래된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미약했지만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파르르 떨려 착지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는 성급의 위엄이 아니라 훨씬 신비로운 파동이었다.

“설마 불후대제께서 남기신 거란 말인가?”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상고 시기, 대천세계의 제일 강자가 남긴 파동만이 만 년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잇따라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불후대제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품은 채 천천히 성문을 넘었다.

순간, 시야가 탁 트였는데 바닥에 오래된 석판이 잔뜩 깔려 있었고 거리에는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목진의 등장에 다들 그를 쳐다보기도 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바로 그 정체를 알아챈 것 같았다.

목진은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 그는 이제 대천세계의 유명 인사가 되어 다들 알아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를 거닐던 목진은 앞쪽에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거대한 수정 벽에 누군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만고회 우승 후보 투표 순위권.”

목진이 수정 벽을 힐끗 쳐다보니 흑백 도포를 입은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윽한 눈을 가진 사내는 영상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낯익은 상대방의 얼굴에 목진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은 바로 마하유로 그가 이길 거라 믿고 투자한 지존영액의 양이 무려 200억 방울이나 되었다.

마하유가 이번 만고회에서 승리할 거라 여기는 사람이 가장 많은 듯했다. 실력으로만 보면 마하유가 강하긴 했다. 게다가 마하고족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대일불멸신 및 불후금신을 수련해 만고불후신이 주인을 고르면 마하유의 승산이 가장 큰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2, 3, 4위는 역시나 각각 수라창 엽경, 금강왕 석라, 도성 탁발창이었다.

그중 엽경은 장발을 드리운 사내로 선홍색 장창을 쥐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살육의 세계가 깃들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금강왕 석라는 황금색 가사를 입은 사내로 민머리에서 발하는 빛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는데 쇠약해 보였다. 육신의 힘이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탁발창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채 등에 부러진 칼을 얹은 평범하게 생긴 사내였지만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들은 만고회 우승 후보 투표 4위권에 든 사람들로 마하유만 200억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50억 좌우였다.

역시나 목진은 5위였는데 그를 좋게 보는 사람은 얼마 없어 그에게 걸린 지존영액은 겨우 10억방울밖에 안 되었다.

“이래서 다들 나를 알아봤던 것이었군.”

목진은 어색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큰 수정 벽으로 얼굴을 비추면 사람들이 그를 몰라보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한편, 그는 수정 벽에 아른거리는 4위권 강자들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생각했다.

저들이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적이란 말인가?

목진은 이리 생각하며 수정 벽으로 향했는데 아름다운 시녀가 판돈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하고족 사람이 분명했다. 하긴, 마하고족만이 이렇게 큰 판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자넨 누가 이길 것 같나?”

갑자기 옆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낯익은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방은 다름 아닌 마하유였다.

마하고족은 마하대륙의 패주라 목진이 입성하자마자 바로 해당 정보를 마하유한테 전달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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